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세왕의 회개(1)

아사세왕의 회개(1)

왕사성에 아사세왕이란 천성이 난폭하고 자기 마음에 안들면 사정없이 욕하고 벌을 준 왕이 있었다. 그는 불교에서 말하는 강욕과 노(怒)와 우치(愚痴)라 하는 세 가지 나쁜 번뇌를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그와 같은 성격을 갖고 있었으므로 오늘만 알고 내일은 몰라서 오직 현재의 쾌락에만 눈이 어두워 주위의 선한 사람들을 멀리하고 마침내는 아무 죄도 없는 자기의 실부인 빈파사라왕을 죽이기까지 했다. 이 같은 큰 죄로 그에게 커다란 종기가 생겨, 그 종기에서 풍기는 더러움과 악취로 그의 곁에 가까이 갈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는 살아서까지도 이와 같은 죄의 보답으로 고생을 하니, 죽으면 틀림 없이 지옥에 떨어져 모진 고통을 받을 것이라 생각하고, 약간 마음에 참회의 빚이 나타나 미래의 고통과 비참에 마음을 괴롭힐 때가 가끔 있었다. 모친인 이다이케 부인은 불행한 자식이 밉기도 했지만, 여러 가지 약을 왕의 종기에 발라서 하루라도 빨리 완쾌하기를 빌었다.

그러나 약을 바르면 바를수록 종기는 더 커가기만 하니, 어느날 왕은 모친에게,

『내 종기는 마음에서 생긴 것입니다. 육체에서 온 것이 아닙니다. 만일, 이 세상에 종기를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마음에서 생겨난 이 종기는 결코 고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이때 월칭(月稱)이라는 대신이 있었는데, 왕의 병을 근심하고 물었다.

『대왕님, 용안이 좋지 않아 보이는데, 병환은 몸에서 난 병이신지 혹은 마음에서 생겨나신 것인지 어느편이십니까?』

『내 병은 몸과 마음 양쪽에서 생긴 병이다. 죄 없는 부친을 해치고 왕위에 올랐으니 당연한 결과가 아니겠는가. 요즈음 어떤 지자에게 물어 본즉, 오역죄를 범한 자는 반드시 지옥으로 간다는 것이다. 나는 오역죄의 하나인 부친 살해의 죄를 범했으니, 미래는 지옥으로 가는 것은 틀림없는 일이고, 현세에서도 마음의 병을 앓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무리 명의가 온다하더라도 내 병을 고치지는 못할 것이다.』

『대왕님, 너무 근심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근심에 괴로워하면, 근심이 더욱 자라게 마련이고 사람이 잠자기를 즐기면 잠이 더욱 늘 듯이, 탐욕, 사음, 음주, 다 같은 것입니다. 이제 대왕께서는 지옥 이야기를 하셨는데, 누가 지옥에 갔다 온 사람이 있습니까. 지옥이란 세상의 아는 체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것에 불과한 것입니다. 또 명의도 대왕의 병환을 못 고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것도 말씀이 안됩니다. 지금 왕사성에 후란나라는 명의가 있는데, 그는 깨끗한 마음으로 수도를 하고, 여러 사람들에게 부처님의 도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는 말하기를 이 세상에는 악업이란 없으며, 따라서 악업의 보답도 없으며, 동시에 선업도 없고, 따라서 선업의 보답도 없다고 하고 있습니다. 이 명의는 지금 왕사성에 있으니, 한번 찾아가셔서 치료를 받으시는 것이 좋으리라 생각됩니다.』

『아, 그런가. 그렇다면, 찾아가서 치료를 받아 보겠다.』

어느날 덕장이란 대신이 궁전에 입시해서,

『대왕님, 대단히 수척하시고, 목소리도 낮고 마음도 들뜬 것같이 보이는데, 육체적인 병환이신지 혹은 정신적인 병환이신지 어느 편이십니까?』

라고 묻자 왕은,

『내 병은 심신 양쪽이다. 나는 내 마음에 안드는 사람에게는 악하게 해서 나쁜 사람들과 친하게 지냈으며, 마침내는 데바닷다와 같은 악인의 말을 믿고 내 부왕을 해쳤다. 나는 어느 때 게를 들은 일이 있는데, 그 게는 다음과 같다.

『불사문(佛沙門)이나 부모께 나쁜 마음 일으키면서, 악업을 행하는 자는 지옥의 과보를 받기 마련이니라. 이 지혜로운 이의 게에 따르면 내가 몸과 마음의 병으로 고통을 받고 있음을 알 것이다. 아무리 명의라 하더라도 내 병을 고칠 수는 없을 것이다.』

『대왕께서 너무 심려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원래 법이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출가법(出家法)과 왕법이 있는데, 왕법에 다르면 부친을 죽여도 죄가 되지 않습니다. 마치 어떤 종류의 벌레가 어머니 배를 뚫고 나오는 것과 같습니다. 이것이 이 벌레의 태어나는 방법입니다. 그러므로 그 벌레는 죄가 되지 않습니다. 부친을 죽이고 왕위에 오르는 것은 치국의 법입니다. 다라서 그것은 죄가 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나 출가법에 다르면, 가령 모기 한 마리를 죽였다 하더라도 그것은 죄악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출가의 이야기지 대왕의 경우는 같지 않습니다. 따라서 대왕께서는 마음을 활달하게 가지시고 걱정하시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걱정을 하시면 하실수록 근심은 더욱 더하게 마련입니다. 대왕께서는 대왕의 병환을 치료할 명의는 없다고 말씀하시는데, 그것도 틀린 말씀이십니다.

현재 마가리구사리시라는 성자가 왕사성에 있는데, 그는 매우 자비심이 깊은 사람이며, 항상 말하기를 「사람의 몸은 지, 수, 화, 풍, 고, 낙, 수명의 일곱으로 구성되어 있어, 이 일곱 요소는 어느 누구도 해를 끼칠 수도 없으며, 또는 죽지도 않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만약 대왕께서 그 성자를 찾아 뵙는다면 병환이 곧 완쾌하실 것입니다.』

『그런가, 만약 신병이 낫기만 한다면 기꺼이 그를 찾겠다.』

또 다른날, 실득이란 대신이 병문안을 와서 말하기를,

『대왕, 이 어이되신 일이오니까? 몸의 영락을 벗겨 버리시고 머리는 쑥대 그것인양, 그 까닭 듣고 싶소이다. 대왕께서 무서움에 떨며 몸도 마음도 불안하여 폭풍 앞의 나뭇잎같이 공포에 떨고 계시니 어이된 일이오니까?

대왕께서 수척하신 것은 마치 농부가 씨앗을 뿌린 후 가뭄이 계속된 것과 같아 보이니, 도대체 병환은 육체의 병환이신지 마음의 병환이신지 어느 편입니까?』

『내 병이란 심신 양쪽의 병이다. 부친인 선왕께서는 자비와 인덕으로 나라를 다스리어 아직 아무런 과실도 없었다. 그런데, 내가 태어났을 때 어떤 점장이가 「이 아들은 성장하면 아버지를 죽일 것이다」라고 했는데고 불구하고, 부왕께서는 나를 자비로써 양육하셨다. 전에 어떤 지자가 말하기를 「비구니를 범하고, 절에 있는 물건을 훔치고, 불도를 닦는 사람을 죽이고, 아버지를 죽이는 자는 반드시 지옥에 간다」라고 한 적이 있다. 내가 왜 이와 같이 심신을 괴롭히고 있는지 이것으로써 알 것이다.』

『대왕, 그것은 필요없는 걱정입니다. 만약, 선왕께서 세속의 번뇌를 벗어날 불도를 닦으셨다 하면, 선왕을 해치신 것이 죄가 되겠지만, 대왕께서 치국의 필요상 선왕을 해치신 것은 결코 죄가 안됩니다. 대왕, 이 세상에 생명이 있는 만물은 전부 죄의 보답이 있다 합니다.

생사를 받는다는 것은 전부 그 죄의 보답에 의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선왕께서 그 죄의 보답으로 해를 입었다면 죄가 되지 않습니다. 마음을 넓게 가지시기를 바랍니다. 또한 심신의 병환을 치료할 수 있는 명의가 없다고 말씀하시나,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현재 왕사성에 산비라데이시라는 바라문은 넓고 깊은 대해와 같은 지혜와 덕망을 소유한 분이며, 더욱이 대신통력을 갖고 있어, 모든 의문을 풀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그는 제자들에게 항상 말하기를 「왕은 누구나 선악의 모든 것을 자유자재로 행하여도 무방하다.

어떠한 죄를 범해도 죄가 되지 않는 법이다. 불로 물건을 태워버리면 거기에는 정이다 부정이다 하는 것이 없는 것같이 왕도 불과 그 성질을 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대지가 정한 것과 불결한 것을 다함께 포용하고 있으면서, 노하지도 않고 기뻐하지도 않는 것과 같이, 왕도 대지와 같은 것이다. 그리고 물이 정한 것과 불결한 것을 다 같이 씻어 깨끗이 하면서도 좋아하지도 않고 우려하지도 않는 것과 같이 왕도 물과 같은 것이다. 또한 바람은 정·부정을 다같이 평등하게 불어 없애면서도 좋아하지도 않고 우려하지도 않는다.

왕도 바람과 같은 것이다. 가을이 되어 나뭇가지를 잘라도 다음 봄엔 새싹이 돋아 나오므로 나무를 잘라도 죄가 아니고, 사람도 죽으면 또 태어나게 마련이므로 죽여도 죄가 되지 않는다. 세상 사람들의 고락의 과보(果報)는, 인(因)은 과거에 있고 과(果)는 현재에 받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현재의 인이 없으면 미래의 과도 없는 것이다.

사람이 계율을 가지고 도를 닦는 것도, 요는 업을 하기 위한 것이다. 업이 없으면 고통도 다하는 것이다. 고통이 없으면 세속의 근심도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대왕, 빨리 그를 찾아 심신의 병환을 고치시기를 바랍니다.』

『그런가, 만일 그가 내 병을 고칠 수만 있다면 나는 기꺼이 그를 찾을 것이다.』

어느날 또 실지의라는 대신이,

『대왕, 요사이 안색이 좋지 않아 보입니다. 마치 왕위를 잃은이 같이, 또는 마른 샘물같이, 연꽃이 없는 연못과 같이, 가지가 없는 나무와 같이, 파계승이 위덕이 없는 것 같이 보이는데, 도대체 대왕의 병환은 마음의 병환이십니까, 또는 육체의 병환입니까?』

『내 병은 마음과 몸의 두 가지 병이다. 아무런 허물이 없는 부왕을 죽이고 죄를 범했으니, 지자의 말대로 내세에는 지옥으로 가서 큰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내 병을 고칠 수 있는 명의는 없을 것이다.』

『대왕,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옛날 라마왕은 부왕을 죽이고 왕위에 올랐습니다. 그 밖에도 밧다이왕, 나고샤왕, 가다이왕, 비샤갸왕, 월광명왕, 일광명왕, 애왕, 지다닌왕 등 전부가 부왕을 죽이고 왕위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이들 여러 왕 누구 하나 지옥에 갔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습니다.

오늘날에도 비루리왕, 우다야왕, 아구샤왕, 소왕, 연화장을 전부다 부왕을 죽인 왕들입니다. 그러나 아직 누구하나도 괴로움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는 없습니다. 지옥이라든가, 아귀라든가, 천상계란 말을 하고는 있지만 누구하나 실제로 이것을 보았다는 사람은 없습니다. 남이 무슨 말을 해도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어떤 명의도 병을 고칠 수 없다」고 말씀하자면 지금 현재 바라문으로 아기다시샤 긴바라라고 하는 대사가 있는데, 그는 금도 흙도 다 평등하며 하등 구별이 있지 않다. 칼로 왼편 옆구리를 자르는 자도 바른편 옆구리에 전단을 자르는 자도, 이 두사람의 마음에 다름은 없다.

원한이라든 친밀이라든, 별로 다른 것은 없다. 한 마을 한 나라 한 성의 백성을 다 죽이더라도, 혹은 생명을 가진 모든 만물을 다 죽이더라도, 혹은 갠지스랑 이북의 사람들을 다 죽인다 하더라도 죄나 복이 되짖 않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왕께 그를 찾으면 병환은 곧 완케될 것입니다.

『그런가, 그렇다면 나는 기꺼이 그를 찾겠다.』

또 어느날 길덕이란 대신이 왕에게 와서,

『대왕께서 안색이 좋지 않습니다. 마치 대낮의 등불과 같습니다. 그보다 오리려 대낮의 달과 같고, 국위를 잃은 국이를 잃은 군주 같기도 하며, 도는 거칠은 흙과 같이 보입니다. 대왕, 현재 온 나라는 평화를 누리고 있으며, 대왕에 대항하는 자는 하나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깊은 근심에 싸인 까닭은 무엇입니까.

도대체 대왕의 병환은 신체적인 병환입니까. 또는 마음의 병환입니까. 대왕께서는 이제 다년의 숙원이 성취되어 마가다 국왕의 왕위에 오르시고, 선왕의 보배와 재산을 그대로 계승하시어 편안히 지내시리라 생각이 드는데, 어찌하여 이와 같이 의기가 소침하십니까. 거기에는 무슨 까닭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깊은 근심에 젖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예를 든다면, 우둔한 자가 칼 끝에 붙은 맛있는 음식에 눈이 어두워서 칼을 잃는 것같이, 또는 독물을 먹고 태평하게 있는 것과 같다. 도는 풀을 뜯는 사슴이 깊은 함정을 못 보듯이, 혹은 쥐가 먹을 것에 눈이 어두워 고양이나 너구리가 가까이 오는 것도 모르듯이, 나도 현재의 향락에 눈이 어두워 미래의 고통의 과보는 보지 못했다. 이전에 지자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하루에 삼백번 창으로 얻어맞더라도 부모에 대해서 악의를 품의면 안된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자비심 많은 부친을 죽였으니 지옥의 길은 면할 수 없다. 어찌 마음이 괴롭지 않겠는가.』

『대왕, 누가 대왕에게 지옥이 있다는 따위의 이야기를 했는지 모르지만, 그것은 소위 지자들의 머리에서 만든 것이고, 사실 그런 것이 있을리가 만무합니다. 지옥의 옥이라는 것은 깨뜨리는 것을 뜻하는 것이며, 땅을 깨뜨리는 것은 죄의 과보가 없다는 것을 의미해서 지옥이라하는 것입니다. 또 지는 사람, 옥은 하늘을 뜻하는 것이므로 부친을 해치는 사람은 하늘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입니다.

또 지라함은 수명을 말하고, 옥이라 함은 길다는 뜻이므로 살생을 한 사람은 수명이 길다는 것입니다. 대왕, 지옥이라 함은 이와 같이 여러 가지 뜻이 있으며, 지옥이라는 곳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대왕, 보리씨를 심으면 보리를 거두고, 벼를 심으면 벼를 타작하듯이, 사람을 죽이면 사람을 얻는 것입니다. 대왕, 불이 나무를 태워도 불에는 죄가 없습니다.

도끼로 나무를 베어도 도끼에는 죄가 없습니다. 낫으로 풀을 베어도 낫에는 죄가 없습니다. 칼로 사람을 베어도 칼에는 죄가 없습니다. 또 독이 사람을 죽여도 독에는 죄가 없습니다. 따라서 사람이 사람을 죽일 때만 사람에게 죄가 있다는 것은 도리에 맞지 않습니다. 조금 전에 대왕의 병환을 고칠 수 있는 명의가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것은 틀린 판단입니다.

현재 왕사성에 가라구다가센엔이란 대사는 과거, 현재, 미래삼세를 순식간에 내다 보며, 또 순식간에 헤아릴 수 없이 광대한 세계를 볼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겐지스강이 모든 부정을 씻듯이 그는 모든 죄악을 씻어줄 것입니다.

그는 제자들에게 말하기를 「만약 사람이 생명있는 모든, 생명을 다 죽이더라도 마음에 꺼리는 일이 없으면 죄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지옥에 떨어질 염려도 업을 것이다. 모든 생물은 자재천(自在天)이 말들었으므로 자재천이 좋아하면 모든 것이 안락하고, 자재천이 노하면 이 세상의 모든 것이 고통을 받는 것이다.

따라서 생명을 가진 이 세상의 모든 것의 죄와 복은 전부가 자재천의 뜻에 좌우되는 것이며, 사람에게 죄나 복이 있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면, 목수가 나무를 깍아 여러 가지 형태의 물건을 만들 듯이,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자재천이 마음대로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사람의 행동에 있어서도 「사람 자체에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재천에 책임이 있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대왕께서 그를 만나시면 모든 죄업은 다 소멸될 것입니다.』

『아, 그런가. 그렇다면, 기꺼이 그에게 귀의하겠다.

또 무소외(無所畏)라는 대신이,

『대왕, 이 세상에는 우둔한 자가 있어, 하루에, 백희백수(百喜百愁), 백면백침(百眠百寢), 백경백이(百驚百異)하고 있는데, 지인은 결코 그런 일은 안합니다. 그러나 대왕의 모습을 보니, 깊은 근심에 싸여 있는 것같이 보입니다.

동행을 잃은 나그네 같이, 수렁에 빠져 나오지 못하는 사람과 같이, 파선되어 헤쳐 나오지 못하는 사람과 같이 보입니다. 대왕, 병환은 육체의 병환이십니까. 마음의 병환이십니까.』

『내 병은 심신의 병이다. 나쁜 친구를 가까이 해서 죄 없는 선왕을 죽였으니, 틀림 없이 지옥행이다. 아무리 명의라 할지라도 내 병은 못 고친다.』

『대왕, 그런 일이라면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왕족이 국가를 위해 사람을 죽이더라도 그것은 결코 죄가 되지는 않습니다. 선왕께서는 중들에게는 잘 공경했지만, 바라문들에게는 냉담하셨습니다.

이와 같이 평등치 않은 마음은 왕족이라 할 수 없습니다.

대왕은 바라문을 공양하기 위해서 선왕을 해치신 것입니다. 따라서 죄가 되지 않습니다. 대왕, 살해라는 것은 수명을 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수명이란 기후이므로 살해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아무런 걱정을 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또한 어떤 명의도 심신의 병환을 고칠 수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현재 왕사성에 니켄니아디시라 하는 대사가 있는데, 그는 자비와 총명의 소유자로서 항상 수도에 정진하고 있습니다. 그는 제자에게 말하기를 「보시 없고, 선 없고, 부모도 없다. 현세도 없으며 후세도 없다. 아라한도 없거니와 수도도 없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지금부터 팔만겁이란 오랜 세월이 지나면 유죄와 무조의 구별도 없고 전부 생사의 세계에서 나올 수가 있다.

아욕달지(阿褥地)로부터 흘러 나오는 신두(辛頭), 갠지스강, 박차(博叉), 사타(蛇 )의 사대 강은 결국 대해에 흘러 들어가, 결국 차별이 없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일체 중생도 세속의 번뇌에서 벗어날 때는 아무런 차별이 없는 것이다.」라고 설법하고 있습니다.

대왕께서 친히 대사를 찾아가신다면 심신의 병이 다 소멸될 것입니다.

『그런가. 내 병을 고쳐주는 대사가 있다면 나는 기꺼이 그를 찾아가겠다.』

또 당시 인도에 기바라는 명의가 있었다. 그는 어느 날 궁중으로 들어가 왕에게,

『대왕, 잘 주무십니까?』

라고 묻자, 아사세왕은 게로써 답했다.

『영원히 번뇌를 끊고,

마음도 몸도 깨끗하고,

이 세상의 삶을 탐하지 않으면,

편안한 잠을 이룩하리라.

심오한 의를 설법하면 진정한 바라문,

그러면 잠은 편안하리,

몸에는 악업이 끊기고,

입의 화근은 없어지고,

마음의 의혹이 없으면,

편안한 잠을 얻으리로다.

심신 다 함께 고뇌 없이,

고요한 침상에 머무르면서,

무상의 낙을 얻는다면,

편안한 잠을 얻으리로다.

마음의 집착을 씻어 없애고,

원한이나 원수를 멀리하고,

화합하고 싸움이 없으면,

편안한 잠을 얻을 수 있으리.

악한 업일랑 짓지 말고,

마음에 꺼릴 것이 없으면,

인과(因果)에 믿음을 둔다면,

편안한 잠을 이룰 수 있으리.

부모를 공경하여 부양하고,

해를 끼치시지 않고 효도를 하고,

남의 물건을 탐내지 않는 자는,

편안한 잠을 이룰 수 있으리.

몸과 마음이 다같이 고르고,

좋은 벗과 사귀면서,

사마(四魔)를 깨뜨리는 자라면,

편안한 잠을 얻을 수 있으리,

기함도 불길함도 괴로움도 즐거움도,

마음에 두지 않고,

여러 사람들을 위해서 꾸준히,

생사의 바다에 헤매면서,

가르침을 위하여 힘쓰는 자는,

편안한 잠을 이룰 수 있으리.

편안히 잠자는 그 사람을,

부처님이라고 부를 수 있으리.

세속에 얽매이지 않고,

몸과 마음이 영원히 흔들리지 않아,

편안한 잠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은,

이야말로 자비자(慈悲者)이니라.

모든 부처님과 자비자야말로,

불도에 몸을 바쳐 정진하고,

생명을 가진 모든 것에,

차별 없이 평등을 베푸느니라.

미혹의 어둠에 갇혀서,

번뇌의 과보를 보지 못하는 자,

항상 악업을 짓는 자는,

편안한 잠을 이루지 못하리,

자기 자신을 위해서,

또 남을 위해서 악업을

짓고 또 짓는 자는,

편안한 잠을 얻지 못하리.

이 세상의 낙 그 낙을 위해서

아비를 죽이고도 거리끼지 않고,

죄악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그 사람은

편안한 잠을 이루지 못하리.

절도에 넘은 폭식이나,

도를 넘는 폭음은,

급기야 병고에 시달리고,

편안한 잠을 이루지 못하리.

마음속의 허물을 품으면서

남의 부녀에 부정한

마음을 품는 일,

편안한 잠을 이루지 못하리.

자기의 분수와 계율을 지키지 않고,

왕위를 탐내는 왕자나,

남의 재물을 탐내는 사람은,

편안한 잠을 얻지 못하리.』

게를 끝내자 왕은 계속 말을 이었다.

『기바여, 내 병은 심히 중하다. 어떠한 명의도 묘약도 결코 고칠 수 없을 정도의 중병이다. 이제 새삼스럽게 말할 필요는 없지만, 우리 부친은 법에 따라 나라를 다스렸고, 아무런 과실과 결점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나의 영달에 눈이 어두워서 해를 끼쳤던 것이다.

고기가 육지에서 무슨 낙이 있으랴, 사슴이 함정에 빠져서 좋아할 일이 없다. 나는 언젠가, 지자로부터, 심신이 깨끗지 못한 자는 지옥에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내가 한일이 이와 같으니, 어찌 안심하고 잠을 잘 수 있으랴. 어서 나를 위하여 좋은 방법을 써서 내 병을 고쳐 줄 수 없겠는가.』

『대왕, 대왕이 만드신 죄는 천지가 용서할 수 없는 대죄이지만, 이미 속죄를 하시고 과거를 뉘우치고 계십니다. 대왕, 제불 세존은 항상 말씀하시기를 많은 사람들이 구제되는 두 가지 선한 법이 있으니, 그것의 하나는 참(慙)이고, 또 하나는 괴(傀)다. 참이란 스스로 죄를 만들지 않는다는 뜻이고, 괴는 다른 사람을 가르쳐서 죄를 만들게 하지 않는 것이다.

또, 참이란 사람에게 부끄러운 것이고, 괴는 하늘에 부끄러운 것이며, 이 참괴 없는 자는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 그것은 짐승이다. 사람은 하늘에는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부모 스승을 공경하고, 참괴가 있으므로 부모, 형제, 자매의 순서가 있다고 설법하고 있습니다. 대왕, 대왕께서는 현재 깊은 참괴의 마음이 표현되고 있습니다.

부처님 말씀에 의하면 지자에는 두가지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악한 일을 안하는 사람이고, 또 하나는 악한 일을 했어도 곧 참괴하는 사람입니다. 어리석은 자에도 두 종류가 있다 합니다. 즉, 죄업을 만드는 자와 죄업을 감추는 자라합니다. 처음에는 죄를 짓는다 하더라도 후에 참괴하고, 두 번 다시 죄를 범치 않는 자는 마치 탁한 물에 맑은 구슬을 넣으면 맑은 구슬의 힘으로 물이 맑아지는 것 같이, 구름이 걷히면 명월이 나타나는 것같이, 악한 일도 참괴하면 죄는 없어지고 처음과 같이 깨끗해지는 것입니다.

대왕, 부에 두 종류가 있습니다. 코끼리나 말과 같은 가축과, 금은 주옥과 같은 보물이 그것들입니다. 그러나 코끼리나 말이 아무리 많다 하더라도, 주옥 한 개만 못합니다. 대왕, 많은 사람들에 있어서도 다 같습니다. 악부(惡富)와 선부(善富)가 있는 것입니다. 많은 악업도 하나의 선업에 따르지 못하는 것입니다.

부처님 말씀에 의하면 하나의 선심은 백가지의 악을 깨뜨린다 했습니다. 대왕, 적은 금강의 힘으로 수미산을 깨뜨릴 수 있는 것과 같이, 또는 얼마 안되는 불로 이 세상의 모든 것을 태워 버리듯이, 또는 아주 독약이 사람을 죽이듯이, 소선도 대악을 깰 수가 있습니다. 또 부처님 말씀에 의하면 지혜있는 자는 죄악을 감추지 않고 오직 참괴, 참회한다 했습니다. 대왕은 인과를 믿으시고 응보에 대해서도 깊은 이해를 가지고 계십니다.

그렇다면, 과거의 악업에 대해서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문둥병 환자에 대해서는 아무리 명의라 할지라도 손을 못 쓰는 것과 같이, 어디까지나 악행을 감추고 참괴하지 않는 자는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 부처님의 도를 헐뜯고, 인과의 도를 믿지 않는 불쌍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따라서 그들은 인과를 안 믿고, 참괴치 않고, 죄악의 보답을 믿지 않고, 내세에 대해서 아무런 생각이 없고, 좋은 친구와 사귀지 않고, 부처님의 가르침이나 계율을 무시하고 있으므로 부처님 자신도 그들을 구할 수는 없습니다. 죽은 사람은 아무리 명의라 하더라도 살릴 수 없듯이, 부처님 자신도 그들에게는 손을 쓸 수는 없습니다. 대왕, 대왕은 그들과 같지 않습니다. 다라서 결코 구제를 못받지는 않습니다. 대왕께서는 대왕의 병을 고칠 수 있는 자는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지 않습니다.

가비라 성의 죠본왕의 아들 싯다르타 태자(석가가 왕자로 있을 때의 이름)는 스승 없이 혼자서 불도의 깨달음을 얻고, 정반 대자대비를 베풀어 생명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고, 때에 따라 설법하고, 때를 얻지 못하면 한마디 말도 안하고, 많은 사람들을 번뇌에서 구하고자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의 지혜는 수미산과 같이 크고 깊이는 대해와 같습니다.

이 부처님의 깊고 견고한 지혜는 생명이 있는 모든 만물의 죄악을 깨뜨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구시나 성의 사라쌍수 사이에 계시고, 수많은 보살을 위해 여러 가지 설법을 하고 계십니다. 대왕께서 일차 만나 보시면 모든 중죄도 다 소멸될 것입니다.』

기바는 말을 계속하고, 특히 부처님의 자비와 구제의 힘에 대해서 많은 예를 들었다.

제석천이 죽을 때에 다섯 가지 죽음의 표시를 나타내었다.

즉, ①의복이 때에 절었고, ②머리 위 꽃이 시들고, ③몸이 더러운 악취를 풍기고, ④겨드랑이 밑에서 땀이 흐르고, ⑤자리가 안정치 않았던 것이다.

이 다섯 가지 죽을상은 부처님 외는 고치지 못하는 것을 제석천은 알고 있었다. 이때 신하인 반사시라는 사람이 이 다섯 가지 죽을상에 고민하고 있는 제석천에 진언했다.

『제석이시여, 악신(樂神)인 건달바(乾達婆) 왕에 수발다라는 딸이 있었습니다. 만일 이 미인을 나에게 주신다면, 나는 대왕에게 다섯 가지 죽을상을 없애는 방법을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제석천은 이 말을 듣고 매우 기뻐서,

『반사시, 비마실다 아수라왕에 사시라는 딸이 있는데, 만약 당신이 다섯 가지 나의 죽을상을 고치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면, 그녀를 줄 수도 있다. 그러니, 수발다는 문제가 없다.』

라고 하자, 반사시는,

『그러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석가모니라는 부처님이 현재 왕사성에 계시는데, 거기 가셔서 가르침을 받으시면 반드시 다섯 가지 죽을상은 없어질 것입니다.』

『그런가, 만약 부처님이 내 다섯 가지 죽을상만 없애 준다면 찾아가겠다.』

제석천은 마침내 왕사성의 영추산으로 향했다. 그는 석가를 만나 배알하고,

『세존, 천인 중에서 결박을 짓고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하고 가르침을 청하였다.

『제석이여, 그것은 빈(貧), 탐(貪), 질투(嫉妬)라는 것이다.』

『그 무자비한 간탐이나 우월자를 증오하는 감정은 어디서 나오는 것입니까.』

『그것은 무명(無明)이라고 말하고, 불도를 깨닫지 못하는 상태에서 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무명은 무엇에서 생기는 것입니까?』

『그것은 방일(放逸)이라 하여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는 데서 오는 것이다.』

『그 방일은 어디서 오는 것입니까?』

『그것은 모든 사물을 정도가 아니고 거꾸로 생각하는 전도(轉倒)에서 오는 것이다.』

『그 전도라는 것은 어디서 오는 것입니까?』

『그것은 의심하는 마음에서 오는 것이다.』

『세존, 전도는 의심에서 생긴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것은 사실입니다. 나는 의심이 많습니다. 의심에서 전도가 생겨, 세존이 아닌 자를 세존으로 생각할 때도 있습니다. 나는 지금 세존을 뵙고 처음으로 의심을 풀 수 있었습니다. 의심이 없으니 전도도 없고, 전도가 없으니 간탐도 질투도 없습니다.』

『제석, 당신은 간탐, 질투의 마음이 없다고 하나, 그러나 오래 살겠다고 수명을 원하는 모순이 있지 않은가. 탐욕이 없는 자는 수명에 대한 욕구를 가질 리가 없다.』

『세존, 나는 장수를 구하고 있지 않습니다. 내가 구하고 있는 것은 육체의 목숨이 아니라, 부처님의 지혜입니다.』

그리하여 부처님은,

『제석, 당신이 구하는 불신과 부처님의 지혜는 미래의 세계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이다.』

라고 타일렀다.

이부처님의 설법을 듣자, 제석천의 다섯 가지 죽을상은 그 자리에서 소멸되었다. 제석은 다시 부처님에게 세 번 돌아서 합장 예배하고,

『세존, 나는 이제 죽었다 다시 태어난 것입니다. 세존의 덕택으로 목숨을 잃고 또 목숨을 얻은 것입니다. 이것이 참된 갱생입니다. 그런데 이 세상 사람들은 어째서 자기들의 수명을 손상시키고 있습니까?』

『제석, 그것은 싸움에서 오는 것이다. 사람들이 서로 화하고 공경하면, 연수장명은 문제가 없는 것이다.』

『세존, 싸움이라 말씀하셨는데, 나는 오늘 이때까지 그것을 생각치 못했습니다. 나는 이제부터 단연 아수라와의 싸움을 중지하겠습니다.』

『아, 참으로 좋은 것을 깨달았다. 모욕, 고민, 박해를 참는 것이 부처의 가르침을 얻어 극락으로 가서 다시 태어나는 인연이라는 것은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대왕, 부처님은 이와 같이 여러 가지 죽을상을 제거하실 수 있기 때문에 부처님을 불가사의라고도 말하는 것입니다. 대왕의 과거의 악업도 부처님은 반드시 제거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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