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중허마하제경(佛說衆許摩訶帝經) 제07권

불설중허마하제경(佛說衆許摩訶帝經) 제07권

그 때에 두 범천자(梵天子)가 살고 있는 범천 세계에서 생각하기를 ‘지금 섬부주에는 부처님ㆍ세존께서 계시는데, 오로미라못[烏嚕尾羅池] 곁의 니련하의 물가 보리수 아래서 등정각을 이루었구나. 그 부처님ㆍ세존께서는 나무 아래 가부하고 앉아서 이레 동안 밤낮을 불의 경계[火界]에 드시었다’ 하고, 두 범천은 서로가 말하였다.

“우리들 하늘은 또한 큰 힘이 있으니, 팔을 펼 만큼의 동안에 거기에 도달할 수 있다. 우리들은 이제 빨리 거기로 가서 미묘한 게송으로써 찬탄하며 청하여야겠다.”

이에 두 천자는 그 범천 세계로부터 빨리 부처님의 처소에 닿아서 돌고 우러러보며 예배 존중하기를 마치고 부처님의 앞에 서서, 한 천자가 먼저 게송으로써 찬탄하며 청하였다.

원컨대 부처님께서는 도나무[道樹]에서 일어나 
중생의 세계를 구하여 건지시며 
그들을 위하여 맨 위의 법을 말씀하여 
지혜로운 법의 보배 얻게 하소서.

둘째의 천자가 게송으로 찬탄하며 청하였다.

부처님의 얼굴은 만월과 같고 
마음은 깨끗하여 번뇌 없애셨나이다.


원컨대 단 이슬의 법을 말씀하시어 
편안하고 즐거운 세간을 만드소서.

두 범천자가 이 게송으로 부처님을 찬탄하며 청하기를 마치고 숨어버리며 나타나지 아니하자, 그 때에 세존께서는 그 선정에서 나오시며 모든 세간을 자세히 살피면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세간의 온갖 욕심과 안락과 
내지 천상의 모든 즐거움을 
만약 탐욕 끊는 큰 안락에 견준다면 
16분(分)의 일에도 채 미치지 못하리라.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세상의 괴로움의 무거운 짐을 지고서도 
괴로움에 헷갈려서 버리지 아니하니 
만약 괴로움의 무거운 짐을 버리면 
맨 위의 즐거움을 질 수 있으리라.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세간의 온갖 애욕 끊을 수 있으면 
온갖 번뇌는 절로 없어지나니 
번뇌를 아는 이는 윤회를 벗어나며 
당연히 해탈의 쾌락을 얻으리라.

그 때 세존께서는 이레 동안의 밤과 낮을 가부하고 앉으셔서 선정에 드신 그러할 즈음에는 또한 음식을 가져다 공양하는 사람이란 없었으므로 가까스로 게송을 말씀하여 마치셨는데, 돌연히 포살바리가(布薩婆梨迦)라는 장사꾼의 우두머리가 5백의 수레에 여러 보화들을 싣고서 다른 나라를 가려고 근방의 땅을 경과하고 있었다.

때에 포살바리가는 전생의 선근(善根)의 힘 때문에 언제나 생각이 일어나기를 ‘어떻게 하면 나는 선한 벗을 얻고 아름다운 권속을 얻게 될까’라고 하였는데, 갑자기 사람들의 말에 ‘세존께서 선정에 드셔서 이레 동안을 마시지도 못하고 잡수지도 못하셨다’ 함을 듣고서 생각하기를 ‘지금 부처님ㆍ세존께서 오로미라못 곁의 니련하 물가 보리수 아래에 계시면서 이레 동안의 밤낮을 지나며 마시지도 못하고 잡수시지도 못하면서 선정에 드셔서 해탈의 즐거움을 얻고 등정각을 이루셨다 하니, 이 분은 나의 선한 벗으로서 장차 나의 이익이 되리라. 나는 이제 빨리 거기에 나아가서 음식을 받들되 가장 으뜸가는 공양으로 하리라’ 하고 이런 마음을 내었다. 이 때에 어떤 하늘사람이 하늘 과보의 신통으로써 포살바리가가 내는 이런 마음을 들어 알고서 이에 포살바리가와 거느리고 있는 온갖 수레들을 살펴 비추어 보기를 마치고 이에 먼저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제 장사꾼의 우두머리인 포살바리가가 부처님께서 여기에 계시며 해탈의 즐거움을 얻고 등정각을 이루셨으며 보리수 아래서 가부하고 앉으시어 선정에 드셔서는 이레 동안의 밤낮 마시지도 않고 잡수지도 못하셨음을 듣고서 그 사람은 틀림없이 와서 음식 공양을 바치오리다. 바라는 과보는 큰 안락과 이익을 구하는 것이옵니다.”

이 말을 하여 마치고 숨어서 보이지 아니하였는데, 이에 포살바리가는 동행한 친한 벗들과 함께 손수 갖가지의 음식과 아름답고 향기로운 맛있는 것을 마련하여 만든 뒤에는 곧 오로지 경건한 정성을 쏟으며 가져다 부처님께 바치려 하면서 아직 부처님의 처소에 닿기 전에 다시 생각하기를 ‘제가 이제 받든 음식은 가장 으뜸가는 공양이옵니다. 여래께서는 반드시 맨 위의 법을 연설하시어 저희들에게 음식을 드린 인연으로 하늘의 즐거운 과보를 얻게 하옵소서’ 하고, 이 생각을 하여 마치고 곧 부처님에게 이르러 땅에 엎드려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예배한 뒤에 일어나서 우러러보며 섰다. 이 때에 포살바리가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와 친한 벗들은 갖가지 음식을 마련하여 와서 공양을 하오니, 원컨대 부처님께서는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셔서 받아들이옵소서.”

그 때 세존께서는 허락은 하시면서도 받지 않으셨나니 왜냐하면 부처님께서 처음 도를 이룩하시고 아직 발우가 없으셨기 때문이다.

생각하시기를 ‘내가 만약 발우로서 이 공양을 받지 않으신다면, 저 외도와 하늘의 악마들이 반드시 헐뜯으리라’ 하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찌 과거의 정등정각께서 중생을 이익되게 하시면서 이렇게 하여 그 공양을 받으셨겠느냐.”

부처님께서 생각을 하실 때에, 저 범천자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과거의 정등정각께서는 중생들을 이익되게 하시면서 모두가 발우를 가지고서 단월의 보시한 음식을 받으시며 공양하셨나이다.”

이에 세존께서는 생각에 발우를 바라고 계시는데 저 4대천왕이 즉시 부처님의 뜻을 알고서 저마다 자기의 하늘에서 그 솜씨 있는 기술자에게 보석을 선택해 가져다 잠깐 동안에 발우를 만들게 하되 깨끗하고 투명하며 특수하고 미묘하여 견줄 데 없이 하게 하였다. 이 때에 4천왕은 발우를 만들자마자 저마다 손수 가지고 같이 와서 바치려 하면서 부처님에게 닿자 땅에 엎드려 세존의 발에 예배하고, 예배한 뒤에 우러러보며 한쪽에 서서 4대천왕은 소리를 같이하여 세존께 아뢰었다.

“저희들이 이제 저마다 보석으로 발우를 만들어서 같이 와서 받들어 올리옵니다.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가엾이 여기셔서 받으시옵소서.”

이 말을 하여 마치고 엄숙하게 부처님 뜻을 들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다시 생각하시기를 ‘이제 이 4왕이 저마다 하나씩의 발우를 바치는데 내가 만약 하나만 받으면 세 천왕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요, 내가 만약 셋을 받으면 한 천왕이 괴로워하리라. 나는 이제 똑같이 네 천왕의 발우를 받으리라’ 하고, 발우를 받으시고서 생각하시기를 ‘하나의 발우만을 쓰려면 네 개의 발우에서 어느 것을 먼저로 할까’ 하고, 곧 신통력으로써 네 개를 합하여 하나로 만드셨는데, 네 개의 그릇이 비록 합쳤다고는 하나 모와 갓이 포개지며 그대로였다.

이에 세존께서는 중생들을 위하여 곧 이 발우를 가지고서 포살바리가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이제 너를 위하여 삼귀의(三歸依)를 연설할 터이니 너는 자세히 들어라.”

그러자 포살바리가는 분부를 받들고 서 있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부처님께 귀의하고, 가르침에 귀의하고, 미래의 승가에게 귀의하라. 이것이 바로 삼귀의이니, 너의 형상과 목숨이 다하도록 어기거나 뉘우치지 말라.”

이 때에 포살바리가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이제 부처님께 귀의하고, 가르침에 귀의하고 미래의 승가에 귀의하겠사오며, 이 형상과 목숨이 다하도록 감히 어기거나 뉘우치지 않겠나이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포살바리가에게 말씀하셨다.

“보시함을 따라 기뻐하는 감과(感果)도 헛되지 않거든 너는 스스로가 보시하였으니 결정코 쾌락을 얻을 것이며, 구하는 바의 복의 과보도 원대로 모두 얻을 것이요, 또다시 당연히 가장 으뜸가는 고요함[靜]도 얻으리라.

포살바리가야, 만약 보시를 행하여 짓게 되는 복과 이익은 사람과 하늘과 악마로서는 헷갈리게 할 수 없으며, 이에 선정과 지혜에 이르기까지 만약 능히 다 행하고 괴로움의 근원을 다 없앨 수 있으면 보는 앞에서 성인의 과위를 증득하리라.”

이 때 포살바리가는 이런 말씀을 듣자 마음과 뜻이 상쾌하여지며 기뻐지므로 날뛰면서 말하였다.

“원컨대 장차 오는 세상 안에서도 기억하고 받들어 지니어 잊지 않게 하여지이다.”

이 말을 하여 마치고, 부처님께 예배하고 물러갔다.

그 때 세존(世尊)은 장사꾼의 우두머리 포살바리가가 보시한 음식을 받았다가 곧 가지고 저 니련하 물가로 가셔서 언덕 위에 풀을 깔고 앉아 받으신 음식을 잡수셨다.

밥을 다 잡수시고 또 다시 낯을 씻고 양치질을 하셨는데, 이렇게 할 즈음에 갑자기 몸 안에서 풍병(風病)이 나셨음을 깨달았다. 무슨 까닭이었느냐 하면, 부처님께서 세간에 나오셔서 이러한 인연을 보이신 것은 중생들이 몸은 눈어리와 같은 것인 줄 알게 하려 하셨기 때문이다.

이 때에 하늘 악마는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셔서 중생들을 교화하여 삼계를 뛰어나게 하면 당연히 자기의 지경이 텅 빌 것을 두려워하여 항상 그 짬을 엿보다가 와서 헷갈리게 하고 어지럽히려 하였는데, 갑자기 병이 난 것을 알고 속히 하늘 세계에서 떠나 부처님에게 와 닿아서 이런 말을 하였다.

“선서(善逝)시여, 당신은 지금 편안하지 못하시니 열반할 때가 이르렀나이다. 저는 이제 부처님께서 큰 열반에 드시기를 청하옵니다.”

그 때 세존께서는 바로 악마가 와서 당신의 마음을 어지럽히려 함을 아시고 부처님께서는 악마에게 말씀하셨다.

“나의 열반은 아직 이르지 않았느니라. 나는 이제 바로 성문 제자들이 부처님 법의 직분을 이해하여 지혜를 밝게 통달하고 가르침의 근본을 환히 알아서 널리 법의 형상을 펴며 이에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 등에 이르기까지 맑은 행을 닦아 지니고 뭇 사람들이 대지와 저 천상ㆍ인간에 두루하여 모두가 해탈을 증득하기를 기다리느니라. 나는 이 때에 비로소 열반에 들으리라.”

이 때에 저 하늘 악마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서 열반하지 않을 것을 알자 마음에 괴로워하며, 이에 하늘 악마는 부끄러워하면서 물러갔다.

그 때 제석 천주는 멀리서 세존의 몸에 풍병이 났음을 알고 하늘에서 내려와 섬부주(贍部洲)에 이르렀는데 보리수에서 가깝지도 않고 멀지도 않게 떨어진 데에 큰 하리륵(訶梨勒) 숲이 있었으므로 그 가운데 가서 이 숲 속에서 훌륭한 하리륵을 따 가지고 부처님께 빨리 나아가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 땅에 엎드려 세존의 발에 예배하고, 예배를 한 뒤에 우러러보며 한쪽에 서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성인의 몸에 조금의 풍병이 있으심을 알고서 이 염부제의 하리륵은 빛깔이 아름답고 향 가운데 이 병을 낮게 할 수 있으므로, 제가 이제 가지고 와서 세존께 받들어 올리옵니다. 오직 원하옵나니, 큰 사랑으로 받으셔서 잡수시옵소서.”

세존께서는 받아서 곧 잡수시자 풍병은 즉시 없어지고 몸은 편안하여 전과 같아졌으므로, 세존께서 위로를 하시니 제석은 비로소 물러나 하늘 궁전으로 돌아갔다.

그 때 세존께서는 또 다시 보리수에서 떠나 저 모즐린나 용왕(母喞鱗那龍王)의 궁전으로 나아가셨는데, 그 용궁에 가셔서 하나의 나무 아래 가부하고 앉아 선정에 드셨다.

이 때에 그 곳에서는 이레 낮 이레 밤 동안 큰 비가 쏟아졌으므로, 때에 모즐린나 용왕은 비는 한창 쏟아지는데 부처님께서 선정에 계심을 알고 그 비와 바람기가 부처님에게 침입할까 두려워하고, 또 모기ㆍ등에ㆍ파리 등이 성인의 몸을 뜯어먹을 것을 두려워하여 드디어 자기의 몸으로 일곱 번을 감고 머리를 추켜들고 위에서 덮어 마치 일산과 같은 형상으로 하여 이레 동안 밤과 낮을 지나면서도 움직이지도 않고 흔들리지도 않다가, 부처님께서 선정에서 나오려 하자, 용은 스스로 몸을 거두고 용궁으로 돌아가서 다시 갖가지의 꽃다발이며 향을 바르고 그의 몸을 잘 꾸미고서 부처님에게 와 닿아서 엎드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레 동안의 비와 바람기며 모기와 등에 등에게 시달리시지는 않으셨나이까? 거룩한 몸은 어떠하시옵니까?”

이에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세간의 일체 중생들을 
자세히 살펴보매 
만약 침해가 없을 수 있으면 
기쁘고 또 좋을 것이다.



욕심을 떠나고 번뇌를 끊으면 
이 즐거움은 견주기 어려우며 
무명(無明)이 만약 조복이 되면 
이야말로 맨 위의 즐거움이 되리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이 게송으로 용왕에게 대답하여 마치고, 곧 그곳을 떠나서 도로 보리수 아래로 오셔서 가부하고 앉아 이레 동안의 밤과 낮을 선정에 들어서 12인연의 생김을 자세히 살피셨다.

‘무엇이 근본이며 원인이 되어 생기게 되는 것일까.

이른바 무명(無明)을 원인으로 하여 지어감[行]에 반연되고, 지어감은 의식[識]에 반연되고, 의식은 이름과 물질[名色]에 반연되고, 이름과 물질은 여섯 감관[六入]에 반연되고, 여섯 감관은 닿임[觸]에 반연되고, 닿임은 느낌[受]에 반연되고, 느낌은 애욕[愛]에 반연되고, 애욕은 취함[取]에 반연되고, 취함은 존재[有]에 반연되고, 존재는 태어남[生]에 반연되고, 태어남은 늙음과 죽음[老死]과 근심ㆍ슬픔ㆍ괴로움에 반연되나니, 이와 같은 원인으로 말미암아 일대 괴로움의 쌓임[苦蘊]이 모이게 되고 이와 같은 근본(根本)이 생기지 않으면 온갖 것이 스러지게 되는구나.

이른바 무명이 스러지면 곧 지어감이 스러지고, 지어감이 스러지면 곧 의식이 스러지고, 의식이 스러지면 곧 이름과 물질이 스러지고, 이름과 물질이 스러지면 곧 여섯 감관이 스러지고, 여섯 감관이 스러지면 곧 닿임이 스러지고, 닿임이 스러지면 곧 느낌이 스러지고, 느낌이 스러지면 곧 애욕이 스러지고, 애욕이 스러지면 곧 취함이 스러지고, 취함이 스러지면 곧 존재가 스러지고, 존재가 스러지면 곧 태어남이 스러지고, 태어남이 스러지면 곧 늙음과 죽음과 근심ㆍ슬픔ㆍ괴로움이 스러지나니, 이와 같이 스러짐을 알면 일대 괴로움의 쌓임이 스러지게 되는구나.’

그 때 세존께서는 밤낮 이레 동안 선정에 계시면서 이렇게 12인연의 생김을 자세히 살피고 비로소 삼마지에 나오시며 이어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깨끗한 형으로 괴로움의 형상[苦相]살필 때에 
하나하나 법마다 원인 있음을 알았나니 
만약 괴로움의 형상이 나지 않음을 안다면 
저절로 일체의 애욕이 끊어지리.



깨끗한 형으로 멸수상(滅受想)을 살필 때에 
멸수상법의 다함이 없음을 알았나니 
만약 멸수상의 나지 않음을 안다면 
저절로 일체의 애욕이 끊어지리.



깨끗한 행으로 인연의 생김[緣生]을 살필 때에 
인연의 생김 법이 다함이 없음을 알았나니 
만약 인연의 생김이 나지 않음을 안다면 
저절로 일체의 애욕이 끊어지리.



깨끗한 행을 번뇌[有漏]를 살필 때에 
비로소 번뇌법이 다함이 없음을 알았나니 
만약 번뇌의 법이 나지 않음을 안다면 
저절로 일체의 애욕이 끊어지리.



깨끗한 행으로 이러한 법 살필 때에 
이런 법의 모두가 나지 않음을 알았나니 
마치 해가 세간을 두루 비출 땐 
허공에 오가면서 걸린 바가 없음 같네.



깨끗한 행으로 괴로움의 형상을 살피면 
괴로움마다 모두가 생김이 없음을 아리니 
번뇌를 부수어서 남음 없음[無餘]을 얻게 되면 
부처님께서 악마 군사를 항복하듯 하리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게송을 말씀하여 마치시고 다시 말씀하셨다.

“만약 어떤 중생이 윤회를 끊고 매우 깊은 법의 미묘한 언사를 알아서 모두 통달하여 이해할 수 있으면, 이와 같은 사람이야말로 바로 지혜가 있는 이이니, 나는 이런 사람들을 위하여 말하며 나는 이런 사람들에게 알게 하리라.

나는 지금 이렇게 혼자 숲과 들에서 살면서 서로 응하는 행에 의지하여 법의 즐거움을 누리는구나.”

이 때에 세존께서는 이 말씀을 하여 마치고, 자재로이 가고 서시며 모든 얽매임과 집착이 없으셨으며 법을 말씀하지 않으면서도 역시 마음조차 내지 않으심을 알고 생각하기를, ‘만약 이렇게 하신다면 세간은 무너져 없어지리라. 왜냐하면 여래ㆍ응ㆍ정등각께서 세간에 나오심은 마치 우담발화(優曇鉢花)가 때가 오면 비로소 한번 피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이제 법을 말씀하지 않으시고 스스로의 법의 즐거움만을 지니신다면, 장차 온갖 탐욕 있는 이와 삿된 법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깨닫지도 못하고 깨치지도 못하게 하시는 것이니 어떻게 세간이 무너져 없어지지 않겠느냐. 나는 이제 거기에 나아가서 그를 말씀하시기를 권하고 청하리다’고 하였다.

이 때에 범왕 사바세계의 주인은 그 범천 세계를 떠나 팔을 펼 만큼의 동안에 부처님의 처소에 닿아 부처님의 앞에 서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세상 마가국(摩伽國)에서 나오신 
과거의 법에 때 없는 이[法無垢]들께서 
모두 단 이슬의 문을 여시었나니 
법을 펴서 중생들을 제도하소서.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나의 법은 매우 깊숙하여 보기도 어렵고 알기도 어려운데, 내가 만약 갑자기 말하면 급속히 무너져 없어지리라. 왜냐하면 세간에 온갖 삿된 법을 좋아하는 이거나 탐욕이 있는 이들은 들어 받들기를 좋아하지 않을 뿐더러 깨칠 수도 없기 때문이니라. 왜냐하면 욕심을 탐낸 이는 검고 어둔 데에 가리고 덮였기 때문이니라.”

범왕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중생이란 세간에서 살고 세간에서 늙사온데 영리한 근기와 둔한 근기면 중간의 근기가 있고 내지 얼굴이 좋고 교화하기가 쉬우며 번뇌가 가볍고도 아주 작은 여러 가지의 중생들이 있나이다.

세존이시여, 이를테면 푸른 연꽃과 혹은 흰 연꽃 등이 물속에서 나서 물에서 자라고 물에서 늙지만 그 중에는 물 밖으로 나와 있는 놈도 있고 혹은 물 밖으로 나오지 않는 놈도 있는 것처럼 역시 그와 같사옵니다.

세존이시여, 여러 가지가 다른 중생들에게 만약 그들을 위하여 갖가지 미묘한 법을 말씀하지 않으신다면 모두가 침체한 데로 나아가오리다. 오직 원하옵나니, 선서시여, 그 가르침의 보배를 주시옵소서. 오직 원하옵건대 선서시여, 단 이슬을 내리옵소서.”

그 때 세존께서는 범왕의 은근히 권하고 청함을 받은 뒤에 잠자코 허락하고서, 드디어 부처 눈으로써 자세히 세간의 중생들을 살피시더니, 세간에서 살고 세간에서 늙으며 근기가 무딘 이와 근기가 영리한 이며 내지 중간과 아래의 근기며 얼굴 모습의 곱고 미운 이며 교화하기 쉽고 교화하기 어려운 이며 번뇌가 적고 번뇌가 아주 적는 등 이와 같은 중생들이었는지라, ‘내가 만약 그들을 위하여 갖가지 미묘한 법을 말하지 아니하면, 모든 괴로움의 근본을 아지 못하고 모두가 침체한 데로 나아가겠구나’ 하고, 세존께서는 이렇게 자세히 살피신 뒤에 크게 가엾이 여김을 일으키어 미묘한 법을 연설하려 하면서 먼저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나는 이제 법의 단 이슬비를 내리어 
즐거이 들을 이와 온갖 것에 적시면 
이로부터 인간에는 법의 인연 얻으리니 
만약 못된 악마 보면 널리 말하지 않으리.

이 때에 범왕 사바세계의 주인은 이 게송을 듣고 나서야 틀림없이 세존께서는 미묘한 법을 연설하실 것을 알고서 몸과 마음이 좋아지고 기뻐서 어쩔 줄 모르겠으므로 즉시 땅에 엎드려 세존의 발에 예배하고 오른편으로 세 번 돌고 물러갔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즉시 생각하시기를, ‘이제 어떠한 사람에게 먼저 법을 듣게 할까. 이에 기억하건대, 옛날 아라나가라마(阿拏囉迦羅摩) 등의 신선이 먼저 법을 들을 수 있겠구나. 왜냐하면 내가 옛날에 그의 살던 곳을 지나다가 그의 맛있는 공양을 받았을 뿐더러 그의 부탁까지 받았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먼저 그 사람을 위하여 법을 말하리라’ 하고, 이런 생각을 할 때에 어떤 하늘사람이 와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 아라나가라마 등은 모두가 이미 죽었사오며 오늘이 이레 만이옵니다.”

세존께서는 말하지 않았어도 아셨거니와 또 하늘이 말함을 듣고서 한탄을 하며 말씀하셨다.

“무상이란 큰 일이거늘, 세상에서는 놀라지도 않느냐.”

또 생각하시기를, ‘아라나가라마 등아, 복이 그렇게도 엷어서 빠른 법을 듣지 못했단 말이냐’라고 하셨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다시 생각하시기를, ‘어떤 사람에게 먼저 법을 듣게 해야 할까. 저 로나라가라마자(嚕捺囉迦囉摩子) 역시 일찍이 나에게 공양하였고 일찍이 나에게 부탁까지도 하였었다’ 하고 이런 생각을 하는데, 거기에 라타(囉吒)라는 하늘사람에 있다가 또 부처님께 말하였다.

“저 로나라가라마자 역시 죽었나이다.”

세존께서는 말하지 않았어도 아셨거니와 다시 하늘의 알림까지 듣고서, 세존께서는 또 탄식하셨다.

“바른 법이야말로 듣기가 어렵거늘 복이 그렇게도 엷단 말이냐.”

이에 세존께서는 생각하시기를, ‘다섯 사람은 내가 왕궁을 나와 산에 들어가서 고행을 하자 이들은 찾아 와서 나를 시봉하였으니, 나는 마땅히 먼저 그 사람들에게 법을 말하여야겠구나’ 하고, 이에 깨끗한 하늘눈으로써 어디에 있는가를 자세히 살펴보시자, 그 다섯 사람은 바라나국(波羅奈國)의 녹야원(鹿野園) 안에 있는 것이 보였다.

이에 세존께서는 보리수에서부터 바라나국의 녹야원로 나아가시는데 때에 중도에서 오파아(烏波誐)라는 한 신선이 반대쪽에서 오다가, 그 신선은 갑자기 길을 가던 차에 세존을 만나 뵙고 또 키가 한 길 여섯 자에 금빛이 번쩍번쩍 빛나며 상호가 단정하고 엄숙하며 특수하시어 세상에서는 뛰어나셨음을 보고서 놀라며 찬탄하기를 한참이나 하다가 비로소 이런 말을 하였다.

“구담이시여, 구담이시여, 당신의 상호야말로 묵중하고 깨끗하게 보이십니다. 다시 금빛과 같은 것은 세상에서는 같을 바가 아닙니다. 무슨 일로 출가하셨고 어떠한 법에 귀의하셨으며 누가 당신의 스승이십니까? 지금은 또 어디를 가십니까?”

그 때에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신선에게 대답하셨다.

나는 이제 스승으로 삼는 이도 없었고 
세상을 살아가며 홀로 벗이 없었지만 
바르고 평등한 보리를 깨쳤기에 
으뜸가는 천산ㆍ인간의 스승이 되었도다.



세간의 모든 법을 알고 있으므로 
물들지도 아니하고 끊지도 아니하며 
온갖 지혜와 힘을 갖추었기에 
장차 악마의 군사들은 항복하리.

오파아 신선은 말하였다.

“교답마시여, 진실로 당신의 말씀과 같아서 바로 부처님께서심이 의심이 없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이렇게 환히 알고 번뇌가 다하였으며 죄업을 항복 받았기 때문에 명호를 부처님께서라 하느니라.”

이 때에 오파아 신선은 또 다시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지금 어디로 가십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바라나국에 가서 큰 법의 북을 치고 큰 법의 바퀴를 굴려서 장차 세간에서 일찍이 듣지 못했던 말을 연설할 것이며, 또한 과거 부처님의 칙명을 펴 보여서 장차 세간에서 법을 알고 욕심을 여의게 하여야겠느니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을 하시자, 그 오파아 신선은 엎드려 세존에게 예배하고 길을 따라서 떠나갔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바로 바라나국 녹야원에 가셨는데, 이 때에 그 다섯 사람인 아야교진여ㆍ아습비ㆍ마하마남ㆍ바테ㆍ바부 등은 방금 새로 목욕하고 향기름을 몸에 바르고서 음식을 널리 늘어놓고 벌여 앉아 먹던 참이었는데, 그 다섯 사람들은 멀리서 세존을 보고 다른 사람이 아닌 줄을 알아차렸으므로 모두가 크게 놀라고 괴이하게 여기면서 서로가 의논하였다.

“이제 이 태자가 산에서 살며 고행을 하여 부처님의 도를 이루려 하다가 이제는 뜻이 물러나서 도로 우리들을 찾는구나. 우리들은 편안히 앉아서 영접하거나 모시지를 말자.”

세존께서는 멀리서 아셨으면서도 잠자코 나아가셨는데, 부처님의 몸은 으리으리하여 마치 금산(金山)과 같으며 높고 귀하고 상서롭고 상호가 완전히 갖추어졌으며 크고 거룩한 덕이 있어서 짝할 수 있는 이가 없었는지라, 이 때에 다섯 사람들은 부처님께서 가까이 할수록 거룩한 덕이 더욱 죄어듦을 당하여 편안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으므로, 모두가 일어나 맞이하며 모시면서 이에 다섯 사람은 함께 말하기를, “잘 오셨나이다” 하면서, 청하여 앉게 하였다.

이 때 다섯 사람은 부처님을 위하여 자리를 까는 이도 있고, 혹은 물을 길어다 발을 씻는 이도 있고, 혹은 이름 있는 옷을 받들어 올리는 이도 있고 혹은 손을 잡으며 붙들어 모시는 이도 있고 하여 부처님 섬기기를 옛날과 같이 하였으므로, 세존께서는 편안히 앉으셔서 조용한 말씀으로 다섯 사람에게 이르셨다.

“너희들 다섯 사람은 처음 나를 보았을 때에 함께 약속하고 의논을 하며 나를 업신여기려 하더니, 너희들은 매우 어리석구나. 너희들은 모두 이는 나의 겨레이므로 마땅히 내가 경계를 해야겠다.”

이 때에 세존께서는 다시 다섯 사람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여래에게 업신여기거나 젠 체함을 일으키지 말라. 왜냐하면 너희들이 만약 여래에게 업신여기거나 젠 체함을 일으키면 이익이 없을 것이요, 뒷날의 오랜 동안에 큰 괴로움을 얻게 되기 때문이니라.”

다섯 사람은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옛날에는 지니신 위의가 가장 으뜸이었고 세상 법에서는 아주 아름다운 일이었으며 뒷날 고행을 행하여 거룩하고 깨끗하며 위없는 지혜를 얻으셔서 미묘한 법을 통달하셨사온데, 본래 느꼈던 바의 행이 지금은 어디 있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너희 아야교진여ㆍ아습비ㆍ마하마남ㆍ바테ㆍ바부들아, 만약 중생들이 넓고 크게 공양하고 넓고 크게 보시한지라 훌륭한 음식과 소유(酥油) 등의 맛있는 것을 먹은 위에 목욕하고 향기름을 몸에 바르며 모든 감관을 깨끗이 하고 잘 꾸며서 아주 곱게 하였다면 앞과 뒤를 돌아보면서 얼굴빛이 좋고 기뻐하겠지만, 너희들이 이렇게 나를 보게 되었다면 잘못 나를 본 것이리라.”

아야교진여 등은 말하였다.

“그러하고 그리하였나이다.”

이 때에 그 다섯 사람은 언제나 걸식을 행하였는데, 세존께서 이르신 뒤에는 혹 세 사람이 걸식을 하고 두 사람이 받들며 섬기기도 하였고, 혹은 두 사람이 걸식을 하고 세 사람이 받들며 섬기기도 하면서 서로가 시봉하기에 힘쓰며 게으름이 없었다.

부처님께서는 곧 그들을 바로잡으며 말씀하셨다.

“두 가지의 일이 있는데, 수행하는 사람은 행하지 말아야 하느니라.

무엇이 두 가지 일이냐 하면, 여색과 욕심에 탐을 내는 것이니, 이것은 윤회의 근본이요, 상인(上人)이 하는 법이 아니니라.

만약 어떤 사람이 스스로 그 마음을 발우고 고행을 닦을 수 있다면 이 5온(蘊)과 3독(毒)의 이러한 모든 법에 헷갈림이 없고 집착도 없을 것이니, 지혜 눈으로 자세히 살펴서 저 윤회를 끊고 괴로움과 즐거움을 여의면 중도(中道)에 나아가리라.

다시 바른 소견[正見]ㆍ바른 생각[五思惟]ㆍ바른 말[正語]ㆍ바른 행위[正業]ㆍ바른 생활[正命]ㆍ바른 노력[正勤]과 바른 기억[正念]과 바른 선정[正定]의 이 여덟 가지 바른 것을 널리 닦고 익히면 신통을 얻을 뿐만 아니라, 열반을 증득하므로 중도라는 이름을 얻고 장차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바른 깨달음에 나아가느니라. 나는 이런 일을 모두 갖추어서 남아 있는 것이 없느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신 뒤에 또 다시 다섯 사람이 법을 받아 낼 만함을 살펴 아시고, 다시 말씀하셨다.

“이것이 바로 괴로움이니, 너희들은 알아야 하니라.”

그러자 이에 다섯 사람은 생각을 하며 지혜 눈으로써 이 법을 자세히 살폈더니, 과거의 세상에 일찍이 들었던 바라 보리가 발생하면서 환히 알 수가 있었다.

또 다시 말씀하셨다.

“이것이 바로 쌓임이니, 너희들은 끊어야 할지니라.”

그러자 이에 다섯 사람은 다시 이 법을 생각하며 지혜 눈으로써 살폈더니, 과거의 세상에 일찍이 들었던 바라 보리가 발생하면서 환히 알 수가 있었다.

또다시 말씀하셨다.

“이것이 바로 사라짐[滅]이니, 너희들은 증득해야 할지니라.”

그러자 이에 다섯 사람은 또 다시 생각을 하며 지혜 눈으로써 이 법을 자세히 살폈더니, 과거에 일찍이 들었는지라 보리가 발생하면서 곧 환히 알 수가 있었다.

또 다시 말씀하셨다.

“이것이 바로 도(道)이니, 너희들은 닦아야 할지니라.”

그러자 이에 다섯 사람은 또 다시 생각을 하며 지혜 눈으로써 이 법을 자세히 살폈더니, 역시 과거에 세상에서 일찍이 들었던 바라, 보리가 발생하면서 곧 환히 알 수가 있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또 다섯 사람에게 말씀하셨다.

“괴로움의 법을 나는 이미 알았고, 쌓임의 법을 나는 이미 끊었고, 사라짐의 법을 나는 이미 증득하였고, 도의 법을 나는 이미 닦았으므로, 나는 이 법으로써 비로소 부처의 도를 이루었느니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또 다섯 사람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배워야 할지니라. 나는 괴로움을 알고, 쌓임을 끊고, 사라짐을 증득하고, 그 도를 닦았느니라. 너희들이 만약 이 4제(諦)의 진실한 도를 환히 깨달을 수 있으면, 자연히 저 쌓임도 없고 앎도 없고 밝음도 없고 지혜도 없고 보리도 없고 나지 않음도 없음을 알 것 이며, 이에 범천 세계와 악마세계의 여러 하늘이며 세상 사람의 사문이 바라문에 이르기까지 역시 머무르는 바가 없고 뒤바뀐 형상을 떠나서 마음과 뜻이 상쾌하여지며 미래의 세상에는 결정코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바른 깨달음을 증득하리라.”

그 때에 세존께서는 이와 같이 세 번 열두 가지로 수행하는 법 바퀴를 굴리시자, 이 때에 존자 구니(鉤抳) 등은 티끌과 때가 없어지고 법 눈이 깨끗함을 얻었으며, 저 8만의 하늘사람들도 법의 눈이 깨끗함을 얻었다.

이에 다섯 사람이 이미 도를 깨친 뒤에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들은 부처님의 법에 출가하고 싶사오니, 허락하여 주옵소서.”

그 때 여래께서는 다섯 사람에게 말씀하셨다.

“잘 왔도다. 비구들아.”

이에 다섯 사람의 수염과 머리칼은 저절로 떨어지고 가사가 몸에 입혀지며 사문의 형상으로 되었다.

그 때 세존께서는 다시 구니 등에게 말씀하셨다.

“빛깔[色]은 바로 항상한 것이냐, 바로 무상한 것이냐, 바로 괴로운 것이냐, 바로 괴롭지 않은 것이냐, 바로 공(空)한 것이냐, 바로 공하지 않은 것이냐, 바로 내[我]가 있는 것이냐, 바로 내가 없는 것이냐? 느낌[受]ㆍ생각[想]ㆍ지어감[行]ㆍ의식[識]은 바로 항상한 것이냐, 바로 무상한 것이냐, 바로 괴로운 것이냐, 바로 괴롭지 않은 것이냐, 바로 공한 것이냐, 바로 공하지 않은 것이냐, 바로 내가 있는 것이냐, 바로 내가 없는 것이냐?”

구니는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제가 빛깔ㆍ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을 자세히 살피건대, 모두가 이는 무상이요, 괴로움이요, 공이요, 내[我]가 없는 법이옵니다.”

그 때 다섯의 비구는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이 5온의 법을 듣고서야 비로소 번뇌가 다하고 배울 것이 없음[無學]을 증득하였다.

이 때에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할 일을 다 마쳤고 맑은 행도 이미 이룩되었도다. 나[我]와 몸이 이미 스러져서 영원히 윤희를 끊었으니, 나와 너희들 여섯 사람은 응당 세간에서의 첫째가는 복의 밭이 되었으며, 삼보(三寶)의 이름은 이제 이미 완전히 갖추어졌느니라.”

그 때 세존께서 이 법을 말씀할 때에 보마(菩摩)라는 하나의 야차가 높은 소리로 부르짖었다.

“오늘 세존께서 바라나국 녹야원의 신선이 살핀 곳에서 세 번 4성제의 열두 가지로 수행하는 법 바퀴를 굴리시어 세간과 출세간의 범천ㆍ악마ㆍ하늘사람ㆍ사문과 바라문 등을 가엾이 여기고 이익되게 하셨다네.”

이 때에 그 보마 야차가 이렇게 부르짖자, 저 4대천왕과 33천이며 거기의 모든 하늘들이 서로가 부르짖었으므로 잠깐 동안에 범천 세계의 여러 범천들까지, 모두 다 세존께서 저 바라나국 녹야원의 신선이 살던 곳에 계시면서 세 번 법의 바퀴를 굴렸고 삼보가 출현하였으며 인간과 천상의 모든 유정들을 이롭게 하고 즐겁게 하였음을 듣고 알았다.

이 때에 땅이 곧 크게 움직였고 하늘 역시 크게 밝아졌으며, 이에 범왕과 제석이며 여러 하늘들은 저마다 보배의 당기와 번기며 일산을 가지고 부처님의 처소에 나면서 노래하고 읊고 찬탄하며 가지가지로 공양을 하며 기뻐하고 뛰놀면서 부처님께 예배하고 물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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