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송이 관음의 혜광을 보고 험한 뱃길을 건너다

여송이 관음의 혜광을 보고 험한 뱃길을 건너다

동진(東晋) 때의 여송(疎謹)은 자가 무고(茂高)이며, 연주(亮州) 사람이었다. 그는 시풍(始豊)이라는 곳에 살았는데, 그 시풍의 남쪽 계중(溪中)은 물 흐름이 급하고 양쪽 언덕이 깎아지른 바위 산이며, 물길이 매우 꾸불꾸불하였다.

대낮에 배를 타고 그곳을 지나가는 것도 매우 위태로워서 모두들 두려워하였다. 여송의 아버지가 일찍이 그 계중을 저녁 무렵에 지나간 일이 있었다.

해가 저물었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비가 쏟아지며 바람이 세차게 불어왔다. 사방은 칠흑같이 캄캄하여 전혀 동서남북을 구별할 수가 없었다. 배는 나뭇잎처럼 흔들리며 곧 뒤집어질 것만 같았다.

그 위태롭고 두려운 찰나에 여송의 아버지는 마음을 가다듬고 정성껏 관세음보살에게 의지하였다.

그리하여, 관세음보살을 송념(誦念)하고 또 송념하였다.

그 순간, 밝은 불빛이 물 언덕에서 비쳐 왔다. 흡사 사람이 횃불을 들고 있는 것 같았다 뱃길이 환하게 비쳤기 때문에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가 있게 되었는데, 그 불빛은 약 10여보 앞에서 배를 인도하였던 것이다. 서영(徐榮)이라는 사람은 낭야라는 곳에 살았다.

그는 어릴 때부터 불법을 신봉하였다. 어쩌다 그는 갇힌 몸이 되었다.

그러나 몸은 비록 꼼짝달싹도 못하는 신세이지만, 마음속으로는 오로지 관세음보살을 지성껏 염하였다. 부자유스러운 몸이었지만 하도 고단한 탓인지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잠이 들고 말았다.

꿈에 어떤 사람이 나타나 깨우면서 말하였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잠을 자고 있는가?」

그는 이 말에 깜짝 놀라 잠을 깨었다. 그리고 사방을 둘러보니 파수병이 피곤해서 잠에 빠져 있었다. 그는 묶여 있는 자신의 팔을 움직여 보았다. 이상하게도 묶인 것이 풀려 있지 않은가.

그는 이어서 고개를 움직여 보았더니 나뭇가지에 동여맨 머리채도 풀려져 있었고, 묻힌 두 다리도 쉽게 빠져나왔다. 그는 거기에 용기를 얻어 그 자리에서 엉금엉금 기어 어둠 속으로 몸을 숨기고는 냅다 뛰었다. 한참을 달아나다가 언덕배기 밑의 우거진 풀덤불 속에 드러누워 몸을 숨겼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안 있어 횃불을 든 무리들이 사방으로 흩어져서 자신을 뒤 쫒아 헤매는 광경이 눈에 띄었다.

그가 숨어 있는 풀덤불 주변까지도 뒤지는 모양이었으나, 끝내 그를 발견하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몰려가 버렸다. 날이 밝자, 그는 업사(鄴寺)라는 절로 가서 몸을 의탁했고, 드디어 자유의 몸이 되었다.

<繪光世音應驗記, 法苑珠林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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