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중허마하제경(佛說衆許摩訶帝經) 제12권

불설중허마하제경(佛說衆許摩訶帝經) 제12권

그 때 세존께서는 한림에 계시면서 급고독 장자의 청을 받고, 미리 사위 국 안에는 여러 외도가 있고 저마다 고행을 하며, 또 다시 총명하였으며 비록 부지런히 닦아 익혀서 해탈은 못하였다 하더라도 근기와 인연이 이미 성숙되어 교화 받을 수 있음을 아셨다.

이 때 세존께서는 ‘또 누가 거기에 가야 될까’ 하고 자세히 살폈더니, 오직 사리불만이 전생에 인연이 있었으므로, ‘이가 만약 먼저 가면 반드시 큰 이익이 있으리라’ 하며, 이에 세존께서는 사리불을 부르셔서, 먼저 그 사위대성(舍衛大城)에 가서 급고독을 도와서 정사를 세우게 하셨는지라, 존자는 명을 받고 사위에 가서 장자의 처소에 나아가 일에 모두 참여하여 의논을 하였다.

급고독 장자는 외도의 뜻을 받고 와서 존자에게 아뢰었다.

“저희들이 이치를 담론하려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리고는 또 말하였다.

“이 나라의 사람들은 평소에 아직 부처님을 모르니, 법의 낫고 못함을 마땅히 널리 떨치게 해야 하리다.”

사리불은 말하였다.

“좋습니다, 좋습니다. 그 말씀이 참으로 진실(眞實)이십니다.”

존자는 이에 선정에 들어서 자세히 살폈더니, 여러 외도들과 사위국 사람들이 근기와 인연이 성숙되었으나 얼마의 시간이 필요하였는데, 그 사람들 을 보매 오직 이레 동안이 남아 있었으므로, 존자는 선정에서 나와 장자에게 말하였다.

“청컨대 외도에게 이레가 지난 뒤에 와서 이치를 담론하자고 말씀하시오.”

장자는 자세히 알리자, 외도는 생각하였다.

‘이레 동안의 기한을 정한 것은 바로 두 가지 일이 있을 것이다. 첫째는 자기가 이기지 못할 것을 알고 사사로이 도망할 꾀를 내는 것이오, 둘째는 혹시 본래의 벗을 구하여 와서 함께 헤아리어 정하자는 것이리라.’

이렇게 생각한 뒤에, ‘난들 이제 어떻게 벗을 구하지 않겠느냐’ 하고, 이로부터 여러 곳을 몸소 찾아다니다가 비로소 적안(赤眼) 바라문이라고 하는 한 사람을 만나서 말하였다.

“저 구담 사문에게는 큰 제자가 있어서 나와 이치를 담론하려 하는데, 그대 바라문께서는 으레 서로 도와주어야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만약 스스로 이기게 되면 이곳이 아직 존재하겠거니와 그가 혹시 이길 때에는 우리들이 어디로 가겠소?”

그는 곧 물었다.

“언제 이치를 담론하십니까?”

대답하였다.

“7일 뒤입니다.” “때가 되거든 알리십시오. 반드시 가서 당신을 도우리다.”

그러나 바라문은 그가 질 것을 근심하여 마음에 심히 괴로워하며 여러 곳에 소식을 보내어 벗들을 구하라고 말하였다.

7일이 찬 뒤에 급고독 장자는 넓고 고요한 곳에 나아가 임시로 담론할 장소를 설립하여 곧 사리불 존자를 위하여 사자자리를 차리고, 그 외도를 위해서는 마주보며 높은 자리를 차렸으므로, 자리에 죽 벌려 앉기를 마쳤으며, 멀고 가까운 데서 모두 모였는데 공공이거나 사사이거나 젊은이며, 늙은이 할 것 없이 백천 인이 그 담론한 곳으로 모였으며, 또한 다른 나라에 있는 외도와 바라문들까지 모임 장소에 왔다.

급고독 장자는 손수 향로를 가지고 미묘한 향을 사르며 권속들과 같이 부축하여 따르며 사리불을 맞이하매 사자자리에 오르며 존자가 좌정하자 모두 가 우러러보며, 그 거룩한 용모를 보고 모두 다 찬탄하였다.

이 때에 그 외도는 대중과 함께 서로 따르며 역시 높은 자리에 오르며 편안히 좌정을 하자, 존자는 말하였다.

“그대는 무엇을 지으려 합니까?”

외도는 말하였다.

“나는 신통을 나타내겠소. 내가 나타낸 뒤에는 당신 또한 나타내야 하리다.”

존자는 대답하였다.

“내가 짓는 것은 천상(天上)과 인간에서는 지을 수 없는 것이거늘 어떻게 그대가 나와 똑같이 지을 수 있다 하겠소?”

존자는 또 말하였다.

“적안 바라문이여, 그대가 짓는 것은 내가 모두 부술 수 있느니라.”

그러자 적안 바라문은 변화로 꽃나무를 만들자 사실과 꼭 같이 꽃답고 아름다워서 대중을 감동시켰는데, 존자는 신통력으로 조그마한 바람을 내어 그 변화한 뿌리와 싹을 다른 곳으로 불려 흩어지게 하였다.

또 변화로 하나의 못 물이 가득 차고 맑고 맑게 하며 연꽃이 온통 피어서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한탄하였는데, 존자는 변화로 살갗과 몸이 단정한 큰 코끼리를 내며 못에 들어가 함부로 짓밟게 하자 잠깐 동안에 흩어지며 어지러워졌다.

외도는 또 한 용을 변화시키매 일곱의 머리가 있고 비늘을 꼿꼿이 펴며 눈을 부릅뜨고 악을 내며 공중을 끌어당기는데, 존자는 금시조(金翅鳥)를 변화시켜 공중에서 날아 내려오며 용의 머리에 앉자 용은 저절로 항복(降伏)하였다.

이 때에 그 외도는 이에 최후로 나찰의 몸을 변화시켜 대중의 앞에 서 있게 하자 추악하고 이상한지라 사람들은 보고 두려워하는데, 존자는 주문을 외우며 신통력으로 그를 묶어버리자 나찰은 괴로워하며, 도리어 자기에게 성을 내는지라 외도는 놀라고 무서워서 몸의 털이 곤두서므로 악에 받쳐서 저절로 상할까 두려워하며 ‘구원하여 주시오’ 하면서 존자에게 말하였다.

“저는 이제 귀의(歸依)하겠사오니, 원컨대 구호하여 주옵소서.”

존자가 주문을 풀자 나찰의 성이 풀어졌는데, 적안 바라문은 나찰의 두려운 재난을 벗어나게 되었고, 또 다시 본래 닦고 익혔던 바가 이것인 바른 행이 아닌 줄 깨달아 알고서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원컨대 존자는 바른 법[正法]에 출가하여 사문이 되겠사오니, 존자는 크게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셔서 허락하옵소서.”

사리불은 즉시 거두어 주며 제도하여 사문이 되게 하자, 뒤에 맑은 행을 닦고 번뇌를 끊어 없앴으며 비록 삼계에서 산다 하더라도 탐심의 독을 떠나서 그 마음은 평등하여 마치 허공과 같았고 금을 흙처럼 보아 다름이 없이 여겼으며, 뒤에 닦고 익혀서 3명(明) 6통(通)을 얻고 아라한의 과위를 증득하고서야 비로소 제석과 하늘들이 와서 공양함을 얻었다.

이 때에 대중들은 놀라고 괴이히 여기어 눈으로 살피며 마음으로 헤아리면서 소리를 같이하여 사리불을 찬탄하였다.

“이 이치를 담론하는 스승이야말로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이 없겠구나. 마치 소의 왕이 소 안에 있는 것 같구나.”

모두가 우러러보며 싫어할 줄 몰랐다.

이 때에 사리불은 대중의 마음과 그 근기를 알고 곧 그들을 위하여 널리 괴로움ㆍ쌓임ㆍ사라짐ㆍ도의 4성제를 말하자, 이 모임의 대중들은 삼귀의의 마음을 내는 이도 있고, 성문의 보리심을 내는 이도 있고, 벽지불의 보리심을 내는 이도 있고, 위없는 보리심을 내는 이도 있고, 또한 출가하여 수다원(須陀洹)의 과위를 증득하는 이도 이고, 사다함(斯陀舍)의 과위를 증득한 이도 있고, 아나함(阿那舍)의 과위를 얻는 이도 있었으며, 아라한의 과위를 증득하는 이도 있었다.

이치를 담론하여 끝나자 모임의 대중들은 모두가 흩어졌는데, 여러 외도 중에서 고집통이들은 그 담론에서 이기지 못하여 굴복했음을 욕되게 여기면서 몰래 함께 의논하여 불궤(不軌)를 도모하려 하며 장자에게 나아가서 청하여 인부가 되었다가 혹시 짬을 얻게 되는 때에 그 장자를 죽여버리자 하고, 계획이 작정되자 장자에게 아뢰었다.

“당신은 이미 우리들의 온갖 이끗을 끊으셨소. 이제는 돌아갈 곳이 없습니다. 원컨대 가엾이 여겨서 거두어 인부나 만들어 주십시오, 혹시 저희들의 마음을 살피시면 잠시나마 고향 땅에 머무르겠거니와 혹 허락하지 않으신다면 저마다 다른 나라로 떠나겠습니다.”

서러워하면 두 번 세 번 말을 하는데 곁에서 차마 들을 수가 없는지라 장자는 이에 자세히 그들의 뜻을 사리불에게 아뢰었다.

“어진 이께서는 생각하며 살피셔야겠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리불은 즉시 삼마지에 들어서 그들의 근기와 인연을 자세히 살폈더니 도를 증득함이 멀지 않았으므로 급히 일렀다.

“무엇을 걱정하십니까?”

그러자 장자는 곧 물러나서 그들의 성명을 기록하고 보내서 인부가 되게 하여 규정대로 그 삯을 주었다.

이 때에 사리불은 변화로 하나의 사람을 내어 인부들 중에서 우두머리가 되게 하였는데, 존자는 뒷날에 근기가 성숙되었음을 살펴서 알고 그들의 일하는 곳으로 와서 하나의 나무에 나아가 편안하고 차분히 앉아 있었다.

그 외도들은 처음 짬을 얻게 되었는지라 저마다 마음에 기뻐하며 가까이 다가가려 하였는데, 그 우두머리가 몽둥이를 가지고 마구 때리므로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뿐더러 사역에 몹시 지쳐 있었는지라 소리를 내어 말하였다.

“거룩하시고 크신 존자여, 저희들을 구해 주소서. 저희들을 구해 주소서.”

사리불은 말하였다.

“너희들이 피곤(疲困)하거든, 스스로 그만두고 쉬어야 하리라.”

여러 외도들은, ‘이 큰 존자는 우리들이 죽일 마음을 내어 그의 목숨을 도모하려 하는데, 지금 또한 우리를 알아채고 중지하여 쉬도록 하는구나’ 하고 참으로 스스로 부끄러워하며 재차 말이 없었다.

이 때에 사리불은 그들이 후회하고 있음을 살폈고, 또 근기와 성품이 성숙된 때이었음을 알고서 가까이 앞으로 불러 곧 법을 말하되 그들을 위하여 괴로움ㆍ쌓임ㆍ사라짐ㆍ도의 4성제를 연설하자 외도들은 듣고 나서 지녔던 몸에 대한 고집[身見]이 마치 스무 개의 산봉우리와 같았는데 금강의 지혜로써 모두 깨뜨려서 남은 것이 없어졌으므로, 바로 그 때에 수다원의 과위를 얻고서 다시 말하였다.

“존자여, 바른 법에 출가하여 승려가 되려 하옵니다.”

사리불은 거두어 주어서 제도하여 사문이 되게 하였더니, 점차로 나아가닦고 힘써 맑은 행을 지니며 윤회를 보고 그 마지막에 나아가서 번뇌를 끊어 없애서 아라한의 과위를 증득하였으므로, 그 마음의 평등하기가 마치 허공과 같고 저 금과 흙의 두 가지 물건을 보되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았으며 세간의 이것을 버리고 크게 맑고 시원함을 얻고서 제석과 여러 하늘들을 온갖 공양을 받게 되었다.

그 때 사리불은 외도를 교화한 뒤에 곧 급고독 장자와 함께 같이 하나의 줄을 가져서 각기 그 끝을 잡고 정사를 재며 제일 큰 경계까지 이르고 경계에 이르러서 이미 확정되자, 급고독 장자의 감응한 과보로 도솔천에서 금의 궁전을 나타내었는데, 급고독 장자는 거룩한 뜻을 통달하지 못하였으므로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지금의 이 정사는 다만 아라한을 위해서만이 아닙니다. 저는 여래ㆍ응공ㆍ정등각을 위해서입니다.”

사리불은 말하였다.

“나의 본래 하는 일이 바로 여래와 아라한을 위한 것입니다.”

또 장자에게 말하였다.

“그대가 여기에 땅을 경계 짓자, 하늘의 과보가 이미 나타났습니다.”

곧 하늘 눈을 빌어서 그 스스로가 보게 하자, 장자는 보자마자 놀라고 기뻐함이 한량없어서 이에 또 상상품(上上品)의 마음을 내었다.

사리불은 또 자신이 줄의 한 끝을 붙잡고 장자에게 곧 한 끝을 잡게 하여 그 중에서 열여섯의 전당과 60의 작은 당사를 잘라서 부처님과 승가들의 머무를 곳이 각각 결정이 되자, 그 금의 궁전은 변하여 보배로 장엄되는지라, 존자는 신통을 빌려서 다시 살펴보게 하였더니, 장자는 기뻐하며 스스로 감탄하였다.

“저의 이 하는 일이 그와 같은 복과 덕의 이익으로 감응이 되는구나.”

장자는 스스로 미래의 복의 과보가 거듭거듭 기이함이 있음을 보고서 다시금 일에 더욱 갑절이나 부지런히 힘썼다.

전당의 한계를 짓고 나서 그 가운데에 온갖 받아 쓸 것을 갖추며 정사의 일이 끝나자 다시 존자에게 아뢰었다.

“세존(世尊)께서 다니시고 머무르시는 그 분량이 얼마이십니까?”

존자는 대답하였다.

“전륜왕의 거동으로써 하십니다.”

이에 장자는 사위로부터 왕사성에 이르기까지 10구로사(俱嚕舍)마다 각각 하나의 궁전을 지어서 여래께서 머무시며 주무실 곳을 준비하였고, 곳간을 두어서 온갖 구용하실 물건을 저장해 놓고서 다시 주관하는 이에게 항상 수호하게 하였으며, 백단(白檀)의 물로써 날마다 뿌리고 깨끗이 하면서 여래를 기다리며, 그것이 향기롭고 깨끗하게 하였다.

곳곳을 이와 같이 모두 엄숙하게 준비하게 하고 일을 갖추어 마친 뒤에 곧 한 사람을 출발시켜 왕사성에 나아가 부처님과 대중들을 청하게 하면서 떠나가는 사람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거기에 이르러서 나의 말을 대신하여 말하되, ‘급고독 장자가 두 발에 머리 조아리고 세존께 아뢰옵니다. 조그만 병도 조그만 고뇌도 없으시고 기거가 자유로우시며 안락하셨나이까? 짓던 정사는 이제 엄숙하게 갖추어졌사오니, 원컨대 부처님과 대중들은 가엾이 여기셔서 강림하시옵소서. 이 삶이 다하도록 승가리(僧伽梨)와 음식과 탕약이며 침구 등 갖가지 받아 쓰실 것을 받들어 올리며 모자라거나 적게 하지 않겠사오니, 원하옵건대 간절한 정성(精誠)을 살피옵소서’라고 하시오.”

가는 사람이 뜻을 받고 부처님의 처소에 이르러서 장자의 말을 자세히 세존께 아뢰면서 다시 갑절이나 정성스런 마음으로 청하였다.

뜻을 전하여 마치고 온 몸을 땅에 대고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세 번 돌고 엄숙히 부처님 앞에 서 있었다.

부처님께서는 이익과 안락을 위하시어 잠자코 허락하시니, 갔던 사람은 부처님께서 틀림없이 청에 나오실 것으로 알고 급히 사위국에 돌아와 장자를 보고서 말하였다.

“세존께서 잠잠하셨으니, 반드시 오실 것입니다.”

장자는 기뻐하며 이에 일산ㆍ당기ㆍ번기와 이름난 향이며 아름다운 꽃을 곳곳에 진열하고 영접하였다.

그 때 세존께서는 여러 대중과 아라한들에게 말씀하셨다.

“함께 급고독의 성에 나아가야겠구나.”

부처님께서는 대중을 거느리고 앞뒤에서 둘러싸여 왕사성을 떠나 사위국에 나아가시다가 좌우를 돌아보시며 아라한들에게 말씀하셨다.

“나의 이 권속이아말로 이는 조복된 이요, 이는 욕심을 여읜 이요, 이는 잘 해탈한 이요, 이는 아라한이요, 이는 부처의 권속들이니라.

이를테면, 소의 왕이 여러 떼 안에 있음과 같고, 또한 마치 코끼리의 왕이 뭇 코끼리에 둘러싸이고 사자의 왕이 사자들에게 둘러싸이고 거위의 왕이 거위들에게 둘러싸이고 금시조(金翅鳥)의 왕이 금시조들에게 둘러싸임과 같으니라.

또 마치 여러 학도들이 스승을 따르고 여러 병든 사람이 의원을 구하고 여러 병사들이 장수를 보필하고 장사꾼들이 주인에 의지함과 같으며, 또 전륜성왕이 천의 아들에게 둘러싸이고, 지국천왕(持國天王)이 악신(樂神)에게 둘러싸이고, 증장천왕(增長天王)이 구반다귀(鳩盤茶鬼)에게 둘러싸이고, 광목천왕(廣目天王)이 용들에게 둘러싸이고, 다문천왕(多聞天王)이 야차에게 둘러싸이고, 일천자(日天子)가 천의 광명에 둘러싸이고, 월천자(月天子)가 별들에게 둘러싸이고, 제석이 하늘들에게 둘러싸이고, 범의왕이 범천들에게 둘러싸임과 같고, 내지 다시 실제미어(悉帝彌魚)가 바다 속에 있음과 같으며, 또한 해신(海神)이 여러 물을 거두어 모음과 같으니라.

여래의 몸에는 32상(相)과 80종호(種好)가 완전히 갖추어져서 원만하며, 광명으로 장엄되어 마치 천의 햇빛이 온갖 것을 비춤과 같고, 걸음걸이는 높고 뛰어나서 마치 보배 산과 같으며, 크게 가엾이 여김과 10력(力)과 4무외(無畏) 등의 일체 법을 두루 갖추었느니라.”

그 때 세존께서는 이와 같이 자못 훌륭한 거룩한 덕과 해탈을 성취한 권속들과 같이 차례로 교화를 행하면서 사위국에 닿으셨는데, 이 때에 급고독 장자는 여러 권속들과 함께 여러 수종인들을 거느리고 저마다 당기ㆍ번기ㆍ보배 일산과 묘한 향과 꽃을 가지고 사위성에서 멀리까지 나와 세존과 큰 성인들을 맞이하였으며, 다시 나라 안의 장자와 일반 평민인 남자ㆍ여자들 백천 인의 대중이 역시 와서 영접하였으며, 또 수없는 여러 하늘들이 공중에 있으면서 따라 기뻐하며 찬탄하였다.

그 때 세존께서 성문에 들어오실 적에 곧 오른발로써 그 문지방을 밟으시자, 이에 대지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큰 광명을 내쏘아 세간을 비추었으며, 하늘 북은 저절로 울리고 뭇 하늘의 꽃인 이른바 우발라꽃ㆍ발나마꽃ㆍ구모나꽃ㆍ분나리가꽃과 내지 만타라꽃이며 겁수(劫樹) 등의 꽃에 이르기까지 비내렸으며, 또 침단(沈檀)과 다마라(多滅) 등의 뭇 미묘한 향 가루를 비내리고, 또 다시 집 안에서는 갖가지 음악이 치지 않아도 저절로 울렸으며, 소경은 보게 되고 귀머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벙어리는 말을 하고 불구자는 모두 다 갖추어지며, 취한 이는 깨어나고 독을 먹는 이는 저절로 편안해지며, 서로 미워한 이는 화해하고 얽매인 이는 풀려 나며, 아이 밴 이는 나게 되고 가난한 이는 넉넉하게 재물(財物)을 얻기에 이르렀다.

세존께서 성에 들어오실 적에, 이와 같은 백천 가지 좋은 조짐과 상서로운 감응이며 이익된 일이 있었는데, 장자의 집에 닿으신 부처님과 대중들은 차례로 앉으셨으므로, 장자의 모든 친한 이와 친하지 않은 이며 일체의 권속들이 모두 와서 향을 사르고 꽃을 흩음 예배하고 공양하며 다 마치매, 급고독 장자는 향로를 가지고 향을 사르면서 부처님 세존을 인도하여 정사에 들자 부처님께서는 보배 자리에 오르셨고 여러 아라한 역시 모두 자리에 나아갔다.

이 때에 급고독 장자는 곧 금병을 가져다 세존의 망만(網縵) 있는 손에 부으려 하며 물을 쏟았지만 나오지 아니하므로 장자는 생각하기를, ‘나는 옛날에 선하지 못한 업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오늘에 이런 일이 있게 되는구나’ 하자, 부처님께서는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선하지 못한 업은 없었느니라. 다만 이 땅은 그대가 과거에 바르고 평등한 바른 깨달음을 위하여 이미 일찍이 보시하여 정사를 지었던 것이니, 마음에 머물러 두지 말고 이제 나에게 잘 보시하라. 만약 이것을 여의면 물은 반드시 흘러나오리라.”

장자는 대답하였다.

“부처님의 말씀하신 대로 하겠나이다.”

이 말을 하자마자, 병의 물은 소리를 내어 다섯 가지 공덕을 갖추었으며, 부처님의 손에 부은 뒤에, “원하옵나니, 부처님께서는 뜻대로 하옵소서” 하고, 또 다시 아뢰었다.

“원하옵건대, 이름을 지으시옵소서.”

이 때에 기타 동자도 부처님 모임에 있으면서 생각하기를, ‘부처님께서 만약 아셨다면 먼저 나의 이름을 말씀하리라’ 하였는데, 부처님께서는 생각하는 바에 알맞게 정사의 이름을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라고 지으시자, 기타 동자는 이것을 얻어 듣고 나서야 여래께 더욱 갑절이나 마음을 내어 기뻐하며 좋아하면서 다시 네 가지 보배로써 그 문을 장엄하였다.

기수급고독원은 이렇게 하여 이룩되었다.

그 때 사위의 나라 임금 승군대왕(勝軍大王)은 부처님께서 노닐어 교화하시며 와서 그 나라에 들으셔서 급고독 장자의 청을 받고 정사에 머무셨음을 듣고서 기뻐 뛰놀며 부처님께 나아가 갖지가지 말로써 세존을 찬탄하면서 예배하고 돌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서 말하였다.

“제가 듣건대 구담 사문께서는 자기 마음의 형성을 아실 뿐더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셨다고 하던데, 구담 사문께서는 법에 의지하여 기꺼이 말씀하십시오.

저 있는 바의 마음은 또한 이름이 삿될 수도 있고 이름이 바를 수도 있으며, 선을 지을 수도 있고 악을 지을 수도 있으면서 이 마음의 형상은 오감도 없으며 알 수도 없거니와 말할 수조차 없습니다. 이 매우 깊은 법을 어떻게 알 수 있었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왕이 말씀하신 것이 바로 진실입니다. 그 마음이란 것은 또한 이름이 삿될 수도 있고 이름이 바를 수도 있으며, 선을 지을 수도 있고 악을 지을 수도 있으면서 이 마음의 형상이야말로 오감도 없으며 알 수도 없거니와 말할 수조차 없습니다. 바로 매우 깊은 법이거늘 나는 이 마음을 알 뿐더러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바를 깨달음을 증득하였습니다.”

왕은 말하였다.

“구담(瞿曩) 사문께서는 어찌하여 그러한 말씀을 하십니까?
저 장로 가섭(迦葉)ㆍ마차리오사리자(摩蹉梨娛舍離子)ㆍ산야예미라치자(散惹曳尾囉致子)ㆍ아이다계사검말라(阿多計舍劍末羅)ㆍ가구나가단야나(迦俱那迦旦也野曩)ㆍ니아라타예야제자(禰誐囉陀倪也帝子) 등의 그들 역시마을의 형상은 알거니와 아직은 위없는 바로고 평등한 바른 깨달음은 증득하지 못하였거늘, 어떻게 사문은 나이도 적고 처음 새로 출가하셨으면서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바른 깨달음을 증득하셨다고 말씀하십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그런 말을 마시오. 세상에서는 무엇이 네 가지냐 하면, 첫째 왕자는 업신여길 수 없습니다. 둘째 용이 작다고 해서 업신여길 수 없습니다. 셋째 불이 작다고 해서 업신여길 수 없습니다. 넷째 승려가 젊다고 해서 업신여길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저 왕자는 찰제리 성바지 태생이요, 왕의 모습을 두루 갖추어서 큰 복과 덕이 있으며 뒤에 자라서는 반드시 높은 왕위를 계승할 터인데, 어리석은 사람이 지혜가 없어서 작다고 하여 업신여겼다면, 그가 보배 자리에 있을 적에는 뉘우칠 수 없는 죄를 얻기 때문입니다.

또 다시 용이란 타고난 성질이 악독하여 변화하며 나타냄이 한결같지 않아서 때로는 큰 몸을 숨기고 조그마한 형상으로 되기도 하는데, 어리석은 사람이 몰라서 업신여기며 건드린다면, 잠깐 동안에 성을 내어 되먹히게 되기 때문입니다.

또 다시 불이란 온갖 것을 태울 수 있으므로 혹시 조그맣게 보인다 하여 업신여길 수 없는 것인데, 사람이 만약 가벼이 여긴다면 뒤에 반드시 이리저리 뻗어서 퍼지며 마음과 산과 숲들을 모두 다 태워 무너뜨리기 때문입니다.

또 다시 승려란 깨끗한 것을 지키므로 비록 나이가 젊다 손치더라도 업신여길 수 없습니다. 도를 보고 과위를 증득하는 것은 늙고 젊음에 있는 것이 아니며, 또 다시 오래되고 잠깐이며 귀하고 천함을 가리지 않거늘 세상 사람들이 슬기롭지 못하여 범인ㆍ성인을 분별하지 못하며, 아라한을 만나서도 문득 헐뜯고 욕을 하나니, 얻게 되는 죄의 과보는 마치 다라수의 머리를 끊으면 다시는 자라지 못하는 것처럼 비록 애를 써서 참회하고 빌더라도 역시 없애 버리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에 승군왕은 여래께서 말씀하는 이 네 가지 법을 듣고 깊은 마음으로 믿고 받으며 뉘우치면서 잘못이라 말하고 곧 땅에 엎드려 부처님의 두 발에 예배하고 참회하며 빌고 돌고서 기뻐하며 물러갔다.

그 때 세존께서는 사위국에서 교화하며, 이롭게 하기를 마치고 저 가비라성에 가려고 생각하셨는데, 이 때에 승군왕은 부처님의 교화를 받고 마음이 견고하게 귀의하였으므로 드디어 사신을 보내서 글월을 받들어 정반왕에게 올렸다.

“당신의 황태자 실달다께서는 위없는 단 이슬의 법 맛을 증득하시어 세간에서나 출세간에서 모두가 제도를 받자옵니다.”

정반왕은 듣고 나서 갑자기 생각하기를, ‘비록 나의 아들이 이미 바른 깨달음을 이룩하였다 하여 기뻐한다 하더라도 이제 만약 사신을 보내면 결정코 교화하여 출가를 시키리라’ 하고, 손으로 턱을 괴어 두 번 세 번 자세히 생각하는데, 이 때에 조나예낭(鳥那曳曩)이라는 대신이 있다가 왕이 이렇게 하고 있음을 보고서 물었다.

“대왕이여, 어째서 턱을 괴고 언짢아하시옵니까?”

왕은 곧 대답하였다.

“내가 언짢아한 것은 아니오. 생각하는 바의 일이 있어서이오. 승군 대왕이 글월로써 나에게 알렸는데, 실달다 태자가 이미 바른 깨달음을 이루어서 사위귝 급고 정사에 있으며 천의 제자가 있어서 모두 아라한이라 합니다. 나는 옛날 그가 고행을 하기 위하여 떠나갈 때에 사람들을 보내서 찾았건만 지금까지도 돌아오지 아니하오. 이제 만약 사신을 보내면 틀림없이 이는 돌아오지 않을 터인데 어떻게 그와 같은 일이 있는 줄 알 수가 있겠소. 저 실달다는 총명하고 지혜로워서 모두가 다 남보다 뛰어나므로 무릇 말하는 바에 누가 진실로 믿지 아니하겠소. 나는 이 일 때문에 생각을 하고 있소.”

조나예낭은 곧 왕에서 사뢰었다.

“신이 이제 가겠나이다. 염려하지 마시옵소서.”

왕은 말하였다.

“오직 그대 한 사람만을 나는 늘 생각에 두었었소. 만약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진실로 크게 좋겠습니다.”

왕은 곧 손수 글을 써서 말하였다.

“너 일체의성(一切義成)이야말로 바로 나의 친아들이다. 이미 번뇌를 싫어하여 나라를 버리고 집을 떠난 것은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바른 깨달음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이미 듣건대 도를 이루고 중생을 교화한다 하므로 생각하는 마음이 날이나 때에 계속하고 있다. 이제 다른 사람들은 즐거움을 얻건만 오직 나만은 괴로워하느니라. 마치 큰 나무는 땅으로 인하여 나고 뿌리와 싹이 있으면 마침내 열매를 바라는 것과 같나니, 너의 마음을 이미 이룩하였으면 마땅히 옛날의 서원과 전날의 말한 바를 기억해야 하리라. ‘만약 위없는 보리의 고요한 도를 증득하지 아니하면 맹세코 다시는 가비라성에 들어오지 않겠다’고 하였으나, 큰 행을 이미 이룩하였으니 응당 나와 권속들을 가엾이 여겨야 할지니라.”

조나예낭은 왕으로부터 글을 받고서 급히 사위에 이르러 정사(精舍)에 나아가서 부처님께 닿자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부왕이신 정반왕께서 부처님께 글월을 전하셨습니다.”

말을 마치고 받들어 올리자, 부처님께서는 친히 받으셔서 봉한 것을 떼고 읽으시고서 잠깐 동안 잠자코 계시므로, 조나예낭은 또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제 청하옵나니, 세존께서는 가비라성으로 가셔야겠나이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나는 가겠느니라.”

조나예낭은 온 몸을 땅에 대고 예배하고 공경하였으며, 예배한 뒤에 다시금 예배하며 극진히 하고서 또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약 가시겠다 하오면 할 말씀이 없사오나, 혹시 가시지 않겠다면 기필코 굳이 청하여 떠나겠사옵니다.”

그 때 세존께서는 조나예낭을 위하여 게송(偈頌)으로 말씀하셨다.

부처님의 눈은 깨끗하여 능히 보며 
집착하는 바가 없는 이로서 
봄[見]은 그지없어 가지 아니하거늘 
그대는 어찌하여 가자고 하는가.



부처 눈은 봄이 그지없어서 
탐심과 애욕에 집착하지 않으며 
정진의 힘은 감이 없거늘 
그대는 어찌하여 가자고 하는가.



사람의 마음이 어지럽지 아니하면 
그는 또한 항복이 없을 것이며 
그지없는 지혜는 걸음이 없거늘 
그대는 어떻게 굳어 갈 수 있겠는가.



만약 사람이 항복이 없음을 얻으면 
그 또한 항복하지 않을 것도 없으리니 
부처의 나아가는 힘과 걸음은 그지없거늘 
그대는 어떤 걸음으로 굳이 갈 수 있겠는가.

이 때에 조나예낭은 세존께 아뢰었다.

“제가 이 말씀하신 게송을 가져다 정반왕에게 들려주려 하옵니다.”

부처님께서는 조나예낭에게 말씀하셨다.

“나의 뜻은 그것이 아니리라.”

또 말하였다.

“만약 그런 것이 아니라면 그 뜻은 무엇이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대의 출가를 바라느니라.”

또 말하였다.

“저는 본래 왕과 약속하기를, 만약 바로 부처님을 뵙기만 하면 틀림없이 돌아와야 한다는 것이었나이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대가 약속은 어기지 말라. 가려거든 갈 수 있되 다만 머리칼을 깎고 옷을 물들이기만 하는 것이니, 이 또한 장애가 없으리라.”

조나예낭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보살이 되셔서도 때에 오히려 부모와 사장의 가르침에 의지 하시거든 제가 이제 어찌 감히 가르침에 의지하지 않으리까. 이제 출가하려 하오니, 부처님께서는 제도하옵소서.”

부처님께서는 바로 그 때에 제도하여 사문이 되게 하시고,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조나예낭아, 너는 이제 가야 되리라. 만약 본국에 이르러서 궁성의 문에 닿거든 곧 들어가지 말고 다만 문 밖에 서서 왕에게 알리기를 청하라. 혹시 이름이 무엇이냐 하면 석가 필추(苾芻 : 비구)라고만 하고, 왕이 혹 부르거든 나아가야 할지니라.

또 만약 묻기를, ‘그대는 참으로 석가 필추인가’ 하면 곧 대답하기를, ‘바로 그러합니다’ 하고, 만약 묻기를 ‘일체의성도 이와 같은 형상이던가’라고 하면, 대답하기를, ‘역시 그러합니다’고 하고, 또 묻기를, ‘일체의성은 온다고 하더냐’고 하면, 곧 말하기를, ‘오십니다’고 할 것이며, ‘언제라고 하더냐’고 하면, 곧 말하기를, ‘이로부터 7일 후이리다’라고 하고, 말을 마치면 곧 나와버려라. 혹은 만류하더라도 머무르지 말지니라.

왕이 말하기를, ‘일체의성이 만약 오면 궁중 안에서 머무를 것이냐’ 하면, 대답하기를, ‘머무르지 않으리다’라고 하고, 왕이 말하기를, ‘어느 곳에 머무르기를 좋아하더냐’ 하면, 대답하기를, ‘숲이거나 들이거나 혹은 정사에 머무르기도 한다’고 할 것이며, 만약 묻기를, ‘무엇을 정사라고 하느냐’ 하면, 곧 기수급고정사와 같다 함을 자세히 아뢰어라.”

부처님께서 가르쳐 보인 뒤에 조나예낭은 가려고 하는데 부처님께서는 또 말씀하셨다.

“왕의 한 말에 곧 부귀가 이루어지고, 하늘이 마음을 일으키면 온갖 것이 모두 얻어지나니, 일체 성인들도 역시 그와 같으니라.”

부처님께서는 신통력을 빌리었으므로 조나예낭은 찰나 동안에 가비라성에 이르러서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대로 마음에 바른 생각을 두고 궁성 문에 닿아서는 서서 나아가지 않고 문지기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아뢰어라. 어떤 석가 필추가 문에 와서 나아가지 않는다고.”

왕은 명령하여 불러들였으므로, 조나예낭은 부름을 받고 곧 들어갔는데, 정반왕은 보자마자 괴이히 여기면서 물었다.

“조나예낭이여, 그대도 출가하였소?”

대답하였다.

“출가하였습니다.”

왕은 말하였다.

“그대는 갈려고 할 때에 어떠한 말로써 나에게 아뢰었소?”

대답하였다.

“받든 칙명이 곧 그러하였는지라 본래 출가하지 않으려 하였더니, 세존의 거룩한 신력과 방편으로 교화되었습니다.

부처님 세상은 만나기 어렵고 바른 법은 듣기 어렵습니다. 황태자도 오히려 왕위를 버리거든 소신(小臣)이 어찌 고집할 수 있으리까.”

왕의 말은 꾸짖은 것 같았으나 마음은 실로 성을 내지 않았으며, 또 거동과 모습이 예사가 아닌지라 옛날의 신하로써 대접하지 아니하고 곧 정전으로 오르게 하며, 손을 잡고 위로하였으며, 이에 가까운 신하에게 자리를 깔고 깨끗이 씻게 하며, 탕약과 과일 등을 바쳐 올리게 하였다.

조나예낭의 위의가 비범하고 행동이 법칙이 있으며 말은 반드시 차분하고 뜻은 매우 화창하였으므로, 왕은 처음에 조나예낭이 머리칼을 깎고 가사로 바꾼 것을 보고서 말을 하며, 오래도록 완전히 부처님 묻는 것을 잊었었다가 여기에 이르러서야 다시 물었다.

“나의 아들 일체의성의 좋은 모습과 위의 역시 이와 같습니까?”

대답하였다.

“나를 부처님과 비유하는 것은 마치 겨자씨를 가지고 수미산에 견주는 것이며, 또 소 발자국으로 큰 바다에 견줌과 같고 내지 창문의 밝음으로 저 햇빛과 같으냐 함과 같습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태자를 생각하며 모르는 결에 기절하여 땅위에 넘어졌으므로, 가까운 신하들이 물을 얼굴에 뿌려고 나서야 소생하여 한참 있다가 다시 물었다.

“나의 아들은 온다 합니까?”

대답하였다.

“오십니다.”

또 말하였다.

“언제 도착한다 합니까?” “이로부터 7일 후입니다.”

그러자 왕은 곧 칙명하여 내궁(內宮)을 깨끗이 하고 전각을 꾸미게 하며 세존과 성인들이 올 것을 대비하므로, 조나예낭은 대왕에게 말하였다.

“세존께서 오시어도 궁중(宮中) 안에서는 머무르시지 않습니다.”

왕은 말하였다.

“어느 곳에 머무르기를 좋아하십니까?” “만약 숲과 들이 아니면 곧 정사에 머무르십니다.”

왕은 말하였다.

“무엇을 정사라 합니까?”

조나예낭은 곧 정사의 차례를 왕에게 말하였다.

“16의 전당과 60의 작은 집인데 세존께서는 중간에 계시고 성인들은 사방으로 펴서 있으며, 모든 수용하는 도구가 모두 다 갖추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왕은 설명을 듣고 나서 사신을 보내어 급히 냐아로타림(儞也二合誐嚕馱林)에 가서 시일을 정하여 공사를 서둘며 급고 정사와 같게 차례로 이룩하여 갑절이나 값진 보배를 가져서 잘 장식하였다.

그 때 세존께서는 때가 되었으므로 대목건련(大目犍連)에게 말하였다.

“너는 두루 여러 비구들에게 알려라. 나는 이제 가비라성에 가려 하노니, 저마다 가사와 발우를 받아 지녀야 하리라. 혹은 부모와 종친들을 만나게 될 수도 있으리니, 가서 교화하고 이롭게 하리라.”

목련은 부처님의 분부를 받들고 자세히 부처님의 말씀으로써 두루 일체 아라한들에게 알리고 나자, 부처님께서는 대중을 거느리고 급고 정사를 나서서 가비라성의 부왕의 청에 나아가시니, 여러 아라한들이 앞뒤에서 둘러쌌으므로, 부처님께서는 곧 돌아보시면서 아라한들에게 말씀하셨다.

“나의 이 권속들이야말로 바로 조복되었고, 바로 욕심을 여의었고 바로 잘 해탈하였고, 바로 아라한이며 바로 부처의 권속들이니라.

이를테면 소의 왕이 여러 떼 안에 있음과 같고 또한 마치 코끼리의 왕이 뭇 코끼리에 둘러싸이고 사자의 왕이 사자들에게 둘러싸이고 거위의 왕이 거위들에게 둘러싸이고 금시조(金翅鳥)의 왕이 금시조들에게 둘러싸임과 같으니라.

또 마치 여러 학도들이 스승을 따르고 여러 병든 사람이 의원을 구하고 여러 병사들이 장수를 보필하고 장사꾼들이 주인에게 의지함과 같으며, 또 전륜성왕이 천의 아들에게 둘러싸이고, 지국천왕이 음악신에게 둘러싸이고, 증장천이 구반다 귀신에게 둘러싸이고, 광목천왕이 용들에게 둘러싸이고, 다문천왕이 야차에게 둘러싸이고, 일천자가 천의 광명에 둘러싸이고, 월천자가 별들에게 둘러싸이고, 제석이 하늘들에게 둘러싸이고, 범왕이 범천들에게 둘러싸임과 같고 내지 다시 실제미어(悉帝彌魚)가 바다 속에 있음과 같으며, 또한 해신(海神)이 여러 물을 거두어 모음과 같으니라.

여래의 몸에는 32상(相)과 80종호(種好)가 완전히 갖추어져서 원만하며, 광명으로 장엄되어 마치 천의 햇빛이 온갖 것을 비춤과 같고, 걸음걸이는 높고 뛰어나서 마치 보배 산과 같으며, 크게 가엾이 여김[大悲]과 10력(力)과 4무소외(無所畏) 등의 일체 법을 두루 갖추었느니라.”

그 때 세존께서는 이 권속들과 함께 길을 따라 가시면서 차례로 노닐며 교화하여 가비라성까지 닿으셨는데 멀지 않은 곳에 로하가하(嚕賀迦河)가 있었다.

이 때에 정반왕은 여러 권속들과 대소의 신하들을 데리고 같이 물가에 있으면서 미리 보배의 일산과 당기ㆍ번기로 장엄하여 동발을 치고 소라를 불면서 널리 풍악을 울리며, 향을 사르고 꽃을 흩으면서 엄숙히 세존을 바라고 있었다.

또 다시 로하가하로부터 냐아로타림에 이르며 성중과 성곽 밖에 이르기까지 왕은 일반 평민들에게 칙명하여 미리 꾸미고 깨끗이 하게 하며, 큰 언덕과 모래며 자갈들을 모두 없애게 하고 깨끗한 흙을 깔며, 향수를 뿌리고 그 멀고 가까움을 헤아려서 각각 향로를 놓아두어 부처님의 경과를 기다리면서 향을 사르며 공양하였다.

이 때에 가비라성의 일반 평민들과 장자며 남자거나 여자거나 간에 저마다 매우 아름다운 향과 꽃을 가지고 길 곁에 서서 세존을 공양하였으며, 바로 그 사람들은 모두 말하였다.

“세존께서는 옛날에 태자였지만, 오늘에는 부처님께서 되셨구나.”

기뻐 날뛰며 법다운 거동을 살피려 하였으며, 또 생각하기를, ‘부자가 서로 만날 적의 그 예의는 어떻게 할까? 아들이 아버지에게 절하는 것은 세상에서 특수할 바 없거니와 만약 아버지가 아들에게 절을 한다고 하면 나라의 예절에 옳지 못하리라. 태자는 도를 닦고 고행하며 부처님께서 되었으니 반드시 세상과는 다름이 있으리라’ 하면서, 사람들이 꽉 메워 길에 틈이 없었다.

부처님께서는 성인들과 함께 물가에 닿으려 하시다가 왕과 권속들의 모두가 그 곳에 있는 줄 알고 스스로 생각하기를, ‘이제 가비라성의 부왕과 권속이며 인민들이 저마다 생각하기를, (태자가 떠나갈 때에는 백천의 하늘 사람들이 앞뒤에서 에워쌌고 공중을 날며 가서 설산에서 수행하였다) 하고 또 말하기를, (이미 바른 깨달음을 이에 돌아오니, 무슨 기특한 것이 있단 말인가)라고 하리니, 나는 이제 그 신통을 나타내어 부왕에게 보게 하며, 그리고 인민들이 감탄하며 기쁘게 해야겠다’ 하시는데, 왕과 권속들은 눈으로 대중들을 보고 바야흐로 달려와서 세존을 영접하려 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이 때에 삼마지에 들어서 동쪽의 허공에서 나와서는 가고 서고 앉고 눕는 네 가지 위의의 모습을 나타내고, 혹은 몸의 위로 물을 내고 몸 아래로 불을 내며 몸의 위로 불을 내고 몸 아래로 물을 내며, 다시 몸속에서 큰 광명을 내쏘자 혹은 푸르기도 하고 누르기도 하고 붉기도 하고 희기도 하였고 빨간 것들이 여러 빛깔에 섞였기도 하여서 마치 파리(玻犂)가 서로 투명하여 비치는 것과 같았는데, 남쪽ㆍ서쪽ㆍ북쪽에서도 역시 그와 같이 하셨으며, 또 여러 비구들도 저마다 신통을 나타내어 몸을 솟구쳐 높이 7다라수까지 올라가는데 세존께서는 그 중에서 역시 하나의 몸을 나타내어 여러 비구들과는 나투시는 신통이 같지 않았으며, 혹은 6다라수ㆍ혹은 5ㆍ혹은 4ㆍ혹은 3ㆍ2ㆍ1이기도 하였으나 부처님께서는 언제나 높이 솟아 대중들과는 특이하셨다.

이렇게 나투시기를 마치자 부처님과 성인들은 홀연히 숨어 버리며, 손가락을 튀길 만큼 동안에 벌써 본래 자리에 계셨으므로, 왕과 권속들은 갑절 더 신앙심을 내어 나아가 영접하는데 왕은 대중들이 모두 가사를 입고 거동과 모습이 비슷하게 보이는지라 처음에는 누가 이는 세존이며 누가 제자인 줄 가리지를 못하자, 이 때에 조나예낭은 정반왕을 인도하여 세존 앞에 다가갔으나 왕은 세존을 보면서도 오히려 아들이라는 생각을 두므로, 조나예낭은 왕에게 말하였다.

“여래는 번뇌의 습기를 끊고 마음에 자재함을 얻어서 마치 해가 세상을 비추되 허공에 머무름과 같이 진여의 수레를 타셨으며, 가장 으뜸가는 깨달음을 지니어 10력이 원만하고 일체지(一切智)를 갖추셨으며 상호의 광명이 깨끗하여 만물을 비추고 법에 자재하여 이익이 그지없으십니다. 청컨대, 왕은 귀의하시어 거룩한 도를 구하여야 하시리다.”

정반왕은 이 말을 듣고서 깨닫고 진실로 믿어서 온 몸을 땅에 던져 부처님의 두 발에 예배하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태어날 때 대지가 모두 진동하였고 
나무 그림자는 몸을 가리어 해를 따르지 않았으며 
다시 넓은 눈으로써 중생들을 살피시니 
그러므로 나는 가장 높은 이 발에 절합니다.

이 때에 여러 석씨들은 정반왕이 부처님의 발에 예배함을 보고 곧 말하였다.

“세존께서는 어째서 세상 법을 등지면서 중생들을 교화할까?”

왕은 대중들의 물음을 듣고서 말하였다.

“너희들은 어찌 듣지 못했느냐? 실달다가 태어날 때에 대지가 다 함께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일체 세간에 광명을 널리 비추자 모두 어두컴컴하여 해가 이르지 않은 곳과 거룩한 덕의 광명들 역시 미치지 않는 곳인데 이 때에 광명이 모두 다 비치게 되매 그 어둔 곳에 있던 중생들은 다 악업 때문에 그 속에 떨어졌다가 갑자기 광명이 비치므로 서로가 보게 되어 각각 말하기를, 이 속에서 언제 또 중생들이 살았을까 하였으므로, 이 때에 나는 엎드려 가장 높은 이의 발에 예배하였었느니라.

이 실달다가 아직 출가하지 않았을 때에, 섬부수 아래 나아가 앉아서 깨끗하고 욕심이 없어 선하지 못한 법을 여의었고 이미 온갖 분별과 의혹을 끊었으며, 즐거이 다툼이 없는 고요한 선정에 머물렀는데, 온갖 나무와 숲의 그림자는 해를 따라 옮겨갔지만 섬부수 그림자만은 몸을 가리며 옮겨가지 아니하므로 나는 보고서 놀라고 괴이히 여기며 예사로운 일이 아닌지라, 이 때에 또 높은 이의 발에 예배하였으며, 내가 지금 예배한 것은 바로 세 번째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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