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왕경(長壽王經)

장수왕경(長壽王經)

실역인명(失譯人名)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衛國)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 계셨다.

이 때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옛적에 보살이 큰 나라의 왕이었던 적이 있는데 이름은 장수(長壽)였고, 왕에게 태자가 있었으니 이름은 장생(長生)이었다. 왕은 나라 다스리기를 정사(政事)로 하였고 칼이나 매 때리는 고뇌를 관리와 백성들에게 가(加)하지 아니하였으니, 바람과 비가 제 때에 오고 5곡(穀)이 넉넉하게 익었다.

이웃에 나라가 있었는데, 그 왕은 다스리는 데 포학(暴虐)하고 바른 정치를 닦지 아니하여 국민이 빈곤하였으므로 옆에 있는 신하에게 말하였다.

‘내가 들으니 장수왕의 나라가 여기서 멀지 아니한데 크게 넉넉하고 풍락(豐樂)하지만 무장[兵革]을 갖추지 않았다 하니, 내가 가서 그 나라를 쳐서 빼앗고자 하는데, 성사시킬 수 있겠는가 없겠는가?’

옆에 있던 신하가 대답하였다.

‘매우 좋습니다.’

드디어 군대를 일으켜 나아가 장수왕이 다스리던 나라의 경계에 이르자 국경 초소 위의 관리와 인민이 급히 달려가서 왕에게 말하였다.

‘저 탐욕스런 왕[貪王]이 병사를 일으켜 명왕(明王)의 나라를 공격하려고 합니다. 오직 대비하시기를 원하옵니다.’

장수왕이 여러 신하를 불러 말하였다.

‘저들이 오는 이유는 다만 우리나라의 백성과 창고의 곡식·〮보배를 탐하는 것인데, 만일 그들과 싸우면 반드시 우리 백성들이 상할 것이오. 무릇 나라를 다투고 백성을 죽이는 짓을 나는 하지 않겠소.’

여러 신하들이 말하였다.

‘신(臣) 등이 모두 싸우는 법[戰法]을 깨달아 익혀서 반드시 저들을 이길 것이오니, 명왕의 병사로 하여금 저들에게 침해당하지 아니하게 하겠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만일 우리가 저들을 이길지라도 곧 죽고 상함이 있을 것이고 저쪽 병사와 우리 백성이 모두 수명(壽命)이 애석하게 될 것이니, 나를 아끼고 저를 해치는 짓을 어진 이[賢者]는 하지 않소.’

여러 신하들이 그 말을 듣지 않고 왕을 궁에 남겨 두고 이에 자기끼리 서로 더불어 왕성 밖에서 병사를 발하여 경계 위에 나가 적을 맞아서 막았다. 이에 장수왕이 자기 태자에게 말하였다.

‘저들이 우리나라를 탐하여 나를 공격하였는데 이제 여러 신하가 나 때문에 맞아서 막고자 하니 ,두 적이 서로 상대를 향해 나아가면 반드시 이지러지고 상함[缺傷]이 있을 것이니, 이제 너와 함께 나라를 버리고 도망가고자 하노라.’

태자가 말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는 곧바로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성을 넘어 나가 산속[山間]에 깊이 숨었다. 이에 탐욕스런 왕이 드디어 그 나라에 들어가서, 금 천근과 돈 천만을 걸고 장수왕을 널리 찾았다. 뒷날 장수왕이 산에서 나와 길가 나무 아래 앉아 있는데 먼 곳에서 바라문이 와서 그 또한 나무 아래에서 쉬다가 장수왕에게 물었다.

‘그대는 어느 곳 사람이며, 무슨 연유로 여기에 있소?’

왕이 말하였다.

‘나는 이 나라 사람인데, 우연히 여기에 이르러 놀고 있습니다.’

장수왕이 바라문에게 물었다.

‘그대는 어디에서 오며 장차 어디로 가고자 하십니까?’

바라문이 말하였다.

‘나는 먼 나라의 가난하고 보잘 것 없는[貧鄙] 도사(道士)인데 멀리서 들으니, 이 나라의 장수왕이 보시하기를 좋아하며 가난하고 약한 이를 두루 구제한다 해서 내가 일부러 먼데서 와서 빌어 스스로 생활(生活)하려 하는데 왕의 뜻이 지금은 어떠한지 알지 못하겠구려. 그대는 이 나라 사람이라 그 뜻이 지금은 어떠한지 들었을 것인데, 짐짓 보시를 즐겨하나요, 그렇지 않은가요?’

왕은 묵묵히 스스로 생각하였다.

‘저이가 나 때문에 일부러 먼 곳에서 왔는데 내가 나라를 잃었을 때를 만남에 이르렀으니, 얻을 것이 없이 헛되게 가게 되어 몹시 애달프구나.’

이에 왕이 눈물을 흘리며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내가 바로 장수왕인데, 다른 나라 왕 중에 전진하여 나를 치는 이가 있어서 내가 나라를 버리고 이 산간에 숨어 있었소. 이제 들으니, 현자께서 일부러 왔는데 내가 빈털터리가 되어서 서로 줄 것이 없으니 장차 어떻게 할까요?’

두 사람이 서로 향하여 목 메이도록 울부짖다가 왕이 말하였다.

‘내가 들으니 새 왕이 나를 널리 구하기를 몹시 중하게 한다 하니, 그대가 내 머리를 가지고 가면 큰 상을 얻을 것이오.’

바라문은 말하였다.

‘멀리서 들으니, 대왕께서 두루 일체를 구제한다고 하기 때문에 와서 빌어서 아쉬운 대로 몇 가지 적은 것을 얻어서 남은 목숨이나 기르려고 하였던 것입니다만, 왕께서 나라를 잃었을 때를 만났으니 제 스스로 복이 박하온데 이제 머리를 베라고 하시니 감히 명령을 받들지 못하겠사옵니다.’

왕이 말하였다.

‘그대가 일부러 먼데서 와서 얻을 바가 있을까 하였는데 내가 고달파서 힘이 없을[困乏] 때를 만나 서로 줄 것이 없구려. 또한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면 모두 마땅히 죽음에 나아가는 것이니 우리들도 죽음을 당할 것이오. 몸으로 은혜 끼치기를 원하는데 어째서 사양하시나요? 이제 만일 그대가 내 목숨을 취하지 아니할지라도 뒤에 오는 이가 있으면 내가 그에게 줄 것이니 일찍 취하는 것만 같지 못할 것이오.’

바라문이 말하였다.

‘저는 차마 대왕을 죽이지 못 하겠습니다. 대왕께서 만일 큰 자비의 뜻이 계시어 반드시 목숨을 버리어 은혜를 베풀고자 하신다면, 다만 마땅히 손을 놓고 따라 오소서.’

왕이 곧 따라 가서 성문 밖에 이르렀고, 그를 묶게 해서 탐욕스런 왕에게 바쳐졌다. 왕은 곧 바라문에게 금전을 상으로 주고 돌아가게 하였다.

탐욕스런 왕[貪王]이 이에 사람을 시켜 네거리 길 가운데서 장수왕을 태워 죽이라고 하였다.

왕의 여러 옛날 신하들이 탐욕스런 왕에게 말하였다.

‘이는 신들의 옛 임금이온데 이제 죽음에 나아가는 죄를 당하였습니다만 적은 것이라도 갖추어 보내기를 원하옵니다.’

그러자 탐욕스런 왕이 그 청을 들어 주었다. 여러 신하들이 차담을 갖추고 목이 메도록 울었으며 백성들 중 이 광경을 보는 이들은 모두 말하기를 ‘왕께서 쓸데없이 돌아가셨다’고 하니, 도시나 시골 사람들이 하늘을 부르지 않은 이가 없었다.

이 때 태자 장생이 나와서 길가에 있다가, 아버지가 탐욕스런 왕에게 잡혔다고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들어서 알고 이에 거짓으로 나무를 짊어지고 시장에 나와서 파는 척 하고 지껄이는 사람 가운데 끼어 아버지 앞에 임하여 머무르며 아버지가 죽음을 당하는 것을 보니 마음이 비통하였다. 아버지가 장생을 보니, 그가 성을 내어 아버지를 위해서 원수를 갚을까 두려웠다. 이에 아버지가 하늘을 우러러 크게 한숨을 짓고 말하였다.

‘사람의 아들이 되어 지극한 효도를 하려면 네 아버지로 하여금 죽어서 한이 없게 행해야 하는 것이니 네 아버지를 위하여 원수를 갚지 말라. 네 아버지는 죽기를 즐기고 근심하지 아니 하노니, 만일 아버지의 말을 어기고 다른 사람을 죽이면 곧 네 아버지로 하여금 죽어서도 남은 한이 있게 하는 것이다.’

장생이 차마 제 아버지가 죽는 것을 보지 못하겠으므로 돌아와 산으로 들어갔으며 장수왕은 드디어 태워 죽이는 죽음에 이르렀다.

오랜 뒤에 장생이 스스로 생각하였다.

‘아버지께서 인의(仁義)가 깊고 두터워 죽음에 이르렀어도 구르지 아니 하셨거늘, 이 탐욕스런 왕은 무상(無牀)하게도 선과 악을 분별하지 아니하고 내 아버지를 잘못 죽였으니 비록 아버지께서 자비하시고 순박하시며 어지신 마음으로 돌아가시면서도 성을 내지 않으셨지만 나는 참을 수가 없구나. 내가 나가서 이 탐욕스런 왕을 죽이지 못한다면 내 끝까지 구차하게 세상에 살지 아니하리라.’

드디어 산에서 나와서 나라 가운데에서 고용살이를 하였다. 대신이 동산을 돌다가 시장의 고용인에게서 장생을 얻어 그에게 채소 종자를 심게 하였는데 채소 농사가 매우 좋았다. 뒷날 대신이 농장의 밭을 살펴보러 다니다가 채소가 매우 좋음을 보고 농장 감독을 불러 물어보자. 농장 감독이 대답하였다.

‘전에 품팔이 한 사람을 얻어서 시켰더니, 이와 같이 좋습니다.’

대신이 이런 연유로 장생을 불러 그를 보고 물었다.

‘그대가 능히 음식을 지을 수 있는가 없는가?’

장생이 대답하였다.

‘지을 수 있습니다.’

이에 음식을 짓게 하였더니 매우 달고 아름다웠다.

이로 인하여 왕을 청하였다.

왕이 왕림(往臨)하여 음식을 먹으니 달고 아름다우므로 물었다.

‘누가 이 음식을 만들었느냐?’

신하가 대답하였다.

‘신이 전에 한 사람을 고용시켰는데 이 음식을 만들었습니다.’

이에 왕이 그를 불러서 데리고 궁중으로 들어가 음식을 만들게 하였다. 뒷날 왕이 장생에게 물었다.

‘네가 병법(兵法)을 익혔느냐?’

그러자 그가 대답하였다.

‘진실로 병법을 익혔나이다.’

왕은 이 연유로 그를 데려다가 옆에 두고 말하였다.

‘내게 원수의 집이 있으니 장수왕의 아들이다. 오가다가 갑자기 나와 서로만날까봐 항상 두려워하였는데, 이제 서로 믿을 수 있으니 다행히 서로 도와서 그를 대비하자꾸나.’

장생이 대답하였다.

‘오직 그렇게 하겠습니다. 마땅히 대왕을 위하여 힘을 펴고 목숨을 바치겠나이다.’

뒷날 왕이 장생에게 물었다.

‘너는 사냥을 좋아 하느냐?’

그가 대답하였다.

‘신이 어려서부터 사냥을 좋아하였습니다.’

왕은 곧 밖에 명령하여 수레를 장엄하고 곧바로 장생과 함께 나가서 사냥을 하였다. 마침 산 숲에 들어가자 바로 달아나는 짐승을 보았고, 왕이 장생과 더불어 말을 달려 그것을 쫓았다.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깊은 산에 들어갔다가 헤매어 길을 잃어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되었다. 그렇게 3일(日)을 헤매고 나자 드디어 주리고 곤하게 되었다.

그러자 왕이 말에서 내려 칼을 풀어서 장생에게 주고 말하였다.

‘내가 몹시 피곤하구나. 네가 앉으면,. 내가 너의 무릎을 베고 눕고 싶구나.’

장생은 말하였다.

‘알겠습니다.’

그리하여 왕은 곧바로 누웠고, 장생은 스스로 생각하였다.

‘내가 전부터 오면서 방편을 찾았는데 오늘 나의 원하는 바를 이미 얻었구나.’

그는 곧 칼을 빼어 탐욕스런 왕을 죽이려 하다가 생각하였다.

‘아버지께서 죽음에 임하셨을 때 나에게 간곡히 부탁하셨는데 어찌 나의 어리석은 뜻을 쾌하게 하려고 자비하신 아버지께서 돌아가실 적의 가르침을 어길 것인가?’

그리고는 곧 칼을 넣고 왕을 죽이려던 것을 그만두었다.

왕이 곧 놀라 깨어나서 장생에게 물었다.

‘내 꿈에 장수왕의 아들이 와서 나를 죽이려 함을 보고 내가 크게 놀라고 두려웠으니 이와 같은 일이 무슨 까닭이냐?’

장생이 말하였다.

‘이 산 가운데 강한 귀신이 있어서 대왕이 여기에 계신 것을 보고 짐짓 대왕을 두렵게 하는 것입니다만 신이 시위(侍衛)하오니 왕께서는 다만 편안히 누워계시옵소서. 두려울 바 없나이다.’

왕은 다시 누웠고, 장생이 다시 칼을 빼어 죽이려고 하다가 거듭 아버지의 말씀을 생각하고 다시 그만 두었다.

왕이 다시 놀라 깨어나서 장생에게 말하였다.

‘내가 또 다시 꿈을 꾸었는데, 장수왕의 아들이 와서 나를 죽이려고 하는 것을 보고 내가 크게 두려워하였으니 이것이 무슨 까닭이냐?’

장생이 말하였다.

‘이는 산신(山神)이 하는 바니 왕은 두려워 할 바 없사옵니다.’

왕은 다시 누웠고, 장생이 또 칼을 빼어 죽이려 하다가 아버지의 말을 생각하여 다시 그치고 드디어 칼을 땅에 버리고 다시는 왕을 죽이려는 뜻이 없게 되었다.

왕이 또 놀라 깨어나서 장생에게 말하였다.

‘내가 또 꿈에 장수왕의 아들을 보았는데 스스로 말하기를 용서하여 놓아주고 다시 나를 죽이지 아니 하겠다고 하였느니라.’

이에 장생이 말하였다.

‘제가 바로 장수왕의 태자 장생인데 제가 실은 짐짓 와서 대왕을 죽여서 아버지 원수를 갚으려 하였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저의 아버지께서 죽음에 임하셨을 때 은근(慇懃)히 저에게 부탁하시어 저로 하여금 원수를 갚게 하고자 하지 않으셨지만 제가 어리석은 까닭에 아버지의 말씀을 어기고자 하다가, 아버지의 가르침이 간절하고 은근하심을 자세히 생각해보고 감히 어기지 못하였습니다. 그 까닭에 이제 칼을 땅에 던지고 아버지의 말씀을 순종하였습니다. 비록 그렇지만 오히려 뒷날에 어리석게 실수하여 돌아가신 아버지의 가르침을 어길까 두려우므로 이제 스스로 아뢰는 것입니다. 원컨대 대왕은 바로 제 몸을 베어서 그 악한 뜻을 멸하여 끝을 끊게 하소서.’

왕은 이에 스스로 후회하여 말하였다.

‘나는 흉역(兇逆)하여 선과 악을 분별치 못하였는데, 그대 부자(父子)는 어 질고 순박함을 행함이 견고하여 죽음에 이르러서도 구르지 아니하구나. 내가 탐혹(貪酷)하여 처음에 깨달아 알지 못하였다가 오늘 이와 같이 목숨이 자네 손에 붙었는데 자네가 짐짓 어진 생각으로 아버지 말씀을 생각하여 해치지 아니하였으니 진실로 두터운 은혜에 감사하노라. 이제 나라로 돌아가고자 하는데 마땅히 어느 길로 가야 하는가?’

장생이 말하였다.

‘제가 길을 아는데, 앞서 길을 잃고 잘못 온 것은 대왕을 미혹하여 아버지의 원수를 갚고자 하였던 것입니다.’

장생이 드디어 왕과 더불어 숲 밖으로 나와 보니 모든 신하가 흩어져서 숲 사이에 가득하였다. 왕은 바로 길을 멈추어 앉아서 음식을 베풀었다. 왕이 여러 신하에게 물었다.

‘그대들은 장수왕의 아들 장생을 아는가?.’

그 가운데 알지 못하는 이가 말하였다.

‘알지 못 하나이다.’

그 가운데 아는 이도 있지만 옛적에 장생의 은혜를 받았는데, 왕이 그를 죽일까 두려워서 또한 ‘알지 못합니다’라고 말하였다.

왕이 곧 장생을 가리키며 말하였다.

‘이가 바로 장생이다.’

왕이 말하였다.

‘오늘부터 나는 스스로 내 옛 나라로 돌아가고 이 나라를 도로 태자에게 돌려주겠소. 오늘부터 그대들은 내 아우가 되어 만일 다른 나라가 와서 침범함이 있거든 마땅히 서로 구하고 도와주기를 원하오.’

왕은 드디어 신하와 병사를 거느리고 그 본국(本國)으로 돌아갔고, 나라에 기특한 물건이 있으면 번갈아 서로 보내었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의 장수왕이 이제 내 몸이고, 태자 장생은 아난다[阿難]이며 탐욕스런 왕은 조달(調達)이오. 조달이 태어날 적마다 나와 원한이 있어서 내가 비록 착한 뜻으로 향하지만 짐짓 나를 해하고자하며 아난다와는 본디 악한 뜻이 없는 까닭에 서로 만나면 곧 화합[和解]할 마음이 있는 것이오. 보살이 도를 구하는 괴로움이 이와 같으니, 도적의 해침을 당해도 원망하고 성내는 마음이 없는 까닭에 스스로 부처를 얻어 삼계의 지존[三界尊]이 된 것이니라.”

여러 비구들이 환희하여 부처님께 예를 올렸다.

부처님께서 바다의 뱃사공이 되시어 
법의 다리로 나루를 건너시며 
대승도(大乘道)의 수레로 
일체 인간과 하늘 사람을 제도하시며 

또한 이르시기를 스스로 맺음을 풀며 
피안으로 건너가 신선에 올라 
모든 제자로 하여금 
속박을 벗어나 열반[泥洹]에 이르게 하네.



법왕인 여래를 공경하여 아뢰옵나니 
마음이 바르고 도의 힘[道力]이 자재하시며 
가장 뛰어나시므로 부처님이라고 하나니 
이름이 나타남이 설산과도 같이 우뚝하며 

꽃에 비유해도 청정하여 의심이 없고 
기쁨을 얻음이 향을 가까이 함 같아 
숱한 몸[萬身]을 보아도 싫음이 없으며 
광명이 태양과 같이 밝다네.



8정각(正覺)을 스스로 얻어 
여읨도 없고 번뇌에 물든 바도 없으며 
사랑이 다하고 욕망의 그물을 깨뜨려 
스승 없이 저절로 받으셨다네.


나의 행은 본받을 것 없지만 
뜻은 홀로 짝할 이 없고 
하나를 쌓아 부처님이 되니 
여기에서부터 성스러운 도[聖道]를 통하네.



지극한 도는 가고 옴이 없으며 
현미(玄微)하고 청묘(淸妙)한 참[眞]이어서 
죽지도 않고 다시 태어나지도 않나니 
이곳이 열반[泥洹]이 된다네.



이 요지는 적멸이 무상(無上)하나니 
필경에 신고(辛苦)를 받지 아니하므로 
비록 하늘에 좋은 곳이 있지만 
모두 열반만 못하네.



우리 스승은 하늘 중의 하늘[天中天]이시니 
3계에서 끝없이 존귀하시고 
상호는 몸이 여섯 길[六丈]이며 
신통력으로 허공에서 노니신다네.



꽃다운 훈기로 5음(陰)을 제거 하시고 
12근(根)을 뽑아 끊으시며 
하늘과 세간의 지위를 탐하지 않고 
마음이 청정하여 법의 문을 여신다네.



부처님께서는 위없는 법을 위하여 
청정하고 평등한 행을 도[道]로서 길들이시며 
후세에도 3보(寶)는 
모든 욕정(欲情)을 멸하나니 
괴로움을 여의고 수승하여 함이 없이도 
항상 즐겁고 기뻐하며 편안하나니 
항상 부처님 앞에 모여서 
모든 중생을 평등하게 제도하기 원하옵니다.



부처님은 본래 행원(行願)으로 
백겁(百劫) 동안 정진하시어 
네 가지 평등한 큰 보시로 
시방세계가 큰 은혜를 받게 하셨네.



계를 지킴이 깨끗하고 때가 없어서 
자비로 중생을 부드럽게 지켜주며 
지혜로 선정(禪定)에 들으시고 
큰 자비로 널리 경을 읽으셨네.



항상 지혜 있는 이가 우러러 보고 
모든 성인이 함께 받드는 바이며 
석범(釋梵)이 스승으로 삼으므로 
이에 부처님이 존귀하심을 알 수 있네.



이런 분 만나기 어려움이 비할 데 없고 
가장 뛰어나서 잘못이 없으신 분으로 
공덕을 펼치시니 
마땅히 머리를 조아려 예배해야 하리.



내가 시방세계에서 부르는 노래를 들으면 
번뇌의 덮임을 버리고 고요히 선정에 들어 
광명이 7천(天)을 환히 비추고 
덕의 향기는 전단(栴檀)보다 뛰어나네.



상제(上帝)가 신묘하게 와서 
찬탄하고 우러르며 부처님[尊]을 뵙고자하고 
석범(釋梵)이 모두 공경스런 뜻으로 
머리를 조아려 물음을 받고자 한다네.



부처님께서 세상을 제도하시는 바는 
복을 베풀어서 두루 하시며 
말씀하신 가르침과 계[敎戒]의 행은 
있는 곳 마다 모두 분명하다네.



또한 법을 유포하시어 
제자가 즐거이 받아 행하며 
하늘과 사람과 귀신과 용으로 하여금 
시방세계가 큰 은혜를 받게 하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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