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바제수기경(差摩婆帝授記經)

차마바제수기경(差摩婆帝授記經)

원위(元魏) 보리류지(菩提流支) 한역(漢譯) 김철수 번역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때 부처님께서는 왕사성(王舍城)의 기사굴산(耆闍崛山)에서 큰 비구들 2만 명과 함께 계셨다. 많은 보살들도 있었으니, 미륵보살과 문수사리 등 여러 큰 보살들이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이른 새벽에 옷을 갖추어 입으신 다음 발우를 드셨다. 미륵보살이 바로 뒤따르며 수행하였고, 함께 왕사대성(王舍大城)으로 들어가 탁발을 하시다가, 마침내 빈바사라(頻婆娑羅)대왕의 궁전에 이르러 들어가려고 하셨다.

그때 빈바사라대왕의 부인인 차마바제(差摩婆帝)가 층층으로 지어진 누각 위에 있는 것이 보였다.

그 부인은 세존을 바라보자 마음이 더욱 청정해져 누각에서 내려와 매우 값비싼 옷감인 파도나(波都拏)를 깔았다. 여래께서는 그 위에 앉으셨고, 미륵보살은 니사단(尼師壇)1)에 앉았다.

세존과 미륵보살 두 분이 모두 자리하시고 나자 왕의 부인 차마바제는 갖가지 장엄구로 그 몸을 장엄하고 세존의 발에 예를 올렸고, 아울러 미륵보살에게도 예를 올려 공경하였다. 그녀는 세존 앞으로 나아가 용모를 단정히 하고 바르게 앉아서 마음으로 공경하는 마음을 내어 설법을 듣고자 하였다.

그때 세존께서는 왕의 부인 차마바제가 일체의 장엄구로 몸을 장엄한 것을 보시고는, 일체 중생을 이익되게 하고 모든 중생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것임을 아시고 차마바제부인에게 물으셨다.

“차마바제여, 그것을 일컬어 무슨 나무라 하는가? 그대의 몸에 지금 걸치고 있는 이와 같은 과실은 제일가는 빛깔이 있고, 단엄(端嚴)하며, 뛰어나게 오묘하구나.”

그때 왕의 부인 차마바제가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제일가는 대장부께서 
아시는 까닭에 저에게 물으시길 '그 나무는 무슨 나무이기에 
그대가 이와 같은 과실을 걸치고 있는가?' 하시네.



그 나무의 이름은 복혜(福慧)이며 
제가 지난 세상에서 심었던 것입니다.


이 과실은 그 나무의 것이기에 
제가 지금 이와 같이 먹고 있습니다.



또한 이미 그 나무를 
바르게 깨달은 성문(聲聞)의 땅에 심었기에 
보살도에 편안히 머물러 
정각자(正覺者)의 땅을 구하였습니다.



계(戒)의 청정한 물로 적셔 
그 나무를 자라나게 하니 
그 나무가 다 자라나서 
이 단엄(端嚴)한 과실을 맺었습니다.



인욕(忍辱)과 정진력(精進力)이 
이 나무를 자라게 할 수 있으니, 
이 나무가 다 자라게 되면 
이 티 없는 과실을 맺는 것입니다.



선혜(禪慧)는 꽃을 피게 하여 
이 나무를 단아하게 장엄하니 
제가 지금 이 과실을 먹는 것은 
세존께서 보시는 바와 같습니다.



예컨대 나무와 숲과 과실 등은 
모든 것을 산에 의지하며 
가지나 잎사귀 등이 자라나 
위아래가 모두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와 같이 이 큰 나무도 
제가 전세(前世)에 잘 심은 것이니 
모든 중생을 이익되게 하여 
모든 불법(佛法)을 얻기 위해서였습니다.



이와 같은 복덕(福德)의 나무에서 
저는 오로지 그 꽃만을 원하였으나 
지금 또한 이것을 먹으니 
과실은 오히려 뒤에 있는 것입니다.



제일가는 보리(菩提)의 과실은 
위없는 부처님의 보리이니 
부녀자들이나 열등한 몸을 가진 이들에게 베풀어 
후에 반드시 그 과실을 얻게 할 것입니다.


저는 마땅히 대장부가 되고 
중생 가운데 상품(上品) 중의 상품이 되어 
모든 법을 증득하고 피안에 이르러 
일체지(一切智)로 두루 살펴볼 것입니다.



저는 중생들이 
일체의 괴로움과 두려움을 벗어나 
모두 저에게 귀의하게 하리니 
일체의 중생들을 가엾이 여기겠습니다.

그때 세존께서 왕의 부인 차마바제에게 이와 같이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차마바제여.

그대는 이와 같이 많은 사람들을 이익되게 하고, 많은 사람들을 안락하게 하며, 세간 사람들을 연민하고, 또한 일체의 대중과 천상, 인간 등을 이롭고 안락하게 하는구나.”

그때 왕의 부인 차마바제가 부처님께서 찬탄하신 말씀을 듣고 나서, 세존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몸은 32가지 대장부의 모습과 80종호(種好)를 갖추었으니, 어떤 인연으로 열 가지 여래의 힘[如來十力]2)과 네 가지 두려움 없음[四無所畏]3)과 네 가지 걸림 없음[四無礙]4)을 얻을 수 있습니까? 또한 18 가지 2승(乘) 등이 함께 할 수 없는 부처님의 법[十八不共佛法]5)과 지극한 자(慈)ㆍ비(悲)ㆍ희(喜)ㆍ사(捨)6) 등의 이와 같이 갖가지 한량없고 비견할 수 없고 말로는 다할 수 없는 무수한 불법은 어떻게 생기는 것입니까?”

왕의 부인 차마바제가 이와 같이 여쭙고 나자,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나 또한 그와 마찬가지로 
지난 세상[往世]에 이 나무를 심어 
중생을 이롭게 하고 
바르게 깨닫는 지혜[正覺智]를 희구했다.



보시ㆍ지계ㆍ인욕과 
정진ㆍ선(禪)을 닦아 모았으며 
다시 일체의 시간에 
항상 선혜(善慧)를 익혔다.



모든 중생에 대하여 
일찍이 악한 마음을 내지 않았고 
늘 평등한 마음을 행하여 
오늘날 성불하게 되었다.



항상 좋아하는 것이든 좋아하지 않는 것이든 
착한 벗이든 원수이든 평등하게 대하여 
평등한 마음을 얻고 나면 
복덕의 나무가 자라나게 된다.



나의 이 몸이라는 큰 나무는 
한량없는 공덕을 지니고 있으므로 
일찍이 전륜성왕이 되기도 하였고 
또한 제석왕이 되기도 하였다.



다시 대범왕(大梵王)이 되어 
갖가지 많은 부귀와 즐거움과 
불가사의한 불법과 
32상(相) 등을 지금 다시 얻었다.

왕의 부인 차마바제가 부처님께서 이와 같은 여러 공덕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나서, 곧 찬탄하였다.

“훌륭하십니다.

세존께서 하신 말씀은 지극한 기쁨을 낳습니다.”

곧 여래를 향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다.

뛰어난 사람 가운데 가장 뛰어난 분께 
이와 같이 수순(隨順)하여 배우니 
근본을 배움은 훌륭한 배움이어서 
가없는 공덕의 바다입니다.



제가 이제 부처님 법을 배웠으니 
온갖 공덕으로 피안(彼岸)에 이르고 
마땅히 생사의 괴로움을 떠나 
이와 같은 모니(牟尼)의 지위를 얻을 것입니다.



저는 본래 태어난 모든 곳에서 
일찍이 보시를 행하였으니 
바라건대 저 일체의 복으로 
부처님의 무등지(無等智)를 얻었으면 합니다.



과거와 현재에 태어나는 모든 곳에서 
저는 금계(禁戒)를 수호하고 간직하였으니 
바라건대 저 일체의 복으로 
반드시 여래의 지혜[如來智]를 얻었으면 합니다.



저는 인욕과 정진과 
삼매와 반야 등을 닦았으니 
바라건대 이와 같은 일체로 
모두 부처님 법을 성취하였으면 합니다.



저는 몸과 입과 마음의 업으로 
온갖 선행(善行)을 닦았으니 
바라건대 큰 보리를 얻어 
부처님의 지혜와 공덕을 구했으면 합니다.



저는 부녀자의 몸을 버리고 
뛰어난 대장부의 몸을 얻으며, 
저 장부의 몸을 얻고 나서는 
다음으로 부처님의 몸을 얻었으면 합니다.



뛰어난 보리를 얻고 나면 
위없는 법륜(法輪)을 굴려서 
생사의 지옥에 매여 있는 
중생들을 벗어나게 하겠습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왕의 부인 차마바제에게 게송으로써 그녀의 훌륭함을 찬탄하였다.

훌륭하구나, 이렇게 말하다니.


훌륭하구나, 마음속 착한 바람이여, 
그대는 마땅히 마(魔)를 깨부수고 
정각을 이룰 것이다.

그때 왕의 부인 차마바제는 세존께서 직접 수기(授記)하시는 것을 듣고서, 너무 기뻐 뛰어난 마음을 일으켜 결정적인 마음[決定意]을 내었고, 많은 것들로 부처님을 받들었으니, 거타니식(佉陀尼食)7)ㆍ포사니식(蒲闍尼食)8)ㆍ사타니식(娑陀尼食) 등을 공양하여 모든 것들이 풍족하였다.

이와 아울러 미륵보살마하살에게도 음식을 받들어 공양하였다.

그때 세존께서는 음식을 드셨고, 다 드신 뒤에는 발우를 놓고 손을 씻으셨으며, 손을 씻으신 뒤에는 왕의 부인 차마바제를 위하여 다시 법을 설하셔서, 보이시고 가르치시고 권하시고 인도하시어 환희하게 하신 다음 수기(授記) 하시면서 말씀하셨다.

“차마바제여, 그대는 미래에 무량겁(無量劫)을 지나 마땅히 부처가 될 것이니, 그 명호는 공덕보승(功德寶勝) 여래ㆍ응공(應供)ㆍ정변지(正遍知)ㆍ명행족(明行足)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士)ㆍ조어장부(調御丈夫)ㆍ천인사(天人師)ㆍ불세존(佛世尊)이다.

그대의 부처님 세계는 제일로 청정하고, 악도(惡道)나 괴로운 일이 없을 것이며, 마음이 기쁘고 즐겁고 장엄(莊嚴)이 오묘하여 제일가는 청정한 보살의 처소가 될 것이니, 이와 같이 장엄하고 청정한 부처님의 세계를 그대는 마땅히 얻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와 같은 법문을 설하실 때 수천 명의 많은 우바새들이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냈으며, 인간과 천상 세간(世間)의 수천 명의 중생들이 법에 대해 의심하지 않고 수순(隨順)하는 마음을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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