안부윤이 본 도깨비불
안부윤(安府尹)이 젊어서 파리한 말을 타고 어린 종 한 명을 데리고 서원(瑞原)별장으로 가는데
그날 밤은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라서 사방을 둘러보아도 마주치는 사람이라고는 없었다.
동쪽 현성(縣城) 쪽을 바라보니 횃불이 비치고 떠들썩하여 마치 사냥 놀이 하는 것 같았다.
잠시 말을 멈추고 이상히 여기면서 그것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괴이한 그 불은 점차 다가오는 것이었다. 이상하게 여기자마자 그 불은 드디어 안공의 주위를 삥 두른 것이 오리나 되는 들림 없는 도깨비불이었다.
이를 알아차린 안공은 잠시 주저하였으나 말을 채찍질하여 정신없이 달리게 했다.
그 후 어느 정도 달린 다음 뒤를 돌아다보니 도깨비불은 완전히 사라지고 없었다.
겨우 안심을 했으나 이제는 부슬부슬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길은 더욱 험하여 발은 엉망진창이 되었으나 도깨비불이 없어진 것을 기뻐한 안공은 기운을 내어 한 고개를 넘어 산기슭을 돌아 내려가는데 앞에서 본 도깨비불이 겹겹이 앞을 가로막았다.
한 번도 아닌 두 번씩이나 괴이한 불을 만난 안공은 어쩔 방도가 없어 칼을 뽑아 크게 소리를 지르면서 도깨비 불속으로 돌진했다.
그러자 그 불은 일시에 길가 숲 속으로 흩어지면서 기분 나쁜 박수소리와 함께 웃음소리가 들렀다 한다.
<한국의 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