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로서의 길을 지켜라
석존께서 사밧티국에 계셨을 때의 일이다.
슈닷타라는 전 인도에서 첫째가는 큰 부자가 있었다. 그는 사랑하는 아들을 위하여 어느 귀족의 딸과 결혼을 시겠다. 그 귀족 딸의 이름은 교쿠야라고 하였으며, 그 용모의 아름다움은 이 세상에 둘도 없는 선녀같은 미인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자기의 미모를 자랑한 나머지, 교만하기 이를데가 없었다. 며느리라는 입장도 아랑곳 없이 시부모의 말도 안듣고 아내로서의 본분도 지키지 않고, 남편을 섬기지도 않았다.
귀족이라는 가문과 미인이라는 두 가지 조건 때문에 교쿠야를 며느리로 삼은 슈닷타의 가족들은 교쿠야의 교만한 태도에 새삼 놀라고 있었다. 모처럼 며느리로 맞아들여서 한 가족이 된 교쿠야의 자만심을 그대로 놔두면 더욱 교만해져서 마침내는 겉잡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어떻게든 교쿠야의 교만한 마음을 고쳐야겠다고 가족들은 모이면 의논을 하였지만, 시부모의 말도 안듣는 교쿠야였으므로 다른 사람의 충고 따위는 소귀에 경읽기였다. 그러므로 교쿠야를 며느리로 데려온 슈닷타의 집안은 크나 큰 걱정거리가 하나 생겨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가족들은 당시 석존께서 기원정사에 계시면서 설법을 하고 계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므로,<석존이시라면 반드시 교쿠야를 교화시켜서 저 교만한 마음을 올바른 길로 인도해 주실 것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가족들은 서로 의논한 결과 석존께 부탁의 말씀을 올리기로 하였다. 즉시 공양드릴 물건을 마련하고, 석존을 자택으로 초대해 모시도록 하였다.
석존께서는 슈닷타의 청을 승락하시어 여러 제자를 거느리고 슈닷타의 집으로 왕림하셨다. 슈닷타의 집에서 주인부터 하인에 이르기까지 모두 문전에 나와서 공손히 석존을 영접하였다. 그러나 교쿠야만은 홀로 자기 방에 있으면서 영접을 하려하지 않았다.
그 때 석존께서는 당신의 몸에서 자마금색(紫磨金色)의 대 광명을 발산하여서 교쿠야의 방을 비추시며, 삼십이상(三十二相) 팔십종호(八十種好)의 절묘하신 모습을 나타내시었다. 부처님이 비추시는 광명과 그 모습을 우러러 본 교만한 교쿠야는 너무나도 거룩함에 자기도 모르게 방을 뛰쳐나와 석존 앞에 무릎을 꿇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예배를 올렸다.
교쿠야가 경배하는 모양을 보신 석존께서는,
『교쿠야, 마중을 나왔는가. 그대는 자기의 풍모가 아름답다고 자랑하면 안된다. 용모가 아름다운 것만으로는 참다운 미인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마음이 올바르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는 사람이 참된 미인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마음이 올바르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는 사람이 참된 미인인 것이다. 얼굴이 예쁜 것만을 자랑으로 생각해서 방자한 행동을 일삼는다면 후세에서는 비천한 집에 태어나서 남의 종노릇을 하게되는 것이므로 마음의 수양을 게을리하면 안되는 것이다.
하고 설교를 하시면서 다시 말씀을 이으셨다.
『그대는 여성에게 삼장십악(三障十惡)이라는 것이 있음을 알고 있는가?』
『부끄러운 일입니다만 전연 모릅니다. 삼장십악이라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교쿠야는 석존께 가르침을 빌었다.
『모른다면 이야기해 주겠다. 삼장이라는 것은, 하나는, 여자는 어릴 적에 부모에게 가로막히고,
둘은, 시집을 가면 남편에게 가로막히고, 셋은, 늙어서는 자식에게 가로막히는 것을 말함이다.
또 십악이라는 것은,
하나는, 여아가 태어나면 부모가 기뻐하지 않는다는 것.
둘은, 여자는 부모가 공들여 양육한 보람이 없다는 것.
셋은, 딸을 출가(出嫁)시키는데 부모는 무던히 걱정을 한다는 것.
넷은, 부인은 항상 그 마음이 사람을 두려워하게 한다는 것.
다섯은, 낳아준 부모와 생이별을 한다는 것.
여섯은, 나이가 차면 다른 집으로 시집을 가야 한다는 것.
일곱은, 임신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
여덟은, 아기를 분만(分娩)해야 한다는 것.
아홉은, 항상 남편에게 마음을 써야 한다는 것.
열은, 여자는 자유가 주어지지 않다는 것.
이상 열 가지는 어떤 여자도 본래 가지고 있는 특성으로서 여자의 공통적 결함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해 할 수 있겠는가?』
석존께서는 간곡히 설법하시었다. 석존의 말씀으로 비로소 여성의 삼장십악이라는 것을 알게 된 교쿠야는 마음이 떨리는 두려움을 느끼며 석존께 다시 간청을 하였다.
『부처님, 부디 저에게 여성으로서 마땅히 가야 할 길을 가르쳐 주십시오.』
석존께서는 교쿠야의 간청에 따라 다음과 같이 가르침을 내리시었다.
『부인이 행하여야 할 길이 다섯이 있다. 하나는 모부(母婦), 둘은 신부(臣婦), 셋은 매부(妹婦), 넷은 노비부(奴婢婦), 다섯은 부부(夫婦)인 것이다.
첫째의 모부라는 것은 남편을 사랑하기를 마치, 어머니가 갓난 아기를 사랑하듯이 함이고, 둘째의 신부라는 것은 신하가 왕에게 충성을 하듯 남편을 섬기는 것이고, 셋째의 매부라는 것은 남편을 섬김이 오빠에게 하듯 함이고, 넷째의 노비부라는 것은 남편에게 봉사하는 것이 노비가 주인을 섬기듯 함이고, 또 다섯째의 부부라는 것은 오랫동안 부모와 떨어져서 형태는 달라도 마음을 같이 해서 남편을 존경하며, 결코 교만한 마음을 먹지 말고 집의 안팎 일을 보살피며, 손님을 접대하고 모든 일에 정진해서 지아비의 이름을 빛나게 하는 것을 부부의 길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대도 이것을 명심하여 남편을 섬김이 좋을 것이다.
그리고 부인이 시부모와 남편을 섬김에 오선 삼악(五善三惡)이 있다. 모름지기 오선을 따르고 삼악을 버려야 하느니라.』
『고맙습니다. 그 오선이라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오선이라 함은,
하나는, 부인은 밤늦게 잠자리에 들며, 아침 일찍 일어나서 의복과 머리를 가다듬고 집안을 돌보며, 맛있는 음식은 우선 시부모와 남편에게 전함을 말하고,
둘은, 가재도구를 잘 챙겨서 잃어버리는 일이 없도록 함을 말하고,
셋은, 말을 조심하여 화를 내지 않도록 함을 말하고,
넷은, 항상 자신을 반성하여 부족한 것을 두려워 해야 함을 말하고,
다섯은, 일편단심으로 시부모나 남편을 섬겨서 가명을 높이고, 친척들을 즐겁게 하고, 사람들로부터 칭송을 받도록 함을 부인의 오선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해도 저물기 전에 침실에 들어가서 잠을 자고, 해가 높이 떠도 일어나지 않고, 남편이 책망을 하면 오히려 이를 싫어하는 소행은 부도에 어긋난 나쁜 일이다. 또 맛있는 음식은 자기가 먼저 먹고, 맛없는 것은 시부모와 남편에게 주고, 남편 이외의 남자에게 마음을 두는 것도 나쁜 일이다. 그리고 경제생활을 염두에 두지 않고, 놀러다니고 동시에 다른 사람의 장단점을 파고들고 비난하면서 입을 함부로 놀리고 늘 시비걸기를 좋아하고, 마침내는 친족들에게 미움을 사고, 사람들로부터 보잘것없는 못쓸 여자로 보이게 되는 것도 부도에 어긋난 일로서 이것들을 삼악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교쿠야는 지금까지의 자기 행실의 그릇됨을 뼈저리게 느껴 두렵기도 하고, 창피해서 얼굴을 붉히며, 그저 묵묵히 엎드려 있을 뿐이었다.
『교쿠야, 오선을 행하는 부인은 존경을 받으며, 세상의 명예를 지닐 뿐만 아니라, 일가 친척이 모두 그 영광을 나누어 갖게 되고 천신지신(天神地神)의 수호를 받아서 금세에서는 여러 가지 재화를 면할 수 있고, 내세에서는 하늘나라에 태어나서 칠보(七寶)로 꾸며진 훌륭한 궁전에서 하늘의 쾌락을 즐기게 되며 천상계(天上界)의 수명이 끝나서 다시 사람으로 태어날 때에는, 부귀 왕족으로 태어나며, 그 용모가 단정하여, 세상 사람으로부터 공경을 받는 응보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삼악을 행하는 부인은 늘 사람들의 증오에 대상이 되며, 현세에서는 편안감을 얻지 못하고 늘 악귀(惡鬼)와 여러 가지 재난으로 고통을 받고 악몽(惡夢)에 시달리거나 소원이 있어도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으며 많은 재액(災厄)이 그를 덮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세상의 생명이 다하면 악도(惡道)에 태어나서 한 없는 고통을 받으며 항상 지옥, 아귀(餓鬼), 축생(畜生)의 삼악도(三惡道)를 방황하는 악인악과(惡因惡果)가 오는 것이다.
교쿠야, 그대는 선량한 부인이 되기를 원하는가? 그렇지 않으면 악부(惡婦)가 돼서 삼악도의 고통을 받기를 원하는가?』
『부처님, 제발 저를 용서하여 주십시오. 저는 어리석은 탓으로 그와 같이 훌륭한 부도(婦道)가 있는 것을 몰랐습니다. 저는 시부모와 남편을 온순히 섬기지도 않았습니다. 지금 세존님의 가르치심에 의하여 오랜 동안의 마음의 어둠이 단번에 밝아졌습니다. 오늘날까지의 나쁜 마음을 지금부터 씻어버리고, 세존님의 가르치심을 따라 시부모와 남편을 잘 섬기겠습니다. 저는 이 생명이 끝날 때까지, 결코 먼저와 같은 교만한 마음을 안 먹겠습니다. 부디 지금까지의 저의 죄를 용서하여 주십시오.』
교쿠야는 눈물을 흘리면서 석존 앞에 참회했다.
『좋다, 좋다. 사람에겐 누구나 잘못이 있는 것이다. 자기의 죄과를 뉘우치고 올바른 길로 가는 사람이 가장 선량한 사람인 것이다. 그래도 앞으로는 근신(謹身)해서 부인의 귀감(龜鑑)이 되도록 하라. 잘 알았는가?』
마음의 어두움이 걷힌 교쿠야는 석존으로부터 십계(十戒)를 만들고 깨끗하고 열심한 불교의 신자가 되어 평화스러운 가정을 이끌어 나갔다고 한다.
<玉耶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