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도지경(修行道地經) 제3권-1

수행도지경(修行道地經) 제3권-1

09. 권의품(勸意品)

도지(道地)를 수행하는 이가 무슨 방편으로 그 마음을 바르게 할 수 있는가?
내가 일찍이 들으니 옛날 어느 나라 왕이 온 나라에서 밝고 지혜 있는 이를 뽑아 재상[輔臣]을 삼으려고 하였다. 그 때 국왕은 임시 방편으로 한량없는 지혜를 써서 한 사람을 뽑았는데 그는 총명하고 널리 통달하였으며, 그 뜻이 크고 고상하였다. 그래서 위엄은 있되 사납지 않고 명성과 덕을 한꺼번에 갖추고 있었다. 왕은 그가 어떤 사람인가 알고 싶어서 그를 시험하려고 하였다.

그리하여 일부러 그에게 중한 죄를 뒤집어 씌워볼 생각으로, 다른 신하에게 명하였다.

“그 사람에게 발우에 기름을 가득 담아 받쳐들고 북쪽 문에서부터 남쪽 문까지 가서 이 성에서 20리쯤 떨어진 곳에 있는 조희(調戱)라는 동산까지 가라고 전하라. 만약 그가 거기까지 가는 동안에 단 한 방울이라도 기름을 흘리면 보고할 것 없이 그의 머리를 베어 가지고 오너라.”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가령 그 사람이 조희 동산까지 가는 동안 
내 분부 잘 받들어 기름을 흘리지 않으면 
그 사람을 마땅히 내 몸과 같이 공경하고 
중도에 기름을 흘리거든 곧 머리를 베라고 하였네.

그 때 많은 신하들은 왕의 지엄한 분부를 받고, 발우에 기름을 가득 담아 그 사람에게 주었다.

그 사람은 두 손으로 받쳐들고, 몹시 걱정이 되었다. 그는 곧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기름이 이렇게 그릇에 가득하고 또한 성 주변에는 다니는 사람도 많으며 오가는 수레와 구경꾼들도 길을 가득 메우고 있다. 비유하면 마치 물은 고요히 흔들리지 않으나 바람이 불어와 그 물에 파도를 일으키는 것처럼 행인(行人)들도 또한 이와 같을 것이다.’

마음이 편안하지 못한 상태로 물러나서 다시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어느 한 사람도 나에게 두려워하거나 후회하지 말라고 권면(勸勉)하는 말을 해주는 이가 없구나. 이 기름 그릇을 받쳐들고는 겨우 일곱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 같은데 어떻게 몇 리나 되는 길을 가겠는가?’

그 사람은 걱정이 되고 심란하여 갈피를 잡지 못하면서 혼자 속으로 두려운 마음을 가졌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사람·코끼리·말·수레를 둘러보니 
바람이 물 위에 부는 것처럼 마음도 그와 같아 
마음에 두려움 생겨 도달하지 못할까 두려우니 
어떻게 이 일을 끝까지 잘 마칠 수 있겠는가? 

그 사람은 다시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내가 이제 죽는다는 것은 결정된 일이라 더 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설령 저 기름 발우를 받쳐들고 기름을 떨어뜨리지 않고 저 동산까지 가기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 아닌가? 그러니 마땅히 전일하게 계획을 세울 것이요, 만약 시비(是非)거리가 보이더라도 마음이 흔들려 바꾸지 않고 오직 기름이 담겨있는 발우만 생각하여 뜻을 다른 데에 두지 않아야 이 난관을헤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 사람은 편안한 동작으로 천천히 걸음을 걸었다.

그 때 모든 신하들과 군사들, 그리고 구경하는 관중들 헤아릴 수 없는 백천 사람들이 따라가면서 구경하였는데, 마치 구름이 일어나 태산을 둘러싸듯 하였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발우를 받드는 그 사람의 마음 견고한데 
길을 따라 구경하는 수많은 구경꾼들 
숱한 사람이 빙 둘러싸고 따르는 모습 
마치 강과 바다에 큰 구름이 일 듯하였네.

그 사람이 발우를 받쳐들었을 때, 그 소문이 널리 펴져서 모르는 이가 없었다. 그리하여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모두 모여들었다.

대중들은 모두들 말하였다.

“이 사람의 의복과 형체와 거동을 보니 틀림없이 죽임을 당할 죄수와 같다.”

이 사람에 대한 소식이 급기야 그의 집에까지 전해지자, 그의 부모와 종족들이 그 소문을 듣고 모두 달려왔다.

그들은 아들이 있는 곳에 이르러 슬피 울면서 애달파 했지만, 그 사람은 마음을 한결같이 하여 부모·형제·처자와 모든 친척들은 돌아보지 않고, 마음을 기름 발우에 두어 조금도 다른 생각이 없었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그 아들 울어대니 눈물이 샘솟듯 하고 
그 아비 온갖 슬픔으로 울며 탄식하였으나 
마음에 두려움 품고 부모도 살피지 않고 
오로지 뜻을 잡아 발우를 받쳐들었네.

여러 사람들은 서로 의논하면서 이렇게 두세 번 외쳐댔다.

그 때 온 나라 사람들이 모두 모여들어 구경하느라고 소란스럽고 고함치는 소리가 진동하였으며, 서로 치달리고 서로 쫓고 쫓기고 하다가 땅에 자빠졌다가는 다시 일어나고, 서로 기어오르다 짓밟혀 몸둘 곳조차 없었지만, 그 사람은 마음이 단정하여 여러 사람들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여러 사람들의 고함소리 끊일 새 없고 
앞뒤로 서로 몰려 몸둘 곳조차 없지만 
기름 발우 받쳐들고 전혀 쳐다보지도 않으니 
우박 쏟아져도 허공은 상처를 입지 않는 것과 같네.

구경꾼들이 다시 말하였다.

“어떤 여인이 오고 있다. 저 여인은 단정하고 아름답기 그지없으며, 위의(威儀)와 얼굴이 온 나라에 짝할 이 없을 정도여서 마치 별 가운데에 떠 있는 보름달이 유달리 밝은 것과 같으며, 그 색은 마치 연꽃과도 같아 큰 거리를 거닐면 위풍당당한 상호와 남들보다 뛰어난 얼굴이 마치 옥녀(玉女)와 같다. 또한 단정하고 아름다운 도리천왕(忉利天王)의 왕후인 호리(護利)를 모든 하늘 인민들이 공경하고 존중하지 않는 이가 없듯이 지금 그 여인의 맑고 아름다움도 그와 같아서 여덟 가지 춤과 청아한 음성을 보고 듣는 이들은 모두 기뻐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여인의 그 거동 평화스러워 보이고 
노래와 춤, 법도에 벗어나지 않으며 
그 마음 기쁨을 품어 
모든 사람들을 감동시키네.



구슬픈 노래 소리와 
간들거리는 그의 몸매 
빠르지도 또 더디지도 않으며 
의복도 자연스럽고 가지런하네.



일곱 가지 미묘한 음성과 
기특한 재주 50가지가 있네.


삼계(三界)에 모두 청정하고 
궁상(宮商)의 곡조 서로 조화하네.



머리에서부터 발까지 온몸을 
보배 영락으로 장엄했으며 
아름답고 청아한 말소리 
마치 감로가 내리는 것 같네.

그 때 그 사람은 한마음으로 발우를 받쳐들고, 뜻을 조금도 움직이지도 않고 또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살피지도 않았다.

그러자 구경꾼들이 모두 말하였다.

“차라리 오늘 저 예쁜 여인의 얼굴이나 실컷 구경하다가 죽더라도 여한이 없겠다. 그것이 오래 살면서 저 여인을 보지 못하는 것보다 더 낫다.”

그 때 그 사람은 비록 이런 말이 들려와도 오로지 발우만 받쳐들뿐 조금도 그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애교 있고 편안한 느낌 주는데 
그 춤도 또한 솜씨가 가장 훌륭하여 
모든 사람들 탐내고 즐거워함이 
마치 마왕의 아내[后]와도 같네.



욕심을 여읜[離欲] 이도 동하겠거늘 
더구나 범부이겠는가? 
그 사람 주위를 왔다 갔다 해도 
발우만 받쳐들고 마음 기울이지 않네.

그 때 마침 몹시 취한 듯한 코끼리가 자유분방하게 큰 길거리로 뛰어들어왔다. 많은 사람들이 서로 말하였다.

“지금 취한 듯한 코끼리가 나타나서 우리들을 마구 밟고 차고 하여 비명에 죽어가고 있다.”

이는 도깨비가 코끼리 모습으로 변신하여 닥치는 대로 위험을 가하고 해치되 남자와 여자를 가리지 않으며, 몸뚱이에는 종기가 나서 추악하기 그지없었다. 비유하면 허벅다리에서 독한 기운이 흘러내리고, 혀는 빨갛게 되어 피와 같고 배를 땅에 대고 있으며, 입술은 축 늘어지고 걸음걸이는 갈팡질팡하여 무엇을 제대로 살필 겨를도 없고 사람의 피를 몸뚱이에 바르고 제멋대로 뛰놀아 거침이 없으며, 나아가고 물러가기를 마치 국왕(國王)처럼 자유자재로 하였고, 멀리서 보면 마치 산과도 같았으며, 사납게 울고 포효하는 소리가 우레와도 같았고 코를 쳐들면서 성내고 분노하였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큰 코끼리 힘이 세어 감당하기 어려운데 
몸뚱이에 흐르는 피 샘물이 솟듯 하며 
땅을 디뎌 먼지를 일으키고 입을 벌려 
여러 사람 위협하면서 해치려 하네.

그 코끼리는 이와 같이 구경꾼들을 두렵게 만들어 모두 달아나 흩어지게 하고 군사들도 물리쳤다. 그러자 많은 코끼리 떼까지도 다 도망쳤고 모든 구경꾼들도 겁에 질려 죽으려 하기도 했으며, 큰 나무를 뽑고 여러 생물들을 짓밟아버리는 그 기세는 비록 몽둥이로 때려서 아프게 할지라도 조금도 꺼리거나 두렵게 여기지 않았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군중들과 여러 코끼리 떼를 물리치고 
사람을 두렵게 위협하여 혹 죽이기도 하며 
모든 집을 밀쳐서 무너뜨리고 
멋대로 달리며, 제어해도 무서워 않네.



그 소문 멀고 가까운 데 퍼졌는데 
강하고 억센 것으로 덕목을 삼으며 
교만하여 조심스러운 데가 없고 
지나친 욕망을 이겨내지 못하네.

그 때 길거리와 시장에서 점포를 차려 놓고 물건을 팔고 사는 이들은 모두 두려워하여 물건을 거두어 감추고 문을 닫았으며, 집을 무너뜨릴까 두려워하면서 사람들은 다 피해 달아났다.

또한 코끼리 조련사도 제어할 길이 없었고 성내어 날뛰는 행동이 더욱 심하여 길거리에 있는 코끼리·말·소·양·돼지·송아지 떼를 짓밟아 죽이고, 모든 수레를 부수어 별[星]처럼 낭자하게 흩어졌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점포를 보는 이 물건을 죄다 감추었고 
사람과 짐승을 해치고 수레를 부수므로 
이와 같은 짓을 보고는 문을 닫았으니 
그 낭자함이 마치 도둑이 영문(營門)을 파괴한 듯하네.

혹 어떤 이는 보고 두려움을 품어 감히 꼼짝하지 못하는 이도 있으며, 혹은 원망하고 울부짖으며 눈물을 흘리는 이도 있으며, 또는 정신이 미혹되어 스스로 깨달아 알지 못하는 이도 있으며, 또는 미처 옷을 걸치지 못하여 끌고 달아나는 이도 있으며, 또는 미혹되어 동쪽과 서쪽을 식별하지 못하는 이도 있으며, 혹은 달아나는 꼴이 마치 바람이 불어 구름이 사라져 간 곳을 알 수도 없는 것과 같기도 하며, 당황하고 두려워서 배로 땅을 기는 이도 있으며, 또는 궁한 나머지 활을 당겨 화살을 쏘려고 하는 이도 있으며, 혹은 칼을 잡고 앞으로 대항하려는 이도 있으며, 그 가운데는 넋을 잃고 황홀(恍惚)하여 헛소리를 치는 이도 있으며, 혹은 성냄을 품고 두 눈이 빨갛게 된 이도 있으며, 또는 자취를 감추고 멀리 바라보면서 기뻐하기도 하고, 혹은 비록 병기는 들었지만 감히 덤비지 못하는 이도 있었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이에 미혹되어 무서워하고 
또는 슬피 우는 이도 있으며 
혹은 질려서 어쩌지 못하는 이도 있고 
또는 병기를 들고 있는 이도 있었네.



공포에 떨다가 땅에 쓰러지기도 하고 
기가 질려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이도 있었다.


이렇게 편안하지 못하게 된 이유는 
모두 취한 코끼리 때문이다.

그 때 코끼리를 잘 길들이는 주술(呪術)에 밝은 어떤 사람이 있었다. 그는 혼자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내 자신이 배운 코끼리 길들이는 법 중에 착한 코끼리와 사나운 코끼리를 다스리는 법이 무려 800가지가 있는데 내가 지금 이 코끼리를 관찰해 보건대 그 방법 중에는 한 가지도 해당되는 게 없다. 내 지금 어떤 종류의 주술을 써야 할지를 살펴보아야겠다. 다만 상등 종류가 네 가지 있는데, 이 코끼리는 중등 종류에 해당될까, 하등 종류에 해당될까?’

이렇게 살펴 알고 나서 바로 큰 소리를 내어 신주(神呪)를 외웠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천왕이 금강밀적(金剛密迹)에게 준 
미묘한 주술이 나에게 있으니 
그것으로는 잘난 체하는 이를 억제할 수도 있고 
하열한 이로 하여금 강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 사람은 바로 소리를 내어 말하였다.

“깨달아 밝은 모든 이들은 스스로가 대단하다고 하는 거만함이 없고, 또한 열뇌(熱惱)를 일으키지도 않으며, 온갖 은애(恩愛)를 다 버리고 오직 법만을 받드나니, 그것은 다 성실하게 믿고 수행하였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잘난 체하는 코끼리를 조복(調伏) 받아 그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 것이다.

이에 옛 성인이 남기신 두 개의 게송으로 말한다.

음란함과 성냄과 어리석음은 
이 세상의 세 가지 큰 교만이니 
성실하게 도를 닦아 모든 때[垢]를 없애고 
온갖 열뇌(熱惱)를 소멸한다.



저 지성스러운 법으로써 
이와 같이 수행하여 
큰 뜻을 코끼리에게 말해 
미혹 없애고 교만함을 버리게 하라.

그 때 저 코끼리는 이 바른 가르침을 듣고 곧 교만함[自大]을 버리고 그 마음을 항복하여, 문득 본래 왔던 길을 따라 다시 코끼리의 우리로 돌아갔고 여러 사람들을 범하지 않아 해를 입히는 일이 없어졌다.

그러나 그 발우를 든 사람은 코끼리가 온 줄도 알지 못하였고 또한 간 줄도 깨닫지 못하였다. 왜냐 하면 온 마음이 죽을까 하는 두려움으로 인하여, 다른 데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코끼리를 갑자기 쏟아지는 비처럼 보아 
마음이 일찍이 혼란스럽지 않았고 
그 비가 비록 그쳤지만 
허공처럼 보아 기뻐하지도 않았네.



그 사람 또한 이와 같아서 
코끼리가 오가는 것에 신경 쓰지 않고 
마음 집중해 기름 발우 받들기를 
창고의 보배처럼 여겨 잊지 않았네.

그 때 구경꾼들이 요란스럽게 동쪽과 서쪽으로 흩어져 달아나는 통에, 성 안에서는 불이 일어나 모든 궁전과 온갖 진귀한 집과 누각과 높은 대(臺)에 불이 붙어 타오르는데, 불길이 묘하게 나타나 높이 치솟아 올라 이곳저곳으로 자꾸만 번져나갔다.

비유하면 커다란 산은 보지 못하는 이가 없는 것처럼, 연기는 온통 자욱했고 불길은 하늘을 찌를 듯이 타올랐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그 성은 풍요롭고 즐거우며 엄정하여 좋았고 
궁전과 집은 매우 넓고도 묘했는데 
자욱한 연기 퍼지지 않은 데 없고 
타오르는 불길은 사람이 일부러 지른 듯하였네.

불이 성을 태울 때에 모든 벌떼가 독을 방출하고 사람을 쏘았다. 구경꾼들은 통증을 느끼고는 놀라고 괴상하게 여겨 이리저리 치달리고 남녀 노소 할 것 없이 얼굴 색이 험악하게 변하였으며, 머리를 풀어헤치고 의복은 벗겨지고 치장했던 보배를 떨어뜨리며, 연기에 파묻혀 눈에는 눈물이 흘러 내렸다. 멀리서 타오르는 불빛을 바라보고 마음에 두려움이 생겨 갈피를 잡지 못하고 부모·형제·처자·노비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서로를 불러댔다. 또 서로 가르쳐 말하였다.

“불길을 피하고 물을 떠나며 진흙탕에 빠지지 말고 안위를 조심하라.”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걱정되는 마음 생겨 스스로 어쩔 줄 몰라 
집안 식구와 친척들 그리고 하인들과 
코끼리, 말 등 탈것을 버리고 가엾이 나오면서 
큰불이 났으니 마땅히 피하라고 하네.

그 때 관병(官兵)이 죄다 밀려와서 불을 끄느라고 야단들인데, 그 사람은 정신을 집중하여 한결같은 마음으로 발우를 받쳐들어 한 방울도 흘리지 않기 위하여 불이 일어나고 불이 꺼지는 줄도 깨닫지 못하였다.

왜냐 하면 마음을 잡고 뜻을 오로지 하여 조금도 다른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여러 사람들의 미혹함이 
마치 새가 불을 만나 날아오르는 것 같고 
그 불이 궁전과 집을 태워 
연기가 자욱하여 뜬구름과 같았네.



머리를 풀어헤치고 공포에 떨면서 
연기와 불을 피해 달아났네.


그는 한결같이 마음을 기름 발우에 두어 
불이 나고 꺼지는 줄도 알지 못했네.

그 때 5색 구름이 일어나고 하늘에서는 우레와 번개가 진동하였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자욱한 안개에 때아닌 비 내리고 
바람 일어나고 구름 기운 음습하여 
허공이 온통 맑은 기운 없었으니 
저 포악한 코끼리처럼 구름도 그러했네.

그 때 혼란한 바람이 불어 흙먼지와 모래·자갈·기와조각·돌 따위가 왕이 다니는 길을 가득 메웠으며, 나무가 뽑히고 가지가 꺾였으며 모든 꽃과 열매가 다 떨어졌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바람 일어 먼지가 온통 날리고 
습기 머금은 구름 끼어 미치지 않는 데 없었으며 
거센 바람은 몰아쳐 서로 보이지 않는데 
우레와 번개에 놀라지 않은 사람 없었네.

그 때 짙은 구름이 한없이 일어나고 번개가 번쩍거리며 벽력이 떨어졌다. 공작(孔雀)은 모조리 울어대는데, 하늘에서는 갑자기 비가 내리고 우박이 떨어졌다. 비록 이와 같은 변괴가 있었지만 그 사람은 듣지 못하였다. 왜냐 하면 기름 발우에만 전념하였기 때문이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저 코끼리가 제 멋대로 날뛰는 것이 
마치 짙은 구름이 일어나듯 하였네.


우박이 떨어지고 불이 나고 바람이 불어 
나무가 뽑히고 집은 부서졌네.



그 사람은 아무 것도 보지 못했으니 
어느 것이 착하고 어느 것이 악하겠는가? 
바람과 구름 일어나는 것도 깨닫지 못하고 
다만 발우에 가득한 기름만 보았네.

그 때 그 사람은 발우에 가득한 기름을 받들어 들고 저 동산에 이르기까지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다. 모든 신하와 군사들은 죄다 왕궁으로 돌아와서 왕에게 갖추어 아뢰었다.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그 사람은 일심으로 발우를 받들어 들고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으므로 기름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원관(園觀)까지 이르렀습니다.”

왕은 그 말을 듣고 찬탄하며 말하였다.

“이 사람은 하기 힘든 일을 해냈으니, 사람 가운데 영웅이다. 친척과 권속, 그리고 옥녀(玉女)들도 돌아보지 않았고, 큰 코끼리와 물과 불의 환난도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우레·번개·벽력도 무서워하지 않았다.

나는 우레 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고 두려움에 떨려 비록 아뢰는 말이 있어도 그 말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고, 혹은 심장이 터져 죽는 이도 있었으며, 혹은 새끼를 가진 말이 낙태한 일도 있었다. 사람들은 서서 죄다 어쩔 줄 몰라했었는데, 비록 그런 온갖 고난을 만났어도 그의 마음은 동요하지 않았다.

이와 같은 사람은 무슨 일이든지 판단치 못할 일이 없을 것이며, 마음 굳세기가 이와 같으니, 끝내 고난도 받지 않을 것이며, 지옥의 왕도 이 사람은 금강(金剛)도 먹을 수 있으리라고 고찰할 것이다.”

왕은 기뻐하면서 그 자리에서 대신(大臣)을 삼았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친족들이 울부짖는 그 광경과 
취한 코끼리 사납게 구는 모습 보았네.


아무리 모든 무서운 고난 만났어도 
그 마음 끝까지 변동하지 않았네.



왕은 그 사람이 이와 같이 
마음 굳고 안정되어 바뀌지 않음을 보고 
친근히 하고 사랑하며 관대히 공경하여 
그 자리에서 그를 대신으로 삼았네.

그 때 이 정사(正士)는 그 마음이 견고하여, 좋고 나쁜 일과 모든 고난을 만났어도 뜻이 바뀌지 않아 죽임을 당할 죄를 해탈하였고, 이미 호귀(豪貴)와 장수(長壽)를 누리며 오래 살게 되었다.

도를 수행하는 이도 마음 길들이기를 그와 같이 하여, 비록 모든 환란과 음탐·성냄·어리석음이 몰려와서 모든 감관[根]을 어지럽힐지라도, 마음을 보호하고 뜻을 거두어 거기에 따라가지 말고, 제일 먼저 그 안 몸[內體]을 관하고 다음에 바깥 몸을 관하여야 한다. 통양(痛痒 : 受) 등의 심법(心法)도 이와 같이 해야 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저 사람 기름 발우 받들 적에 
움직이지 않아 떨어뜨리지 않았으니 
미묘한 지혜 바다와도 같아 
한결같은 마음으로 기름 그릇 받들었네.



만일 다른 이도 도를 배우려면 
마땅히 이와 같이 마음 지녀 
뜻으로 온갖 밝은 덕을 품고 
일체 더러움 죄다 없애야 한다.



여러 가지 색욕(色欲)과 
또 성냄과 어리석음 일어나도 
뜻을 방일하게 하지 말고 
적멸하여 스스로 제지해야 한다.



사람 몸에 병이 있으면 
의사가 약을 써서 제거하듯이 
마음의 병도 또한 그와 같이 하여 
네 가지 의지(意止)로써 없애야 한다.

마음이 굳센 이는 뜻을 능히 이와 같이 하면, 손톱으로 설산(雪山)도 무너뜨리고, 연꽃 뿌리로 금산(金山)도 뚫으며, 톱으로 수미산도 끊을 수 있을 것이다.

믿음이 없고 능히 정진하지 못하며, 아첨을 품고 방일하고 잊기를 좋아하면, 아무리 세상에 오래 살아도 끝내 음욕·성냄·어리석음의 번뇌를 제거하지 못할 것이다.

믿음이 있고 정진하며, 질박하고 정직하고 지혜 있어서 그 마음이 견고하면, 능히 산도 불어서 움직이게 할 수 있거늘, 더구나 음욕·성냄·어리석음을 제거하는 것이겠는가?
그러므로 수행하는 이가 도덕을 이루고자 하면, 믿음을 가지고 정진하며, 지혜 있고 질박하고 정직하며 그 마음을 잘 다스려서 오로지 수행하는 자리에 두어야 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정직하고 믿고 정진하며 
지혜 있어 아첨을 없애야 한다.


이 다섯 가지 덕(德)으로 더러움 없애 
마음의 무수한 번뇌 여의어야 한다.



한량없는 경전을 이해하고 
스스로 이 불교를 깨달아 
그 요긴한 말씀을 채취하고 
한량없는 이치를 분별하라.

10. 이전도품(離顚倒品)

저 공덕주(功德住)1)의 깨달음 높으니
학술(學術)이 정거천에 의거하였듯이
지혜의 물 흐름이 좋은 보배와 같으신
거룩한 대산왕(大山王)께 머리 조아리기 원합니다.

하늘에서 내려오시어
갈래[趣]를 알아 미혹되지 않으시고
태(胎)에 의지하지 않고 탄생하신 부처님
들지도[入] 않고 또 나가지도[出] 않으셨네.

또 모든 괴로움 겪지도 않으시고
집착하지도 않고 뒤바뀌지도 않으시며
덕이 두텁고 집착한 바 없으신 분
그 분께 귀의해 생사를 건너려네.

도를 수행하는 이가 혹은 게으름을 품고 “법은 너무도 미묘하여 밝게 깨닫기도 어렵고[難曉難了] 분별할 수도 없다”고 말하지만, 마땅히 괴로움의 근본을 식별하고 모든 습기(習氣)를 끊어버려 멸진(滅盡)을 증득하고 도술(道術)을 닦고 기억해야 한다.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머리털 한 개를 100가닥으로 나누어놓고 묻기를 “다시 전처럼 그 머리카락을 뒤바뀜이 없이 이어놓으라고 한다면 그 일은 매우 어렵지 않겠는가?”라고 한다면, “매우 어렵고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아마도 환술(幻術)로 조화를 부려 온갖 약을 쓰거나 신주(神呪)를 써야 이 머리털을 전처럼 이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하리니, 이와 마찬가지로 니원(泥洹 : 涅槃)의 도도 그렇게 쉽사리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비록 도증(道證)을 이루지 못한다 할지라도, 마땅히 방편을 자꾸 써나가야 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늘 굳건히 정진하여 해탈문(解脫門)으로 향하는 
그것을 깨닫는 일은 어렵고도 어려운 일이지만 
힘써 노력하고 권하기 좋아하여 물러남이 없으면 
마치 땅을 깊이 파서 샘물을 얻는 것과 같으리.

마땅히 이런 관법(觀法)을 일으켜야 한다.

빨리 이룩해야 할 것은 니원(泥洹)만한 것이 없나니 다른 곳으로부터 구할 것이 아니요 자신의 마음으로 인하여 이루어야 할 것이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얻고자 한다면 그것은 곧 어렵겠지만 자기의 근면한 노력으로 얻고자 한다면 무엇이 어렵겠는가? 마땅히 이와 같이 헤아려 오직 진리로써 관찰하여 그 마음을 유도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비유하면 마치 저 어린아이를 유인해서 그를 불러 앞에 오기만 하면, 그 손에 든 물건을 빼앗아 먹으려고 하는데, 마침 어린아이가 와 샅샅이 뒤져보아도 아무 것도 얻을 것이 없는 것처럼,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아서 소견이 뒤바뀌어 무상한 것을 항상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괴로운 것을 즐거운 것이라고 말하며, 몸 아닌 것[非身]을 몸이 있다고 말하고 공(空)한 것을 실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네 가지 뒤바뀜을 버리고 본래 무(無)를 관하여야 그것이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이 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사람들이 본래 무(無)임을 깨닫지 못하여 
늘 즐거운 것이라 생각하고 깨끗하다 말하나니 
비유하면 마치 어린아이를 유인하여 
샅샅이 뒤져보는 것과 같다.



따라서 사람마다 뒤바뀌어 
나라는 생각을 가지기에 
부처님께서 광명을 나타내어 
어둠 속에서 등불 켜듯 하셨네.

내가 소유한 머리카락도 늘 오래갈 수 없는 것이며, 또한 깨끗하지 못한 것이고 편안하지 못한 것이며 나[我]라는 것도 없는 것이다. 이로써 일체가 다 그러한 것이라고 관하고, 그 마음에 권발(勸發)하기를 ‘마치 밝은 안목을 가진 이가 횃불을 들고 빈 집에 들어가 살펴보면, 사람도 없고 또한 보이는 것도 없는 것처럼, 참다운 진리를 살펴 깨달은 이도 또한 그와 같이 물질의 근본을 살피되 무상하고 괴로운 것이며, 나라는 것도 없고 몸이라는 것도 없다고 본다. 그러나 허망하게 보는 이는 도리어 제 자신이 결박되겠지만, 공(空)의 관법을 아는 이는 무엇이 어렵겠는가? 이에 보고 들어 도적(道跡 : 須陀洹)을 얻은 이는 한 번 가면 다시 되돌아가지 않고 집착이 없어서 평등한 깨달음을 얻나니, 이들도 곧 사람이요 나도 또한 사람인데 이들이 이룬 도를 무슨 까닭에 나만 유독 얻지 못하겠는가?’라고 하라. 도를 수행하는 이는 이와 같이 그 마음을 권발하여 네 가지 뒤바뀜을 버리고 수행하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털·머리카락·손톱·발톱·뼈·살과 
모든 모양과 빛이 있는 형상들이 
몰려들어 마음을 현혹시키나니 
모두 5음(陰)이 어지럽히는 것이다.



무상하고 괴롭고 편안하지 못한 것이고 
나라는 것도 없고 깨끗하지도 못한 것이며 
몸은 빈터에 있는 집과 같다고 
밝은 사람은 이와 같이 관찰한다.

11. 효료식품(曉了食品)

부처님께서 파질수(巴質樹 : 菩提樹) 밑에 계실 적엔
천제(天帝)가 온갖 진미 받들었고
또 사위성(舍衛城)에 계실 적엔
파사닉왕(波斯匿王)이 공양 올렸네.

비란야(比蘭若)에서 바친 보리밥이
비록 감미로운 맛은 아니었지만
모두 평등한 마음으로 받으셨으니
집착 없는 분께 머리 조아립니다.

아무리 이런 밥을 드셨어도
언짢은 기색 내지 않으셨고
또한 교만함을 짓지 않으셨으며
온갖 교만함을 다 버리셨네.

곳에 따라 공양을 받으셔도
마치 큰길을 뛰어 넘듯이
좋은 음식만을 위하지 않으셨으니
그러므로 머리 숙여 예배합니다.

이 때 수행하는 이가 음식에 대하여 가령 ‘온갖 종류의 맛있는 음식이든지 맛없는 보리밥이든지 간에 뱃속에 들어가면 똑같이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관해야 한다.

밥을 떠서 입에 넣은 다음 씹어서 침과 합해 삼키기를 적당히 하여 그 음식이 만약 생장(生藏)2)에 들어가면 몸 안에 있는 불기운이 달이고 체내의 물 기운으로 익히며 바람으로 이리저리 뒤척거려서 점차 소화하게 된다.

숙장(熟藏)에 떨어지게 되면 단단한 것은 대변이 되고 무른 것은 소변이 되며, 거품은 침과 콧물이 된다.

장부 안에 긴요한 맛은 온 신체를 윤택하게 하나니, 그 여러 가지 요긴한 맛이 모든 혈맥에 유포된 연후에야 머리칼·털·손톱·발톱·이·뼈·피·살·비계·지방·정기·뇌수 같은 것을 기르게 된다.

그러므로 바깥의 4대(大)가 안의 다섯 감관을 기르면 모든 감관이 그 힘을 얻어 심법(心法)을 증장(增長)시켜 음욕·성냄·어리석음을 일으키게 된다.

이것을 알려고 하면, 이것은 음식이 그 근본이 되나니 이 음식으로 인하여 일어나는 것이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헤아려보면 수 없이 많은 온갖 최상의 맛도 
뱃속에 들어가면 아무런 차이가 없어 
몸에서 변화하여 모두 부정(不淨)하게 되므로 
도를 수행하는 이 음식을 탐하지 않아야 한다.

비록 음식을 먹게 되더라도 살찌기를 구하지 말고 다만 목숨을 지탱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해야 한다. 비유하면 다음과 같다. 높은 벼슬아치가 많은 새들을 잡아다가 그 날개를 갈겨버린 다음 새장 속에 가둬두고 날마다 살찐 놈을 가려내어 관청 주방[官廚]에 공급함으로 인해 그렇게 많던 새들이 날이 갈수록 점점 줄어들었다.

그런 와중에 어떤 새 한 마리가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살찐 놈이 먼저 죽으니 만약 나도 살이 찌게 되면 또한 앞에 죽어간 새처럼 죽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가령 먹지 않을 경우 곧 굶어죽게 될 것이니, 지금은 마땅히 음식을 절제하여 이 몸으로 하여금 살이 찌지 않게 하고 또한 깡마르지도 않게 하면 몸이 가볍고 편안하여 드나드는 데에도 걸림이 없을 것이며, 요리사에게 잡혀 삶아지는 처지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날개가 점점 자라나기를 기다려서 새장으로부터 벗어나 날아간다면 어디로든 마음 내키는 대로 갈 수 있을 것이다.’

도를 수행하는 사람도 또한 그와 같이 헤아려, 음식에 대해서는 다만 몸을 편안하게 하고 체중을 무겁게 해서는 안 된다. 음식을 적당하게 먹으면 몸이 가벼워지고 졸음[睡眠]이 적으며, 앉고 일어나고 경행(經行)하는 데에도 숨이 가쁘지 않고 편안하며, 대변과 소변을 적게 보고 자신이 닦는 행에 있어서도 음욕·성냄·어리석음이 엷어진다.

수행하는 사람은 마땅히 이렇게 관해야 한다.

‘나는 몸을 탐하지 않고 온갖 정욕(情欲)을 제거할 것이며, 이 몸뚱이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고 뼈가 서로 지탱해주고 있을 뿐이다. 지금 이 몸 속에는 다만 깨끗하지 못한 것만 가득 담겨져 있고 단단한 것이라곤 하나도 없다.’

비유하면 원수가 이롭지 못한 그물을 쳐놓고 늘 원수라는 생각을 품고 있으면서 친구를 상해하려고 하는 것과 같나니, 마땅히 그런 생각을 녹여 없애고 공양하고 받들어 섬기되 비유하면 저 왕을 받들어 섬기듯이 해야 한다.

마땅히 어떻게 해야 하는가?
부처님 가르침을 따르고 받들어 앉고 일어나고 경행하는 데에 재앙과 은환이 없게 하고, 늘 더러운 이슬[汚露]처럼 관하여 숱한 더러움을 모두 알며, 다만 목숨만을 부지해가면서 수행하는 도를 얻는 데에 뜻을 두어야 한다.

친족이나 권속은 버릴 수가 없는 것처럼 몸도 또한 그와 같아서 목욕하고 밥을 먹고 의복을 입어 형체를 가리며, 또한 외아들을 사랑하듯이 늘 보호하여 춥고·덥고·배고프고·목마른 고통이 없도록 하며, 모기·등에·이·벼룩 같은 것에 물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비유하면 이러하다. 옥리(獄吏)가 도둑을 잡아 옥에 가둬놓고 온갖 고문을 가하면서 물었다.

“너는 전후로 몇 차례에 걸쳐 누구의 물건을 겁탈하였으며, 네가 살고 있는 주소는 어떻게 되며, 도둑질해 온 물건은 어디다가 숨겨 두었으며, 누구와 같이 동반(同伴)하였으며, 괴수는 누구이고 공모한 이들은 누구인가?” 도둑은 5독(毒)을 견디지 못해 기절하였다가 다시 깨어나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무슨 방편을 써야 이 매질을 벗어날 수 있을까?’

그러다가 마음이 곧 열려서 우두머리 옥리에게 이렇게 대답한다.

“여기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어떤 나라에 금계(禁戒)라고 하는 큰 장자의 아들이 있는데, 전후 여러 차례에 걸쳐 도둑질해 온 물건을 모조리 그가 있는 곳에 두었으며, 그의 집에서 같이 거주하면서 그와 함께 도둑질을 하였으니 그 사람이 나의 반려(伴侶)입니다.”

옥리는 그 말을 듣고 장자의 아들을 잡아다가 쇠사슬로 얽어서 먼저 잡아들인 도둑과 함께 같은 옥 속에 가두었다. 그 때 장자 아들은 자기 집에서 음식을 가지고 왔는데, 도둑에게는 나눠주지 않고 저 혼자 먹어버렸다.

도둑은 몹시 성이 나서 눈을 부릅뜨고 이를 갈며 땀을 닦고 탄식하며 생각하였다. ‘장자의 아들로 하여금 목숨을 건지지도 못하게 할 텐데, 더구나 음식을 저 혼자 먹다니. 이제 내가 자유로운 몸이 되면 마땅히 저 사람을 핍박하여 혼자서는 물도 마시지 못하게 할 것인데 어떻게 음식을 혼자서만 먹을 수 있겠는가?’

장자의 아들은 어려서부터 버릇없고 방탕한 버릇이 있었으므로 잠깐 동안이라도 이리저리 나다니지 못하는 것을 견디지 못한 나머지, 옥사(獄舍) 뒤에 나가고 싶어서 슬쩍 도둑에게 말하였다.

“우리 함께 변소에 가자.”

그러자 도둑이 말하였다.

“그대가 가는 곳엔 나는 가지 않겠다.”

그 때 장자의 아들은 몹시 급하고 간절해서 그 도둑에게 말하였다.

“내가 그대에게 잘못을 한 일이 없는데 그대는 나를 억울하게 끌어들여 감옥에 갇히게 해놓고는 지금 잠시만 같이 가자고 하는 말도 그대는 들어주지 않는가? 설령 감옥에서 나가게 된다 하더라도 끝끝내 앙갚음을 하지 않겠으니, 거짓으로 누명 쓴 나의 애매한 진상을 그대는 바른대로 말해다오. 내가 마땅히 잘못을 반성하고 그 죄를 사과하겠노라.”

그러자 도둑이 말하였다.

“그대는 실로 잘못이 없다. 그런데도 내가 그대를 억울하게 끌어들인 것은, 그대는 권속이 많아서 스스로 죄를 면하려고 하면 고문을 당하지 않을 것이므로 나는 그 사이에 음식이나 얻어 먹어볼까 하는 마음에서 일부러 그대를 억울하게 모함한 것뿐인데, 그대[仁]의 집에서 가져온 음식마저 혼자서만 먹고 끝내 조금도 나누어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대를 따라가 주지 않는 것이다.”

그 때 장자의 아들이 도둑에게 말하였다.

“그대의 한(恨)을 알겠다. 지금부터 이 뒤로 다시는 그대에게 실수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다시 음식을 가지고 온다면 마땅히 그대에게 먼저 먹인 다음 내가 먹을 것이니, 아직 내 목숨이 붙어 있을 때 옥사(獄舍) 뒤에 나아가 나로 하여금 볼일을 볼 수 있게 해달라.”

그러자 도둑은 그 말을 들어주었다. 그리고 다음 날 음식을 가져오자 바로 노비에게 명하였다.

“지금 가지고 온 음식을 저 친구에게 먼저 먹이고 먹고 남거든 나에게 달라.”

그 때 노비는 가르침을 받들어 그 말대로 시행하였다. 그리고 노비는 집으로 돌아가서 장자에게 그 사실을 아뢰었다.

장자는 그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노여움을 품고 있다가 이튿날 옥으로 가서 그 아들에게 말했다.

“너는 호족(豪族)의 집안에 태어났거늘 도리어 도둑 같은 나쁜 인간과 어울려 일을 따라 하고 그와 더불어 친구가 되었으니, 도대체 너는 그가 너를 억울하게 누명을 씌워 감옥에 끌어넣은 줄도 모르느냐?”

그 아들이 대답했다.

“아버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저도 이 사람을 공경하여 친구로 삼은 것이 아니며, 그가 도둑인 줄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소변이 급하여 핍박을 받고 있는데도 따라가 주려고 하지 않아서, 몸이 무겁고 배가 부풀어올라 눈이뒤집히고 귀가 먹먹하며, 머리가 아프고 등이 찢어지는 것 같았으며, 갈비뼈가 뽑히는 것 같았고, 가슴에 답답한 기운이 가득 차며, 숨이 헐떡거려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하였으며, 마음과 의식이 혼란해져서 아무 감각이 없었고, 모든 골절이 풀리는 듯하였으며, 뼈와 신체가 쑤셔대고 아팠고, 목숨이 다하여 끊어지는 것 같았으며, 나쁜 증상이 마주하여 위에 나타나 있고, 땀이 나고 기운이 딸리던 차에 저 도둑이 저에게 말하기를 ‘그대가 나를 따르기를 마치 병든 사람이 의원을 따르듯 해야 그나마 응하겠다. 또 음식이 오면 나를 먼저 먹이고 난 다음에 그대가 먹겠다면 내 마땅히 그대를 따라가 주겠다’라고 하기에, 몸과 목숨을 탐애(貪愛)한 까닭에 일부러 친구로 삼았던 것입니다.”

그 장자의 아들은 그 도둑이 뻔히 원수인 줄 알면서도 몹시도 궁핍하였기 때문에 겉으로는 친구인 체 보였지마는 속으로는 사실 소박(踈薄)하였던 것이다. 이와 같이 4대(大 : 몸)는 무상한 물질이 붙어 있는 것뿐이라서 네 가지 일은 늘어나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하여 하나도 편안함이 없는 것이 마치 뱀이나 독사와 같고 허깨비·아지랑이·물 속의 달·산 속의 메아리처럼 이 몸도 그와 같은 것임을 알아야 한다.

도를 수행하는 이도 역시 이와 같이 헤아려 5음이란 모두 원수요 도적임을 깨닫고 알아서 입고 먹는 것은 그 신체만을 길러 해롭지 않을 만큼만 할 뿐, 낮과 밤으로 정진에 전념하여, 마치 머리 위에 붙은 불을 끄듯이 조금도 게으름을 피우지 말고 도덕을 이루고, 함이 없는 경계에 이르러 삼계가 시작하고 끝나는 환난에서 해탈해야 한다.

12. 복승제근품(伏勝諸根品)

수행하는 이가 음욕·성냄·어리석음이 엷어지고, 설령 번뇌에 훈습되지 않아서 거기에 농락되는[嬈害] 일이 없을지라도 도덕(道德)을 이루지 못하였다면, 거룩한 진리를 보지 못했으면서 저 혼자 얻었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수행하는 이는 마음과 뜻이 제멋대로 하는 것을 경계해야 하나니, 마음이 빛깔[色]·소리[聲]·냄새[香]·맛[味]·닿임[細滑]의 생각에있거나, 5음에 집착하면 하는 일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다. 가령 마음이 5음의 번뇌[蓋]를 따르지 않는다면 도를 얻은 것임을 알 것이요, 만일 그 마음이 혼란하여 모든 정욕(情欲)을 따른다면 곧 돌이켜 두려워하고 마땅히 다시 정진(精進)을 가하여야 한다.

비유하면 소치는 이가 못[澤]에 소를 놓아먹이는데, 그 소가 뛰고 달려 남의 곡식을 짓밟았으면, 소치는 이는 그 주인이 알까 두려워하여 소를 끌고 집으로 돌아와서 때려주고, 이튿날 다시 나아가 소를 먹이는데, 거짓으로 쳐다보지 않는 체 하면서 다시 남의 곡식을 침범하는지 않는지를 살핀다. 그 때 소는 마음속으로 생각하기를 ‘소치는 사람이 보지 않는다고 해서 다시 남의 곡식 싹을 먹는다면, 그 주인이 그것을 보고 다시 회초리로 때릴 것이다’고 하면서, 소가 그 뒤로는 두려움을 품고 감히 다시는 침범하지 않는 것과 같다.

수행하는 이도 그와 같아서 스스로 다섯 감관을 경계하여 정욕을 따르지 않는다면 도를 이룩하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일 6쇠(衰 : 根)를 좇아 그것을 곧 돌이켜 스스로 억제하고 3도(塗)의 괴로움과 나고 죽음의 환난을 관찰하여 밤낮으로 정근(精勤)하기를 앞에서보다 만 갑절이나 더한다면, 얻지 못하였던 것은 마땅히 성취하게 될 것이요 이미 성취하였으면 방일하지 않게 된다.

13. 인욕품(忍辱品)

설사 어떤 사람이 수행하는 이를 때리고 꾸짖는다 할지라도 그 때 도를 수행하는 이는 마땅히 이런 관법(觀法)을 지어야 한다.

‘꾸짖는 것은 다만 음성만 있을 뿐 자세히 헤아려 본다면, 모두가 다 공(空)하여 없는 것이어서 마침 일어났다가 곧 소멸하고 마는 것이다. 비유하면 문자(文字)나 그 명칭은 각기 다르지만 글자를 하나하나 헤아려보면 꾸짖는 소리는 아무 것도 없는 것이고, 또 비유하면 한 장님으로 보게 해도 아무 것도 눈에 보이는 것이 없고, 설사 100명의 장님으로 보게 해도 아무 것도 보이는 것이 없듯이, 꾸짖는 것도 그와 같아서 한 글자도 이루지 못하고, 설령 백천 글자라 해도 다 공(空)하여 없는 것이다. 설사 부모·아내·친척·이웃들이 모두 나를 칭찬하고 기릴지라도 다 공한 것이다.’

마땅히 이와 같은 관법을 지어야 한다. 말이 다른 오랑캐들이 비록 나를 꾸짖고 욕할지라도 마치 바람과 메아리소리처럼 모두가 공한 것과 같다.

14. 기가악품(棄加惡品)

가령 수행하는 이가 고요히 선정(禪定)에 들었을 때에 누가 와서 몽둥이로 때리고 칼·몽둥이·기와조각·돌을 가져다가 그 몸을 때릴 때에는 마땅히 이런 관법을 지어야 한다.

‘명(名)과 색(色)은 다 공한 것이라, 맞는 것도 때리는 것도 다 존재하는 것이 없는 것인데, 본래 어디로부터 생겨날 것이며, 누가 성을 내는 자이고 누구를 향해 성낼 것인가? 내가 전생에 착한 일을 하지 못하여 이런 환난을 당하는 것인데, 가령 명과 색이 없다면, 액난을 만날 이유도 없을 것이다.

내가 만일 성을 내어 그 사람에게 되갚는다고 하면, 온갖 원수가 매우 많을 것이므로 다 갚지 못할 것이다. 비유하면 독사와 100개의 발이 달린 벌레와 벼룩·이·모기·등에·거미·벌 같은 것들이 사람을 괴롭힌다 해도 무엇으로써 보복할 수 없는 것과 같나니, 밖에 있는 모든 걱정거리는 제거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체내에 들어 있는 404가지 질병과 80가지 벌레는 어떻게 제거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마땅히 속마음을 조복하여 모든 번뇌를 소멸하고 그 뜻을 고요하게 하는 것을 수행이라고 말한다.

15. 천안견종시품(天眼見終始品)

가령 수행하는 이가 졸음이 온다면 마땅히 무상하여 오래지 않아 죽음에 나아갈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며, 여러 가지 괴로움과 나고 죽는 괴로움을 생각하여 손을 씻고 얼굴을 씻은 다음 4방을 쳐다보기도 하고, 밤에는 별[星]들을 바라보면서 스스로 마음을 제어하기도 하며, 게으름을 버리고 누워 잠자겠다는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만일 그래도 졸음이 그치지 않는다면 마땅히 일어나 경행(經行)해야 한다. 가령 마음이 안정되지 못한다면 마땅히 그 자리를 옮겨서 밝음을 보려고 생각해야 할 것이니, 아무리 마음속이 어두울지라도 3광(光 : 해·달·별)을 생각한다면 안팎이 환하게 될 것이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마땅히 생사의 괴로움을 기억하여 
죄를 살피고 4방을 쳐다보며 
바깥 광영(光影)을 보려고 생각하면서 
마음속에 비추는 광명을 구하라.



졸음의 어둠을 소멸하여 무너뜨리되 
해가 어둠을 소멸하듯 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하면 아무리 눈을 감고 있어도 
보이는 것이 눈뜬 이를 뛰어 넘으리.

수행하는 이는 늘 밝은 것 보기를 생각하되, 밤낮을 달리하지 말고 크고 작고, 옳고 그른 갈래를 분별하며, 멀리 다니면서 널리 배워서 무엇이든지 해박하게 알지 못하는 것이 없어야 한다.

이와 같은 것을 생각한다면 곧 도의 안목을 얻고 소견이 평등해져서, 더욱 멀리 뻗쳐 정거천(淨居天)까지 미치게 될 것이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비록 졸고 있어도 늘 눈을 뜨고 있는 듯 
선정에 들어가 보는 것은 천안보다 나아 
널리 세간의 중생들을 보고 
하늘까지 뻗쳐 보이지 않는 것이 없으리.

수행하는 이가 이미 도안(道眼)을 성취하였으면 모든 방위와 3악(惡)의곳곳까지 다 보이게 된다. 비유하면 장마비가 하루아침에 맑게 개었을 적에, 눈 밝은 사람이 산꼭대기에 머물러 있다면, 성곽·나라·고을·마을·백성들과, 나무·꽃·열매, 그리고 흐르는 물과 솟아오르는 샘과, 사자·호랑이·이리·코끼리·말·양·사슴과, 모든 들짐승들의 가고 오고 서 있는 모습이 모조리 다 보이는 것과 같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비유하면 거울과 허공 같아서 
장마비 개고 햇빛이 밝은 것 같고 
눈 밝은 사람이 높은 산에 있으면서 
위에서 아래를 보면 안 보이는 것이 없는 것 같으리.



또한 성곽(城郭)·나라·고을이 다 보이듯 
수행하는 이도 그와 같아서 
세간과 새 짐승들과 
지옥과 아귀의 중생들이 보인다.

이와 같이 수행하면 삼천세계를 보고 사람의 나고 죽음과 선악의 갈래를 보리니, 이것을 신통(神通)을 통달한 것이라고 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비록 위없는 맛을 지닌 감로(甘露)가 있다 해도 
삼천세계 보는 덕은 그보다 더하네.


또한 도를 수행하고 불교를 따랐으므로 
재빨리 신통을 얻어서 걸림이 없다네.



부처님께서는 널리 일체의 청정함을 보시고 
중생을 가엾이 여기셨기에 이것을 말씀하셔서 
시작하고 끝나는 근본을 끊고 빨리 해탈하도록 
다함 없는 이치를 분별하여 설하셨네.

16. 천이품(天耳品)

지혜로 바퀴 삼아 고요히 인연에 응하시고
걸리는 것 없이 바른 도에 따르시네.

이 도의 법륜(法輪)을 굴리시는
전륜대성(轉輪大聖)께 머리 조아립니다.

갖가지 기악(伎樂)을 죄다 살피시고
불쌍히 여기는 마음 베품이 평등하시어
하늘과 사람, 지옥의 소리 다 들으시는
거룩하고 청정한 성품 지닌 분께 합장하고 머리 조아립니다.

수행하는 이가 천이(天耳)를 성취하면, 문득 환히 들음을 얻어 번잡하고 소란스러운 것이 없게 된다. 비유하면 사람이 땅을 파서 숨겨져 있는 보물을 구하는데, 본래는 한 무더기만 찾아내려고 하였다가 나머지 숨겨진 것들까지도 다 얻는 것처럼, 수행하는 이도 이와 같아서 본래 천이를 구하면 환히 듣는 것은 저절로 따라오므로 하늘세계와 인간세계의 모든 소리까지도 다 듣게 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헤아리건대 저 수행하는 이가 
좋은 방편으로 법을 일으키고 
정근(精勤)하여 천이를 얻어 
하늘세계와 인간세계를 보네.



환히 듣는 것이 저절로 생겨 
듣는 것도 한량이 없나니 
사람이 땅에 숨겨진 한 보물을 구하기만 하면 
나머지 보물은 저절로 얻어지는 것 같다.

비유하면 밤중에 여러 사람들은 모두 자는데, 어떤 사람 혼자만 깨어 7층 다락에 올라가면, 마침 고요한 때이므로 모든 음악과 기악(伎樂) 소리·가무(歌儛) 소리·울부짖는 소리·슬퍼하는 소리·북 치는 소리 등이 모두 뚜렷하게 들리는 것처럼, 도를 닦는 이의 소견도 그와 같아서 마음은 본래 고요한 것이므로 멀리 지옥에서 울부짖고 괴로워 절규하는 소리까지 다 들리며, 아귀(餓鬼)·축생(畜生)·하늘세계·인간세간의 기악 소리까지도 보이고 들리나니, 이것을 천이신통(天耳神通)의 증과(證果)라고 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밤중에 여러 사람은 모두 다 잠들었는데 
어떤 사람이 일어나 7층 다락에 올라가면 
마침 고요한 때이므로 일체 사람들의 
기악과 가무 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도를 닦는 이도 이와 같아서 
천이(天耳)로 온갖 소리 사무쳐 듣고 
삼계(三界)에 있는 모든 형색(形色)과 
그 말소리까지 죄다 분명하게 안다.



나는 수없이 많은 경전의 뜻을 따르고 
그 나머지를 얻어 감로(甘露)를 먹는 것이 
마치 병든 사람이 좋은 약 먹는 것 같아 
지금 세존의 천안(天眼)의 가르침을 말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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