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궁에 다녀온 수로부인
성덕왕(聖德王) 때에 순정공(純貞公)이 강릉 태수(江陵太守) ― 지금의 명주(溟州) ― 로 부임할 때 바닷가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그 곁에 바위의 봉우리가 병풍처럼 둘러서서 바다를 굽어보고 있는데, 높이는 천길이나 되고 그 위에는 철쭉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공의 부인 수로(水路)는 이것을 보고 가까이 모시던 이들에게 청했다.
「저 꽃을 가지고 싶다.」
「그 곳은 사람의 발자취가 이르지 못한 곳입니다.」
그리고 모두 안되겠다 했다. 그 곁으로 한 늙은이가 암소를 끌고 지나가다가 부인의 말을 듣고 그 꽃을 꺾어 와서는 또한 가사(노래)를 지어 바치었다.
또, 이틀을 가자 임해정(臨海亭)이 있었다. 그 곳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는데 바다의 용이 부인을 끌고 바닷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공은 땅에 넘어져 주저앉았으나 아무런 계책이 없었다.
또한 노인이 있어 말했다.
옛날 사람 말에 뭍 사람 말은 쇠같은 물건도 녹인다 했으니 이제 바닷속의 짐승(龍)이 어찌 뭇사람의 입을 두려워하지 않겠습니까?
당연히 경내(境內)의 백성을 모아야 합니다. 노래를 지어 부르고 막대로서 언덕을 치면 부인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공은 그 말을 따라하였으니 용이 부인을 바다에서 나와 공에게 바치었다.
공이 부인에게 바닷속 일을 물으니 부인이 대답했다.
「일곱 가지 보물로 장식된 궁전에 음식은 달고 향기로우며 인간의 음식은 아닙니다.」
이 부인의 옷에서는 이상한 향기가 풍겼는데, 세간(世間)에서는 맡아보지 못한 것이었다.
수로부인은 용모가 세상에 견줄 이가 없었으므로 매양 깊은 산이나 못을 지날 때면 번번히 신물(神物)들에게 붙들림을 입었던 것이다.
*해가사와 헌화가*
여러 사람이 해가(海歌)를 불렀는데 가사는 이렇다.
해신(海神)아, 해신아, 수로를 내놓아라,
남의 부녀를 앗아간 죄 그 얼마나 클까?
그물로 너를 잡아 구워 먹겠다.
노인의 헌화가(獻化歌)는 이렇다.
짙붉은 바윗가에
잡은 암소 놓게 하시고,
나를 아니 부끄러워 하시면
꽃을 꺾어 받자 오리다.
<삼국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