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백대사가 보살을 만나다

조백대사가 보살을 만나다

당나라 이통현(幸通玄) 장자가 오대산에 갔다가 선주원(善性院)에서 이상한 스님을 만나 화엄경의 대의를 들었다 해가 저물자 스님이 떠나려 했다.

「날이 저물었는데 어디로 가려오? 」

하고 물으니, 스님은 북쪽 산을 가리키고 날듯이 가버렸다.

밤이 되매 산봉우리에 화광이 충천하기에 주지에게 무슨 불이냐고 물으니, 주지는 산불이 났는가 보다고 대답했다. 장자는 생각하기를

「그 스님이 저리로 갔으니 반드시 신기한 광명일 것이고 불이 아니리라.」

하고, 지팡이를 짚고 산꼭대기로 올라가는데 따라오는 이가 없었다. 꼭대기에 올라가 보니 불빛은 더욱 치성하여 둘레가 한 마장쯤 되고, 그 속에는 붉은 자금당기(紫金幢旗)를 세우고, 이상한 스님이 그 아래 앉아 있었다. 임금의 복색을 차린 이가 수 백 명 둘러앉았고, 말하는 소리가 명랑하나 뜻은 알 수가 없었다. 장자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만일 내가 저 불속에 들어가서 성인을 뵈온다면 타 죽어도 유감이 없으리라.」

장자는 곧 몸을 날려 그 불빛 속에 들어가니 기분이 시원하고 유쾌하기 한량 없었다.

앞에 나아가 예배하려는 순간 그 스님과 대중은 어디론지 사라졌다. 장자는 그 자리에 사흘 동안 앉았다가 산에서 내려왔다.

서쪽 골짜기에 갔더니, 두 동자가 지나가는데 눈이 유난히 반짝이며 하늘 옷을 입고 표연히 걸어갔다. 장자가 머리를 숙여 인사하였다 . 동자가 말했다.

「전번 날 밤에 우리 스님의 광명 속에 뛰어든 이가 당신이 아닙니까? 」

「그러하오. 그대의 스님은 누구신가?」

「우리 스님은 묘덕(妙德)이십니다. 」

장자는 옷을 붙들고 따라가려 하였다. 동자가 말했다.

「당신은 화엄경을 널리 펼 원을 세우고서 왜 잊었습니까? 」

그러고는 어디론지 가 버렸다. 장자는

「보살이 화엄경 대의를 일러 주었으니, 화엄론을 지어 경을 해석하리라.」

결심하였다.

그러나 이 곳은 너무 추우므로 남쪽으로 우양현(盂陽縣)의 방산(方山)에 가서 바위 구멍을 파고 있으면서 논을 지었다. 잣나무 잎에 대추를 섞어서 엽전 크기로 떡을 만들어 하루에 일곱 개씩 먹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조백대사(裏栢大士)라 불렀고, 입으로 광명을 놓아 촛불을 대신하였으며 호랑이가 경을 싣고 다녔고 선동이 물을 길러왔다.

개원(開原) 28년(740) 봄에 방산의 돌집에서 삼매에 들어 입적했다.

<문수성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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