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도 헤치지 못한 이유

귀신도 헤치지 못한 이유

송나라 소흥(紹興) 28년에 무위군(無爲軍)의 지사(指使, 지휘관) 이우(李遇)가 새로 부임해 오는 태수를 맞으러 성 서쪽으로 나갔는데, 10여리쯤 갔을 때 홀연 1백여 명이 길 옆에서 나타났다. 모두 너 댓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있다. 아이들이 와-, 환성을 지르며 달려들어 이우를 포위하고 공격했다.

이우는 처음에는 놀라지 않고 상대해 싸워 주먹을 한 번 휘두르면 십여 명이 땅에 쓰러졌다.

그러나 쓰러졌던 아이들은 곧 일어나 흩어졌다가는 다시 합세하여 공격해왔다. 이러기를 세 번 네 번, 이우는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러자 한 놈이 어깨 위로 기어올라 두건을 벗기고 머리를 거머잡아, 이우는 더욱 궁색해졌다. 달아나 벗어나려고 해도 되지 않았다. 한쪽으로는 치며 한쪽으로는 달아나는데, 갑자기 한 노인이 나타났다.

도포를 입고짚신을 신었는데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었다.

노인은 큰 소리로,

「이 관인(官人)은 항상 법화경을 독송하고 있다 이 사람을 해치면 어찌 내게 누가 미치지 않겠느냐? 」하고 꾸짖었다.

마침내 귀신들이 다 흩어져 없어지고, 노인도 사라져버렸다.

이 노인은 토지신(土地神)인 모양이었다.

<夷堅志 · 現應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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