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도지경(修行道地經) 제3권-2
17. 염왕세품(念往世品)
지혜는 싹이고 선근(善根)은 뿌리이며
경법(經法)은 꽃이고 덕은 열매이네.
해탈법 보이시어 움직이지 않음을 세우신
부처님 큰 나무[大樹]에 저는 지금 귀의합니다.
억백 생(生)으로부터 선근을 심으셨고
옛날 한량없는 세상에서 고요히 깨끗한 행 닦으시어
백천억 본래의 숙명(宿命)을 아셨기에
부처님 깨우치신 뜻에 마음 굳게 귀의합니다.
가령 수행하는 이가 혼자 마음속으로 생각하기를 ‘내가 어디로부터 왔으며, 사람의 몸은 어떻게 얻었는가?’라고 할 경우, 천안(天眼)으로 살펴본다면 마음이 밝아져서 본래 태어날 적부터 사람이었는지, 혹은 사람이 아니었는지를 분명하게 보게 된다.
비유하면 사람이 이 고을로부터 다시 저 고을로 간다면 먼저 오고갔던 곳과 앉고 일어나고 했던 곳을 식별할 수 있는 것처럼, 수행하는 이도 그와 같아서 스스로 전생에 지나오면서 받았던 몸을 기억하고 성명(姓名)의 좋고 나쁨과 수명의 길고 짧음과 음식·의복 등도 기억해보면 다 알 수 있다.
저기서 죽으면 여기에 태어나고, 여기에서 죽으면 저기에 태어나나니, 이 같은 비량(比量)으로 수없이 고쳐 태어나고 죽는 것을 안다. 이것을 전생 일을 아는 [宿命] 신통이라고 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천안으로 보는 것을 수행이라 하나니
수없는 겁 동안 겪었던 삶을 알고
과거에 받았던 몸 모두 보이는 것이
배[船]에 타서 제 얼굴을 물에 비추어보는 것과 같다.
부처님께선 태어났던 곳을 모조리 아심을
내가 모든 경전을 살펴 뽑아 취했으니
이를 전생 일 아는 신통[昔所更]이라 한다 .
지혜로운 마음으로 지극한 이치를 채집하였다.
18. 지인심념품(知人心念品)
헤아릴 수 없는 자애[哀] 베풀어
중생들이 취향하는 생각을 아시고
스스로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옳고 그름과 안정됨과 방일함을 보시네.
품었던 뜻 지극하시고
한량없는 지혜 분명히 아시어
모든 번뇌 없애신
거룩하고 훌륭한 분께 귀의하기 원합니다.
수행하는 이는 천안으로써 사람 및 사람 아닌 것[非人]과 옳음·그름·착함·악함·단정함·추함·더러움을 환히 보며, 속마음이 밝은지 어두운지 다 통해 보며, 성내기를 좋아하는 이는 마음이 어떻고, 뜻이 화열(和悅)한 이는 마땅히 취향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환하게 본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환히 보는 천안의 신통으로
모든 사람과 사람 아닌 것을 보며
중생의 얼굴빛을 살피고
또한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것까지도 보아
그 뜻의 본래 속셈을 아나니
어떤 인연으로 이런 행을 획득했는가?
그 도를 닦은 이는
성내는지 화열한지 모두 다 본다.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강가에 앉아 있으면 물 속에 있는 물고기·자라·메기와 수없이 많은 이상한 벌레들이 보이는 것처럼, 수행한 사람도 그와 같아서 중생들이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착함과 악함을 분명히 보아 의심이 없나니, 이것을 다른 사람이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착함과 악함을 아는 신통이라고 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깨달음의 눈 밝고 마음이 청정한 것은
도를 수행함으로 인하여 얻은 것이니
남이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것 알기를
나무의 뿌리와 가지와 잎을 보듯 한다.
비유하면 장사꾼이 수정(水精) 구슬을 구하려고 바다에 들어갔다가 이 보배를 얻고도, 아울러 진주(眞珠)·금강(金剛)·산호(珊瑚)·자거(車▩)·마노(馬瑙)까지 얻기도 하는 것처럼, 수행하는 이도 그와 같아서 졸음을 버리고 오로지 마음을 밝은 데에 두면, 천안을 얻고도 아울러 천이(天耳)와 신족(神足)까지 얻어서 자신의 전생 일과 다른 사람의 전생까지도 저절로 알게 된다.
그러므로 수행하는 이는 마땅히 밝은 깨달음을 익혀야 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마치 한 가지 일을 위해 바다에 들어갔다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보배를 얻는 것처럼
수행하는 이도 이와 같아서 졸음을 없애면
천안이 밝아 근본과 끝을 모두 안다.
수행하는 이가 이와 같이 뜻이 적정(寂靜)하여
지금 내가 펼쳐 말한 부처님 가르침대로 한다면
한량없는 빛 보는 것이 하늘 눈보다 더 뛰어나고
중생들이 마음으로 생각하는 옳고 그름을 보리.
그 인욕(忍辱)의 힘, 땅보다 더하고
부드럽고 편안함은 물보다 더하며
잡은 뜻 견고함이 수미산과 같고
사람을 뛰어넘고 허공을 뛰어넘네.
깊은 지혜 강물보다 더 깊고
넓은 바다처럼 성냄과 한이 없네.
그 덕은 아무도 따를 이 없으신
가장 훌륭하신 분께 머리 조아리기 원합니다.
그 마음 도를 생각하여
모든 하늘 찬탄을 받으셔도
마음 거둠이 일정하시어
기쁘게 여기지 않으시네.
저 조복되고 부드럽고 평등한 뜻
더하거나 덜하지 않으시며
밝은 덕 경솔함이 없으시기에
제가 머리 조아려 예배하기 원합니다.
가령 수행하는 사람이 마음에 경솔하고 장난기가 있으면, 곧 마땅히 시름하고 근심하는 법을 사색해야 한다.
‘내가 죽음과 맞닥뜨리게 된다면 해탈법과 무상법(無常法)을 얻지 못했으니, 기뻐하고 즐거워할 때가 아니며, 가지고 있는 은애(恩愛)도 마땅히 여의어야 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흐르는 냇물이
강(江)에 합쳐 넘실거리는 듯한
생사의 바다를 건너는 법 얻지 못하고
쇠모(衰耗)와 혼란을 도리어 기뻐하네.
한량없이 많은 은혜와 사랑
오래지 않아 마땅히 여의고
덧없는 악(惡)의 대(對)만이
각기 죄와 복을 따른다.
저 수행하는 사람이 마음속으로 스스로 생각한다.
‘내가 혹 목숨이 다한다면 도덕을 이룩하지 못하고, 또 도를 향하지도 못했으니, 혹은 거역하는 일을 범하고 법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으며, 3악의 길에 들어가 그지없는 환난을 면하지 못할까 두렵다. 또 여러 가지 삿된 견해에 떨어졌으니 어찌 미혹됨이 없겠으며, 다시 태(胎)에 의탁하게 될 터이니 장차 몸뚱이와 뼈를 받지 않겠는가? 만약 태산(太山)지옥에 들어간다면 혹 머리를 끊어 피가 바다처럼 흐르고 혹은 슬픈 일을 당하여 눈물을 5하(河)처럼 흘리며, 부모와 이별하고 처자가 죽게 되며[無常] 형제가 사랑하게 될까 두렵다.’
그러면서 걱정과 번민이 한량없이 많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아직 도를 이루지 못하고
죽음의 근원 두려워함을 끊지 못했으니
백천 가지 환난을 당하고
또한 태에 의탁하여 나게 되리라.
근심 걱정의 뿌리 제거하지 못했으니
한량없이 많은 괴로움 만나며
거룩한 도에 귀의하지 못했으니
3악의 길이 저절로 열리리.
수행하는 사람은 아침·저녁으로 두려워 하고 스스로 생각한다.
‘내가 혹시 새와 짐승 같은 법답지 못한 곳에 떨어진다면 항상 해치려는 마음을 품고 서로 처지를 바꾸어가면서 목숨을 빼앗을 것이요, 수치심도 없이 어두운 곳으로부터 어두운 곳으로 들어갈 것이니, 이미 이러한 환난에 떨어지게 되면 다시는 사람의 몸을 받기 어려울 것이다.
비유하면 한 푼의 돈은 바다에 던졌다가도 다시 찾아낼 수 있지만 사람의 몸을 잃고 나면 이것을 다시 얻기란 어려울 것이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탐음(貪婬)으로 인한 번뇌와 성냄·어리석음과 어둠
욕심의 몽둥이[欲杖]에 몰려 부끄러운 줄 모른다.
축생들의 운무(雲霧) 속으로 들어가나니
이 고난에 떨어지면 다시 사람되기 어렵다.
수행하는 사람이 스스로 생각한다.
‘내 몸이 장차 아귀(餓鬼)에 떨어지지나 않을까? 일찍이 들으니 (그곳 사람들은 질그릇에다 콧물·침·고름·피와 사람들이 토해 낸 더러운 것들을 담아서 음식으로 삼으며, 두루 돌아다니면서 걸식한다)고 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깨끗하지 못한 그릇과
비뚤어진 질그릇에
피·고름·침·콧물을 담아서
마치 물을 마시듯 마신다네.
탐욕 많고 항상 다투었던
재앙과 죄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니
이러한 행동하는 사람은
곧 아귀의 길에 떨어지리.
19. 지옥품(地獄品)
수행하는 사람이 스스로 생각하기를 ‘내 몸이 장차 지옥에나 떨어지지 않을까? 일찍이 들으니 (죄인들이 함께 만나기만 하면 곧 성난 마음을 품고 서로 해치려고 하며, 손톱은 날카로워서 마치 칼날과 같고, 저절로 만들어진 몽둥이·창·활·화살·기와조각과 같다. 서로 겨룰 때에는 칼과 창 부딪치는 소리가 구리를 깨뜨리는 것 같고 부러진 몽둥이와 엉켜진 창과 칼은 마치 그물과 같으므로 죄인들은 그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근심과 걱정을 품는다)고 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이 여러 죄인의 무리들은
지옥에 들어가 서로 해치나니
병기를 구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마음대로 죄다 얻을 수 있다.
칼날을 잡고 서로 해치기를
마치 물에서 그물을 움직이듯
또한 무더운 여름 날씨의 열기
칼날의 불꽃도 그와 같다네.
그들은 혹은 두려워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이도 있고, 또는 원망하면서 노여움을 품어 서로 목숨을 해치려고 하면서 이것으로 즐거움을 삼는 이도 있으며, 마침내는 싸움을 벌여 이리 저리 밀고 치다가 서로 상해를 입어 마디마다 갈라지고 머리와 몸뚱이가 장소를 달리하기도 하고, 혹은 그 몸이 찔려서 피가 흘러 샘솟듯 하기도 하고 칼날이 몸에 박혀 아픔을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는데 칼 자국에서는 불이 솟아 나오기도 하며, 혹은 몸이 꺾이고 부서지기를 마치 어지러운 바람이 불어 나뭇잎을 떨어뜨린 것처럼 땅 위에 나뒹굴기도 하며, 몸이 부서져 티끌처럼 되었다가 잠깐 동안에 예전의 몸처럼 되기도 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머리카락을 잡고 서로 치고 밟으며
이리저리 뒤척이며 서로 끌고 끌어
죄 있는 사람들끼리 함께 모여 다투나니
그 괴로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네.
공포를 서로 가해 가면서
때에 따라 큰 싸움 벌이는데
마치 나무를 뽑아 헤치듯이
서로 밀치고 누름이 그와 같네.
그 때 싸늘한 바람이 4방에서 불어오면 죄인들은 잠깐 동안 예전처럼 회복되는데, 옥을 지키는 귀졸(鬼卒)이 죄인의 몸에 물을 뿌리면 다시 살아나게 된다. 그것은 그의 죄가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로 하여금 죽지 못하게 한 것이요, 옥귀(獄鬼)의 말소리를 들으면 바로 예전처럼 일어나는 것이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물을 가져다가 그의 몸에 뿌리고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자
그 때 옥에 갇혀 있던 죄인들이
다시 옥 지키는 귀졸의 말을 들었네.
죄인의 몸 부서졌다가도
다시 살아나는 이유 있었으니
번뇌의 죄 다하지 못하여서
다시 고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네.
그 때 죄인들은 다시 굴러 서로 만나기만 하면 곧 노여움을 품어, 입술이 떨리고 눈알이 핏빛처럼 빨갛게 되고 창자는 쏟아진 체 예전처럼 싸움을 벌인다. 원수를 맺어온 그 날짜가 오래 됨으로 인하여 신체가 온통 상하고 부서져서 땅에 나동그라진 채 흘린 피가 마치 흐린 샘물과 같다가도, 신체가 회복되면 다시 땅에서 일어나 서로 해치기를 예전처럼 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지옥 가운데 떨어져
받는 괴로움 이루 다 말할 수 없는데
서로 해치므로 큰 두려움을 품나니
전생의 죄로서 이루어진 것이다.
빈번하게 해를 당했다가도
도로 살아나 예전처럼
악한 뜻으로 서로 다투나니
심은 죄 때문에 쉴 틈이 없다.
이 세간 사람들
살해하기 좋아하면
상(想)지옥에 떨어져
본래 행한 대로 죄를 받는다.
그러므로 이렇게 행한 이는
오래도록 지옥에 있으면서
서로 수없이 목숨을 빼앗나니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도 예전과 같다.
세간에 살 때 죄를 범한 이는
상지옥에 떨어졌다가
마치 파초(芭蕉)처럼
죽었다가도 곧 되살아난다.
죄인이 만일 흑승(黑繩)지옥에 떨어지면, 그 때 옥을 지키는 귀신이 모든 죄인을 잡아 뜨거운 철(鐵) 땅에 눕혀 놓고, 또 불이 저절로 튀기는 쇠사슬과 쇠톱을 가져온다. 다음 그 몸뚱이를 바로 묶어 세우고 톱을 가져다가 머리에서부터 발까지 백천 조각으로 끊고 켜는데, 비유하면 마치 목공(木工)이 온갖 목재를 끊고 켜듯이 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옥을 지키는 귀신이 염왕의 명령을 받고
쇠사슬로 몸을 묶어 톱으로 켜는데
그 톱 위아래서 불이 훨훨 타오르고
사람 잡아 땅에 눕히고 조각조각 켜네.
옥을 지키는 귀신은 다시 도끼로 죄인의 몸을 쪼개고 아울러 자귀로 깎고 끌로 뚫는다. 비유하면 마치 목공이 목재를 쪼개는데, 혹은 네모나게 쪼개기도 하고 혹은 여덟 모로 만들듯 죄인의 몸을 다스리는 것도 또한 그와 같이 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옥 지키는 귀졸이 죄인의 악행에 맞추어
도끼·끌·자귀·톱·사슬 따위로
죄수를 쪼개는데 목공이
마치 사람의 집을 새로 짓듯 한다.
그 때 옥을 지키는 귀신은 불에 달군 쇠사슬로 그 몸뚱이를 얽어매어 살이 터지고 몸이 부서지는 고통이 뼈에 사무치고 뇌수에 닿게 하며, 갈비·척추·허벅지·정강이·머리·목·팔·다리가 각기 다른 곳에 있게 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흑승지옥에 떨어져
갖가지로 고문 당하는 그 고통
가죽 벗기고 도끼로 나누기를
마치 집을 새로 짓듯이 쪼갠다네.
각기 마디마디 그 몸을 가르니
피가 샘솟듯이 흘러내리고
뼈와 살이 있는 곳을 다르게 하니
혹독한 고통 어찌 다 말하리.
염왕의 옥 지키는 귀신이
이렇듯 그 몸 부수면
그의 죄 다하지 못한 까닭에
고름과 피가 이와 같이 흐르네.
그가 합회(合會)지옥에 떨어지는 것은 전에 지었던 죄의 소치이다. 그 지옥에서는 죄인을 앉히고 쇠못을 가져다가 그의 무릎에 박고 다음에 다시 온몸에 골고루 대못을 박는다. 그러면 몸은 부서져 파괴되고 뼈와 살도 모두 그렇게 되며, 모든 마디는 갈라져 각기 곳을 달리하게 되고, 그의 목숨이 끊어지려고 하는 곤고함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는데, 마침 바람이 저절로 불어와서 모든 못을 뽑으면 전처럼 회복되지만, 또 다시 못을 가져다가 그의 몸에 박는다. 이와 같이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괴로움을 백천만 년 동안 겪게 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헤아릴 수 없는 백천 개의 못이
공중에서 비처럼 쏟아져 내려
그 사람의 몸 부수길 밀가루 빻듯 하나니
본래 지은 죄로 인해 이런 액난 겪는다.
다음에는 쇠방망이와 쇠절구공이[鐵杵]가 쏟아져 내리고 검은 코끼리와 커다란 산이 그의 몸을 짓눌러, 마치 감자(甘蔗)를 찧고 포도(葡萄)에서 즙액을 짜내듯 하는데, 뇌수·지방·피·살 같이 깨끗하지 못한 것들이 모두 저절로 흘러나오게 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검은 코끼리·쇠 절구공이·큰 돌산이
그 몸을 짓누르고 절구에 넣고 부수니
지옥 귀신을 보고 죄다 두려워하는데
그 몸 부수기를 저 감자 찧는 것처럼 하네.
또 그 몸을 철통에 넣고 돌리면서 짜기를 마치 참기름[麻油]을 짜내듯이 하며, 절구 속에 넣고 절구공이로 찧기도 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지옥을 지키는 옥졸은 자비가 없어
철통에 넣어 돌려 짜고 절구질하여
죄인에게 고통 주기를
마치 참기름을 짜듯이 한다.
그 때 죄인들은 멀리 커다란 산을 보고는 두려운 마음에 그 산 넓은 골짜기 속으로 달려들어가 스스로 구원하고자 갈망하지만, 거기서도 벗어날 수가 없다. 마침 그 골짜기에 들어가서는 저희들끼리 말한다.
“이 산은 나무가 많으니 마땅히 여기에 머무는 것이 좋겠다.”
그러면서 제각기 두려운 마음을 풀고 여러 나무들 사이에 머물고 있으면 산이 저절로 합쳐져서 그 몸을 부수어 버린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여러 가지 쌓은 죄와 재앙
자기가 본래 지은 것이라서
그 때 모든 죄인들
죄다 산골짜기로 들어가더라도
마침 산골짜기에 들어가고 나면
그 산이 저절로 합해져서
죄인의 몸을 부술 때
그 소리 너무도 비참하네.
소·양·돼지·사슴·새들을 해치고
불쌍히 여기지 않고 사람의 목숨 빼앗았기에
합회지옥에 떨어져 수없는 고통 받나니
남의 몸 해치다가 이런 괴로움 받는다.
또한 멀리 불이 타는 것을 보고는 죄인들이 말한다.
“이 땅은 평탄하고 넓으며 풀과 나무들도 푸르러 비유하면 마치 유리(琉璃)와도 같구나. 마땅히 저기로 가면 편안할 것 같다.”
그러면서 곧 그곳으로 가 불을 맞이하며 숲 속에 앉는다. 그러면 사방에서 불이 일어나 그 몸을 에워싸니, 불에 타는 그 혹독한 고통으로 처절하게 울부짖고 슬퍼하면서 동·서·남·북으로 달아나 그 불을 피하려고 하지만, 가는 곳마다 불을 만나 스스로를 구제할 수가 없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손톱·발톱·머리카락은 저절로 자라나고
태우고 구워지는 고통에 얼굴빛이 변한다.
바람이 불어 몸과 혀를 말리는데
옥리를 보고는 겁이 나서 질겁을 하네.
수없이 많은 여러 죄인들
불꽃에 태워지며
연기에 쏘이고 불에 구워지는 것이
나비가 등불에 날아드는 것 같다.
또한 멀리 쇠잎[鐵葉]으로 된 나무숲을 보고는 서로들 말한다.
“저 나무들은 너무도 아름답다. 저 풀은 저렇게 푸르고 물도 흐르니 우리 다 함께 저기로 가자.”
그러면서 수없이 많은 백천 죄인들이 다 그 숲 속으로 몰려들어 혹은 나무 밑에 앉기도 하고, 혹은 서 있기도 하며, 혹은 누워 자기도 하는데, 뜨거운 바람이 4방에서 일어나 불어오면 나무가 흔들리고 칼 같은 잎이 저들의 몸에 떨어져 가죽이 벗겨지고 살이 베어지며, 뼈와 뇌수가 부서지고 옆구리·가슴·등이 상하며, 목이 끊어지고 머리가 깨어진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세력을 믿고 중생을 해치다가
지옥에 떨어져 살려달라 말하지만
4방에서 뜨거운 바람이 불어 쇠잎이 떨어지면
싸움터에 들어가 다친 것처럼 그러하네.
그 때 쇠로 된 나무 숲 사이에서 갑자기 주둥이가 쇠꼬챙이처럼 생긴 까치·까마귀·보라매·독수리 등이 저절로 떼를 지어 나타나는데, 그것들은 고기와 피로 먹이를 삼는 것들이라서 사람의 머리 위에 앉아 눈알을 뽑아 먹고 머리를 깨뜨려 뇌를 쪼아먹는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저 사람은 전생에
세력을 믿고 중생을 해쳤으므로
그로 인해 쇠잎이 몸 위에 떨어져
조각조각 갈라지고 또 잘리고 끊기네.
너무도 무서운 까마귀와 보라매가
4방에서 나타나 사람을 공격하며
머리 위에 앉아서 눈알을 뽑아먹고
뇌를 꺼내서 쪼아먹는다.
그 때 철엽(鐵葉)대지옥 속에서 갑자기 저절로 생긴 숱한 개들이 나타나는데, 혹은 까맣기도 하고 혹은 하얗기도 하다. 그 개들은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짖어대고 포효하면서 죄인에게 달려들어 공격하려고 한다. 그러면 죄인들은 슬피 울면서 개들을 피해 숨기도 하고, 혹은 4방으로 흩어지기도 하며, 혹은 무서워서 꼼짝하지 못하기도 하는데, 개가 달려들어 바로 죄인을 잡아놓고 머리를 뜯어 피를 마시고 다음에는 살과 골수를 씹어 먹는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입 벌리면 이가 아주 하얗고
포효하고 짖는 소리는 너무도 무섭다.
혀를 빼물고 입술을 핥으면서
강하게 달려들어 사람을 해친다.
칼에 그 몸이 상하고
새 짐승의 먹이가 되어
고통 받고 해침을 당하는 것은
세력만 믿고 살생하였기 때문이네.
그 때 죄인들은 개의 먹이가 되고 까마귀와 새에게 해를 입자 두려워서 바삐 도망을 친다. 그러다가 다시 여덟 갈래로 갈라진 큰 길을 발견한다. 그런데 그 길엔 모두 예리한 칼이 깔려있다. 그들은 마음속으로 생각하기를 ‘새파란 풀들이 우거지고 여러 가지 나무들이 있으니 마땅히 저 길로 가리라’ 하면서 그 길로 가다가 예리한 칼날에 그만 발이 잘려 피가 낭자하게 흘러내린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그들은 경(經)과 율(律)을 받고도
법의 다리[法橋]를 파괴하였으며
계율에 따르는 이를 보고는
억지로 계율을 범하라 가르쳤네.
쫓기다가 큰 길로 들어서면
칼날에 그만 발이 잘려서
발 밑이 온통 상처투성이고
궁지에 빠져 자재(自在)하지 못한다.
그 때 멀리 여러 가시나무가 보였는데, 그 나무의 높이는 40리쯤 되고 가시[剌棘]의 길이는 한 자 여섯 치쯤 되었다. 그 가시는 아주 조밀하게 나 있는데 거기에서 저절로 불이 나왔다. 죄인은 마음속으로 생각한다.
‘저 나무는 매우 좋은 나무이다. 갖가지 꽃이 피고 열매가 달렸으니 우리 저 나무숲으로 가보자.’
그러면서 쇠나무 사이로 간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멀리 쇠나무의 잎을 보니
가지마다 매우 아름답네.
날카로운 가시가 톱니처럼 나서
혹은 위로 혹은 아래로 향하였다.
죄인들은 그것을 보고
과일 나무라고 말하나니
전생에 지은 죄로 이루어진 것이며
재앙을 범하였기 때문이라네.
그 때 나찰(羅刹)이 나타나는데 얼굴 모양은 무섭게 생겼고 손톱과 발톱, 그리고 털이 길다랗고, 입은 의복은 혐오스럽고 머리 위에서는 불이 나오는데, 몽둥이를 들고 와서 죄인을 치면서 나무에 올라가라고 다그친다. 죄인은 무서워서 눈물이 흘러 뒤범벅이 되지만 시키는 대로 다 따른다. 아래로 향한 가시는 모두 그들의 몸을 관통하여, 몸이 상하고 피가 흘러 낭자하게 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큰 몸뚱이에 빛은 숯덩이 같고
추악한 눈을 부릅뜬
염왕의 사자가 몽둥이를 들고
그 사람들을 모두 두들긴다.
전생에 쌓았던 죄와 재앙과
어리석게 남의 아내 범하기 좋아한 때문이니
나의 전생에 지은 과오라고 스스로 말하면서
가시에 몸을 찔려 피가 낭자하게 흐른다.
그 때 죄인들은 지옥을 지키는 귀신이 빗발치듯 쏘아대는 화살을 맞고 울부짖어 슬퍼하는데, 내려오라고 시키면 문득 위로 향한 가시가 몸을 관통하여 구운 고기 꾸러미처럼 되고, 다시 불러서 올라가라고 시키면 죄인들은 모두 합장하고 똑같이 애걸하면서, 지옥을 지키는 귀신에게 목숨 바치고 용서해 줄 것을 바란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가시나무를 따라 오르고 내리면
지옥을 지키는 귀신이 거꾸로 찔러 해치고
화살을 쏘아 맞추면 손을 모아 합장한 채
불쌍히 여겨 용서해 주기를 애걸한다.
그 때 지옥을 지키는 귀신이 그것을 듣고 보고는 불쌍히 여겨 주기를 바라지만, 더욱 성을 내어 마구 때리면서, 다시 올라가라고 시키면, 몸이 온통 상하고 터져서 절규하여 울부짖으면서도 도로 올라가게 마련이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지옥을 지키는 귀신이 찌르고 때리므로
애걸하며 벗어나길 바라지만 귀신은 더욱 성을 낸다.
마침 가시가 몸을 관통해서 온통 상했는데
칙사가 먼저처럼 도로 올라가라고 명령한다.
저 쇠로 된 나무 주변에는 마치 큰 산과 같은 두 개의 큰 가마솥이 있다. 지옥을 지키는 귀신은 바로 죄를 지은 사람을 잡아다 무쇠 가마솥에 넣고 삶는데 끓는 모양이 혹은 올라가기도 하고 혹은 내려오기도 한다.
비유하면 인간 세상에서 큰 가마솥에 팥[小豆]을 넣고 삶으면, 끓는 모양이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오기도 하는 것과 같다. 또 가마솥에 넣고는 수천만 억 년 동안 삶으면서 지독한 고통으로 다스린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가령 나라에 장로가 되어서
만 백성을 억울하게 제지했다면
이 지옥세계에 이르러
백억 년 동안 고문을 당하네.
확탕(鑊湯)지옥에 떨어지면
솥에 넣고 삶김을 당하나니
불을 때서 삶기를
마치 팥을 삶듯이 한다.
무쇠 가마솥에서 벗어나면 멀리 흐르는 강물을 보고 서로 말한다.
“저 강물이 도도하게 흘러 위엄이 있고 신비스럽다. 물은 파도가 일렁거리며 흘러 내려오는데 온갖 꽃들이 따라 내려오고, 강 양쪽 가에 살아있는 나무는 그 잎이 푸르러 저 강을 뒤덮고 있으며, 강 밑바닥은 모래[流沙]가 깔려 있다. 저 물이 맑고 시원할 듯하니 우리 저곳으로 가서 물도 마시고 목욕도 하며 피로나 풀자.”
그러면서 양쪽에 가시덤불이 나 있는데도 죄인들은 살피지 못하고 그 강물에 들어가 보니, 그 강물은 모두 끓는 잿물[灰]이었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그 사람은 전생에 숱한 물벌레를 해친 까닭에
피와 살이 다 떨어지고 뼈와 뇌만 남아 앙상하며
서늘하리라는 물에 가서 보니 끓는 잿물이라서
몹시 깊고 뜨겁게 끓어 용솟음친다.
죄인이 비회(沸灰)지옥에 떨어지게 되면, 머리카락·털·손톱·발톱·이·뼈·살은 각기 다른 곳으로 흘러버리고, 몸뚱이를 얽었던 힘줄만 흐름을따라 오르내린다.
마침 거기서 벗어나기를 구하면, 지옥을 지키는 귀신이 갈고리로 건져내 뜨거운 땅에 눕혀놓은 다음, 바람이 불어 와서 몸을 다시 예전처럼 만들어 놓는다.
그러면 지옥을 지키는 귀신이 묻는다.
“너희들은 어디서 왔으며 무엇을 하려고 왔느냐?”
죄인들이 대답한다.
“가고 온 것은 알지 못하겠지만 헤아리건댄 수백천억 년 동안 배가 고파도 먹을 것을 얻지 못하여 굶주리고 목마르다.”
그러면 지옥을 지키는 귀신이 갈고리를 가져다가 갈고리로 그의 입을 벌린 다음 벌겋게 달군 쇳덩이를 입에 넣고 녹인 구리쇳물을 입 속에 부어 죄인의 목구멍을 태우고 뱃속의 5장(藏)까지 다 녹아 문드러지게 한다.
그 물이 위(胃)와 창자를 통해 내려갈 적마다 지독한 고통이 너무도 심하여 이루 다 말할 수 없지만, 과거 죄악이 다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죽지도 않는다.
그 강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두 개의 지옥이 있는데, 첫 번째 지옥의 이름은 규환(叫喚)이고, 두 번째 지옥의 이름은 대규환(大叫喚)이다.
무쇠로 만든 성벽에다 망대[樓櫓]는 100자쯤 되고 성첩[埤堄]은 단단하며 모두 철망으로 그 위를 덮고 있다.
죄인들이 서로 말하였다.
“이 성은 크고 좋다. 우리 함께 가서 구경이나 하자.”
그러나 마침 그 가운데 들어가고 나면 다시 각기 마음속으로 생각한다.
‘이미 무서운 고난을 벗어났으니 다시는 많은 고통이 없을 것이다.’
그러면서 기뻐서 뛰고 모두 만세를 부르는데, 혹은 얼굴로 땅을 치기도 하고, 혹은 얼굴을 위로 하고 눕기도 하며, 혹은 졸다가 넘어져서 얼굴이 깨지기도 한다.
그러다가 4방 담 밖으로부터 저절로 불이 일어나 모든 망대와 성첩이 타고 모든 철망과 문이 다 그렇게 타는 등 성 안이 온통 불바다가 되어 죄인의 몸 을 태우는데 데굴데굴 구르며 서로 쳐다본다. 비유하면 마치 타오르는 횃불과도 같고, 또한 번쩍거리는 번개와도 같으며, 또한 흩어지는 불과도 같다.
몸을 태우는 혹독한 그 고통을 비유하면 마치 코끼리를 불화살로 쏘면 코끼리가 고함을 지르는 것과 같아서 그 고통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몇백 년 동안 이런 고통을 겪고 나면 곧 동쪽 문이 열린다.
그러면 그 때에 무수한 백천 죄인들이 모두 그 문으로 몰려나오는데, 그 죄인들이 문에 당도하자마자 문은 바로 닫히고, 서로 부딪쳐 땅에 자빠지는 모양이 마치 커다란 나무가 쓰러진 듯하며, 서로 바뀌어가며 짓눌리는 모양이 마치 땔나무를 쌓아놓은 듯하지만, 과거에 지은 죄악이 다 끝나지 못한 까닭에 죽지도 않는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무서운 규환 지옥에 떨어지니
구원을 구하다가 여기까지 왔네.
땔나무를 크게 많이 쌓아 놓고 불을 지르듯
죄인도 그와 같이 서로 포개 쌓아 놓고 태우네.
이렇듯 태우는 혹독한 고통에
절규하며 4방으로 흩어지지만
늘 지옥을 지키는 귀신이 무서워서
공포에 떨고 있네.
구원해 달라고 애걸해도
한사코 돌려보내지 않고
규환지옥에 갇힌 채로
악한 죄 때문에 지독한 고통 받네.
수없이 혹독한 고통 받으니
불에 타서 몹시도 괴롭네.
한량없는 괴로움 이루 말할 수 없어
죄인들 절규하고 아우성 치네.
그 때 죄인들이 규환지옥을 벗어나면 다음엔 아비마하(阿鼻摩訶)지옥에 들어가게 된다.
그 지옥을 지키는 귀신은 바로 모든 죄인을 적발하여 다섯 가지 혹독한 형벌로 다스리는데, 그 신체를 벌려 마치 소 가죽을 펴듯이 해놓고, 무쇠 대못을 그 죄인의 손·발·심장에 박고, 또한 혀를 뽑아 100개의 못을 박으며 발에서부터 머리까지 가죽을 벗겨낸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몸을 저 소 가죽처럼 벌려 놓고
무쇠 대못을 가져다 박나니
이간질하는[兩舌] 죄를 지었던 탓으로
무쇠 못 가져다가 혀를 무너뜨리고
몸 가죽 벗기고 땅에 끌기를
마치 사자가 꼬리를 끌듯 한다.
이렇게 헤아려 보건대
고통을 받는 것이 한량없네.
그리고 지옥을 지키는 귀신은 죄인을 적발하여 무쇠 수레로 멍에를 메운다.
지옥을 지키는 귀신이 수레를 모는데 재갈[勒]을 가져다가 입에다 재갈을 물린 다음, 왼손으로는 고삐를 잡고 오른손으로는 채찍을 잡고 치면서 동·서·남·북으로 달리게 한다.
죄인들은 수레를 끄느라고 피로가 극심하여 혀를 빼물다가 몽둥이로 몸을 얻어맞고, 신체가 파괴되어 모두 피를 토하고 땅에 쓰러져 가슴을 부둥켜 안는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죄인에게 무쇠 수레의 멍에를 씌워
지옥 지키는 귀신이 몰아 달리게 한다.
회초리로 몸을 때려 피를 토하는 것이
저 말이 싸움터에서 창을 맞은 듯하다.
만일 믿음[信] 없고 착한 사람 무시하면서
스스로 죄악을 범하고도 합법한 것이라 하면
재앙과 죄에 끌려 아비지옥에 들어가
무수한 모든 고통을 혹독하게 받는다.
아비지옥에는 숯불이 저절로 죄인의 무릎까지 닿는데, 그 불이 광대(廣大)하여 몇 리(里)나 되는지 헤아릴 길이 없다.
그 때 죄인들은 사악한 생각이 일어나 도리어 잘못된 길을 따라가면서도, 좋은 길이라고 지껄이다가 바로 불 속에 들어가 가죽·살·힘줄·혈맥을 태우게 된다. 그러다가 발길을 돌리려고 하면 다시 예전처럼 회복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그 때 숯불이 무릎까지 타올라
이미 넓고 길게 번지면 다시 바람이 불어
그 길 걷던 죄인의 발 가죽을 태우나니
정도(正道)를 버리고 사도(邪道)를 행한 죄 이러하네.
이 지옥을 벗어나면 멀지 않은 거리에 비시(沸屎)지옥이 있는데, 너비와 길이가 얼마나 되는지 헤아릴 수 없고 그 깊이도 몹시 깊다.
죄인들은 그 지옥을 보고 그곳이 목욕하는 못인 줄로 알고 서로 말을 전한다.
“저기 목욕하는 못이 있는데, 그 가운데는 푸른 연꽃에 다섯 가지 색깔의꽃이 찬란하게 피어 있으니, 마땅히 우리 함께 가서 목욕도 하고 물도 마셔 해갈이나 하자.”
그러면서 죄다 물 속으로 들어갔다가 저 밑에까지 흠뻑 빠져버리게 된다.
그 속에는 온갖 벌레가 있는데 그 주둥이가 철침(鐵鍼)과 같고 살코기를 주식으로 삼는다. 이것이 죄인의 몸뚱이를 뚫고 피부를 파괴하는데, 발을 뚫고 들어가서 머리 위로 나오므로 눈·귀·코·입에서 모두 벌레가 나오게 된다.
그러나 본래 지었던 죄가 다하지 못한 까닭에 죽게 하지도 않는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죄과(罪果)로 인해 받는 지독한 고통
그 때 죄인들 아비지옥에 들어가
고통에 울부짖고 고뇌하는데
신체를 벌려 놓고 못질을 한다.
비시지옥은 냄새가 나고 더러운데
너비와 길이를 헤아릴 수 없다.
악로(惡露)가 다 거기에 있고
그 밑은 몹시 깊기도 하다.
죄만 범하고 선함이라곤 하나도 없어
이 염왕지옥에 떨어져
이 모든 죄인의 무리들
침에 찔리고 벌레한테 물린다.
탄화(炭火)지옥과 아비지옥에 떨어지고
일체가 더러운 비시지옥에 떨어지며
유하(流河)지옥에 떨어짐도 죄지은 탓이니
전생에 지은 재앙으로 죽지도 않는다.
거기에 두 개의 지옥이 있으니 소자(燒炙)지옥과 포자(烳煮)지옥이다.
그 때 지옥을 지키는 귀신이 모든 죄인을 잡아다가 조각조각 쪼개어 철판 위에 올려놓고 불로 볶으며 석쇠에다 엎어 놓고 불로 굽는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이미 크나큰 고된 지옥에 떨어져
불에 태우고 굽고 볶고 삶기지만
죄에 걸리고 재앙을 당하고서야
본래 행한 악 때문인 줄 안다.
칼로 조각조각 쪼개어
헤아릴 수 없이 파괴해서는
철판 위에 올려놓고 볶으며
석쇠에 엎어놓고 굽는다.
태우고 굽고 볶고 삶을 적에
그의 허물과 번뇌를 미워한다.
수없는 죄인들이 당하는 혹독함
마치 부엌에서 고깃국을 끊이는 것 같다.
가령 어진 이를 해쳤다면
큰 불 속에 던져지고
계율 범하고 법을 파괴했다면
큰 코끼리한테 짓밟힌다.
성질을 강하고 못되게 써서
늘 중생들 해치기 좋아하고
먹는 것이 가리는 바 없었다면
성(城)지기와 지옥 지키는 귀신이 된다.
도를 수행하는 사람은 스스로 마음속으로 생각하기를 ‘이로써 헤아려 본다면 내 이 몸이 장차 8개의 죄옥(罪獄)과 16개의 부(部)에 떨어지는 것이 아닐까? 또 나는 전생에 수없이 많은 생(生)으로부터 이 악도를 번갈아 겪어왔다. 가령 거룩한 도를 마치지[究竟] 못하면 마땅히 다시 그 속에 떨어질 것이다.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거스르는 악한 일[逆惡]을 범하였다면, 왕이 측근 신하에게 분부하여, 이른 아침에 창으로 100군데를 찌르고, 다시 한낮에 100군데를 찌르며, 또 저녁 무렵에 100군데를 찌르게 할 것이다.
그 사람은 하루에 300군데를 찔리면 몸이 모두 파괴되고 상해서 한 군데도 성한 곳이 없고, 아픔을 겪는 극심한 고통을 이루 다 말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이런 고통이 있을지라도 지옥의 고통에 비교해보면, 그보다 무수한 백천만 억 갑절이나 더하므로 서로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렇듯 지옥의 고통이 더 괴롭다’고 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스스로 온갖 악을 범했다가 여기에 끌려와
고문당하는 혹독한 고통 지긋지긋하다.
이런 고통 보고서 마땅히 진리를 생각하고
늘 열심히 정진하여 빨리 도를 이룩해야 한다.
수행하는 사람은 이런 배울 자리를 세워 마땅히 기쁨을 버리고 그 마음을 견고하게 해야 한다.
만일 뜻이 가볍다면 마땅히 스스로 제지하기를 마치 수레를 모는 이가 고삐를 잡고 수레를 몰아 가듯이 해야 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마치 이글거리는 숯불과 같아
일찍이 잠시도 쉴 틈이 없이
늘 이런 고통을 만나나니
밤낮으로 혹독한 고통 헤아릴 수 없다.
날카로운 창에 찔리는 것보다
지옥의 고통 100갑절 더하다.
그러한 온갖 고통 헤아려보면
지옥의 고통에 비해 털끝만큼도 못 되리.
수행하는 이는 스스로 마음속으로 생각하기를 ‘지금 내 이 몸이 이 환난을 벗어나지 못했으니 마땅히 기뻐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이렇게 스스로 자제하여 다시는 경솔하게 날뛰지 말아야 한다.
만일 이렇게 뜻을 세운다면 능히 행을 오로지 하여 착한 법에 들게 되리니 수행하는 사람은 이와 같이 조심하고 두려워하여 아침 저녁으로 그 법에 위반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이렇게 쇠망(衰亡)한 모습을 보건대
나무 열매 저절로 떨어지는 것 같고
또한 죄의 번뇌를 보건대
커다란 산처럼 쌓였네.
이 더럽고 혼탁한 괴로움을 보건대
사람 스스로 범하여 악도에 떨어졌으니
정진에 전념하고 행을 닦아서
기쁨을 버리고 장난을 조복해야 한다.
악도를 보니 어둡고 괴로운데
부처님의 경법 해와 같이 비추시어
온갖 환난 없애고 이를 따라 강론하셨으니
경전[經卷]에서 뽑아낸 가르침으로 교만을 없애게 하였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