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경찬잡비유경(衆經撰雜譬喩經)
비구 도략 집 요진 삼장법사구마라집 한역
중경찬잡비유경(衆經撰雜譬喩經) 01. 상권
중경찬잡비유경(衆經撰雜譬喩經) 02. 하권
중경찬잡비유경(衆經撰雜譬喩經) 01. 상권
1
지혜로운 사람은 재물을 오래 보전할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한다.
그것은 마치 집에 불이 났을 때, 지혜로운 사람은 불의 형세를 밝게 알아 불이 아직 이르기 전에 급히 재물을 끌어내어 놓으므로, 비록 집은 모두 타버리더라도 재물만은 건져 다시 집을 수리하여 이로운 직업을 널리 경영하는 것처럼, 지혜로운 사람이 복을 심으려고 부지런히 보시를 닦는 것도 그와 같아서 몸의 위태함과 재물의 덧없음을 알고 복밭을 만나면 곧 보시하나니, 그것은 마치 저 사람이 불 속에서 물건을 끌어내는 것과 같으며, 후세의 복을 받는 것은 저 사람이 다시 집을 수리하고 직업을 경영하여 복과 이익으로 스스로 위로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어리석은 사람은 다만 아낄 줄만 알고 허덕여 구(救)하면서도 미치고 미혹하여 지혜를 잃고는 불의 형세를 헤아리지 못하다가, 사나운 바람과 왕성한 불꽃에 흙과 돌이 함께 타면서 잠깐 동안에 모든 것이 없어지나니, 집도 구하지 못하고 재물도 잃어버린다. 그리하여 굶주림과 추위에 얼고 주리면서 걱정과 괴로움으로 일생을 마친다.
재물을 아끼는 사람도 그와 같아서, 몸과 목숨은 덧없는 것으로서 잠깐 동안도 보전하기 어려움을 알지 못하고, 재물을 긁어모으고는 지키고 보호하며 사랑하고 아끼지마는, 죽음은 기약 없이 닥쳐와 갑자기 죽어 몸은 흙이나 나무와 같고 재물도 함께 버리나니, 마치 저 어리석은 사람이 계책을 잃고 근심하며 괴로워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지혜로운 사람은 그것을 잘 깨닫고는, 몸은 허깨비 같고 재물은 보전할 수 없으며 만물은 덧없고 복만이 믿을 수 있음을 안다. 그리하여 그는 사람을 인도하여 괴로움에서 벗어나 도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2
보살의 보시는 신명을 아끼지 않는다. 그것은 옛날의 시비왕(尸毘王)이 자기 몸을 비둘기에게 준 것과 같다.
제석천왕이 가서 시험해 보고 보살의 뜻이 있는 줄을 알고는 비수갈마천에게 말하였다.
“너는 비둘기가 되어라. 나는 매가 되어 너를 쫓아가리니, 너는 거짓으로 떨면서 왕의 겨드랑 밑으로 들어가라.”
조금 뒤에 비수는 몸을 바꿔 비둘기가 되고 제석천왕은 몸을 바꿔 매가 되어 급히 날아 비둘기를 쫓아갔다.
비둘기는 곧 왕의 겨드랑 밑으로 들어가 온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
그 때 매는 나무 위에 앉아 왕에게 말하였다.
“그 비둘기를 내게 돌려 주십시오. 그것은 내 밥이요, 대왕의 소유가 아닙니다.”
왕은 말하였다.
“내가 발심한 것은 일체 중생을 구제하여 괴로움에서 건지려고 한 것이다.”
매는 말하였다.
“대왕이 일체 중생을 제도하시려 한다면 나도 일체 중생의 하나입니다. 그런데 왜 나는 가엾이 여기지 않고 내 밥을 빼앗습니까?” “너는 무엇을 먹는가?” “나는 갓 죽인 고기를 먹습니다.”
보살(왕)은 말하였다.
“나도 맹세코, 내게 돌아온 일체 중생을 일심으로 수호하여 화를 당하지 않게 하려 한다. 너는 무엇이 먹고 싶으냐? 내가 대어 주리라.”
매는 말하였다.
“내가 먹을 것은 갓 죽인 고기입니다.”
왕은 생각하였다.
‘이것도 어찌하기 어려운 일이다. 내가 살생하지 않으면 얻을 길이 없다. 그러나 어떻게 하나를 죽여 다른 하나에 주겠는가?’
이렇게 생각하여 마음으로 결정하고 곧 사람을 불러 칼을 가져오게 하고, 자기 다리살을 베어 매에게 주었다. 매는 말하였다.
“살을 내게 주려면 마땅히 그 살과 비둘기의 무게를 같이하여 나를 속이지 마십시오.”
왕은 말하였다.
“저울을 가져와 살과 비둘기의 무게를 달아 보아라.”
그러나 비둘기의 몸은 더욱 무겁고 왕의 살은 더욱 가벼웠다. 왕은 두 다리 살을 모두 베게 하였으나 그래도 가벼워 모자랐다. 다음에는 두 장딴지와 두 젖과 가슴과 등살 등, 온몸의 살을 모두 베어도 비둘기가 더 무거웠다.
그 때 왕은 온몸을 저울에 올려놓자 비로소 비둘기와 무게가 같았다. 매는 왕에게 말하였다.
“대왕님, 이것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왜 이렇게 하십니까? 그 비둘기를 내게 돌려주십시오.”
왕은 말하였다.
“비둘기가 내게 와서 의지하였으니 나는 끝내 그것을 너에게 줄 수 없다. 나는 지금까지 적지 않게 내 몸을 잃었다. 그러나 처음에는 법을 위하지 않고, 아까워하였으나 지금은 부처가 되려고 저울에 올라 앉았으니, 마음으로 결정하여 후회가 없다.”
그 때 여러 하늘과 용과 신과 사람들은 모두 찬탄하였다.
“한 마리 비둘기를 위하여 저처럼 고통한다.”
그리고 그 일은 세상에 드문 일이라, 땅덩이는 크게 진동하였다.
비수도 찬양하였다.
“보살은 진실이요, 거짓이 없다. 이야말로 일체 중생의 복밭이다.”
제석천왕과 비수갈마천은 하늘 몸으로 돌아가서 곧 왕의 몸을 본래와 같이 회복시켰다.
도를 구하기 이와 같아야 비로소 부처가 되는 것이다.
3
옛날 어떤 사람이 남의 심부름으로 멀리 가다가 빈 집 안에서 혼자 잤다.
밤중에 어떤 귀신이 죽은 사람의 시체를 메고 와서 그 앞에 두었다. 그 뒤에 또 어떤 귀신이 쫓아와서 앞에 온 귀신을 꾸짖었다.
“이 시체는 내게 있었는데 왜 네가 메고 왔는가?”
두 귀신은 각기 한 팔씩 잡고 서로 다투었다. 앞의 귀신이 말하였다.
“여기 사람이 있다. 물어 보자.” “이 시체를 누가 메고 왔습니까?”
그는 ‘이 두 귀신은 모두 힘이 세다. 바른 말을 하여도 죽을 것이요, 거짓말을 하여도 죽을 것이다. 아무래도 죽을 바에야 왜 거짓말을 하겠는가’ 생각하고 말하였다.
“앞의 귀신이 메고 왔다.”
뒤의 귀신은 매우 화를 내어 그의 팔을 뽑아 땅에 던졌다. 앞의 귀신은 곧 죽은 사람의 한 팔을 뽑아 보충시켜 주었다.
이와 같이 두 다리·머리·옆구리 등이 모두 뽑히자, 곧 죽은 사람의 그것들로 붙여 주어 본래와 같이 되었다.
이리하여 두 귀신은 바뀐 사람의 몸을 같이 먹고 입을 닦으며 떠났다.
그 사람은 생각하였다.
‘우리 부모가 내 몸을 낳았는데, 나는 지금 내 눈으로 저 두 귀신이 내 몸을 다 먹고 가는 것을 보았다. 지금 내 몸은 모두 다른 사람의 몸이다. 지금 내게는 과연 몸이 있는가. 없는가? 만일 몸이 있다면 그것은 모두 남의 몸이요, 없다면 지금 이와 같은 현재의 이 몸은 무엇인가?’
이와 같이 생각하자, 그 마음이 헷갈리고 어지러워 마치 미친 사람 같았다.
이튿날 아침에 길을 찾아 앞의 나라로 가서, 부처님 탑과 스님들이 있는 것을 보고 말하였다.
“다른 일은 묻지 않겠습니다. 다만 내 몸이 있나 없나를 묻습니다.”
비구들은 물었다.
“그대는 어떤 사람인가?”
그는 대답하였다.
“내가 사람인가 사람이 아닌가도 알 수가 없습니다.”
그는 스님들을 위하여 위의 일을 자세히 이야기하였다. 그러자 비구들은 말하였다.
“이 사람은 나 없음[無我]을 안다. 쉽게 제도될 수 있다.”
그리하여 그에게 말하였다.
“그대 몸에는 본래부터 언제나 나[我]가 없다. 지금만이 아니다. 다만 사대(四大)가 모였기 때문에 내 몸이라고 헤아리는 것이다.”
그는 곧 제도되어 도를 닦아 모든 번뇌를 끊고 아라한의 도를 얻었다.
이것을 가리켜 능히 나 없음을 헤아릴 줄 알면 머지 않아 도를 얻는다고 하는 것이다.
4
계율을 가지는 사람은 되지 않는 일이 없고, 계율을 깨뜨리는 사람은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
마치 어떤 사람이 항상 하늘에 공양하는 것과 같다.
그는 빈궁하여 사방으로 구걸하면서도, 12년이 지나도록 공양하여 부귀를 구하였다. 사람이 이에 뜻을 세웠으므로 하늘도 그 사람을 가엾이 여겨, 그 몸을 나타내어 그에게 물었다.
“너는 무엇을 구하는가?” “나는 부귀를 구합니다. 그리하여 내 마음의 소원을 모두 이루고 싶습니다.”
하늘은 그에게 덕병(德甁)이라는 그릇 하나를 주면서 말하였다.
“그대가 원하는 것이 모두 이 병에서 나올 것이다.”
그는 이 병을 얻어 무엇이나 하고 싶은 것은 뜻대로 되었다. 그리하여 좋은 집과 코끼리·말·수레와 일곱 가지 보배를 두루 갖추어 손님들에게 공급하되 어느 것 하나 모자람이 없었다. 손님은 그에게 물었다.
“그대는 전날 그처럼 빈궁하였는데, 지금은 어떻게 이처럼 부자가 되었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나는 하늘병[天甁]을 얻었다. 그 병에서 이런 갖가지 물건이 나오기 때문에 이처럼 부자가 되었다.” “병을 내어 거기서 나오는 물건을 보여라.”
그는 곧 병을 내어 병 속에서 갖가지 물건을 끌어내었다. 그리고 그는 교만한 마음이 생겨 병을 쥐고 일어나 춤을 추다가, 그만 실수하여 깨뜨리고 말았다. 그리하여 온갖 물건이 한꺼번에 없어졌다.
계율을 가지는 사람은 어떤 묘한 즐거움도 원하여 되지 않는 것이 없다. 그러나 만일 어떤 사람이 계율을 비방하면서 교만하고 방자하면, 마치 저 사람이 병을 깨뜨려 온갖 물건을 모두 잃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하늘의 즐거움이나 열반의 즐거움을 얻으려 하면 부디 계율을 굳게 지켜 그 받은 바를 깨뜨리지 말라. 만일 깨뜨리면 길이 삼악도에 떨어져 괴로움을 받으면서 다시 나올 기약이 없을 것이다.
좋은 과보를 얻으려 하면 항상 선한 마음을 닦고 익히되, 늘 계속하여 끊이지 않게 하라. 그렇게 하면 목숨을 마칠 때에 온갖 악을 물리치고 좋은 과보를 받을 것이다.
왜 그런가. 만일 미리부터 선한 마음을 익히지 않으면 비록 목숨을 마칠 때 마음을 선하게 하려 하여도 갑자기 뜻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비유하면 서방의 어떤 나라에 왕이 있었는데, 그에게는 본래부터 말[馬]이 없었다. 그래서 나라 창고의 재물로 말 5백 마리를 샀다. 그것으로 외적을 막아 나라를 편히 하기에 넉넉하였다.
말을 기른 지 오래되고 온 나라가 일이 없게 되자, 왕은 생각하였다.
‘5백 마리 말이 먹는 것도 적지 않고 또 먹여 기르기도 번거로울 뿐이다. 나라에는 아무 이익도 없는데.’
그리하여 곧 말먹이에게 명령하여 말의 눈을 가리고 멧돌을 끌게 하여 제가 벌어먹고 나라의 창고에는 손해가 없게 하였다. 그 말들은 오랫동안 멧돌을 끌게 되자 도는 것에만 습관이 생겼다.
그 때 이웃 나라에서 갑자기 군사를 일으켜 국경을 쳐들어왔다. 왕은 곧 명령하여 모든 마구(馬具)를 준비하고는 용맹스런 장수가 그 말을 타고 전쟁하는 법대로 말을 채찍질하여 적진을 향해 바로 쳐들어가려 하였다.
그러나 말들은 채찍을 맞고는 모두 돌아 달아나면서 적을 향할 뜻이 없었다. 적군들은 그것을 보고 아무 능력이 없는 줄을 알자, 곧 진격하여 왕의 군사를 크게 쳐부수었다.
그러므로 좋은 과보를 구하려면 목숨을 마칠 때에 마음의 말[心馬]이 어지럽지 않아야 뜻대로 되므로 먼저 마음의 말을 미리 다루어 곧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일 마음의 말을 미리 다루어 곧게 하지 않으면 죽음의 도적이 갑자기 올 때에는 마음의 말은 돌기만 하여 마침내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마치 저 왕의 말이 적을 부수어 그 나라를 보전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수행하는 사람은 항상 선한 마음을 가슴 속에 두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5
빈궁한 사람으로 몸과 입의 소용을 중지하고 그것으로 보시하면 그 복이 한량없다.
비유하면, 옛날의 어떤 국왕이 보시회를 열고 부처님과 스님들을 청하여 갖가지로 공양하였다.
그 때 어떤 빈궁한 노파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어 언제나 구걸하여 목숨을 이어갔다. 그는 왕이 부처님을 청하여 보시회를 연다는 말을 듣고, 속으로 기뻐하여 그에 참여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생각하니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다. 마침 콩이 조금 있어서 그것으로 보태려 하였다. 그러나 문지기는 그가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 때 부처님께서 그의 선한 마음을 보시고, 곧 신통의 힘으로 그 콩을 대중의 밥그릇 안에 두루 떨어지게 하였다.
왕은 그 콩을 보고 곧 찬간지기를 꾸짖었다.
“왜 이 밥에 콩이 있게 하였는가?”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그것은 찬간지기의 허물이 아니오. 그것은 저 밖에 있는 노파가 보시한 것이오. 그는 왕이 보시회를 연다는 말을 들었으나 보탤 물건이 없어 이 콩으로 왕을 도운 것이오. 그래서 이 밥에 콩이 들어 있게 된 것이오.”
부처님께서는 이어 말씀하셨다.
“저 노파의 보시는 비록 보잘것없으나, 그가 얻을 복은 진실로 대왕보다 많을 것이오.”
왕은 말하였다.
“나는 갖가지 음식을 보시하는데 왜 얻는 복이 적으며, 저 노파는 조그만 물건으로 보시하는데 왜 그의 얻는 복이 오히려 많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왕은 비록 갖가지로 공양하지마는, 그것은 모두 백성들에게서 나온 것이라 왕에게는 손해가 없소. 그러나 저 노파는 빈궁하여 콩이 조금 있었을 뿐인데, 그것으로 모두 도왔소. 그러므로 노파는 복을 많이 얻고 왕은 복을 적게 얻는 것이오.”
부처님께서 왕을 위해 갖가지로 설법하시어, 왕과 노파는 모두 도의 자취를 얻었다.
그러므로 복을 닦고 덕을 심는 것은 오직 지극한 마음에 있는 것이니, 법의 모양을 밝게 알면 이루지 못할 걱정이 어디 있겠는가?
6
옛날 한 바라문은 집이 가난하여 암소 한 마리밖에 없었다. 그는 하루에 한 말 되는 소젖으로 살아갔다.
그는 보름날에 스님과 사문을 청하여 공양하면 큰 복덕을 얻는다는 말을 듣고, 소젖 짜기를 중지하였다가 한 달이 되어 한꺼번에 석 섬을 짜서, 그것으로 여러 사문들을 공양하려 하였다.
한 달이 되어 그는 여러 사문들을 많이 청하니 모두들 그 집에 와서 자리에 앉았다.
그 때 그는 들어가 소젖을 짰으나 겨우 한 말을 얻었다.
비록 오랫동안 짜지 않았는데도 그 젖은 많아지지 않았다.
여러 사람들은 그를 꾸짖어 말했다.
“어리석은 사람아, 왜 날마다 짜지 않고 한 달을 두었다가 많이 얻기를 바랐느냐?”
지금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다. 재물이 있을 때에는 많거나 적거나 보시하지 않고, 오래 쌓아 두었다가 한꺼번에 많이 하려 한다. 그러나 덧없는 물과 불과 또 신명은 잠깐도 보전하기 어려워 만일 불행을 만나게 되면 하루아침에 모두 없어져 아무 가질 것이 없게 된다.
재물이 사람의 몸을 위태롭게 하는 것은 마치 독사와 같으므로, 탐하여 집착할 것이 없다.
비유하면 옛날 부처님께서 파사닉왕의 나라에 노닐다가, 땅에 묻힌 창고에 보물이 가득 차 있는 것을 보시고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 독사를 보았느냐?”
아난은 아뢰었다.
“보았습니다.”
그 때 어떤 사람이 부처님 뒤를 따라가다가 이 말을 듣고 궁금히 여겨 가서 보았다. 그는 거기 있는 좋은 보물을 보고는 ‘그것은 거짓으로 꾸민 말씀이다. 이것은 실로 보물인데 독사라고 말씀하신다’고 부처님을 싫어하고, 곧 은밀히 집안 사람들을 데리고 가서 그 보물을 가지고 왔다. 그리하여 큰 부자가 되었다.
어떤 사람이 왕에게 밀고하였다.
“저 사람은 보배 갈무리를 얻어 지니고도 나라에 바치지 않습니다.”
왕은 그를 결박하고 보물을 수색해 모두 싣고 갔다.
그러나 왕은 여전히 믿지 않고 다시 여러 가지 방법으로 고문하여 고통이 가혹하였지마는 그는 자백하지 않았다.
왕은 더욱 화를 내어 그 7족(族)을 모두 죽이려고 수레에 싣고 나갔다. 그리고 가만히 사람을 보내어 그가 무엇이라 하는가 살피게 하였다. 그는 곧 말하였다.
“부처님 말씀은 진실이시다. 그것은 참으로 독사였는데 나는 믿지 않다가 지금 독사에게 죽게 되었으니, 어떻게 하면 좋은가? 혹 독사에게 죽게 되더라도 바로 내 몸만이 받아야 할 것이어늘, 지금 7족에까지 미치게 되었으니, 진실로 부처님 말씀과 같구나.”
사자는 돌아가 이 사실을 자세히 왕에게 아뢰었다. 왕은 그 말을 듣고 곧 그를 불러오게 하여 그에게 말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참으로 큰 공덕을 가지신 어른이시다. 너는 부처님을 기억하고 가서 이 사실을 여쭈어라.”
왕은 매우 기뻐하여 그 보물을 돌려주고는 그를 놓아 가게 하였다.
그는 부처님의 말씀을 생각한 인연으로 죽음의 화를 면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부처님 말씀은 지극한 마음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7
계율을 가지는 사람은 차라리 신명을 잃을지언정 부처님의 교훈은 어기지 않는다. 비유하면, 옛날 어떤 장사꾼이 배를 타고 바다에 나아간 때와 같다.
사연인즉, 어떤 두 사람이 다른 나라로 가려고 짐을 싣고 바다 한가운데에 이르렀을 때 사나운 바람을 만나 파선되었다. 여러 장사꾼들은 각기 제가 의지하는 것을 가지고 겨우 살아나게 되었다.
그 때 아랫자리에 어떤 도인이 널판자 하나를 얻었다.
윗자리의 도인이 그에게 말하였다.
“윗자리를 공경하라고 부처님께서 설법하셨다. 너는 그 널판자를 내게 양보하라. 계율을 범하는 것이 두렵지 않으냐?”
아랫자리 도인은 이 말을 듣고 가만히 생각하였다.
‘어느 것이 중할까? 계율을 지키는 것이 중하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다시 ‘나는 차라리 부처님의 교훈을 지키다가 죽으리라’ 하고, 곧 널판자를 윗자리 도인에게 바치고 그는 바다 속에 빠졌다.
수신(水神)은 그 도인이 그처럼 계율을 지녀 부처님의 교훈을 어기지 않는 것을 보고, 그를 데려다 언덕 위에 올려 놓았다.
그 도인이 지성으로 계율을 가졌기 때문에 온 배의 장사꾼들도 모두 죽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수신은 도인을 찬탄하였다.
“당신은 참으로 계율을 지니는 사람입니다.”
이런 징험이 있기 때문에 ‘차라리 계율을 지니고 죽을지언정 계율을 범하고 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계율의 덕은 믿을 수 있는 것으로서 중생들을 생사의 괴로움에서 건져주는 것이다.
8
일체 중생은 세상의 쾌락에 탐착하여 덧없음을 생각하지 않고 큰 우환을 괴로이 여기지 않는다. 비유하면, 옛날의 어떤 사람과 같다. 그는 어떤 일을 저질러 죽게 되었는데, 감옥에 갇혀 있다가 죽음이 두려워 달아났다.
그 나라 법에, 만일 사형을 받은 어떤 죄수가 탈옥을 하면 미친 코끼리를 놓아 밟아 죽이게 하였다. 그래서 미친 코끼리를 놓아 그 죄수를 쫓게 하였다.
죄수는 코끼리가 오는 것을 보고 빈 우물 속으로 달려 들어갔다. 밑에는 독룡(毒龍) 한 마리가 위를 향해 입을 벌리고 있고, 또 우물 네 귀퉁이에는 독사 네 마리가 각기 있는데, 거기에는 풀뿌리 하나가 있었다. 그 죄수는 오로지 두려운 마음으로 급히 그 풀뿌리를 붙잡았다. 그런데 흰 쥐 두 마리가 그 풀뿌리를 쏠고 있었다.
그 때 그 우물 위에 큰 나무가 있고 그 나무에는 꿀이 있어서, 하루에 한 방울씩 그 사람 입 안에 떨어졌다. 그는 그 꿀맛만 생각하고 다른 일은 생각하지 않으면서 우물에서 나오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성인은 이것을 끌어와 비유로 삼았으니, 감옥은 삼계요, 죄수는 중생이며, 미친 코끼리는 덧없음이요, 우물은 중생의 집이며, 밑의 독룡은 지옥이요, 네 마리 독사는 네 가지 요소[四大]이며, 풀뿌리는 사람의 목숨뿌리요, 흰 쥐와 검은 쥐는 세월[日月]이다.
세월이 사람의 목숨을 쏠아 먹으므로, 목숨은 날마다 줄어들어 잠깐도 머무르지 않는다. 그러나 중생들은 세상 쾌락에 탐착하여 그것이 큰 우환임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수행하는 사람은 항상 덧없음을 관(觀)하여 갖가지 괴로움에서 떠나야 한다.
9
옛날 어떤 인색하고 탐욕 많은 장자가 있었다. 부처님께서 그를 제도하시려고 먼저 사리불을 보내어 보시의 복과 갖가지 공덕을 그에게 설명하였다.
장자는 인색하고 탐욕이 많아 전연 보시할 뜻이 없었다. 그래서 점점 때가 되었을 때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너는 왜 가지 않는가? 내게는 너에게 줄 밥이 없다.”
사리불은 그를 교화하지 못할 줄 알고, 곧 부처님 계신 곳으로 돌아왔다.
부처님께서 다시 목련을 보내어 신통 변화로써 그에게 설법하게 하셨다. 그는 다시 목련에게 말하였다.
“너는 나에게 물건을 얻고자 하여 일부러 그런 요술을 부리는 것이다.”
목련도 그를 교화하지 못할 줄 알고 곧 부처님 계신 곳으로 돌아왔다.
이에 부처님께서 기어코 그의 인색과 탐욕을 깨뜨려 주시려고 몸소 그 집으로 가셨다. 장자는 부처님이 몸소 오시는 것을 보고, 부처님께 예배하고 자리에 들어갔다. 부처님께서 여러 가지 방편으로 설법하셨다.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저는 다섯 가지 큰 보시를 행할 수 있는가?”
장자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나는 조그만 보시도 할 수 없거늘, 하물며 큰 보시이겠습니까? 그런데 다섯 가지 큰 보시란 어떤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다섯 가지 보시란, 첫째가 살생하지 않는 것이니, 너는 할 수 있겠는가?”
장자는 ‘살생하지 않는다는 것은, 우선 나의 재물을 쓰지 않으니 손해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차례로 말씀하시어 술을 마시지 않는 것에 이르러서도, 그는 할 수 있다고 말하였다.
이에 부처님께서 그 장자를 위하여 5계의 이치를 갖가지로 설법하신 뒤, ‘만일 이 5계를 능히 가지면, 그것이 바로 다섯 가지 큰 보시를 모두 행한 것이다’라고 하셨다.
그는 매우 기뻐하여, 허름한 담요 한 장을 부처님께 보시하려고 창고에 들어가 골라 보았으나 허름한 것이 없었다. 그래서 한 장을 가져다 부처님께 드리자, 창고에 있는 다른 담요들이 모두 그것을 따라 부처님 앞으로 왔다.
부처님께서 그 장자의 보시하는 마음이 결정되지 않은 줄을 아시고 그에게 말씀하셨다.
“제석천왕이 아수라와 싸울 때 그 마음이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세 번이나 패하였다가, 뒤에 그 마음을 결정하였으므로 아수라 군사를 크게 부수었느니라.”
장자는 이 말씀을 듣고 부처님은 큰 성인으로서 사람의 마음을 밝게 아시는 줄을 알고, 곧 믿는 마음이 청정하여졌다.
부처님께서 그를 위해 설법하시니 그는 곧 수다원의 도를 얻었다.
이튿날 마(魔)가 그 장자의 마음을 알고, 그것을 부수려고 부처님으로 화하여 장자의 집으로 갔다. 장자는 아직 남의 마음을 아는 지혜를 얻지 못하였기 때문에, 그것이 마인 줄은 알지 못하고 기쁘게 맞이하면서 받들어 자리에 들어갔다.
“잘 오셨습니다.”
부처님 형상을 한 마는 장자에게 말하였다.
“내가 어제 한 말은 모두 부처의 말이 아니다. 너는 빨리 그것을 잊어버려라.”
장자는 이 말을 듣고 못내 이상히 여겨 ‘형상은 부처님인데 그 말이 아니라고 한다면, 마치 사자 가죽을 나귀가 쓴 것처럼, 형상은 사자 같지마는 마음은 나귀다’ 생각하고, 장자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마는 장자의 마음을 알고 곧 제 몸으로 돌아가 장자에게 말하였다.
“나는 일부러 와서 당신을 시험해 보았지마는 당신 마음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경전에 ‘도를 본 사람은 부처님의 말도 믿지 않거늘, 하물며 다른 도를 믿는 사람이겠는가’라고 한 것이다.
장자는 그 이치를 깊이 보아 살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부처님 제자는 반드시 깊은 이치를 이해하여 마의 말과 부처님의 말씀을 모두 자세히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이치는 배우지 않아서는 안 되고, 보시는 행하지 않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10
도를 구해 수행하는 사람은 좋고 아름다운 행상을 탐하지 않아야 한다. 만일 탐하면 그의 공덕의 근본을 부수느니라.
비유하면 옛날 어떤 아라한이 항상 용궁에 들어가 밥을 먹고 용을 위해 설법한 일과 같다.
그는 밥을 먹고 용궁에서 나와 사미에게 발우를 주어 씻게 하였다. 그 발우에 두어 개 밥알이 남아 있어서 사미가 그것을 먹었더니 매우 향기롭고 맛있었다.
사미는 방편으로 스승의 승상(繩床) 밑에 들어가, 두 손으로 승상 다리를 잡고 있다가 때가 되어 승상과 함께 용궁으로 날아 들어갔다.
용은 말하였다.
“이 사미는 아직 도를 얻지 못하였는데 왜 데리고 왔습니까?”
스승은 대답하였다.
“전연 몰랐다.”
사미는 밥을 얻어 먹고, 또 용의 딸이 몸이 단정하고 아름다워 견줄 데 없음을 보고, 매우 탐착하여 곧 서원을 세웠다.
“나는 이 용의 자리를 빼앗아 이 궁전에 살리라.”
용은 말하였다.
“이 뒤로는 다시는 이 사미를 데리고 오지 마십시오.”
사미는 돌아와 일심으로 보시하고 계율을 가지면서 오로지 빨리 용의 몸을 받기를 원하였다.
어느 때 그가 절을 돌 때 발 밑에서 물이 났다. 그는 스스로 반드시 용이 될 줄을 알고, 그 스승이 처음 들어가던 큰 못가에 가서 가사를 뒤집어 쓰고 물에 들어가 곧 죽어 큰 용이 되었다. 그는 복덕이 크기 때문에 곧 먼저의 용왕을 죽여 온 못을 붉게 만들었다.
미처 그렇게 하기 전에 여러 스승과 스님들이 그를 꾸짖을 때 그는 말하였다.
“내 마음은 이미 결정되었고 여러 가지 모양이 이미 나타났다.”
그리고 여러 스님들을 데리고 못으로 가서 보였다.
이런 인연으로, 좋고 향기롭고 아름다운 모양을 탐하지 않아야 한다. 많이 탐하면 선의 뿌리를 잃고 나쁜 길에 떨어지게 되느니라.
11
옛날 어떤 천인(天人)은 누리던 복이 다하게 되어 일곱 가지 징험으로 그것을 스스로 알았다.
첫째는 머리 위의 꽃이 시들고, 둘째는 목 안의 광명이 사라지며, 셋째는 얼굴과 몸이 야위어지고, 넷째는 파리가 와서 몸에 붙고, 여섯째는 옷에 먼지가 앉으며, 일곱째는 저절로 본래의 자리에서 떠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또 복이 다하면 세상에 내려가 나되, 빈궁한 집의 문둥병 든 돼지 새끼로 태어날 것을 알고 근심에 잠겨 있었다.
어떤 다른 천인이 그에게 가서 물었다.
“너는 왜 근심에 잠겨 있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나는 장차 목숨을 마치고 세상에 내려가 문둥병 든 돼지 새끼로 태어날 것이다. 그래서 근심하는 것이다.”
그 하늘은 말하였다.
“지금 석가모니부처님이 도리천에서 그 어머님을 위해 설법하고 계신다. 너는 거기 가서 부처님과 비구 스님들께 귀의하면 그 괴로움을 면하게 될 것이다.”
그는 곧 부처님 계신 곳에 나아가 지극한 마음으로 귀의하다가, 이레 뒤에 목숨을 마치고는 세상의 큰 장자 집에 태어나게 되었다.
그 어머니가 아기를 밴 뒤로는 항상 삼귀의(三歸依) 소리를 들었다. 열 달이 차서 아기를 낳자, 아기는 곧 꿇어앉아 합장하고 말하였다.
“부처님과 법과 스님께 귀의합니다.”
그 어머니는 놀라면서, 이것은 상서롭지 못한 일이라 생각하고 곧 죽여 버리려고 하다가, 다시 생각하였다.
‘장자의 아들을 경솔히 그렇게 할 수 없다. 장자는 몹시 나를 꾸짖을 것이다.’
그리하여 곧 장자에게 가서 그 사실을 자세히 말하자 장자는 말하였다.
“사람들은 세상에 나서 살면서 거룩한 세 분께 귀의할 줄 모르는데, 이 아이는 나자마자 거룩한 세 분을 아니, 이는 신인(神人)이다. 이상히 여기지 말고 잘 기르오.”
그 아이는 복과 재주가 특히 뛰어났으므로 부모는 사랑하고 소중히 여겼다.
아이가 나이 다섯 살이 되었을 때 그 동무들과 길가에서 놀고 있었다.
그 때 사리불과 목련이 그 앞을 지나자, 아이는 그들에게 예배하였다. 사리불이 말하였다.
“어린애가 이처럼 예배하는 것을 아직 보지 못하였다.”
아이는 도인에게 말하였다.
“저를 모르시겠습니까?”
사리불은 곧 선정에 들어 그 전생의 일을 관찰하다가 비로소 저 천인임을 알았다.
아이는 꿇어앉은 채로 사리불과 목련에게 나아가 아뢰었다.
“원컨대, 존자께서는 저를 위해 부처님과 스님들을 청하여, 내일 우리집에 와서 공양하십시오.”
그 분들이 허락하자 아이는 곧 집으로 돌아가 부모에게 아뢰었다.
“아까 사리불과 목련님께 청하여, 내일 부처님께서 집으로 오시어 공양하시도록 하였습니다.”
부모는 매우 기뻐하여 곧 많은 재물을 내어 훌륭한 음식을 준비하였다.
이튿날 부처님께서 대중을 데리고 그 집으로 가셨다.
아이가 예배하였다. 부처님이 자리에 앉으시자, 물을 돌리고 음식을 차려서 잠깐 동안에 공양을 마치고, 부처님께서 그들을 위해 설법하셨다. 그들은 모두 생사가 없는 법의 진리를 얻고, 백천 하늘과 사람들은 위없는 바른 도의 법을 내었다.
그러므로 경(經)에 ‘능히 자비를 다하면 이와 같다’고 말한 것이다.
12
옛날 어떤 소먹이는 사람이 큰 숲 속에서 금빛 꽃의 광명이 아주 좋은 것을 보고 가만히 생각하였다.
‘부처님께서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계신다. 나는 이 꽃을 꺾어다 공양하리라.’
그는 꽃을 여러 섬 꺾어 잔뜩 지고 가다가, 도중에서 소한테 떠받혀 죽었다. 그러나 마음에 부처님이 계셨기 때문에 곧 둘째의 도리천에 났다. 그가 사는 궁전은 아주 넓고 아름답게 장엄하였고, 궁전 사방 육지에는 금빛 꽃이 피어 광명이 두루 비쳤다.
여러 하늘 법에는 사람이 천상에 나게 되면 먼저 전생 일을 관(觀)하여 안 뒤에 하늘 복을 누리게 되어 있다.
그래서 그 천인도 전생 일을 관하여 ‘꽃을 꺾다가 소한테 죽은 것’을 환히 보고, 기뻐하며 찬탄하였다.
“부처님의 복은 한량이 없어 아직 공양도 올리기 전에 그 갚음이 이처럼 훌륭하거늘, 하물며 항상 공덕을 닦음이겠는가?”
그는 다시 그 궁전 가의 꽃을 꺾고, 또 갖가지 공양거리를 만들어 본래 소원을 이루고자 하였다.
여러 하늘들은 그가 꽃을 꺾는 것을 보고 가서 물었다.
“너는 막 와서 복을 받는데, 다섯 가지 향락을 누려야 할 것이어늘, 무엇하러 꽃을 꺾는가?”
그 천자는 대답하였다.
“내가 사람으로 있을 때 부처님께 나아가 꽃으로 공양하려 하다가 마침내 원을 이루지 못하였다. 그런데도 여기 와서 났거늘, 하물며 그 공덕을 지은 이겠는가? 지금 내가 꽃을 꺾는 것은 본래의 소원을 이루고 장래의 복을 더하게 하려는 것이다.”
그 때 여러 하늘들은 다 선한 마음이 생겨 모두 함께 내려가, 풍류를 아뢰면서 하늘 꽃과 하늘 향 등 갖가지로 공양하였다. 그러나 어느 절에서도 아직 부처님은 뵙지 못하였다.
거기 도를 얻은 어떤 상좌 비구가 있어 그들을 위해 설법하였다. 하늘들은 그 법을 듣고 모두 마음으로 기뻐하며 온갖 공덕을 더함으로써 드디어 부처님을 뵙게 되어 온갖 풍류를 아뢰고 여러 가지 훌륭한 꽃을 흩으면서 부처님과 스님을 갖가지로 공양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을 위하여 청정하고 묘한 법을 말씀하시어 그 사람과 8만 4천의 하늘들은 모두 법안이 깨끗하게 되었다.
그 천자와 8만의 하늘은 모두 전생의 선지식으로서 지금 서로 격려하여 한꺼번에 도를 얻은 것이다.
13
옛날 어떤 외국에 큰 부자 장자가 있었다. 그는 외동 아들을 두어 사랑하고 소중히 여겼다.
뒤에 그 아들은 병을 얻어 매우 고생하면서 아무리 치료하였으나 낫지 않다가 드디어 죽게 되었다. 그는 목숨을 마칠 때 일심으로 부처님을 생각하여 부처님께서 형상을 그 앞에 나타내셨다. 그래서 그는 마음이 편안하고 뜻이 고요하여져 곧 하늘에 나게 되었다.
부모는 아들을 생각하여 근심하고 괴로워하면서 자살하고 싶었으나 어찌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를 화장하여 그 뼈를 주워 은병에 넣고 그 달 보름날에는 온갖 맛있는 음식을 그 앞에 차려놓고 슬피 울다가, 땅에 쓰러져 울고 있었다.
천자는 하늘에서 그 부모의 행동을 보고 ‘내가 나타나 교화하지 않으면 그 마음은 끝내 열리지 않을 것이다’ 생각하고 인간에 내려와 나이 8, 9세 되는 어린애가 되어 길가에서 소를 먹이고 있었는데, 소가 갑자기 죽어 땅에 드러누웠다.
아이는 풀을 베어 와서 죽은 소 입에 대고 지팡이로 소를 때리면서 일어나서 이 풀을 먹으라고 외쳤다. 부모와 노·소들은 그 아이의 하는 짓을 보고 모두 웃으면서 앞으로 가서 물었다.
“너는 누구 집 아이기에 그처럼 어리석으냐? 소는 이미 죽었는데 풀을 입에 댄다고 해서 과연 먹겠느냐?”
아이는 도로 웃으면서 말하였다.
“내 소는 지금 죽었지마는 아직 머리와 입은 그대로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풀을 먹지 않거늘, 하물며 당신 아들은 이미 죽은 지 오래요, 또 불에 타고 남은 뼈만 땅에 있는데 맛있는 음식을 그 앞에 차려 놓고 더구나 울기까지 하여, 과연 그것을 먹겠습니까?”
그 아버지 마음이 곧 열리어 아이에게 물었다.
“너는 어떤 사람인가?”
아이는 대답하였다.
“저는 바로 장자님의 아들입니다. 나는 지금 부처님의 은혜로 천상에 나게 되었는데, 부모님이 너무 슬퍼하고 괴로워하시는 것을 보고, 와서 교화하는 것입니다.”
아버지는 마음이 열리어 매우 기뻐하며 다시 시름하지 않았다. 그리고 천자는 어느새 사라졌다.
부모는 집에 돌아와 크게 보시를 행하고 계율을 받들어 가지며, 경전을 읽고 도를 행하여 수다원의 과(果)를 얻었다.
14
옛날 오랜 겁 전에 어떤 절이 있었는데, 거기에는 수천의 사문들이 함께 살면서 사미 수백 명을 보내어 걸식해다가 스님들에게 이바지하게 하되, 하루에 쌀 한 섬씩 얻어 오게 하고, 또 스승은, 하루에 게송 한 구절씩 외우게 하였다.
어떤 사미가 저자 복판을 지나면서 게송을 외웠다.
그 때 점방 위의 어떤 현자는 사미가 게송 외우는 것을 보고 예하고 물었다.
“도인은 어떤 글을 외우십니까?”
사미는 대답하였다.
“밥을 빌어 스님께 이바지하고 또 게송 한 구절씩을 외웁니다.” “만일 아무 하는 일이 없으면 몇 게송이나 외우겠습니까?” “여나믄 구절의 게송을 외울 것입니다.” “몇날 동안 걸식할 것입니까?” “90일 동안 걸식하여 90섬의 쌀을 얻어야 합니다.”
현자는 도인에게 말하였다.
“돌아가서 편안한 마음으로 경전을 외우시오. 쌀은 내가 대신 공급하리다.”
사미는 매우 기뻐하였다. 그리고 현자는 쌀 90섬을 주었다. 사미는 돌아가 스승에게 알리고, 곧 한가히 경전을 읽어 석 달을 지낸 뒤에는 천 4백 구절의 게송을 외웠다. 그 사미는 스승에게 아뢰었다.
“경전을 외워 마쳤으니, 저 단월의 집에 가서 시험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스승은 곧 허락하였다. 그는 현자에게 가서 말하였다.
“당신의 중한 은혜를 입고 편안히 경전을 외우게 되어 이제 다 마쳤기 때문에 지금 와서 말하는 것입니다.”
사미는 글을 외우는데, 흐르는 물처럼 내려가 빠뜨리거나 걸림이 없었다.
현자는 기뻐하며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였다.
“원컨대, 나도 오는 세상에는 총명하고 지혜로워 두루 통달하고 많이 들어 잊지 않으리라.”
그는 이 복과 원으로 태어나는 세상마다 밝게 알고 좋게 기억하다가 부처님이 세상에 나오시자 현재 그 제자가 되었으니, 이름은 아난으로서, 항상 부처님을 모시면서 독특한 변재와 널리 듣기로 제일이 되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때의 그 현자는 바로 지금의 아난이니라. 대개 공부하는 이를 돕고 원을 세우면 그 공덕은 헛되지 않나니, 그 복의 갚음으로 말미암아 이처럼 원대로 된 것이다.
수미산 남쪽에 큰 나무가 있는데 높이는 4천 리로서 많은 발차새[鉢叉鳥]가 위에 깃들고 있었지마는, 언제나 나무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다가 그 형상이 메추리 같은 어떤 작은 새가 그 위에 머무르자 나무는 곧 흔들렸다. 그래서 발차새는 그 나무신에게 물었다.
‘알 수 없구나. 우리 몸은 무거운데도 조금도 움직이지 않더니, 저 작은 새는 크지도 않은데 왜 움직이는가?’
나무신은 말하였다.
‘저 새가 비록 작으나 큰 바다 밑에서 순전히 금강만 먹다가 왔다. 금강이 떨어지는 곳에는 어떤 물건도 모두 다 부서진다. 그래서 나는 매우 두려워 평온할 수가 없어서 그러는 것이다.’
경전에서 이것을 비유로 삼는 것은 만일 어떤 범인이 경전의 한 구절을 깊이 이해하여 입으로 외우고 마음으로 생각하더라도, 몸 속의 세 가지 독과 네 가지 마(魔)와 8만 번뇌의 문이 모두 스스로 편안해 하지 못하거늘, 하물며 온갖 법을 두루 알아 세상의 다리[橋]가 되는 이겠는가?”
15
부처님께서 목련에게 말씀하셨다.
“그대의 상대가 오려 한다.”
목련은 대답하였다.
“저에게는 신통의 힘이 있어서 수미산을 뛰어넘습니다. 그러므로 만일 상대가 동쪽에서 오면 저는 곧 서쪽으로 향할 것이요, 북쪽에서 오면 저는 곧 남쪽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그런데 그가 어떻게 저를 붙잡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죄와 복은 자연(自然)이어서 피할 수 없느니라.”
그리하여 그는 쉬지 않고 멀리 날아가다가 산중에 떨어졌다.
그 때 수레바퀴살을 만드는 늙은이가 있었다. 마침 목련이 그 앞에 떨어지는데 형상이 귀신 같았다. 늙은이는 그것을 나쁜 물건이라 생각하고 바퀴살을 들고 때려 그 몸을 부러뜨렸다.
목련은 바퀴살에 맞아 매우 부끄럽고 괴로워서 본래의 의식을 모두 잃었다.
부처님께서는 그를 가엾이 여겨 그에게 위신을 주셨다. 그때서야 그는 스스로 생각하고 본래의 형상으로 돌아갔다.
그 바퀴살을 만드는 늙은이는 바로 목련의 전생 아버지였다. 전생에 그는 아버지와 다투면서 가만히 생각하였다.
‘이 늙은이를 때려 죽여 뼈를 부러뜨려 놓으면 시원하겠다.’
그래서 이런 죄의 재앙을 받은 것이니 부디 불효(不孝)의 죄를 짓지 말아야 한다.
그러므로 사람이 세상에 나서 살 때에는 마음과 입을 삼가하여 부모를 효도로써 부양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16
옛날 어떤 사문이 풀속 길을 지나가는데, 큰 뱀이 사문을 불렀다.
“화상 도인.”
도인은 놀라 좌우를 살펴보았다. 뱀이 말하였다.
“도인은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원컨대, 나를 위해 설법하여 나로 하여금 이 죄의 몸을 벗도록 해 주십시오.”
뱀은 이어 말하였다.
“도인은 아기달왕(阿耆達王)의 이름을 들었습니까?” “들었다.” “내가 바로 그이입니다.”
도인은 말하였다.
“아기달왕은 절을 많이 지어 공양한 공덕이 훌륭하시므로 천상에 날 것인데, 무슨 인연으로 그렇게 되었는가?”
뱀은 말하였다.
“내가 목숨을 마치려 할 때, 곁에 있던 사람이 내 얼굴에 부채를 떨어뜨려 나를 성내게 하였기 때문에 나는 뱀의 몸을 받았습니다.”
도인은 곧 그를 위해 설법하였다. 그는 일심으로 즐겁게 그 설법을 듣고 이레 동안 먹지 않다가 목숨을 마치고 하늘에 났다. 그리고 그 뒤로 몇 달 동안 부처님께 꽃을 흩었으므로 사람들은 이상히 여겼다.
뱀은 허공에서 말하였다.
“나 아기달왕은 도인의 은혜를 입어 법을 듣고 천상에 났다. 그래서 지금까지 꽃을 받들어 부처님 은혜를 갚는 것이다.”
그러므로 목숨을 마치려 하는 사람들 곁에서 모시는 사람은 그 병자의 마음을 잘 보호하지 않아서는 안 되느니라.
17
외국의 어떤 사람이 살림을 잘 살아 금과 은 수천 근을 얻었다. 그는 그것을 매우 소중히 여겨 땅속에 감춰 두려 하였으나, 지렁이나 벌레나 쥐가 침로할까 두려웠고, 늪 속에 감춰 두려 하였으나 여우나 삵괭이 따위의 들짐승이 가져갈까 두려웠고, 또 집안의 안팎 사람이나 형제와 처자들도 미덥지 않아서 다시 품속에 가졌으나 드나들 때나 오갈 때에 잃어버릴까 항상 두려워하였다.
그 때 장재(長齋)하는 달이 되어 네 무리 제자들은 모두 절에 가서 향을 피우며 꽃을 뿌렸다. 그는 이렇게 하는 것을 두루 보았다.
또 그는, 절 앞에 큰 발우가 있는데, 네 무리 제자들이 탑을 돌면서 금·은과 돈과 물건을 그 발우 안에 던지는 것을 보고 그들에게 물었다.
“왜 그 보배를 발우 안에 던져 두는가?”
도인은 대답하였다.
“이것을 보시라 하고, 둘째는 창고라 하며, 셋째는 썩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진실로 저 사람 말과 같다면 내가 구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생각하고 그가 가졌던 금과 은을 모두 그 발우에 넣어 두었다.
도인은 그를 위해 축원한 뒤에 말하였다.
“든든하다는 것은 물도 쓸어가지 못하고 불도 태우지 못하며 도적이나 원수도 침해하지 못한다는 것이요, 보배 창고에 넣어 두면 언제나 썩지 않아 장래에 백천만 곱의 갚음을 받을 것이니, 그러므로 보시라 한다.”
그는 마음이 열려 한량없이 기뻐하다가 그 탑 앞에서 이내 수다원의 도를 얻었다.
그러므로 지극한 마음으로 복을 지으면 그 공은 헛되지 않아 스스로 도를 얻게 되느니라.
18
옛날 작리사(雀離寺)에 아라한의 도를 얻은 어떤 장로 비구가 있었다.
그는 한 사미를 데리고 산에서 내려와 장안으로 구경하러 들어가면서, 가사와 바루가 크고 무거워 사미를 시켜 그것을 가지고 뒤를 따라오게 하였다.
도중에서 사미는 생각하였다.
‘사람이 세상에 나면 괴로움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이 괴로움을 면하려면 어떤 도를 닦아야 할까?’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부처님께서는 항상 보살이 훌륭하다고 찬탄하신다. 나도 이제 보살의 마음을 내리라.’
이렇게 생각하자, 그 스승은 곧 남의 마음 아는 신통으로 그가 생각하는 것을 비추어 보고 사미에게 말하였다.
“그 가사와 발우를 이리 가지고 오라.”
사미는 가사와 발우를 가져다 스승에게 드렸다. 스승은 사미에게 말하였다.
“네가 앞서 가라.”
사미는 앞서 가면서 다시 생각하였다.
‘보살의 도는 매우 힘들고 괴로운 것이다. 머리를 달라면 머리를 주고, 눈을 달라면 눈을 주어야 한다. 이 일은 극히 어려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차라리 일찍 아라한이 되어 빨리 괴로움을 떠나는 것만 못하다.’
스승은 또 그 생각하는 것을 알고 사미에게 말하였다.
“너는 도로 이 가사와 발우를 가지고 내 뒤를 따라오라.”
이렇게 세 번 되풀이하였다. 사미는 놀라고 이상히 여기면서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하여, 스승 앞에 나아가 합장하고 아뢰었다.
“무슨 뜻입니까?”
스승은 대답하였다.
“네가 보살의 도에 세 번 나아갔기 때문에 나도 세 번 너를 밀어 앞에 세웠고, 네 마음이 세 번 물러났기 때문에 나는 너를 밀쳐 뒤에 세웠다. 그렇게 한 까닭은, 보살의 마음을 내는 그 공덕은 삼천세계에 가득 차게 아라한을 성취한 것보다 훌륭하기 때문이다.”
19
옛날 가섭부처님 때에 어떤 두 형제가 함께 집을 나와 사문이 되었다. 형은 계율을 지키고 좌선하기를 좋아하여 일심으로 도를 구하였으나 보시하기를 좋아하지 않았고, 아우는 보시하기를 좋아하여 복을 닦았으나 계율을 깨뜨리기를 좋아하였다.
석가문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시자, 그 형은 부처님을 만나 집을 떠나 도를 닦아서 곧 아라한이 되었다. 그러나 유독 복이 엷어 항상 의식(衣食)의 모자람을 걱정하였고, 여러 동무들과 돌아다니면서 걸식하였으나 언제나 그 혼자만은 배불리 먹지 못하고 돌아왔다.
아우는 코끼리로 태어나 힘이 세어 적을 잘 물리쳤기 때문에 왕의 사랑을 받았다. 그래서 왕은 좋은 금·은과 보배 영락으로 그 몸을 장식하고 수백 호(戶)의 읍(邑)을 봉(封)해 주고 그의 필요에 따라 무엇이나 공급하였다.
그 때 그 형 비구는 세상의 큰 흉년을 만나 이레 동안이나 다니면서 걸식하였으나 얻지 못하다가, 마지막에야 거친 밥을 조금 얻어 겨우 목숨을 보존하였다.
그는 그 코끼리와 전생에 형제였던 것을 알고, 곧 코끼리 앞에 나아가 손으로 코끼리 귀를 잡고 말하였다.
“나는 너와 함께 죄가 있다.”
코끼리도 비구의 말을 생각하다가 스스로 전생 일을 아는 신통을 얻어 전세의 인연을 보고는, 곧 근심에 잠겨 다시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코끼리를 맡은 사람은 두려워하여 왕에게 가서 아뢰었다.
“코끼리가 아무것도 먹지 않는데 그 뜻을 모르겠습니다.”
왕은 그에게 물었다.
“어떤 사람이 그 코끼리를 건드린 일이 있는가?” “다른 사람은 없었고, 어떤 사문 코끼리 곁에 조금 있다가 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왕은 곧 사람을 보내어 사방으로 그 사문을 찾게 하였다. 어떤 사람이 숲속에서 그를 발견하여 왕의 앞으로 데리고 갔다.
왕은 사문에게 물었다.
“내 코끼리 곁에 와서 무어라고 한 말이 있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여러 말은 하지 않았고 코끼리에게 ‘나는 너와 함께 죄가 있다’고 말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사문은 왕에게 전생의 인연을 자세히 설명하였다.
왕은 그 사정을 이해하고, 사문을 놓아주어 사는 곳으로 돌아가게 하였다.그러므로 복을 닦는 사람은 계율과 보시를 겸해 행하여 치우쳐 고집하지 않아야 하나니,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공덕을 갖추지 못한다.
20
옛날 한 비구가 비구들에게 배척을 당하여 눈물을 흘리면서 슬피 울고 가다가 길에서 한 귀신을 만났다. 그 귀신은 법을 범하여 비사문천왕에게 쫓겨났던 것이다.
그 때 귀신은 비구에게 물었다.
“너는 무슨 일로 울면서 가는가?”
비구는 대답하였다.
“나는 교단의 법을 범하여 배척을 당하였기 때문에 모든 시주들의 공양을 잃고, 또 나쁜 이름이 사방에 퍼졌다. 그래서 울며 탄식하는 것이다.”
귀신은 비구에게 말하였다.
“나는 너의 나쁜 이름을 없애고 크게 공양을 받도록 하리니, 내 왼쪽 어깨에 올라서라. 내가 너를 메고 허공을 날아가면 사람들은 너만 보고 나는 보지 못할 것이다. 만일 네가 많은 공양을 얻으면 먼저 내게 주어야 한다.”
귀신은 곧 그 비구를 메고 먼저 배척을 당했던 마을의 허공을 날아갔다. 그러자 마을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모두 놀라고 이상히 여겨 도를 얻었다 생각하고, 저희끼리 말하였다.
“승려들이 이유 없이 억울하게 도를 얻은 사람을 배척하였구나.”
그리하여 그들은 모두 그 절에 가서 스님들을 꾸짖고, 그 비구를 맞이하여 절에서 살도록 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많은 공양을 얻었다. 그 비구는 얻은 의식과 온갖 물건을 먼저 그 귀신에게 주어 본래 약속을 어기지 않았다.
다른 날 그 귀신은 또 그 비구를 메고 공중으로 날아다니다가, 바로 비사문천왕의 관속을 만났다. 귀신은 그 심판관을 보고 매우 놀라고 두려워, 비구를 버리고 힘껏 달아났다.
그리하여 그 비구는 땅에 떨어져 온몸이 부서져 죽었다.
이 비유는 수행하는 사람은 마땅히 향하는 바를 스스로 닦아야 하고 어떤 큰 세력을 믿고 의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인데, 만일 그렇게 하면 하루아침에 망하는 것이 저 비구와 다름이 없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21
옛날 목련이 그 제자들과 함께 기사굴산에서 내려와 왕사성으로 가서 걸식하였다.
그는 도중에서 허공을 쳐다보고 빙그레 웃었다. 제자들은 물었다.
“왜 웃으십니까?”
그는 대답하였다.
“그대들이 알고 싶으면 부처님께서 계신 곳에 돌아가 다시 물으라.”
이에 걸식을 마치고 부처님께서 계신 곳에 돌아가, 그 제자들은 다시 아까 웃던 뜻을 물었다.
그는 대답하였다.
“나는 허공 중의 어떤 아귀를 보았는데, 몸은 매우 크고 얼굴은 추악하였다. 뜨거운 쇠구슬 일곱 개가 그 입으로 들어가서는 바로 내려가고, 내려가서는 다시 그 입으로 들어갔다. 온몸이 불에 타 고통스러워하며 뒹구는데 쓰러졌다가는 일어나고 일어나서는 다시 쓰러졌다. 그래서 웃었을 뿐이다. 이것은 나만 보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께서도 보시는 것이다.”
제자들은 물었다.
“어떤 인연으로 그처럼 고통을 받습니까?”
목련은 대답하였다.
“너희들은 그것을 부처님께 여쭈어 보라.”
제자들은 곧 부처님께 여쭈어 그 인연을 물었다.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그 아귀는 전생에 사미였다. 마침 세상에 큰 흉년이 들어 그들은 콩만 먹고 살았다. 사미는 여러 스님들을 위해 콩을 돌릴 때, 그 스승 앞에 이르러서는 콩 일곱 개를 집어 치우치게 많이 주었다. 그 죄로 아귀의 몸을 받아 저처럼 고통스러워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
“나도 늘 보지마는, 말하지 않는 것은 사람들이 그 말을 믿지 않고 아주 큰 죄를 받을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니라.”
이 비유는 부처님께서 반야(般若)를 설명하실 때 그것을 믿지 않고 비방하면, 그 죄는 다섯 가지 역죄[五逆罪]보다 중하고 지옥의 가혹한 고통을 받는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22
옛날 어떤 거사가 있었는데 그 부인이 아이를 배었다. 부처님을 집으로 청하여 공양을 마치고, 부처님으로 하여금 그 부인을 점쳐 아들을 낳을까, 딸을 낳을까를 알고자 하였다.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반드시 아들을 낳는데 얼굴이 뛰어나게 단정할 것이요. 자라서는 인간에서 천상의 즐거움을 받다가 뒤에는 아라한의 도를 얻을 것이오.”
거사는 그 말을 듣고도 의심하여 믿지 않았다.
그 뒤 거사는 다시 외도의 여섯 스승을 청하여 공양을 마치고, 다시 점치게 하기 위하여 여섯 스승에게 말하였다.
“전에 사문 구담을 시켜 점치게 하였더니, 반드시 아들을 낳으리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참으로 아들일지 모르겠습니다.”
여섯 스승은 말하였다.
“딸을 낳을 것이오.”
여섯 스승들은 부처님의 법을 미워하기 때문에 굳이 반대하려 하다가, 다시 돌이켜 생각하기를 만일 아들을 낳으면 반드시 저 거사는 우리를 버리고 구담을 섬길 것이라 해서 이내 거짓으로 말하였다.
“거사여, 그대 아내는 아들은 낳을 것이오. 그러나 아들을 낳은 뒤에는 장차 큰 화가 생겨 집안의 친족이 일곱 대(代)가 끊어질 것이오. 이렇게 불길(不吉)하기 때문에 우리는 아까 딸을 낳을 것이라고 거짓으로 말한 것이오.”
거사는 이 말을 듣고 당황하여 어쩔 줄을 몰랐다.
여섯 스승들은 다시 거사에게 말하였다.
“만일 그런 화를 면하려면 저 아이를 없애 버려야 하오.”
여섯 스승들은 여자의 배를 문질러 아이를 떨어뜨리려 하였다. 그 때 쉬지 않고 자꾸 배를 문질러 그 여자는 그만 죽고 말았다. 그러나 아이는 죽지 않았다. 그것은 전생에 지은 복덕 때문이었다.
거사는 곧 그 부인을 묘지(墓地)에 가져다 두고 나무를 쌓아 불을 붙이니 불꽃이 한창 성하였다. 그 때 부처님께서는 제자들을 데리고 거기 가시었다. 부인의 몸은 다 허물어지지마는, 그 아이는 연꽃 위에 앉아 단정하고 아름다워 그 얼굴이 눈과 같음을 보시고 부처님은 기역(耆域)에게 명령하셨다.
“저 아이를 안고 오라.”
기역은 곧 아이를 안고 나와 거사에게 돌려 주었다.
거사는 그 아이를 길러 나이가 열여섯이 되자, 재주와 아름다움이 남보다 뛰어났다. 거사는 맛있는 음식을 많이 장만하여 여섯 스승들을 청하였다. 여섯 스승들은 앉은 지 오래지 않아 픽 웃었다. 거사는 물었다.
여섯 스승들은 대답하였다.
“왜 웃으십니까?” “저 5만 리 밖에 산이 있고 그 산 밑이 물이 있는데, 어떤 원숭이 한 마리가 그 물에 떨어졌소. 그 때문에 웃었소.”
아이는 그 말이 거짓임을 알고, 발우에 갖가지 국을 담고 그 위에 밥을 덮어 사람을 시켜 갖다 주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는 발우 밑에 밥을 담고 그 위에 국을 부어 주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밥을 먹었으나 오직 여섯 스승들만은 화를 내면서 먹지 않았다. 주인은 물었다.
“왜 먹지 않습니까?”
여섯 스승들은 대답하였다.
“국이 없는데 어떻게 먹겠소.”
주인은 말하였다.
“당신들 눈은 5만 리 밖의 원숭이가 물에 떨어지는 것은 보면서 어째서 밥 밑에 있는 국은 보지 못합니까?”
그러자 여섯 스승들은 매우 성을 내어 끝내 먹지 않고 돌아갔다.
그들은 돌아가는 길에 시리구다(尸利求多)에게 말하였다.
“그 사람은 그 누이를 시리구다의 아내로 주었다.”
시리구다도 화를 내면서 여섯 스승들에게 말하였다.
“구담은 바로 그들의 스승이요, 내가 큰 스승이니 데리고 오라.”
그러면서 헐고 욕하였다.
그래서 불구덩이와 독이 든 밥을 만든 것이다.
이 비유는 극히 복잡하므로 낱낱이 들 수 없다. 그러므로 간략히 그 요점만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