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의 아이를 밴 노비
성번중(成番仲)의 집에 괴이한 일이 일어났다.
저택 무렵 해질녘에 괴상한 요괴들이 그 집의 서쪽 숲에서 나타나 돌을 던지기도하고 불을 지르기도 하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그곳에 있었던 여자 하인을 덮쳐 욕을 보이는 일까지 저지르는 것이었다.
그 후 저녁만 되면 똑같은 일이 되풀이되곤 했다.
그리고 여자 하인의 몸에는 어느덧 태기가 있었다.
그녀는 온갖 수단으로 유산을 시키려고 하였지만 힘이 미치지 못했다.
그리하여 주인인 심중에게 그 일을 알렸다.
이를 들은 심중은 곧고 바른 기력으로 그 요괴들을 압도하려고 술을 마시고 그 기운으로 홀로 집 바깥에 앉고는 눈도 깜짝이지 않고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 후 몇 시간이나 흘렀으나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그리하여 심중은 요괴들이 물러난 줄 알고 일어서서 한두 걸음을 걸었다.
바로 그때였다.
문득 냉수를 뒤집어쓴 것과 같은 느낌이 들어 머리털이 곤두설 만큼 섬뜩한 생각이 들었다.
심중이 발걸음을 멈추자 어디에선가 돌이 발밑으로 굴러 떨어졌다.
용천(龍泉)은 이를 평하기를
<사악한 기(氣)가 사람을 해치는 경우에 반드시 기가 가득 차 있을 때는 피하고,
기가 비어 들이 있을 때를 노려 행하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는 아무것도 모르고 자고 있던
막내 동생이 이러한 사악한 기에게 해를 당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정기(正氣)는 분명히 요사스러운 귀물을 물리칠 수가 있다.
그러나 만일 그 기를 풀어 느슨해지면 요귀는 이를 틈타 해를 끼치는 것이다.>
하고 말하고 있다.
<한국의 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