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견왕이 미로에서 길을 찾다

부견왕이 미로에서 길을 찾다

전진(前秦) 부견왕(符堅王) 때에 필람이라 하는 거사가 있었다.

동평(東平)태생인 그는 어려서부터 불법을 신봉하였다.

그는 젊은 시절에 병정이 되어 싸움터에 나간 일이 있었다.

마침 장군 모용수(慕辯垂)에서 오왕(吳王)에 까지 봉해졌다가, 환온(桓溫)의 군사를 무찔러서 그 이름이 크게 떨쳤는데, 태부 모용평(太傳 慕容評)에게 쫓겨서 전진으로 와 있었던 인물이다.

그는 나중에 부견왕이 동진(東晋)에 패하자, 또 전진을 떠나 독립해서 연왕(燕王)이라 자칭하다가 곧 제(帝)를 칭하였다.

즉 그는 후연(後燕)의 성무제(成武帝)가 된 사람이다.

필람거사는 그러한 모용수를 따라 북방정벌에 종군하였다.

싸움이 불리하여 이쪽군사가 몰리게 되었을 때, 그도 매우 위급함을 느꼈다.

그 순간, 그는 말을 달리면서 지심으로 관세음보살을 송념 하였다.

한참 달리다가 뒤돌아보니 추격하던 적의 기마병들이 뒤쫓아 오는 것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만도의 숨을 돌리면서 말의 속도를 늦추었다.

그리고 사방을 둘러보았다. 추격하는 적을 피하려는 일념에서 무작정 달렸기 때문에 자신이 지금 어디에 와 있는지를 알 수가 없었다.

앞도 산이고 뒤도 산이었으며,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첩첩산속에 자신도 모르게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그 위에 날도 저물어 가고 있었다.

그렇다고 오던 길을 무작정 되돌아갈 수도 없었다.

추격하던 적병들이 산모퉁이에 숨어서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그는 앞으로만 말을 몰아갔다.

「설마 길이 나오겠지.」

하는 생각으로 달렸으나 점점 골짜기는 깊어지고 어느 새 날도 더욱 어두워졌다.

그야말로 길을 잃고만 것이다.

밤은 자꾸만 깊어가고 있었고, 그는 말이 가는 대로 내맡긴 채 관세음보살을 지성으로 칭념하기만 했다. 얼마를 더 갔을까. 그의 앞에 한 도인이 나타났다.

법복을 입고 그 스님은 앞장을 서서 걸었다.

한참을 가다가 산모퉁이를 돌아서자, 그 스님은 석장을 들어서 지름길을 가르쳐 주었다.

그 스님이 지시한 곳을 따라가다가 그는 드디어 길을 찾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전진 부견왕이 불교를 숭상했기 매문인지, 그 나라 사람들은 불법을 매우 신봉하였다.

거사 필람도 그와 같이 관세음보살을 칭념하여 미로에서 벗어날 수가 있었던 것이다.

<法苑珠林 卷 17 敬法篇 觀音驗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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