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수사 문수보살과 변재처녀의 감음

문수사 문수보살과 변재처녀의 감음

『삼국유사』 권5 ‘피은(避隱)’편의 「연회도명문수점(緣會逃名文殊岾)」조에는 문수보살과 변재천녀(辨財天女)에 얽힌 설화가 나온다.

신라 원성왕 때 고승 연회(緣會) 스님은 영취산에 숨어살면서 항상 묘법연화경을 읽으며 보현보살의 관행법을 닦고 있었다.

그런데 스님이 기거하는 토굴 앞뜰의 연못에는 늘 연꽃 두세 송이가 피어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사계절 시들지 않고 그대로의 모습을 늘 지니고 있었다.

이러한 상서롭고 기이한 말을 들은 원성왕은 스님을 불러 국사로 삼고자 하여 신하를 파견하게 되었다. 그러나 스님은 나라에서 임금이 보낸 사신이 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짐을 챙겨 길을 떠난 후였다.

연회스님이 서쪽 고개바위 사이를 넘고 있는데 한 노인이 밭을 갈다가 스님에게 어딜 가느냐고 물었다.

“내 듣자니 나라에서 잘못 듣고 나를 관작으로 얽매려하기에 피해가는 중이라오.”

“이곳에서 팔 것이지 왜 먼 데서만 팔려고 수고하십니까? 스님이야말로 이름 팔기를 싫어하지 않는다고 하겠습니다.”

스님은 자기를 업신여긴다고 생각하며 귀담아 듣지 않고 다시 몇 리를 더 가다가, 다시 시냇가에서 한 노파를 만나게 되었다.

노파 역시 어디로 가느냐고 물었고, 스님은 조금 전과 똑같이 대답하였다.

“아까 앞에서 사람을 만났습니까?”

“한 노인이 있었는데 나를 심히 업신여기기에 불쾌하여 그만 와 버렸습니다.”

“그 분이 문수보살이신데 그 말씀을 듣지 않았으니 어쩌시겠습니까?”

그 말을 들은 스님은 놀랍고 또한 송구하여 급히 오던 길을 되돌아가서 그 노인에게 머리를 숙이고 사과했다.

“성인의 말씀을 어찌 감히 거역하겠습니까. 이제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그 시냇가의 노파는 누구이옵니까?”

“변재천녀(辨財天女)이다.”

말을 마친 노인은 숨어 사라졌다. 이에 스님이 암자로 돌아오니 조금 후에 왕의 사자가 도착하였으며, 스님은 거부할 수 없는 것임을 알고 임금의 명대로 대궐로 가서 국사로 봉해졌다.

연회스님은 노인에게 감응 받은 곳을 이름하여 문수점이라 하고, 여인을 만나본 곳을 아니점이라 이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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