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점쟁이에게 망신당한 귀부인
옛날 양주 땅 어느 정씨 집에 귀신이 내려 한 계집종에게 붙어 수 년 동안 떠나지 않았는데 그녀는 화복과 길흉을 알아맞히지 못한 적이 없었다.
사람들은 모두 이를 두려워하였으나 누구 하나 믿지 않는 사람도 없었다.
그 계집종에게 붙은 귀신은 목소리가 굉장히 맑아서 늙은 꾀꼬리 혀와 같은데 낯이면 공중에 떠 있고 밤이면 대들보 위에 깃들었다.
정씨 집에 대하여는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았다.
이웃에 대대로 명문의 집이 있었는데 그 집의 매우 귀중한 비녀를 잃고 계집종을 의심하여 항상 그 종을 때리는 것이었다.
그 종이 괴로움에 이기지 못하여 정씨 집으로 데려와 신이 들린 아이에게 점을 쳤다.
그러자 귀신이
<있는 곳을 알고 있으나 너에게는 말하기 거북하니, 너의 안주인이 오면 말하겠다.>
하였다.
그리하여 종이 안주인에게 가서 알리니, 안 주인이 친히 좁쌀을 가지고 점을 쳤다.
귀신이 그 안주인에게
<있는 곳은 알고는 있으나 차마 말하지 못하겠다. 내가 한 번 말하면 그대는 몹시 무안하리라>
하고 귀신이 망설이자 그녀는 노하여 꾸짖었다.
그러자 귀신이
<그렇다면 하는 수 없다. 아무 날 저택에 그대가 이웃 아무개와 같이 닥나무 밭으로 들어가지 않았느냐.
비녀는 그 나뭇가지에 걸려 있다.>
고 귀신이 말하였다.
그리고 그 곳에 종이 가서 찾아오니 그녀는 매우 부끄러워했다.
또 이러한 일이 있었다.
그 집종이 물건을 훔쳤는데 귀신이
<물건을 훔친 것은 바로 누구누구이고 어디어디에 숨겨 놓았다.>
라고 거침없이 이야기했다.
그러자 종이 크게 꾸짖기를
<어찌 감히 남의 집에 와서 의지하느냐?>라고 했다.
그리고는 그 종은 그대로 땅에 엎드려 한참 있다가 다시 일어나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붉은 수염이 난장부가 내 머리털을 끌어당기니 눈이 아찔하여 일어나지 못하였다>고 했다.
그리고 이 귀신은 그 집 주인 정상국(鄭相國)을 무서워하여 상국이 집에 돌아오면 달아나고 그가 나가면 다시 돌아오곤 했다.
상국이 그 일을 알고 귀신을 불러 말했다.
<너는 숲으로 가라. 인가에 오래 머무는 것은 부당하다.>
고 하자 귀신은
<내가 여기 온 뒤로 집안에 복이 더하도록 힘썼으며 한 번도 재앙을 일으킨 일이 없다.
실은 이 집에 계속 있으면서 봉사하려고 하였는데, 물러가라 하는 대인의 명이 있으니 어찌 감히 그 뜻을 거역 하리이까?>
하고 마침내 통곡하고 떠났다 한다.
<朝鮮의 鬼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