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초로 변한 문수보살
황해도 구월산 패엽사(貝葉寺)의 하은(荷暘)법사는 근래에 유명한 대강사로서 참선도 많이 했고 수행이 놀라와 전국에 이름 높은 선지식이었다. 1894년에 70이 가까운 늙은 몸으로 남방에 가서 유수한 선객들을 만나 참선도 하고 법담도 하기 위하여 걸망을 지고 길을 떠났다.
얼마를 가다가 하루는 사리원에서 하룻밤을 쉬게 되었는데 객주집 주인은 특별히 친절하게 대우해 주었다. 해가 지고 초저녁이 되었는데 난데없는 땡초 중이 그 객주집에 와서 유숙하기를 청하는 것이 아닌가. 초록은 같은 색이라고 생각한 주인은 하은스님이 들고 있는 방에서 함께 쉬라고 인도했다.
그 땡초 중은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하은스님을 보더니
「구월산의 하은당이 아닌가? 」
한다. 하은스님이 이상히 여기며 쳐다보니, 키는 9척이요 깎은 머리는 얼마나 오래 되었는지 귀밑을 덮었고, 의복은 남루하고 걸망은 북통 같은 것이 행색이 험악하며, 두 눈은 불량하여 꿈에 보면 학질이라도 떨어질 듯하였다. 그때는 지금 같이 여관도 없고, 객주집은 어디를 가든지 한방에 열 사람이라도 함께 자도록 되어 있으므로 하는 수 없이 하룻밤을 같이 지내게 되었다.
그 땡초 중은 주인을 부르더니 저녁상은엽전 한냥짜리로 차려 오라고 한다.
주인은 눈이 둥그래지며 갖은 정성을 다하여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차려 왔다. 땡초는 술을 사발로 부으라고 하더니, 절망 속에서 돼지다리를 꺼내어 먹으면서 하은스님께도 먹기를 권하였다.
하은스님은 주육은 생래에 먹어본 적이 없노라 사양하였더니, 그 땡초는
「소승이로구나.」
하면서 다시는 권하지도 않고 혼자서술과 돼지다리와 밥 한 상을 눈 깜짝할 새에 먹어치우고서는, 골통 담뱃대에 독한 담배를 담아서 굴뚝 연기처럼 피우니, 담배연기가 방안에 가득 찼다.
하은스님은 견딜 수가 없었지마는 그 험상궂게 생긴 땡초에게 항의할 수도 없어서 억지로 참고 있었다. 땡초는 담배를 연거푸 세대를 피운 뒤에 물을 청하여 양치를 하고 나더니, 가부좌하고 앉아서 소리를 높여 화엄경을 읽는 것이다. 웬일인지 그 독한 담배연기는 향내로 변하고 방안에는 광명이 찬란하였다. 하은스님은 어찌할 줄을 모르고 어안이 벙벙하였다. 땡초 중은 하은스님을 노려보며 말하는 것이었다.
「하은, 하은 하기에 어지간한 줄 알았더니, 그런 역량으로 어떻게 참선을 하고, 제방 선객들을 만나겠다고 떠났는가? 부질없는 생각 말고 구월산으로 돌아가서 패엽사나 잘 수호하게」
하면서, 지고 왔던 걸망을 던져 청사자를 만들어 타고 공중으로 사라지는 것이었다.
패엽사는 주봉이 5봉인데 문수 보현도량이라 하며, 법당은 한산보전(寒山寶殿)으로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을 주불로 하고 관세음보살과 대세지 보살이 좌우 보처가 되어 있다.
하은스님은 문수보살을 친견하고는 그길로 구월산으로 돌아가서 수도에 전력하였다 한다.
<문수성행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