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우화상이 문수동자의 경책을 듣다

환우화상이 문수동자의 경책을 듣다

이조 중엽에 금강산에 환우(幻愚)화상이 있었는데 문하에는 수많은 대중이 검소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한번은 서울 사는 어떤 대감이 금강산을 구경하다가 환우화상을 만나고, 그들이 검소하게 살아가는 것을 보고 크게 느낀 바 있어 환우화상에게, 「한번 서울에 오시어서 내 집에 다녀가시오.」하고 간청하였다. 다녀간 뒤에 대중은 그 소식을 듣고 화상에게 여쭈었다.

「노스님께서 서울 대감댁에 한번 오시면 우리의 어려운 생활에 얼마쯤 도움이 될 줄 생각합니다. 」 화상은

「산에 있는 중이 죽이 되나 밥이 되나 생기는 대로 먹고 지내지, 시주의 것을 바라는 것이 옳지 못하다. 」

고 생각하였으므로 대중의 청을 듣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대중이 여러 번 간청하므로 마지 못하여 하루는 길을 떠나 서울까지 가서 그 대감댁을 찾아갔다.

대감은 환우화상이 찾아온 것이 하도 반가워서 상좌에 맞아들이고, 그 동안 막혔던 회포를 말하였다. 그리고 우선 안으로 들어가서 차담을 마련하라고 이르고 있었다.

대감이 안으로 들어간 뒤에 벽장문이 열리면서 삼척동자가 나오더니 큰 소리로 타이르는 것이었다.

「환우 노장 ! 금강산에는 솔잎도 없소? 풀뿌리거나 솔잎이거나 닥치는 대로 배를 채우면 그만이지,

그 밥그릇을 떠났단 말이오! 」

하고 사라지는 것이었다.

화상은 생전 처음으로 시주를 찾아온 것이 한없이 미안하던 차에 동자의 형상 없는 방망이를 맞고는 홀연히 깨닫고 곧 일어나서 금강산으로 돌아왔다.

대중은 화상의 말씀을 듣고, 화상의 일평생 청렴한 마음을 문수동자가 알고 경책한 것이라 생각하고화상의 도덕을 못내 우러러보았다.

안방에서 나온 대감은 화상이 떠난 것을 알고, 도인을 접대하여 본 경험이 없는 자기의 태도가 화상의 마음에 어긋나지 않았는가 생각하여, 미안함을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그 후부터 해마다 철을 맞추어 쌀과 옷감과 수도에 필요한 도구를 말에 실어서 금강산으로 보냈다 한다.

<문수성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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