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순스님이 관음경을 읽고 풍파를 면하다.
동진(東晋) 때에 축법순(竺法純)이라는 스님이 있었다. 그는 산음(山陰)이란 곳의 현의사(顯義寺) 주지스님이었다. 어려서 출가한 그는 힘써 수행하여 덕을 쌓았고 유마경을 잘 지송하였다.
원흥(元興)년간(402~404)에 법순스님은 현의사의 행랑을 지으려고 공사를 일으켰다.
우선 절 짓는 데 쓰일 자재를 구해야만 했다. 목재의 임자가 여자였으므로 여인과 함께 목재가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 동행을 했다. 그곳으로 가자면 큰 호수가 있어서 배를 타고 건너가야 했다.
그래서, 그는 목재 주인 여자와 함께 배를 탔다.
그들이 탄 배가 호수의 넓은 한 가운데 쯤에 이르렀을 때, 세찬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마침 해도 저물었는데, 폭풍은 더욱 세차게 불었다. 따라서 물결도 점점 거세어져갔다.
산더미 같은 물결이 조그마한 나뭇배를 덮쳐들었다. 배는 가랑잎 신세가 된 데다가 기울어진 쪽에 물결이 쳐서 배안으로 물이 들어오고 있었다. 얼마 안가서 배는 물 속에 가라앉아 버릴 지경 이였다. 자기 한 몸도 아니고 동행하는 여인까지도 죽게 되었으니 그는 기가 막혔다.
폭풍과 산더미 같은 파도 속에서 가랑잎처럼 흔들리며 침몰을 눈 앞에 둔 배에 매달린 법순 스님은, 그래도 수도자의 자세를 잃지 않고 일심으로 관세음보살 보문품을 외웠다.
그 때 문득 그들 앞으로 큰 배 한척이 내려왔다.
어느새 밤이 되어 사방은 어두웠다. 폭풍이 불고 물결이 사나워 나그네들도 발길이 끊긴 이 시각에 큰 배가 가까이 오고 있다는 것은 실로 예사로운 일이 아니었다.
그들이 타고 있는 배는 이제 더 지탱할 가망이 없었다. 법순스님은 그 여인과 함께 옆 배로 옮겨 탔다. 바짝 가까이 다가온 큰 배에 그들이 막 옮겨 타자마자 그들이 지금까지 타고 있었던 작은 배는 곧 바로 물결 속에 침몰해 버리고 말았다.
그 광경을 본 법순스님은 관세음보살의 위신력에 감복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들은 그 큰배에 의지하여 무사히 호수를 건너갈 수가 있게 되었다. 그리하여, 자재를 구해 가지고 절일을 잘 마칠 수가 있었던 것은 말할 나위도 없는 일이다.
이 법순스님이 겪은 사실은 바로 보문품에 보이는 관세음보살의 가피력이었다. 만약에 큰 물에 떠내려가게 되더라도
관세음보살의 명호를 칭념하면 곧 얕은 곳에 닿게 된다.
(야위대수소표 칭기명호 즉득천처, 若爲大水所漂 稱其名號 卽得淺處)
관세음보살 칭념하는 힘으로거센 물결이 빠뜨리지 못한다.
(염피관음력 파량부능몰, 念彼觀音力 波良不能沒)
<法苑珠林 卷17 및 冥祥記, 梁高僧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