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중허마하제경(佛說衆許摩訶帝經) 제13권

불설중허마하제경(佛說衆許摩訶帝經) 제13권

그 때 정반왕은 이 말을 하여 마치고 마음에 생각한 바가 있으므로 갑자기 눈물을 흘리면서 다시 게송으로 세존께 물었다.

옛날 궁중에 머물렀을 적에는 
많은 사람이 같이 호위를 하였지만 
산과 들의 가운데는 두렵거늘 
한 몸으로 어떻게 살았었느냐.

세존께서는 대답하셨다.

성인은 열 가지로 머무는지라 
저는 모두가 편안히 있었으며 
얽매임을 이제는 벗어났으므로 
인간의 왕궁에선 살지 아니합니다.

왕은 말하였다.

코끼리 평상을 금 보배로 장식하여 
옛날에는 네가 잠을 잤었지만 
산과 들에는 풀과 나무뿐이거늘 
어떻게 편안히 잠을 잘 수 있었더냐.

대답하셨다.

해탈이 침구를
보리의 법들로써 장엄했기에
잠자리가 매우 알맞고 기뻐서
온갖 뜨거운 번뇌가 없습니다.

왕은 말하였다.

코끼리와 말의 탈 것으로써
옛날에는 나들이에 탔었지만
온갖 가시덤불로 된 땅이었거늘
지금은 어떻게 다닐 수 있었더냐.

대답하셨다.

저에겐 신통의 수레가 있고
부지런히 힘씀[精勤]의 탈 것으로도 오갔으며
비록 온갖 땅을 간다 하더라도
번뇌의 가시에 걸림이 없습니다.

왕은 말하였다.

가석가(迦釋迦)의 아름다운 의복으로써
몸을 꾸며 옛날에는 자재했지만
지금은 가사라는 거친 옷이거늘
어떻게 차마 옷을 입느냐.

대답하셨다.

승가리(僧伽梨)의 거친 옷은
신선이 입는 산중의 옷이므로
입고 나면 착한 모습 생기게 되며
보는 이는 모두가 깊이 기뻐합니다.

왕은 말하였다.

금 보배 그릇 속의 음식이었고
언제나 가장 위의 맛있는 것 먹었지만
이제는 스스로가 발우를 가졌으니
먹는 바가 무엇인 줄 알기나 하겠느냐.

대답하셨다.

등인(等引)의 법의 맛은 으뜸이어서
먹으면 뛰어나게 되는 것이며
이미 세상의 애욕을 끊고
세간을 가엾이 여겨 짐짓 다니면서 교화합니다.

왕은 말하였다.

젖과 사탕의 물인 감미로운 것으로
마시며 옛날에는 싫어함이 없었지만
지금의 마시는 것 차갑고 또한 덥거늘
맑고 흐림을 어떻게 알겠느냐.

대답하셨다.

왕처럼 귀함의 왕성한 물은
세간의 사람들이 다투면서 마시며
마신 뒤엔 혹은 더욱 물들지만
저와 같은 사람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왕은 말하였다.

보배의 궁전과 그리고 누각에
옛날에는 마음대로 살았지만
이제는 혼자서 산과 숲에 있으니
어떻게 두려움이 없을 수 있겠느냐.

대답하셨다.

이미 번뇌의 근본을 끊은지라
모든 두려움은 생기지 아니하며
아주 작은 것도 저에겐 없으므로
처소 따라 편안히 머무를 수 있습니다.

왕은 말하였다.

깨끗하고 미묘하며 향기로운 물로써
옛날에는 언제나 목욕했지만
이제는 혼자라 산과 들 가운데서
누가 모니왕[牟尼王]을 씻어 주느냐.

대답하셨다.

계향(戒香)이 담겨진 법의 물로써
덕 있는 사람은 언제나 목욕하며
몸을 깨끗이 하여 저 언덕에 이르라고
한량없는 성인들이 말씀하신 바입니다.

왕은 말하였다.

옛날에는 미묘한 행을 몸에 바르고
그리고 가석가의 옷을 입고서
언제나 내궁(內宮)의 전각에 있었기에
그것을 여의면 알맞지가 아니했다.

대답하셨다.

계향의 으뜸가는 향기 나는 것으로
몸에 바르고 장엄했으며
나는 이제 어리석지 아니하므로
보배 옷의 장식은 떠났습니다.

왕은 말하였다.

어느 것을 업신여길 수 있고
어느 것을 두려워해야 하느냐.

일이 없고 또 일이 있는 것을
이제 묻노니 설명하여라.

대답하였다.

늙고 병들고 죽는 세 가지 법이
두렵기 짝 없으니 업신여기지 말 것이며
마땅히 알맞고 기쁜 경계[適悅境] 구함이
일이 없고 좋아짐을 느끼시리다.

그 때 정반왕은 이 말씀을 듣고 기쁨이 한량없으므로 찬탄하였다.

“잘났구나. 석씨 성바지야, 세상의 여덟 가지 법에 모두 물들지 않았도다.”

다시 땅에 엎드려 여래의 발에 예배하고, 또 다시 생각하였다.

‘나야말로 좋은 이익을 얻었구나. 나의 아들이 이와 같은 공덕을 증득하였으니 말이다’하고, 왕과 권속들은 세존을 받들어 전송하면서 냐아로타림 정사에 들어갔다.

그 때 세존께서는 정사에 이르러서 법 자리에 오르시자, 왕과 대신이며 일반 평민들은 에워싸고 우러러보았으며 허공의 하늘들도 기뻐하며 찬탄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모임 대중의 저마다 지닌 마음과 뜻이며 근성을 자세히 살피시어 사실대로 해설하시니, 이 때에 백정반왕(白淨飯王)과 석씨 대중들 77천 인이 모두 수다원의 과위를 증득하였다.

세존께서는 또 어느 곳이 인연이 성숙되었는가를 자세히 살폈더니, 저 범현림(梵現林)에 때에 법을 말할 만하므로 부처님과 대중들은 모두 그곳으로 나아가자 한량없는 사람들이 서로 따라가서 법을 듣는지라, 세존께서는 널리 4성제의 수행하는 모습을 말씀하시며, 저 곡반왕(斛飯王)과 석씨들이며 내지 사람과 하늘들의 76천 인이 또 수다원의 과위를 증득하였다.

세존께서는 다시 로희달가림(嚕呬怛迦林)에 나아가시자 역시 한량없는 하늘사람과 석씨들의 권속이며 인민들이 부처님을 따라 법을 들으므로, 세존께서는 이전과 같이 널리 4성제를 연설하시니, 감로반왕(甘露飯王)과 석씨 대중들이며 내지 하늘과 사람들 75천 인이 수다원의 과위를 증득하였으며, 나머지는 사다함의 과위를 증득한 이도 있고, 아나함의 과위를 증득한 이도 있고, 아라한의 과위를 증득한 이도 있고, 성문의 보리심을 내는 이도 있고, 벽지불의 보리심을 내는 이도 있고, 위없는 보리심을 내는 이도 있었으며, 또한 출가하여 모든 번뇌를 끊고 뒤에는 아라한의 과위를 증득한 이도있었고, 삼귀의의 마음을 내는 이까지 있었다.

이 때에 제바달다(提婆澾多)는 세존이 신통을 나타내고 미묘한 법을 말함을 보고서 자신은 증득한 바가 없으므로 질투심을 내어 좋지 못한 말로써 석씨들에게 말하였다.

“모든 소경들이라 이런 허깨비를 좋아하는구나. 이런 허깨비의 일은 모두가 할 수 있다.”

한 석씨 대중에서 발라마나야(鉢囉摩拏野)라는 이가 있다가 제바달다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세존ㆍ대장부에게 그와 같은 나쁜 말을 하지 마시오.”

그러자 제바달다는 곧 잠잠하여졌다.

이 때에 정반왕은 생각하기를, ‘옛날에는 하늘사람과 아수라들이 세간에서 공양을 받았었는데, 이제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시니 참으로 이는 세간의 공경과 공양을 받는구나’ 하는데, 어떤 석씨 동자가 게송으로 부처님을 찬탄하였다.

석씨 성바지에 큰 신선ㆍ대장부는 
묘한 법의 단 이슬비 잘 내리시어 
어둔 데에 떨어진 이들 구제하시며 
해탈문을 열어서 인도하시네.

그 대 정반왕은 이 동자가 게송으로 부처님을 찬탄함을 듣고서 깊은 마음으로 기뻐하면서도 그러나 진실에 대하여 아직 진리를 보지 못하였으므로, 오직 말하기를, “이 세존 대장부는 크고 거룩한 덕을 갖추었구나. 누가 성인인 아들을 지녀서 나와 같겠느냐” 하므로, 세존께서는 생각하셨다.

‘아버지 정반왕은 진실을 보지 못하여서 두 가지 일을 한다. 첫째는 나[我]라는 마음이요, 둘째는 분별하는 마음이다. 만약 이것만 여읠 수 있다면 진실을 볼 수 있으리라.’

그리고는 부처님께서는 자세히 살피매 목련과 정반왕에게 전생 인연이 있었으므로, 부처님께서는 목련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방편으로써 정반왕을 교화하여 나라는 고집을 떠나게 할지니라.”

이에 목련은 곧 왕의 처소에 나아갔더니, 왕은 존자를 보고 마음에서 문득 기뻐하는지라, 존자는 바로 그 때에 삼매(三昧)에 들면서 왕의 앞에서 없어지며 동쪽 허공에서 나와서는 가고 서고 앉고 눕는 네 가지 위의와 모습을 나타내고, 또 다시 몸 안에서 다섯 가지 빛깔을 내쏘자 마치 파리가 서로 맑게 비추는 것과 같았으며, 혹은 몸 위로 물을 내고 몸 아래로 불을 내며 혹은 몸 위로 불을 내고 몸 아래로 물을 내며 이와 같이 갖가지로 신통 변화를 나타내었는데, 동쪽에서 이와 같이 하고 남쪽ㆍ서쪽ㆍ북쪽에서도 역시 그와 같이 하였다.

신통 변화를 하여 마치고 허공에서 없어지면서 손가락을 튀길 만큼 동안에 벌써 왕의 앞에 있었으므로, 왕은 말하였다.

“부처님의 제자 중에 다시 존자 같은 이가 계십니까?”

이 때에 목련은 게송으로 말하였다.

세존의 제자들은 크고 거룩한 덕을 지녀 
3명(明) 6통(通)이 모두 자재로우며 
삼계를 해탈한 아라한이라 
성문 모니(牟尼)들은 나 같은 이 많습니다.

이 때에 정반왕은 처음에 세존만이 혼자 이런 일이 있은 줄 여기고 마음속에 언제나 나라는 고집을 두었다가 목련이 신통 변화를 나타낸 뒤에야 비로소 제자들 역시 이런 증득이 있음을 알고서 왕의 나라고 하는 마음이 이로 말미암아 없어지게 되었다.

이에 세존께서는 곧 방편으로써 세간의 마음을 짓되, ‘어떻게 범왕과 제석과 정광(淨光) 천자가 오게 되면, 나는 그들을 위하여 법을 말하리라. 어떻게 생각하느냐? 여래의 마음은 성문과 보살로서는 알 수 있는 바가 아니니라. 왜냐하면 세간의 마음은 아래로 개미에 이르기까지 오히려 알 수 있게 되거늘 하물며 하늘이겠느냐’ 하시자, 이에 제석이 비수갈마 천자(毘首羯磨天子)에게 말하였다.

“너는 변화로 냐아로타림에 큰 법의 모임을 만들고 그 안의 대적과 누각에는 모두 사자 자리를 놓되 다 뭇 보배로써 잘 장식하며, 다시 네 개의 문을 열어서 각각 네 가지 보배로써 꾸미며 다시 4천의 대왕들에게 수호하게 하여라.”

이 때에 비수갈마 천자는 제석의 명을 받고 큰 법의 모임을 변화시켜 갖가지로 장식하며 제석의 가르침대로 하고 그리하여 4천왕이 문지기가 되게 하고서 변화하기를 마치자 세존께 아뢰었다.

“법의 모임이 이룩되었사오니, 부처님께서는 거기로 가시옵소서.”

이 때 세존께서는 자신의 권속들과 범왕ㆍ제석ㆍ정광천 등 수없는 백천 대중들과 함께 냐아로타림으로 돌아오셨다.

부처님께서는 도착하시자 보배 전각에 드시어 사자 자리에 오르셔서 곧 미묘한 법을 말씀하셨다.

이 때에 존자 목련은 정반왕과 함께 같이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 법 모임의 문에 이르자, 존자는 바로 들였으나 왕은 막아 세웠으므로 왕은 말하였다.

“무엇 때문에 나를 막습니까?”

대답하였다.

“부처님께서 정광천(淨光天) 등을 위하여 법을 말씀하시는데, 범인(凡人)은 법에 참예할 수 없습니다.”

왕은 말하였다.

“당신은 어떤 성현이기에 여기서 문을 지키십니까?”

대답하였다.

“나는 바로 지국천왕(持國天王)입니다.”

왕은 물었다.

“동쪽 문은 그렇다 하거니와 남쪽 문은 들어갈 수 있습니까?”

대답하였다.

“모르겠습니다.”

남쪽 문에 이르렀더니 다시 들이지 않는지라 왕은 물었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하시오?”

대답하였다.

“부처님께서 정광천 등을 위하여 법을 말씀하시는데 범인은 모임에 참예할 수 없습니다.”

또 물었다.

“당신은 어떤 성현이기에 여기서 문을 지키십니까?” “나는 바로 증장천왕이므로 남쪽 문을 지킵니다.”

왕은 생각하기를, ‘나는 서쪽 문으로 가면 아마 들어갈 수 있으리라’ 하고, 거기에 이르렀더니 역시 들이지 않는지라 왕은 또 물었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하십니까?’

대답은 또 전과 같았으므로, 또 물었다.

‘당신은 어떤 성현이십니까?’

대답하였다.

‘나는 바로 광목천왕입니다.’

정반왕은 길게 탄식하였다.

‘성인과 범인의 서로 떨어져 있음이 가까우면서도 지극히 멀구나.’

그리고는 부처님을 뵈올 마음이 간절하므로 다시 북쪽 문으로 갔으나 거기에 닿아서도 전과 같이 막고 들이지 않는지라, 왕은 곧 성난 목소리로 문지기에게 말하였다.

“성현께서는 바로 북방천왕 아니십니까?”

대답하였다.

“내가 바로 다문천왕입니다.”

이 때에 정반왕은 이 말을 듣고, 절을 하려 하다가 또 다시 생각하였다.

‘나는 비록 지극히 가까움 부자간이고서도 지금은 정분이 멀구나. 나는 겨레붙이라는 분별은 이로부터는 없애리라.’

이에 세존께서는 분별이 없어졌음을 알았을 뿐더러 정분이 지극함을 살피고서, ‘만약 이 때에 만나지 아니하면 돌아가실까 두렵다’ 하시고서, 부처님께서는 신통의 힘으로써 누각과 대전과 담장까지 변화하여 모두 파리로 만들고 깨끗하게 환히 비치게 하여 안팎에서 서로 보는 것이 장애가 없게 하시자, 왕은 부처님을 뵙고 마음으로 극히 기뻐하면서 곧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 세존께서는 갖가지의 방편으로 그 부왕을 교화하여 나라는 마음을 없애고 분별을 제거시키며 부왕을 위하여 널리 괴로움ㆍ쌓임ㆍ사라짐ㆍ도의 4성제를 말씀하시자, 왕은 듣고 나서 지녔던 몸의 고집이 마치 스무 개의 산봉우리와 같은 것을 금강의 지혜로써 부서 없애어 남는 것이 없게 하고 바로 수다원의 과위를 증득하면서 왕은 생각하였다.

‘나의 이제 증득한 바야말로 하늘도 아니고 신선도 아니고 아버지도 아니고 어머니도 아니며, 또한 친하고 사랑한 모든 권속에서 얻어진 것도 아니다. 여래의 인자함과 효성에서 이루어진 것이로다.’

또 다시 생각하였다.

‘나는 지나간 세상에 나고 죽음에 바퀴돌이하면서 뼈 더미는 마치 산과 같고 피와 눈물은 바다를 이루리라. 혹은 또 여러 나쁜 길에 떨어지기도 하였다가 오늘에야 비로소 해탈의 문에 들고 성인의 도에 참예하였구나.’

그리고는 또 다시 말하였다.

“장하도다. 세존이여, 옛날부터 수행하면서 수없이 고행하였고 몸과 목숨을 돌보지 않고 중생들을 위하고 이롭게 하였구나. 나도 이제는 다시 아주 훌륭한 하늘의 과보를 구하리라.”

부처님께서는 곧 가엾이 여기며 생각하기를, ‘왕이 이제 어떻게 이런 과보를 구할까’라고 하시는데, 정반왕은 자리에서 일어나 합장하고 엎드려 예배하고 세존께 말하였다.

“이제 부처님과 성인들을 청하여 나의 궁중에서 내일 아침에 공양을 받게 하려 하오니, 원컨대 크게 사랑하시어 함께 오십시오.”

부처님께서 잠자코 계시자, 왕은 허락한 것으로 알고 사례하고 돌아가서 궁중에 닿자마자, 백정반왕에게 조칙을 내려 말하였다.

“나는 이미 도를 증득하였으므로 왕위가 즐겁지 아니하니, 내가 정수리에 물 부움을 받아서 나를 대신하여 나라를 다스릴지니라.”

백정반왕은 물었다.

“언제 증득하셨나이까?”

대답하였다.

“마침 냐아로타림에서 법을 듣고 증득하였느니라.”

백정반왕은 말하였다.

“세존께서 처음 그 숲에 이르시자, 저는 이미 증득하였나이다. 왕께서 왕위를 대신하라 하오나 저는 참으로 할 수 없사옵니다.”

그러므로 또 곡반왕에게 조칙으로 말하였다.

“네가 정수리에 물 부어서 나를 대신하여 나라를 다스릴지니라.”

대답하였다.

“저는 법현림 안에서 법을 듣고 과위를 증득하였나이다. 왕위를 대신하라는 말씀은 진실로 즐겁지 않사옵니다.”

또 감로반왕에게 말하였다.

“네가 정수리에 물 부움을 받아서 나를 대신하여 나라를 다스릴지니라.”

대답하였다.

“저는 로희다가림에서 법을 듣고 과위를 증득하였사온데, 이제 역시 왕위에 있는 것은 즐겁지 않나이다.”

정반왕은 말하였다.

“만약 그렇다 하면, 어떠한 사람에게 종묘 사직을 지키게 해야겠느냐?”

여러 왕들은 함께 말하였다.

“석씨 성바지 안에서 어진 덕을 지닌 이에게 지키게 하여야 하오리다.”

일을 의논하여 마쳤다.

정반왕은 말하였다.

“급히 맡은 이들에게 갖가지 진귀한 찬과 음식을 장만하고 극히 향기롭고 맛있게 하여라.”

또 칙명으로 안팎을 깨끗하게 하여 냄새나고 더러운 것을 없애게 하며 정전 위에는 깨끗한 자리와 훌륭한 옷을 펴서 여래와 성인들의 자리에 놓아두도록 하고 다시 향과 꽃과 깨끗한 물병을 마련하여 준비에 잘못됨이 없게 하고서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심부름을 보내며 부처님께 아뢰게 하였다.

“이제 음식이 마련되었으므로 부처님과 성인들을 청하오니, 같이 강림하십시오.”

그 때 세존께서는 여러 성인들에게 둘러싸여 왕궁에 공양을 받기 위하여 나아가셨는데, 부처님께서 궁성 문에 닿으시자 왕과 권속들은 향로를 가지 고 향을 사르며 세존을 인도하여 들이므로 부처님께서 자리에 오르시니 여러 성인들도 차례로 자리에 나아갔다.

이 때에 정반왕은 여러 권속들과 함께 예배하고 문안하며 찬탄한 뒤에 손수 갖가지 음식을 받들어 올리어 공양하였으므로 다 잡수시고 손을 씻고 양치질하였으며, 공양하는 마음이 원만하였다.

이 때에 정반왕은 곧 금병을 가져다 세존의 손에 부으면서 아뢰었다.

“냐아로타림 정사를 받들어 보시하오니, 부처님 뜻대로 하시기 원합니다.”

병의 물이 나올 때에 다섯 가지 공덕의 소리가 있었으며, 부처님 또한 시주에 축원하셨다.

“보시한 복으로 왕과 석씨 대중들은 온갖 구한 것이면 뜻대로 얻게 되리라.”

왕과 권속들은 이 말을 듣고 기뻐 뛰놀면서 부처님께 예배하고 물러갔으므로, 부처님과 성인들은 정사로 돌아왔다.

뒤에 어느 날, 세존께서는 다시 왕궁에서 공양을 받으셨는데 왕의 권속들은 서로가 말하였다.

“지금 세존의 좌우에는 모두가 이는 나이 많으신 이들이라 좋은 모습과 위의가 진실로 숭앙하고 존중할 만하거니와 그러나 세존을 시봉하는 데는 마땅하지 못하다. 석씨 성바지에서 나이 젊고 어질며 착한 이들을 골라서 출가하게 하여 부처님 좌우를 모시게 한다면 존귀함이 서로 알맞게 되겠구나.”

이 때에 정반왕은 손아래의 친족과 안팎의 신하들에게 칙명하였다.

“지금 일체의성이 전륜왕위를 버리고 고행하여 닦고 익혀서 큰 법왕이 되었으니, 저마다 그 어진 아들들을 선택하여 출가하게 하고 세존을 모셔 따르며 그 아름다움을 이루게 하여야 하리라.”

이 때에 곡반왕은 두 아들이 있어서 첫째가 아니로타(阿儞嚕駄)요, 둘째가 마하나마(摩賀曩摩)였는데, 저 마하나마는 왕의 사무를 잘 다스렸으나 재물의 이익을 탐냈으며, 아니로타는 언제난 궁중에 있으면서 뜻대로 쾌락을 누렸다.

곡반왕은 칙명의 뜻이 널리 내려지자 마하나마를 불러서 말하였다.

“네가 출가하여 왕명을 받들어야 하리라.”

그러자 아들은 말하였다.

“저는 출가하지 않겠나이다. 저 아니로타는 언제나 궁중에 있으면서 쾌락이나 누리니, 출가하게 하시옵소서.”

아버지는 말하였다.

“그 아들의 복(福)과 덕(德)을 너로서는 지적하여 진술하지 말라.”

아들은 말하였다.

“이는 바로 부모로서 사랑하고 가엾이 여겨서 그러하시온데, 만약 참으로 복과 덕이 있다면 시험을 하시옵소서.”

아버지는 말하였다.

“무엇으로 시험을 해야겠느냐?”

아들은 말하였다.

“통상의 방식대로 음식을 보내되 이번에는 빈 쟁반을 보내시옵소서. 만약 그가 복이 있다면 음식이 저절로 나오게 되리다.”

아버지는 곧 그의 보는 앞에서 빈 쟁반을 봉하고 궁빈을 시켜 보내면서 경계하였다.

“만약 어떠한 음식이냐고 물으면, 여러 가지가 안에 있다고만 대답하여라.”

이 때에 하늘 제석(帝釋)이 이 일을 자세히 살펴 알고서 말하였다.

“아니로타는 옛날 일찍이 음식을 벽지불에게 공양하였거늘, 오늘 어찌하여 그에게 음식이 없게 하겠느냐.”

그리고는 변화로 갖가지 진기하고 맛있는 음식을 그 빈 쟁반에 채웠었는데, 심부름한 궁녀가 거기 이르자 아니로타가 물었다.

“무슨 물건이냐?”

궁빈은 마음에 성을 내어서 신칙에 따르지 않고 대답하였다.

“물건이 없습니다.”

아니로타는 생각하기를, ‘부처님께서 어찌하여 빈 쟁반을 보내셨단 말이냐’하고, 봉함을 열어 보았더니 기이한 음식이 속에 가득 차서 인간에게는 드물게 보는 것이어서 향기가 자오록하여 동산에 온통 가득하여졌으므로, 아니로타의 뜻에도 매우 괴이히 여기며 그 궁녀에게 물었다.

“본래 음식이 있었더냐, 본래 빈 소반이었더냐?”

궁녀는 말하였다.

“빈 소반이었습니다.”

마침내 이 음식을 물리쳐서 부모에게 받들어 올리자 부모 역시 음식을 보고 크게 놀라며 괴이히 여기어 또 이 음식을 마하나마에게 보이면서 말하였다.

“네가 이 음식을 보아라. 바로 거기에서 변화로 나온 것이다. 저 아니로타는 사람들이 모두 사랑하고 좋아한다. 내가 말한 큰 복이란 너희들의 힘으로는 안 되느니라. 네가 처음에는 믿지 않았지만 이제는 이미 시험하여 알았으리라.”

마하나마는 부모에게 아뢰었다.

“그는 이미 큰 복이 있으니 출가하게 하시옵소서. 저는 이제 복이 없으니 출가할 자가 아니옵니다.”

부모는 곧 아니로타에게 말하였다.

“왕이 이제 칙명이 계셨는데, 너는 출가하겠느냐?”

대답하였다.

“출가하면 어떠한 이익이 있사오며, 집에 있으면 어떠한 과실이 있나이까?”

부모는 말하였다.

“출가한 사람은 열반을 증득하게 되며, 천상과 인간에서 첫째가는 공양을 받을 수 있고, 만약 사람이 집에 있거나 출가하거나 간에 진실로 욕심을 여의면 역시 천상과 인간의 공양을 받느니라. 만약 집에 있으면서 망령되어 출가하였다고 일컬으며, 당연히 3악도(惡道)의 과보를 받아야 하느니라.”

대답하였다.

“출가하거나 집에 있으면서 이익을 얻고 이익을 잃는 것을 제가 이미 분명히 알았사오니, 이제 출가하여 위로 왕명을 도우려 하나이다.”

부모는 말하였다.

“너의 말이 대단히 장하구나.”

이 때에 아니로타에게는 나이가 같은 현왕(賢王)이라는 이가 있어서 가장 서로가 잘 아는 사이인지라 그곳에 가서 말을 하려고 하여 현왕의 문에 이르렀더니, 바야흐로 거문고를 들으면서 고르고 있었는데 또 줄이 끊어지며 다섯 가지 음이 완전하지 않는지라, 아니로타는 거문고 소리가 제대로 날 때까지 서서 나아가지 않고 그것을 고르게 한 뒤에야 사람을 시켜 들어가 알리자, 현왕은 청하여 들여서 아니로타에게 말하였다.

“자네는 언제 왔던가?”

대답하였다.

“거문고 줄이 처음 끊어질 적에 나는 문에 도착했었으나 그것을 고르게 한 뒤에야 들어갈 것을 알렸네.”

현왕은 “잘했네” 하면서 손을 잡고 청하여 앉히며, “자네는 이제 어떻게 왔는가?” 하므로, 대답하였다.

“정반왕께서 칙명이 있으신데, 석씨 성바지에서 출가하게 하는 뜻은 권속들에게 부처님을 좌우를 모시게 하려는 것이라네. 자네가 그립고 좋기 때문에 일부러 와서 알리는 것일세.”

현왕은 말하였다.

“칙명하신 뜻은 내리신 즉시 역시 알았었네. 자네가 출가한다면 나도 같이 가겠네. 자네는 오늘 밤에 우리 집에서 묵게.”

아니로타는 말을 따라서 곧 머무르자, 현왕은 사람을 시켜서 그를 위하여 누울 자리를 깔게 하였는데, 밤이 되어서 잠을 잤으나 조금도 편안하거나 즐겁지가 않았다.

다음날 아침에 서로 만나서 현왕이 물었다.

“편히 잠을 잤는가?”

대답하였다.

“편히 잘 수가 없었네.”

또 물었다.

“무엇 때문에 그랬는가?”

대답하였다.

“평상에 깔았던 것이 병든 이가 댔던 옷이 있네. 그 때문에 나를 편히 잘 수 없게 하였었네.”

현왕은 맡았던 수종을 불러서 그 까닭을 물었다.

“어디서 얻은 것이냐?”

대답하였다.

“왕께서 처음 태어나실 적에 펴시고 남은 것을 뒷날 병든 이 때문에 일찍이 받아 썼던 일이 있었나이다.”

현왕은 감탄하며 말하였다.

“장하도다. 석씨 성바지에서 이런 기이한 자손이 태어났으니 말이다.”

또 말하였다.

“내가 출가하면, 제바달다가 다음에 왕위(王位)를 차지하리라.”

좌우에게 제바달다를 부르게 하였는데 도착하자 물었다.

“우리들은 칙명을 받들어 함께 가서 출가하겠다. 몰라서 그러는데 너는 장차 어떻게 하겠느냐?”

이 때에 제바달다는 혼자 생각하기를, ‘만일 내가 출가하지 않겠다 하면, 곧 현왕 역시 출가하지 않게 되리라’ 하고, 곧 거짓말로써, “저도 출가하겠습니다” 하였으므로, 그 현왕은 급히 공문으로써 정반왕에게 아뢰더니, 왕은 칙명을 내리어 안팎에 고시(告示)하였다.

“이제 현왕과 아니로타며 제바달다 등, 석씨 성바지 5백 사람이 출가하는 것이니, 모두는 알지니라.”

칙명이 나간 뒤에 안팎이 기뻐하였으나 제바달다 혼자만은 괴로워하면서 뜻으로 말하기를, ‘본래 방편을 지어서 현왕을 출가하게 하려는 것이었는데, 이제 혹시 말을 어기거나 하면 거짓말의 허물이 있게 되리라. 나는 장래에 왕위를 얻을 수 없게 되었구나’ 하고, 이에 억지로 참으며 대중을 따라서 출가하였다.

이 때에 정반왕은 후대(後代)에게 겨레붙이의 존귀함을 알게 하려 하여 안팎에 널리 알렸다.

“무릇 거리와 서낭에 미치기까지 모두를 잘 꾸미고 다 아주 훌륭하게 할 것이며, 깨끗한 흙을 깔고 향수를 뿌리며 다시 당기ㆍ번기ㆍ일산을 배열하고 꽃을 흩으며 향을 사르라.”

현왕 등 5백의 석씨 성바지가 출가하여 지나가리라고 생각되는 곳에는 그 석씨 성바지들의 부모들이 길가와 성문의 머리에 자리를 깔아 놓고 살펴보고 있었으며, 또 관상하는 이에게 명하여 저마다 아들을 관상하면서, ‘누가출가하면 좋고, 누구는 좋지 않을까’ 하였다.

현왕이 먼저 나가자 관상쟁이는 칭찬을 하였다.

“이 분이 만약 출가하면, 반드시 성인의 도를 증득하리라.”

아니로타가 다음에 성을 나가자, 관상쟁이는 또 말하였다.

“오래지 않아서 성인이 되시리라.”

제바달다가 나가며 성문에 이르자, 머리 위의 보배관이 갑자기 땅에 떨어지는지라, 관상쟁이가 보고서 말하였다.

“이 못된 짓을 하는 사람은 반드시 지옥(地獄)에 들어가리라.”

또 착하지 못한 사람 해수(海壽)라는 이가 문 끝에 이르자마자 당나귀가 악한 소리를 내는지라, 관상쟁이가 알아 채고서 말하였다.

“이 분은 입의 업(業)이 있구나. 일찍이 성문을 헐뜯었으니, 미래에 과보가 성숙되면 결정코 나쁜 길에 떨어지리라.”

오파난타(烏波難陀)가 다음에 나가며 코끼리를 타고 막 문머리에 닿자 영락이 땅에 떨어지므로 몸소 코끼리에서 내리어 제 손으로 주워 가지니, 관상쟁이는 말하였다.

“이 비루하고 인색한 사람은 장차 지옥에 들어가리라.”

이렇게 하여 5백을 석씨 성바지들이 저마다 나가면 관상하는 이는 모두를 보고서 다 좋다, 나쁘다 함을 자세히 그 부모에게 알렸다.

이 때에 석씨 대중들은 가비라성을 나가서 다시 동산을 유람한 다음에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서 저마다 부처님께 아뢰어 출가하기를 구하였으므로, 세존께서는 생각하시기를, ‘이제 이 석씨 대중들이 비록 출가하기를 구한다 하더라도 뜻에 즐거워하는 이도 있고 즐거워하지 않는 이도 있구나’ 하시고, 부처님께서는 네 가지 법으로써 제도하여 비구를 삼으셨다.

이 때에 정반왕은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오파리(烏波梨)라는 이가 있어 머리를 잘 깎았으므로 왕은 곧 보내어 석씨 대중들의 머리를 깎아 주게 하였는데, 그 곳에 이르러서는 깎아 주려 하지 않고 괴로운 빛을 Elf 뿐더러 슬피 우는지라, 현왕은 물었다.

“무엇 때문에 그러느냐?”

오파리는 말하였다.

“나는 한 사람을 받드는 것이요, 여러 사람의 일꾼이 아닙니다. 차라리 목숨을 버릴지언정 머리는 깎을 수가 없습니다.”

현왕은 타일렀다.

“그런 말은 하지 말라. 너는 왕명을 받드는 것이지 여러 사람이 부리는 것은 아니니라. 여기에는 좋은 이끗이 있으리니, 괴로워하지 말아라.”

현왕은 다시 방편을 써서 석씨 대중들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출가하는 것이니 보배 관과 아름다운 옷과 꾸미개 등은 오늘 버릴 것이다. 모두가 소용이 없으니, 다 한 군데에 놓았다가 오파리에게 주자. 그가 얻을 것을 들으면 혹시 기뻐할 수도 있으리라.”

그러자 옷과 관이 모여져서 큰 무더기를 이루고 있는지라 오파리는 곧 머리를 깎아 주었는데, 석씨 대중들이 저마다 나이가 어린데도 그의 부귀를 버렸음을 보고서, ‘나야말로 지금 낮은 족속이거늘 무엇을 그리워하겠느냐. 모든 은혜와 사람을 버리고 번뇌를 떠나서 그 바퀴 돌듯하는 나고 없어짐의 환난을 면하여야겠도다’ 하고 이에 턱을 괴고 두 번 세 번을 생각하고 있자, 존자 사리불이 보고서 물었다.

“너는 어째서 턱을 괴고서 언짢음이 있는 것같이 하느냐?”

대답하였다.

“바로 언짢아한 것이 아니라, 생각한 바가 있어서입니다.”

자세히 사실을 사리불에게 말하자, 사리불은 말하였다.

“세존께서 제도 해탈(解脫)시키심은 높고 낮음을 물으심이 아니니, 지금이 바로 때이로다. 용맹심을 내어야 하리라.”

세존께서는 미리 아셨으면서도 오로지 근기의 성숙되기를 기다리셨다.

사리불이 오파리를 데리고 부처님 앞에 와 닿아서 온 몸을 땅에 대고 예배하고 공경하며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지금 오파리가 바른 법에 출가하려 하오니, 부처님께서는 가엾이 여기시옵소서.”

부처님께서는 오파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맑은 행을 얻었도다.”

세존께서 말씀하여 마치시니, 수염과 머리칼이 저절로 떨어지고 가사가 몸에 입혀졌는데, 이후 7일 동안에 수염과 머리칼이 다시 나자 위의가 차분하여 마치 백살 된 비구와 같아졌으므로, 스스로가 게송으로 말하였다.

나는 이제 여래의 바른 법에 
출가하기를 구하였는데 
부처님께서 맑은 행을 얻었도다 하시니 
수염과 머리칼이 저절로 떨어졌고 

가사 또한 몸에 입혀졌는데 
이는 곧 선한 근본을 따랐던 것이 
오늘에야 비로소 성숙된 것이다.


그 때문에 나는 필추가 되었도다.

그 때 세존께서는 대중들에게 말씀하셨다.

“이제 출가한 이는 하랍(夏臘)에 의지하여 차례로 그 높고 낮음을 지켜야 할 것이며, 미래에 이르기까지 예절에 잘못됨이 없을지니라.”

이에 오파리는 모든 석씨로 평등하게 보았다.

이 때에 저 현왕이 차례대로 대중에게 절을 하다가 오파리 앞에 이르러서는 예배하려 하지 않고 와서 세존께 아뢰었다.

“지금의 오파리는 바로 일 하던 사람이었나이다. 이제 제가 예배하는 것은 바로 순리가 아니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이미 출가하였으니, 나라는 고집을 버릴지니라. 저 분은 바로 상랍(上臘)이니, 예배하고 공경하여야 하리라.”

현왕이 예배하자마자 땅이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으며, 다음에 제바달다 역시 절을 하지 않고 또 와서 부처님께 아뢰었으므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출가한 사람은 나라는 고집을 버려야 한다. 그 분은 바로 상랍이니, 발에 예배하여야 할지니라.”

이에 여러 석씨들은 예배하지 않는 이가 없었는데, 여러 비구들은 저마다 마음으로 의심하되, ‘이제 현왕이 예배하자 땅이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는데 어떤 인연이 있었을까?’ 하고 말하였다.

“오직 원하옵나니, 세존이시여, 모든 이의 의심 그물을 풀어 주시옵소서.”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지나간 세상에 이 섬부제 바라나국에 왕이 있어서 통솔하였는데 이름은 범수(梵壽)였으며 나라는 풍성하고 인민들은 유쾌히 즐겼었느니라.

이 때에 그 성중에는 발나라(跋捺囉)라는 한 창녀가 있어서 빛깔과 모습은 단정하고 엄숙하여 사람들의 사랑과 부러움을 받았었는데, 손나라마나바가(孫那囉摩拏嚩迦)라는 한 남자가 그 여인의 처소에 가서 뜻으로 사모한다는 말을 하자, 여인은 대답하되, ‘5백의 금전을 준비하여 오면 그대를 만날 수 있다’라고 하였으나, 이 사람은 가난하여서 말한 바를 따르지는 못하고 다른 방편(方便)을 써서 가까이 하다가 마침내 거처를 그의 이웃으로 옮겨서 때마다 꽃과 과일을 바쳤느니라.

뒤에 절서(節序)로 인하여 남녀가 풍악을 울리며 몸을 장식하여 꽃을 이고서 저마다 그의 아름다움을 자랑하였는데 이 때에 발나라는 생각하기를, ‘손나라마나바가 그 사람이 만약 오면 함께 기뻐하며 즐기리라’고 하자, 얼마 있지 않아서 와 닿았으므로 여인은 기뻐하며 말하였다.

‘꽃을 가지고 오십시오. 당신과 함께 즐기리다.’

손나라마나바가는 이 날에 일이 있어서 마음이 몹시 괴롭고 밤 내내 잠도 자지 못하다가 새벽이 될 무렵에야 깊이 잠이 들어서 깨어나지 못하였는지라, 여러 사람이 꽃을 가지고 가서 좋은 것은 다한 뒤에야 비로소 시리사화(尸利沙花)를 얻어서 가져다 그 여인에게 주었더니, 그 여인은 좋아하지 않으면서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힘써 나아가지 못한 일을 경계하오.


게을러서 거푸 잠을 자다가 
다른 이가 좋은 꽃을 따 가지고 갔기에 
시리사화 꽃을 얻으셨구려.


또 다시 말하였느니라.

'당신은 다른 꽃을 구해 오시오.'

이 때는 초가을이라 더운 기운이 오히려 한창이었는데 다시 가서 꽃을 찾으며 한낮이 되도록 꽃을 따면서 노래를 부르며 도무지 더운 줄도 몰랐느니라.

범수왕은 풀에 들고 숲에 나아가며 더위를 피하다가 갑자기 노래를 듣고 사람들에게 찾게 하였느니라. 그를 찾은 뒤에 불러서 오자 범수왕은 말하였느니라.

‘햇빛이 내려 쪼여서 마치 불이 뇌를 태우듯 하거늘, 어째서 노래를 부르면서 도무지 괴로워함이 없는가?’

그러자 곧 게송으로 대답하였느니라.

저의 마음이 헷갈렸기 때문이요 
해가 비추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조그마한 일을 하다가 보니 
그 때문에 괴로운 줄 몰랐습니다.

이 때에 왕은 생각하기를, ‘이 꽃을 따는 사람은 말을 잘하는구나. 붙잡고 함께 말을 하리라’ 하고서 왕은 말하였느니라.

‘나는 나왔다가 더위를 만나 여기에 와서 바람을 쐰다. 그대는 말로써 나의 더위[暑]의 괴로움을 풀어 주어야 하리라.’

손나라마나바가는 본래 지혜가 있었으므로, 말하는 바가 뜻에 꼭 맞도록 군사로써 적군 치는 이익을 설명하며 왕의 심기(心機)에 맞게 하였더니, 왕은 듣고 감탄하면서 곧 더위의 괴로움을 잊고서는 대신에게 물었느니라.

‘찰제리며 정수리에 물 부은 왕에게 몸과 목숨의 어려움을 대신할 수 있는 이에게 가장 으뜸가는 것으로 하사하려면 나라에 어떠한 벼슬이 있소?’

그러자 대신은 대답하였느니라.

‘황태자를 주실 수 있나이다.’

곧 대신에게 칙명하여 그 지위를 책봉하게 하며 안팎에 알려서 법규대로의식을 갖추고 동궁(東宮)으로 나아가서 높이 황태자로 있게 하였으므로, 무릇 날마다 수용하는 것이 값진 보배 아님이 없고 누워 자는 처소의 이부자리는 보통이 아니었는지라 손나라마바나가는 혼자 생각하기를, ‘황태자란 이와 같고 높음이 지극해서 알만 하구나’ 하다가, 문득 탐심을 일으키며 대보(大寶)를 도모하려 하였느니라.

이런 생각을 내다가 곧 스스로가 깨달아 알고, ‘내가 혹시 이렇게 하다가는 앙갚음이 돌아올 만하다’ 하며, 이로 말미암아 뉘우치기는 했지만 잠자리가 편안하지 않으므로, 거친 자리를 펴고서 땅 위에 누웠느니라.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 왕은 곧 사신을 보내어 그의 거동을 자세히 살피게 하였는데 손나라마나바가 땅 위에 누웠음을 보고 급히 와서 왕에게 아뢰되, ‘이 분은 황태자가 아니었고 천한 사람이었나이다’ 하자, 왕은 말하기를,’어떻게 아느냐?’ 하므로, 자세한 일을 들려 드리자 왕은 말하였느니라.

‘이 큰 지혜로운 사람은 바로 천한 선비가 아니리라.’

그리고는 불러 오게 하고서 그 까닭을 물으며 왕은 말하였느니라.

‘밤에 평상에서 자지 않고 땅에서 누운 것은 무슨 뜻이었는가?’

그러자 대답하였느니라.

‘존귀함이 마지막[究竟]이 아닌지라, 그 때문에 좋아하지 않았나이다.’

왕은 말하였느니라.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제 출가(出家)하기를 바라는가?’

왕은 다시 말하였느니라.

‘아직 이런 일을 모르는데, 어떻게 하면 출가하며 어떠한 공덕이 있는가?’

대답하였느니라.

‘고요한 곳에서 괴로운 지경을 당하여도 굳은 절개로 수행하되, 거룩한 스승도 없이 또한 벗도 구하지 아니하고 인연을 살핌 이치를 궁구하다가 독각(獨覺)의 보리를 증득하는 것이옵니다.’

왕은 곧 잘한 일이라 칭찬하고 놓아서 출가하게 하였느니라.

뒤에 도의 과위를 증득하여 왕의 앞에 와 닿아서는 공중에서 신통변화(神通變化)의 모습을 나타내었으므로, 왕은 이 일을 보고서 깊은 마음에서 귀의하며 믿고 온 몸을 땅에 던져 공경하면서 예배하고,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장하도다. 지혜로운 사람이시여, 
나쁜 업에 능히 얽매이지 아니하고 
고요함을 구하여 닦고 행해서 
독각의 보리를 증득하셨습니다.

게송을 말한 뒤에, 또 다시 말하기를, ‘만약 여러 마나바가(摩拏嚩迦)가 있다면 출가하여 도를 구하시오. 나는 곧 따라 기뻐하겠습니다’ 하였느니라. 이 때에 가까운 신하로서 긍아바라(殑誐波羅)라는 이가 이 게송을 듣고 나서 매우 기뻐하고 기억하여 마음에 두고서 탐심과 애욕을 경계하므로, 왕도 이로 말미암아 뒤에는 역시 스스로 힘써서 궁실(宮室)을 멀리하고 고요함을 즐김이 많았었는데, 긍아바라는 뒤에 왕의 기쁨에 접하여 마침내 출가하기를 구하자 왕이 허락하므로 절하고 작별하고 나와서 곧 깊숙한 산에 나아가 고행하는 신선을 만나서 따라 도를 배우며 부지런히 힘썼는지라 역시 다섯 가지 신통을 증득하고서 왕의 앞에 곧장 와서 신통변화를 나타내자 왕은 물었느니라.

‘당신도 그와 같은 공덕을 얻었습니까?’

대답하였느니라.

‘나도 증득하였습니다.’

왕은 성도를 증득하였다고 여기면서 곧 그의 발에 예배하였는데, 머리가 땅에 닿자마자 땅이 곧 진동하였느니라.

이 때에 왕의 어머니는 이를 살피어 진리가 아니라 긍아바라를 위하여 게송으로 말하였습니다.”

만약 근본적으로 출가를 하셨다면 
사문께 예배하고 섬기는 것이며 
고요하고 잠잠하며 힘써 나아가 
고행하여 연각(緣覺)을 이루는 것이니 
온갖 죄들이 영원히 소멸하고 
모든 복업(福業)이 생기게 되어 
뒤에는 모든 세간에서 널리 
중생들을 이롭게 하고 즐겁게 해줍니다.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옛날의 범수왕은 바로 지금의 현왕이요, 긍아바라는 바로 지금의 오파리이니라.

옛날 예배할 때 땅이 이미 진동하였고, 오늘날 예배할 적에도 본래와 다름이 없었느니라.

비구들아, 이것이 지나간 세상과 지금 세상에서의 갖가지 일들인데 이제 너희들을 위하여 다시금 분별하여 말한 것이니, 너희들 듣는 이는 마땅히 진실로 믿어야 할지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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