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중생에게 정성은 없다

모든 중생에게 정성은 없다

석존께서 사밧티국의 기원정사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하고 계셨을 때의 일이다.

일체의 중생은 그 성질이 선하다든가 악하다 하는 것이 판에 박듯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장소와 상대에 따라서 선악의 행위가 생겨나게 마련인 것이다. 그러므로 외도 사견(外道邪見)의 나쁜 지식의 가르침을 받는다면 오랫동안 삼악도(三惡道)를 전전하면서 빠져 나올 수가 없는 것이고 신앙심을 가지고 훌륭한 가르침을 가진 좋은 스승을 따르면 그 법(法)의 공덕에 인연으로 악도에서 벗어나서 더 나은 즐거움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인도의 화씨국왕(華氏國王)이 한 마리의 흰 코끼리를 기르고 있었다. 기력 용맹하여 전쟁터에 나가면 능히 적군을 물리치고, 또 중죄인은 이 코끼리의 발로 밟아 죽였던 것이다.

그런데 어느 때 불이 나서 코끼리의 우리가 타버렸으므로 다른 곳으로 옮겼다. 새로 옮긴 곳 근처에 정사(精舍-사원의 딴 이름)가 있어서 스님이 경을 읽고 있었다.

그 경문 중에,

『선을 행하는 자는 하늘에 태어난다. 악을 행하는 자는 못(淵)에 태어난다.』

라는 구절이 있었다.

코끼리는 밤낮으로 이 경을 듣고 있었기 때문에 자연히 감화가 되어 마음이 온순하여지고 자비심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이 때 사형수가 있었으므로 전례에 따라서 코끼리한테 밟혀 죽이려고 사형수를 코끼리 우리에 데리고 갔는데, 코끼리는 다만 코끝으로 죄수의 몸을 스치고 핥기만 하더니 저쪽으로 가 버리는 것이었다.

그 다음에도 같은 모양이므로 왕은 이상하게 생각하여,

『대체 어찌 된 까닭이냐?』

하고 신하들에게 물었다.

그러니까 한 사람의 신하가,

『이 코끼리를 매어 둔 근처에 정사가 있습니다. 코끼리는 거기서 매일 부처님의 고마우신 가르침을 듣고 있었음이 분명합니다. 아마 그 때문일 것입니다. 이번에는 한 번 도살장 근처에 데려다 놓으면 좋다고 생각됩니다. 코끼리는 기필코 도살하는 광경을 보고 다시 악심을 먹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왕에게 진언하였으므로 왕은 즉시 그의 의견을 받아 들여서 코끼리를 도살장 근처로 끌고 가서 매어 놓았다. 코끼리는 죽이고, 베고, 가죽을 벗기는 잔인한 광경을 매일 보게 되어 다시 전과 같이 악심이 맹렬하여져서 죄수를 참혹하게 밟아 죽이게 되었다.

짐승도 이와 같은데 하물며 인간은 더욱 그러한 것이다. 훌륭한 스승을 따라서 부처님의 가르치심을 듣는 일에 전념해야 한다는 영험이 뚜렷한 이야기가 아닌가!

<附法藏因綠傳 第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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