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마칼의 오달
석존께서 사위국의 기원정사(祇園精舍)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하실 때의 일이다.
그 당시 다마라국(國)의 성 밖 칠십리쯤 되는 곳에 한 정사가 있었다. 거기에는 오백명이나 되는 승려들이 상주하여 독경과 행도에 근면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 마카로라는 노승이 있었는데, 그는 날 때부터 천성이 우둔했기 때문에 동행의 오백여명이나 되는 승려들이 서로 교대해가며 가르쳤지만 수년이나 걸려도 한 게(偈)도 외울 수 없었다. 많은 승려들은 모두 그의 우둔함에 지쳐서 누구 한 사람 상대하는 자가 없었다. 모두 그를 못난이 또는 바보로 경멸하고 항상 청소당번만 그에게 시켰다.
어느 날 국왕이 이 정사의 승려들을 초빙하여 궁중에서 공양회를 마련한 일이 있었다. 그 마카로는 자신이 너무나 우둔해서 국왕의 공양회에 응할 자격이 없음을 비관했다.
『나는 어찌해서 이렇게 우둔한 인간으로 태어났을까? 아무리 오랜 세월을 수도해도 아직 한 게(偈)도 알지 못해서 사람들에게 수모나 당하고 부끄럽게 살고 있다. 이제 더 살아봐야 무슨 보람이 있담.』
이렇게 혼잣말을 하면서 비탄하던 나머지 새끼를 가지고 나와 뒷뜰의 큰 나무에 걸고 목을 매달아 죽으려 했다.
그때, 석존께서는 도안(道眼)을 지니시므로 멀리 이 마카로의 광경을 통찰하시게 되었다. 그리하여 곧장 반인신(伴人身)의 수신(樹神)으로 변화하시어 그 앞에 나타나시었다.
마카로에게 큰 소리로 꾸짖었다.
『이 어리석은 바보야, 지금 너는 무슨 짓을 하고 있느냐?』
마카로는 갑자기 들리는 큰 소리에 깜짝 놀라서 새끼줄을 들었던 손을 멈추고, 신에게 자세히 자신의 고통스런 사정을 고백했다.
수신(樹神)은 자상하고 친절히 그 마음가짐의 부당함을 설득했다.
『그런 바보짓은 하는 것이 아니다. 내 말을 자세히 들으라. 옛날 카샤파(迦葉)부처님 때에, 너는 삼장 사문(三藏沙門)이었는데 오백명이나 되는 제자를 거느린 높고 슬기로운 자였다. 그런데 너는 그때 자 신이 지혜가 있는 것을 기화로 만심(慢心)을 일으켜 많은 사람들을 경시하여 경의(經義)를 소홀히 하 고 별다른 훈회(訓誨)를 하지 않았다. 그 법문을 인색한 죄로 그는 오늘날까지 생생세세 태어날 때 마다 우치(愚痴), 암둔(闇鈍)한 자로 된 것이다. 이것이 모두 스스로 자초한 과보이므로 자책하는 생각을 지니고 정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그대는 자살하려고 엉뚱한 생각을 하니 참으로 비굴 한 짓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수신이 이와 같이 말을 마치자 신광이 거룩하고 찬란한 불신으로 현현했다. 그리고 어리석은 마카로를 위해 일게(一偈)를 설법해 주었다.
『스스로 그 몸을 사랑할진대,
삼가 지킬 바를 잃지 말지라.
밝게 앎을 희망하여 얻으려거든,
정(正)을 배워 잊지 말지라.
먼저 몸을 지킴을 제一로 하고,
언제나 스스로 배움에 힘쓰라.
꾸준히 힘쓰면 지혜를 얻으리니,
이윽고 사람에게 이로움을 주리라.
배움은 먼저 자신을 바르게하고,
연후에 사람들을 바로하리라.
자신을 닦아 지혜를 얻으면,
반드시 나아가 좋은 기틀이 되리라.
스스로 자신을 이롭히지 않으면,
어찌 타인이 이롭게 하랴.
마음이 바르고 몸이 바르면,
염원하는 바 어이 이루지 못하리.
본시 내가 이룩하는 죄복은,
뒤에 반드시 그 보를 받으리니,
악을 지어도 스스로 뉘우쳐 회개하면,
마침내 반드시 진실한 빛을 보리라.』
마카로는 석존께서 자기 목전에 현현하시어 빛을 발하시는 것을 우러러 뵈자 크게 기뻐했다. 그는 환희에 몸을 떨면서 석존의 발아래 머리를 조아렸다. 그리하여 마카로는 석존께서 설법하신 게문(偈文)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며 선정(禪定)에 들어갔다.
그의 우매함은 이로부터 깨끗이 사라졌다. 그는 홀연히 아라한의 오달을 얻을 수 있었다. 그는 스스로 과거세의 숙명을 통찰하게 되었으며, 삼장경(三藏經)의 일체를 마음속에 간파할 수 있게 되었다.
석존께서 마카로에게 말씀하셨다.
『마카로야, 빨리 법복을 입고, 바릿대를 들고 왕궁의 공양회에 열석하여라. 왕궁에 가거든 오백명의 승려들 중에 가장 상좌에 앉도록 하라. 그들 오백명의 대중은 너의 과거세에서 오백의 제자에 해당한 다. 너는 지금 곧 가서 그들 오백명의 무리를 위해 설법하여 이익을 주라. 그리고 또한』국왕을 위해 서 죄복의 인연을 명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아, 어서 빨리 출발하라.』
마카로는 석존의 재촉하심을 받아 약간 부끄러운 표정으로 일어섰다. 그러나 궁중에 가자 곧 당당히 활보하며 중인들의 상좌에 앉았다. 많은 사람들은 그가 보통 때와 다른 행동을 보고 웃었다.
『아니, 저 바보 마카로가 오늘은 또 어쩌자는 거야. 저게 웬일이지?』
마음속에 모두들 분노와 의아심이 범벅이된 감정을 안고도 국왕의 어전이라 아무도 말 못하고 잠자코 있었다.
왕은 스스로 손수 식사를 나누어 승려들에게 공양했다. 마카로는 국왕을 위해 설법을 했다. 그의 유창한 음성은 마치 흐르는 맑고 청정한 물소리처럼 낭낭했고 또한 도리와 법에 맞는 이론을 가지고 설법했기 때문에 좌중에 앉은 사람들은 모두 자신들의 밝지 못함을 부끄러이 여겨 회개했다. 이로써 그들은 모두 덕분에 아라한의 오달을 깨우칠 수 있었다.
또한 왕과 여러 신하들도 설명하되 통하지 않는 것이 없고, 해명하되 달하지 않는 것이 없는 마카로의 맑고 힘찬 설법을 듣고 모두 한결같이 수다원이란 신자가 얻는 오달을 얻게 되었다는 것이다.
<法句譬喩經第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