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중허마하제경(佛說衆許摩訶帝經) 제08권

불설중허마하제경(佛說衆許摩訶帝經) 제08권

그 때 세존께서는 처음에 법의 바퀴를 굴리어 다섯 비구를 제도하신 뒤에 그 비구들을 거느리고 바라가(嚩囉迦) 물가로 나아가 노니시면서 잠시 동안 머무셨다.

이 때에 바라나국 안에 구리가 장자(俱梨迦長者)의 아들 야사(耶舍)라는 이가 있어서 집안이 큰 부자에 재물과 보배가 많이 있었고 어머니 성씨의 권속들은 모두 나라 안에서 뛰어난 성바지이며 가축과 종이 많아서 서로가 강하고 왕성함을 과시하였는데, 이 여종들은 모두 다 나이가 젊고 총명하여 재주가 많으며 다시 노래와 음악을 잘 하였으므로, 언제나 좌우에서 모셨다.

이 때에 장자의 아들 야사가 갑자기 어느 날에 자기 집안에 있으면서 여러 기녀들에게 얼굴을 잘 꾸미고 옷을 곱게 하여 음악을 울리게 하며 여러 권속들과 함께 쾌락을 마음대로 하다가 아침서부터 밤이 이르러서야 비로소 정지하고 쉬었다.

기녀들은 저마다 있던 데로 돌아가자 피곤한지라, 잠이 아주 깊이 들어서 경계하거나 깨어난 바가 없었는데, 이 때에 장자의 아들 야사는 밤중에 여러 방을 돌면서 곳간을 검사하고 살피다가 여러 기녀들을 보았더니, 문도 닫지 아니하고 몸에 걸치거나 단속함도 없이 혹은 머리를 풀어 헤쳤기도 하고, 혹은 옷이 몸에서 떠나가고 바로 자기도 하고 엎어졌기도 하여 여기저기에 있기도 하면서 몸뚱이가 드러난 것이 마치 죽어 있는 사람과 같아서 하나도 다름이 없었다.

이 때에 장자의 아들 야사는 인과(因果)가 성숙되어 출가할 때가 다가왔는지라 이 상태를 보고 갑자기 싫증을 내며 마치 발광하듯 하였는데, 야사는 부자였는지라 마니주로 장식된 신이 수천 켤레나 되었으므로, 이에 보배로 장식된 신을 신고 밤에 왕궁으로 나아가서 문지기에게 말하였다.

“나는 괴롭습니다, 나는 괴롭습니다. 왕에게 알리도록 하여 주십시오.”

하지만 그 문지기가 들어 주려 하지 않는지라 다시 여러 뒷문에 가서 역시 문지기에게 말하였다.

“나는 괴롭습니다, 나는 괴롭습니다. 왕에게 알리도록 하여 주십시오.”

역시 허락하지 아니하였다.

이 때 야사는 밤중부터 바로 새벽이 되기까지 그러다가 비로소 성문을 나가서 바라가 물가에 이르러 갔다 왔다하며 다니면서 입 속으로 ‘나는 괴롭습니다, 나는 괴롭습니다’라고만 말하였다.

그 때 세존께서는 저 언덕에 계시다가 새벽에 거닐며 다니시는데, 이에 야사는 멀리서 세존의 거룩한 덕이 단정 엄숙하고 견줄 이가 없어서 마치 보통 사람 같지가 않음을 보고서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시여, 저는 괴롭나이다. 거룩하신 이시여, 저는 괴롭나이다.”

그러자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부드러운 말로써 위로하며 부르셨다.

“선남자야, 너는 오너라. 나의 지금 이곳이야말로 편안하고 즐거워서 일이 없느니라.”

이 때에 그 야사는 세존의 자비로운 음성과 부드러운 말로 부르심을 듣고 곧 보배 신을 벗어서 언덕가에 놓고 바라가의 물을 건너서 부처님에게 나아가 땅에 엎드려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서자, 이에 세존께서는 비로소 야사와 함께 노니신 데로 돌아가서 자리를 깔고 앉으시며 즉시 야사를 위하여 법을 말씀하셨다.

그 때 세존께서는 야사에게 말씀하셨다.

“보시와 지계는 하늘에 나는 원인이다. 비록 다섯 가지 욕심이 자재롭다 하더라도 윤회가 아직 끊어지지 않았으므로 하늘의 복을 마음에 기뻐하거나 즐겁게 여기지 말라.

너는 이제 번뇌를 끊고 덮어 막는 것을 없애 버리고 해탈 얻기를 구하여마땅히 거룩한 도를 더욱 닦고 익히며 도의 자취를 증득해야 하고 열반(涅槃)을 증득해야 할지니라.”

또 말씀하셨다.

“야사야, 내가 이제 너에게 물으리라. 빛깔은 바로 항상한 것이냐, 무상한 것이냐. 바로 괴로운 것이냐, 괴롭지 않은 것이냐. 바로 공(空)한 것이냐, 공하지 않은 것이냐. 내[我]가 있는 것이냐, 내가 없는 것이냐.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이 바로 항상한 것이냐, 무상한 것이냐. 바로 괴로운 것이냐, 괴롭지 않은 것이냐. 바로 공한 것이냐, 공하지 않은 것이냐. 내가 있는 것이냐, 내가 없는 것이냐.”

이 때에 야사는 세존께서 말씀하는 이와 같은 법을 얻어 듣고서 마치 흰 빛깔인 옷이 쉽게 물이 듦과 같아서 티끌과 때를 여의고 법 눈이 깨끗하게 되었다.

이에 세존께서는 또 그를 위하여 널리 괴로움과 쌓임과 사라짐과 도의 4성제(聖諦)를 말씀하시자, 이에 야사는 바로 그 자리에서 번뇌가 다하고 뜻이 풀리어 아라한의 과위를 증득하고서 문득 말을 내어 세존께 대답하였다.

“부처님의 말씀하신 바와 같아서 빛깔ㆍ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은 바로 무상하고 괴롭고 공하고 내가 없는 법이옵니다.”

세존께서는 그가 진실로 이미 번뇌가 다하여 해탈을 증득한 줄 알았지만 아직도 집에서 보배로 장식된 옷을 입었는지라, 이에 야사를 위하여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만약 바른 도를 얻었으면서도 
아직도 장엄을 그리워하면 
비록 맑은 행을 행한다 손치더라도 
아직도 마음을 쉰 이라 못하리라.



만약 능히 조복하였으면서도 
막대기를 잡고서 스스로 놀란다면 
비록 바라문이라 손치더라도 
이야말로 참된 사문이니라.

그 때 야사는 전생부터 슬기가 있고 또 아라한을 증득하였는지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이 미묘한 게송을 듣자마자 생각하기를, ‘세존께서 말씀하신 이것은 바로 내가 아직도 집에서의 보배로 장식된 옷을 입고 있다 하심이다’ 하고, 이에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부처님 법 안에서 사문이 되겠사오니, 세존께서는 큰 자비로 허락하옵소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잘 왔도다. 비구야.”

그러자 수염과 머리칼이 저절로 떨어지고 가사가 몸에 입혀지며 사문의 형상이 되면서 위의와 상호가 완전히 갖추어졌다.

이 때에 구리가 장자는 날이 밝기 시작해서야 그의 좌우에서 갑자기 알려 왔다.

“장자님의 아드님이신 야사가 날이 밝기 전에 나가서 그로부터 집을 떠났었는데, 지금까지 돌아오지 아니하며 아직도 간 데가 자세하지 못합니다.”

이 때에 구리가 장자는 이 말을 듣고서 놀라고 괴상히 여기며 보통이 아닌지라 사사로이 생각하기를 ‘나의 아들이 밤에 나갔다면 바르지 못한 사람에게 꾀인 것이 아니냐’ 하고, 또 시중하던 사람에게 물었다.

“나의 아들이 신고 입었던 것이 평상대로가 아니었느냐?”

시중하던 사람이 대답하였다.

“그가 평상시 입던 아름다운 옷과 보배의 신이 보통 있던 데에 없으니, 반드시 몸에 입고 신었을 것입니다.”

이 때에 구리가 장자가 또 다시 생각하기를 ‘나의 아들 야사가 보배로 장식된 신과 훌륭한 옷을 입었다 하면, 반드시 나쁜 일은 없으리라. 나는 빨리 여러 곳을 찾아야겠구나’ 하고, 이에 여러 종들을 분산시켜서 찾게 하고 겸하여 자기는 성문을 나가서 바라가의 물 언덕까지 이르렀다가 갑자기 언덕가에서 아들이 신고 있던 보배로 장식된 신을 보았고, 또 저 언덕에 부처님께서 제자들을 거느리고 거기에서 노니시고 계신다 함을 들었으므로, 마음 으로 생각하기를 ‘나의 아들이 틀림없이 거기에 머물고 있으리라’하고 구리가 장자는 곧 자신이 신을 벗고 물을 건너 찾아가며 부처님 처소에 닿으려 하였고 부처님 역시 멀리서 보고 아들을 찾으러 옴을 아시었는데, 부처님 앞에 이르러서 부처님의 광명을 뵙고 또 특이한 형상이 보이자 미처 아들의 말은 못하고 놀라며 찬탄만 하는지라, 세존께서는 방편으로 그의 내는 마음을 받아서 먼저 깨우치며 말씀하셨다.

“잘 왔도다. 장자여, 고달프지는 아니하오. 잠시 앉으시오. 이제 그대와 함께 말이나 합시다.”

이 때에 구리가 장자는 처음부터 세존의 거룩한 광명과 상호를 뵈었고, 또 부드러운 말로 위로함을 받고서 더욱 우러러볼 뿐 완전히 아들 찾는 것은 잊어버렸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나에게는 미묘한 법이 있는데 그대는 즐거이 듣겠는가?”

구리가 장자는 말하였다.

“원컨대 부처님께서는 가엾이 여기시어 오직 펴서 보이소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보시와 지계는 하늘에 나는 원인이니라. 하늘의 과보는 마지막[究寬]이 아니니, 만약 번뇌만 끊으면 거룩한 도에 나아갈 수 있느니라. 구리가 장자야, 나는 이제 그대에게 묻겠노라. 빛깔은 바로 항상한 것이냐, 무상한 것이냐? 바로 괴로운 것이냐, 괴롭지 않은 것이냐? 바로 공한 것이냐, 공하지 않은 것이냐? 내가 있는 것이냐, 내가 없는 것이냐?”

또 말씀하셨다.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이 바로 항상한 것이냐, 무상한 것이냐? 바로 괴로운 것이냐, 괴롭지 않은 것이냐? 바로 공한 것이냐, 공하지 않은 것이냐? 내가 있는 것이냐, 내가 없는 것이냐?”

그 때에 세존께서는 자세히 그를 위하여 해설하셨다.

“그대는 자세히 살펴서 진실한 말로써 나에게 알릴지니라.”

그러자 구리가 장자는 말하였다.

“제가 이제 진실로 알건대, 빛깔ㆍ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이야말로 이는 무상하고 괴롭고 공하며 내가 없는 법이옵니다.”

그 때 세존께서는 또 그를 위하여 널리 4제(諦)의 법을 말씀하시자, 구리가 장자는 이로 말미암아 티끌과 때가 없어지고 법 눈이 깨끗하여지며 몸과 마음이 좋아지고 기뻐짐이 한량없었다.

그 때 세존께서는 그 장자의 마음과 뜻이 열리고 풀리어서 은혜와 사랑이 담박해졌음을 알고, ‘만약 그의 아들이 사문의 형상이 된 것을 보았다 하더라도 반드시 근심하고 괴로워함은 없으리라’ 하고, 이에 물으셨다.

“구리가야, 그대는 무슨 일로 여기까지 왔는가?”

그러자 구리가 장자는 자세히 위의 일을 세존께 알렸으므로, 부처님께서는 비구 야사를 부르시니, 즉시 나왔다.

이 때에 장자는 야사가 나온 것을 보자 사문의 형상으로 되었고, 다시 번뇌가 다하여 아라한의 과위까지 증득하였음을 알고서 말하였다.

“나의 아들아, 반갑구나. 처음에는 자기를 이롭게 하고 또 남까지 이롭게 하였도다. 나에게 특수하고 미묘한 법을 듣게 하여 티끌과 때를 멀리 여의고 법의 눈이 깨끗하게 한 것은 모두가 나의 아들로 말미암아서 이런 미묘한 이익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에 구리가는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이제 집에서 머무르겠사오니, 원컨대 부처님께서는 계율을 드리우소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장하고, 장하도다. 나는 이제 그대에게 삼귀의(三歸依)를 받게 하리니, 그대는 자세히 받아야 할지니라.”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구리가야, 그대는 부처님께 귀의하고 가르침에 귀의하고 승가에서 귀의하되, 그대는 형상과 목숨이 다하도록 어기거나 뉘우치지 말지니라.”

구리가는 말하였다.

“저는 이제 부처님께 귀의하고 가르침에 귀의하고 승가에게 귀의하겠나이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대는 이제 나에게 삼귀의를 받아 얻어 마쳤으니, 장차 세간에서 첫 번째의 우바새이니라.”

그 때 구리가는 부처님께서 그를 위하여 말씀하는 갖가지 법을 받고서야 비로소 티끌을 멀리하고 때를 여의어 법 눈이 깨끗하여졌고, 또 삼귀의를 받고 나자 마음과 뜻이 태연하여 기쁨이 한량없었으므로,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내일 저의 집에서 재공양(齋供養)을 갖추겠사오니,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과 성인들께서도 자비로 가엾이 여기셔서 같이 강림하옵소서.”

부처님께서는 곧 잠자코 계시니, 구리가는 부처님께서 청을 수락하셨음을 알고 기뻐서 날뛰며 세 번 돌고 부처님께 예배하고 물러갔다.

저 구리가는 부처님을 청한 뒤에 속히 집 안으로 와서 그의 처자와 남녀며 권속들에게 말하였다.

“저 야사는 밤에 나가서 바라가의 물을 건너서는 부처님에게 출가하여 이미 사문이 되었을 뿐더러 이미 아라한의 과위를 증득하였었다. 나는 야사를 찾으며 역시 거기에 이르렀는데, 곧 세존께서 나를 위하여 말씀하신 법을 듣고서 티끌과 때를 멀리 여의었고 법 눈이 깨끗하게 되었으며, 또 나에게 삼자귀(三自歸)의 법을 받게 하셨으므로 나는 이미 부처님께 내일 공양하시기를 청하였으니, 부처님과 성인들은 반드시 내일 오시리라. 너희 권속들은 이제 나를 위하여 속히 집을 깨끗이 하고 향수를 땅에 뿌리어 먼지 나지 않게 하며, 그리고 빨리 갖가지 음식과 향이며 꽃의 공양 거리를 마련하여야겠다. 너희들이 오로지 지극히 하면 역시 큰 이익을 얻으리라.”

다음 날 아침 날이 밝자 집 안에서는 음식이 마련되어 낱낱 모두가 끝났으므로, 구리가 장자는 곧 뜰 가에서 향로를 가져다 향을 사르며 멀리서 세존께 아뢰었다.

“음식이 이미 갖추어졌사오니, 원컨대 부처님께서는 강림하소서.”

그 때 세존께서는 구니(拘抳)에게 말씀하셨다.

“여러 나한들아, 같이 구리가의 청에 나아가자.”

또 야사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본가에 돌아가면 형상과 의복이 예와 같지 않는지라 모친과 권속들 이 마음으로 반드시 슬퍼하고 괴로워하리니, 너는 이제 출가하여 이미 아라한까지 증득하였으므로 방편(方便)을 써서 교화하여 기쁘게 하여야 할지니라.”

부처님께서는 신칙하여 마치시고, 곧 같이 그의 집으로 음식을 받으러 나아가셨다.

이 때에 구리가 장자는 문턱에 서서 엄숙하게 부처님께서 이르시기를 바라다가 부처님께서 문에 이르시자, 구리가 장자는 땅에 엎드려 발에 예배하고 향을 사르며 맞아 인도하여 둘째의 문에 이르렀다.

이 때에 야사의 어머니와 유모며 권속들은 모두 나와 영접하다가 처음에 세존의 상호가 단정하고 엄숙하며 거룩한 빛이 특이함을 뵙고, 또 야사와 여러 아라한들이 법복으로 몸을 장엄하여 위의가 차분하게 보이며 무릇 모든 거동이 특이한 도를 지녔으므로 에워싸고 우러러보며 기뻐하기 그지없었다.

구리가 장자는 부처님을 청하여 앉으시게 하고 나한들 역시 앉게 하였다. 이 때에 장자와 여러 권속들은 차례로 발에 예배하고 예배하기를 마치자 우러러보며 저마다 한쪽으로 섰다.

그 때 세존께서는 야사의 어머니와 여러 권속들을 위하여 알맞게 법을 말씀하여 그들을 기쁘게 하였고, 또 보리의 마음이 일어나게 하면서 말씀하셨다.

“보시와 계율을 지니면, 천상에 나게 되느니라. 비록 또 쾌락하다 손치더라도 아직 윤회에서 뛰어나지 못하니 윤회에서 뛰어나려면 번뇌를 끊어야 하며 나고 없어지는 법을 환히 알아야 하느니라. 너희들은 자세히 듣고 싶은 마음으로 생각하여라. 나는 이제 너희들을 위하여 분별하며 자세히 말하리라.”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빛깔은 바로 무상하며, 바로 괴로움이며, 바로 공이며, 바로 내[我]가 없는 법이니라.”

또 말씀하셨다.

“느낌ㆍ생각ㆍ지어감과 의식은 바로 무상하며, 바로 괴로움이며, 바로 공이며, 바로 내가 없는 법인데, 너희들 알겠느냐?”

이렇게 세존께서는 널리 그들을 위하여 분별하실 때에, 야사의 어머니와 유모 등은 모두가 이미 전생에 선한 근본을 실었는지라 이제 세존이 그들을 위하여 말씀하시는 미묘한 법을 만나자 마치 깨끗하고 흰 옷은 뭇 빛을 물들이게 되며 그 물들이는 바를 따라서 모두가 산뜻하고 아름다워지게 되는 것처럼 야사의 어머니 등도 역시 그와 같았다.

세존께서는 널리 그들을 위하여 괴로움ㆍ쌓임ㆍ사라짐ㆍ도의 4성제(聖諦)에 이르기까지 말씀하시자, 야사의 어머니 등은 그 자리에서 법 눈이 깨끗하게 되고 탐심과 애욕을 끊어 없애고 모든 의혹을 여의어 모든 법의 지견(知見)에 걸림이 없어졌으므로, 곧 자리에서 일어나며 부처님의 앞에 서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5온과 3독과 괴롭고 공하고 내가 없고 무상한 법을 저희는 이미 진실로 알았사옵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그들에게 삼귀의를 받게 하시니, 삼귀의를 받고서는 기뻐서 날뛰며 부처님께 예배하고 감사하면서 또 아뢰었다.

“공양하실 때가 되었나이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곧 잠잠하셨다.

이에 장자와 야사의 어머니는 마련한 훌륭하고 향기롭고 맛있는 여러 가지 음식을 모두 가져다 손수 부처님과 성인들에게 받들어 올렸으므로, 부처님과 성인들은 잡수시기를 마치고 손을 씻고 양치질까지 깨끗이 끝났다.

이 때에 장자와 야사의 어머니는 부처님의 앞에서 각기 낮은 자리에 앉아 부처님께 설법을 청하자, 부처님께서는 곧 교화하며 이롭게 하셔서 마음을 기쁘게 하였는데, 구리가 장자와 야사의 어머니 등은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들은 조그마한 의심이 있사와 여쭙고자 하오니, 원컨대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시어 저희들의 의심을 끊어주소서. 지금 저희 아들 야사는 어떠한 인연이 있었기에 이런 결과를 얻었나이까?
집안에서 갑자기 이런 마음을 내어 세존을 만나자 그에게 미묘한 법을 말씀하셨고 법복으로 그 몸을 장엄하게 되며, 모든 번뇌가 다하여 아라한의 과위를 증득하였으니 말입니다.”

그 때 세존께서는 장자들에게 말씀하셨다.

“과거의 세상에 바라나국에서 가깝지도 않고 멀지도 않은 데에 한 신선이 있었는데, 거기에 머무르면서 자비심을 지니어 중생들을 이롭게 하며 언제나 성중으로 들어가 발우를 가지고 걸식을 하였느니라.

이 때에 그 신선은 하루는 네거리의 길에서 하나의 죽은 벌레를 보았는데, 그것이 문드러졌을 뿐만 아니라, 또 다시 더러운 냄새까지 남을 보고 지나가는 이들을 보거나 가까이 할 수도 없었으므로, 그 신선은 갑자기 생각이 일어나되, ‘나의 몸도 무상하여 이것과 다르지 않으리라’ 하고, 드디어 윤회에 싫증을 내고 있었는데 이러할 때에 어느 한 어린아이가 역시 죽은 벌레를 보고서 그 신선과 같이 윤회의 괴로움을 싫어하였느니라.

그리하여 그 신선과 어린아이는 윤회를 싫어하여 뒤에 부지런히 해탈하는 바른 도를 닦아 익혔는데, 그 신선은 바로 지금의 나의 몸이요, 그 어린아이는 바로 지금의 야사이니라.

그러므로 야사는 지금 나를 만나서 미묘한 법을 얻게 되고 아라한의 과위를 증득하였느니라.”

이에 구리가 장자와 여러 권속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믿어 받고 사례하면서 물러갔으므로, 이에 세존께서는 여러 성인들을 거느리고 녹야원 신선이 살던 곳으로 돌아오셨다.

그 때 구리가에게는 또 넷의 아들이 있었는데 첫째의 이름이 포라노(布囉努), 둘째의 이름이 미마라(尾滅)요, 셋째의 이름이 아종발제(誐鍐鉢帝)요, 넷째의 이름이 소마곡(蘇摩斛)이었다.

저 야사가 부처님께 출가하여 아라한의 과위를 증득하였음을 보고서 모두가 생각하기를 ‘우리들은 어찌하여 아직도 탐심과 애욕을 그리워하며 해탈을 구하지 아니할까’ 하고, 또 다시 생각하기를 ‘만약 이제 세간에 가장 으뜸으로 깨달으신 분이 없다 하면, 다시 어떤 사람이 있어서 맨 위의 법을 말씀하겠느냐. 우리들은 바퀴 돌듯하며 끊어 없앨 수가 없으리라. 이제 부처님의 법을 만났으니, 마땅히 바른 믿음을 내서 함께 집을 버리고 저 야사와 같이 해탈을 구하여야겠구나’라고 하고, 이에 포라노 등 형제 네 사람은 바라나국을 나와서 같이 부처님께 나아가 땅에 엎드려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서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들은 구리가의 아들이오며, 야사의 아우이옵니다. 이제 와서 부처님에게 나아가 사문이 되고 싶사오니,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셔서 허락하여 주옵소서.”

그 때 세존께서는 곧 제자들을 시켜서 수염과 머리칼을 깎고 가사를 입혀 주게 하여 사문이 되게 하고서 또 법을 말씀하여 주셨다.

“포라노야, 너희들은 사문이 되었으니 고행을 닦아야 하고 마음이 어지럽지 않게 껴잡아서 참된 진리의 법을 구하여야 하며 마음에 내가 없게 하고서 모든 법을 결정코 분명히 알라. 나고 죽는 근원을 다하고 영원히 윤회를 끊으면 해탈에 나아가느니라.”

이 때에 포라노 등은 부처님ㆍ세존께서 말씀하신 이 법을 듣고 나서, 바른 믿음으로 결연히 애를 쓰며 닦고 익혔으므로, 모든 번뇌가 다하고 마음에 해탈을 얻었으며 할 일을 다하고 맑은 행이 이미 이룩되었으며, 나[我]와 몸도 다 스러져서 영원히 윤회를 끊고 아라한의 과위를 증득하였다.

이 때에 비로소 열 분의 큰 아라한이 있게 되었다.

그 때 바라나국 안에는 또 큰 성바지로서의 여러 장자의 아들이 바로 50인이 있어서 구리가의 아들들과 함께 언제나 벗이 되었었는데, 갑자기 구리가의 아들 야사와 포라노 등이 부처님을 따라 출가하고 도의 과위를 증득하였다 함을 듣고 모두가 생각하기를 ‘저 장자의 아들 야사와 포라노 등은 성바지가 높고 훌륭하며 큰 부자라 짝하기 어렵고 총명과 슬기가 남보다 뛰어나며 단정하고 엄숙하여 짝할 이 거의 없으며 언제나 쾌락을 받으며 여러 괴로움이 없었는데도 오히려 집을 버리고 도를 배우며 해탈을 구하거늘, 우리들이 어찌하여 아직도 마음에 끌리며 그리워하고 있단 말이냐’ 하고, 여러 장자의 아들들은 이런 생각을 하고서는 바라나국을 나서며 같이 부처님께 나아가 부처님의 처소에 이르자 땅에 엎드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으로 서서 장자의 아들들은 같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들은 여러 장자의 아들이온데 바로 50인이옵니다. 이제 부처님의 법에 출가하여 사문이 되고 싶사오니, 부처님께서는 자비로 가엾이 여기셔서 허락하시옵소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장하구나, 너희 장자의 아들들아, 집을 버리고 도를 닦겠다고 하니, 지금이야말로 바로 그 때이니라.”

곧 제자들을 시켜서 수염과 머리칼을 깎고 가사를 입혀서 사문이 되게 하였다.

이 때에 세존께서는 또 법을 말씀하고 뛰어난 과위를 구하게 하면서 말씀하셨다.

“너희 장자의 아들들이 저마다 집을 버리고 사문이 되었으니, 모름지기 한 몸은 고행을 행하여야 하고 마음이 어지럽지 않게 껴잡아서 참된 진리의 법을 구하여야 하며 마음에 내가 없게 하고서 모든 법을 결정코 분명히 알라. 나고 죽는 근원을 다하고 영원히 윤회를 끊으면 해탈에 나아가느니라.”

여러 장자의 아들들은 세존께서 말씀하신 이 법을 듣고 나서, 바른 믿음으로 결연히 애를 쓰며 닦고 익혔으므로, 모든 번뇌가 다하고 마음에 해탈을 얻었으며 할 일을 다 하고 맑은 행이 이미 이룩되었으며 나와 몸도 다 스러져서 영원히 윤회를 끊고 모두 아라한의 과위를 증득하였다. 이에 세간에는 비로소 60의 큰 아라한이 있게 되었다.

그 때 세존께서는 여러 제자들을 자세히 살피면서 말씀하셨다.

“나는 한량없는 겁으로부터 부지런히 행하고 힘써 나아가 비로소 오늘에야 바른 깨달음을 이루게 되었으니, 바로 일체 중생들을 위하여 모든 얽매임을 풀리라.

너희들은 오늘에 모두 나의 곳에서 바른 법을 듣게 되어 번뇌가 다하여 해탈을 하고 3명(明)과 6통(通)이 다 이미 완전히 갖추어졌으므로 천상과 인간에서 얽매임을 떠났도다.

가히 중생들에게 으뜸가는 복의 밭이 되었으니 사랑과 가엾이 여김을 행하여 인연을 따라 이롭게 하고 즐겁게 하여야 할지니라.”

이 말씀이 아직 끝나기도 전에, 저 못된 악마 마나바가(摩拏嚩迦)는 문득 멀리서, 오늘 교답마 사문이 여러 제자들과 녹야원에서 함께 의논하면서 말하기를 ‘너희들은 천상과 인간에서 얽매임을 떠났으니, 마땅히 저마다 인연을 따라 이롭게 하고 즐겁게 해주어야 한다’고 하였음을 알고서, ‘내가 이제만약 그리 헷갈리며 어지럽히지 않으면 반드시 세간 중생들을 다 교화하리라’하고, 이 때에 저 못된 악마 마나바가는 스스로 그의 몸을 변화하여 세간 사람과 같이 되어서 팔을 펼 만큼의 동안에 바로 부처님의 처소에 이르러서 부처님의 앞에 서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그대의 해탈 모양은 해탈이 아니며 
이 해탈을 얻으면 사문이 아니니라.


그대가 이제 절로 크게 얽매어 있으면서 
해탈을 어떤 이에게 시키려 하는가.

그 때 세존께서는 이 못된 악마 마나바가가 와서 헷갈리며 어지럽힘을 아시고, ‘한갓 스스로의 업만 지을 뿐, 어찌 나를 무너뜨리겠느냐’ 하며, 이어 게송으로 못된 악마에게 대답하셨다.

나야말로 천상과 그리고 인간에게 
이미 능히 속박 해탈했으며 
아라한까지 되어 얽매임을 떠났거니 
너 못된 악마로선 깨뜨릴 수 없으리라.

이 때에 악마 마나바가는 이 말을 듣자 생각하기를 ‘이 교답마 사문은 남의 마음과 일을 알므로, 반드시 헷갈리게 할 수 없겠구나’ 하고, 오직 스스로만 괴로워할 뿐 숨으면서 물러갔다.

그 때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이미 너희들에게 말하였거니와, 너희들은 이미 천상과 인간에서 모든 얽매임을 여의었으니, 중생들은 가엾이 여기며 교화하고 인도하여야 하리라. 너희들은 빨리 떠나가라.”

이 때에 아라한들은 부처님의 분부를 받들어 사례하고 떠나갔다.

그 때 세존과 여러 아라한들은 모두 녹야원의 알맞고 기쁜 곳을 떠나갔다.

부처님께서는 곧 혼자서 서나야니(西曩野你)라는 마을의 오로미라못 가라바사림(迦囉波娑林) 아래로 나아가서 거니시다가 편안히 앉아 계신데, 마을 안에서는 60인의 어진 이들이 있어서 서나야니 안에 있는 음악을 하는 여러 기녀들을 데리고 날마다 풍악을 울리며 파하는 일이 없던 차에 갑자기 어느 한 여인이 이 쾌락에서 싫증을 버리고 도피하여 간 데를 몰랐으므로 때에 60의 어진 이들은 선근이 성숙되어 있었는데, 그로 인하여 이 여인을 찾다가 가라바사림에 들어갔더니, 갑자기 나무 아래서 부처님ㆍ세존을 뵙고서 놀라고 의아하며 보통이 아닌지라 서로가 말하였다.

“이제 이 사문의 몸은 마치 금산과 같아서 광명이 환히 빛나며 얼굴과 눈이 단정하고 모든 상호가 완전히 갖추었으며 상서롭고 높고 귀하여 짝할 이가 없구나.”

찬탄하기를 마지 아니하다가 곧 앞으로 나아가서 물었다.

“사문이여, 여기에 계셨으니 한 여인이 온 것을 보셨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어진 이들이여, 이곳은 고요하여 여인들의 노는 곳이 아니니라. 그대들은 이제 여기에 와서 여인을 찾고 있는데 어찌 스스로 그의 몸을 찾지 아니하는가?”

이 때에 어진 이들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를 듣고 곧 반성과 깨달음이 있어서 비로소 전의 잘못을 알고 부처님께 대답하였다.

“저희들이 먼저 여인을 찾은 것은 진실로 아는 허물이었나이다. 이제 스스로 몸을 찾겠사오니, 지시하여 주옵소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어진 이들이여, 그대들이 이미 그것은 그렇고 잠시 편히 앉아라. 나는 이제 그대들을 위하여 법요(法要)를 널리 말하리라.”

이 어진 이들은 곧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어진 이들이여, 보시와 계율을 지님은 하늘을 나는 원인이니라. 비록 다시 쾌락이 손치더라도 마지막은 아니니라. 만약 뛰어나려 하면 번뇌를 끊어야 하며, 또 다시 나고 없어지는 법을 분별할지니라.”

이 때에 그 어진 이들은 이 말씀을 듣자마자, 번뇌가 바로 없어지는지라마음속으로 생각하며 기쁨이 한량없었다.

부처님께서는 그 뜻을 아시고 곧 그들을 위하여 자세히 괴로움ㆍ쌓임ㆍ사라짐ㆍ도의 4성제를 말씀하시니, 그 어진 이들은 마치 깨끗한 흰 옷이 쉽게 뭇 색이 물들어지며 그 물들이는 바를 따라서 모두가 산뜻하고 좋아지는 것처럼 어진 이들도 바로 그 자리 위에서 4성제의 미묘한 이치를 증득하였으며, 이미 모든 법에 지견을 얻고 탐심과 애욕이 쉬어 스러지며 의혹이 영원히 끊어지고 비로소 부처님의 법에 4무소외(無所畏)를 증득하였으므로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 어깨를 벗어 메고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말하였다.

“오직 원하옵나니, 세존이시여,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셔서 살펴 아시옵소서. 저희들은 부처님께 귀의하고 가르침에 귀의하고 승가에 귀의하겠사오며, 지금으로부터 이후에는 영원히 산 것을 죽이지 아니하고 몸이 마치도록 우바새의 계율을 받들어 지니겠나이다.”

이 때에 60의 어진 이들은 세존에게서 법을 얻어 듣고 나서 땅에 엎드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기뻐하면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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