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성의 원귀들

극성의 원귀들

극성(棘城)은 원래 고려시대 때 종종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었으므로 백골이 무수히 들판에 널려져 있었다. 이러한 원귀들은 오랫동안 위로를 받을 수 없었다.

그리하여 그곳에는 비가 내리는 날이거나 날씨가 흐린 날이면 종종 그 원귀들이 한데 어울려 여기(勵氣)가 되며 또 이것이 사람들에게 해를 입히므로 그 지역인 황해도 일대는 요절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 때문에 고려조에서는 매년, 봄·가을에 향축(香祝)을 내려 극성제단에서 제사를 지내게 했던 것이 보통이다 조선시대에도 이를 계속하였다.

<이치는 순양(純陽)이 아니고 음(陰)도 있으며, 물(物)은 오래 살지 못하고 죽음이 있다.

오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가게 되고, 신(神)이 있으면, 반드시 귀(鬼)가 있는 것으로서 이것은 원래 물에 의지하여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니, 어찌 여기(勵氣)라고 주(主)가 없겠는가. 정(精)이 없는 것을 음양이라 하고, 정이 있는 것을 귀신이라 하는데, 정이 없는 것은 더불어 말할 수 없지만 정이 있는 것은 이치로 깨닫게 할 수 있다.

내가 생각하건대 물과 불은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지만 때로는 사람을 죽이며, 귀신은 사람을 이롭게 하는 것이지만 때로는 사람을 해친다.

그러나 사람을 죽이는 것은 물과 불이 아니라 사람의 허물이며, 사람을 해치는 것은 귀신이 아니고 사람의 잘못이다.

그러므로 춥고, 덥고, 비 오고 개이는 것 그리고 오미(五味)의 음식은 천지가 사람을 살게 하는 것이나 사람들이 자기 스스로 그 조화를 잘못하여 병의 근원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귀신의 덕이 성하여 그 이치가 천지와 하나가 됨을 알 수 있다.

지금의 여기(勵氣)는 실로 귀신의 장난이 아니고, 역시 사람들이 자기 스스로 지은 재앙인 것이다.

그러나 한 사람이 허물을 지으므로 인하여 전염병이 널리 번져서 여러 해가 되도록 그치지 않아 죄 없는 백성이 잘못 걸려서 생명을 잃는 이가 그 얼마인지 모르니 어찌 귀신이 지나쳐서 옥과 돌이 함께 불타는 것이 아니겠는가.

내가 덕이 모자라는 몸으로 욕되게 한 나라 신(神)과 사람의 주인이 되어서 항상 한 물건이라도 편안함을 얻지 못할까 두려워하는데 더군다나 우리 백성들이 잘못 걸려 요사하는 것을 차마 보고만 있을 것이랴. 이에 유사(有司)를 명하여 각기 그 소재지에서 정결한 땅을 택하여 단을 만들게 하고 조정 신하들을 나누어 보내어서 고기·술·밥·국으로 제사를 드리며, 다시 정중히 타일러 너희들로 하여금 깨닫게 하노니, 너희 귀신들은 선(善)으로 선을 이을 것을 생각하여 불평하고 분한 기운을 거두어 살아 있는 덕을 펼칠지어다.>

<한국의 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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