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도 니쿠다
석존께서 마카다국의 라자가하성 부근에 있는 라에츠기의 비하라산에 있는 칠엽굴(七葉窟-석존이 설법을 하시던 유적으로서 석존 입적 후, 가엽성자가 오백 명의 불제자를 소집한 곳)에서 천이백 오십 명의 제자와 함께 전심전념(傳心專念) 깊은 명상(冥想)에 잠겨서 수도에 수도를 쌓고 계셨을 때의 일이다.
그 당시 라자가하성에 산다나라는 한 사람의 거사(居士-속인으로서 불교의 법명을 가진 남자)가 있었다. 그는 매일같이 성밖에 계시는 석존을 찾아 뵙는 것이 일과의 하나가 되어 있었다.
어느 날, 그날도 석존을 뵈우려고 생각하고 문뜩 일광을 보니 그는 직감적으로 느꼈다.
<지금 가면 석존님에게 방해가 된다. 석존께서는 참선중(參禪中)이셔서 명상에 잠겨 계시다. 제자들도 함께 참선하고 있다. 그러나 오래간만에 본시뇨 숲에 들렸다가 천천히 나중에 가기로 하자.>
이 때 본신뇨에는 니쿠다라는 외도가 오백 명의 제자를 거느리고 토론을 하면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들은 한 곳에 모여서 목청을 높이며, 늘 하는 식으로 무익(無益)한 논변(論變)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들이 다루는 문제는 나라의 일, 전투무기(戰鬪武器)에 관한 일, 조야관민에(朝野官民)에 관한 일, 차마정원(車馬庭園)에 관한 일, 의식주와 여자에 관한 일, 해륙산물에 관한 일들이 중심과제였고 어느 것이나 그들 자신의 수양(修養) 자기완성(自己完成)이라는 문제와는 하등 관계가 없는 일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산다나 거사가 오래간만에 오는 것을 먼발치로 본 니쿠다 외도는 한참 토론을 하고 있는 외도들에게 의논을 중시할 것을 명령하고 일제히 묵상(默想)하는 자세를 취하도록 했다.
『모두들 조용히 하라. 지금 석존의 제자가 온다. 그는 출가하지 않은 제자 중에서는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다. 지금 이리로 오고 있으니까 정숙하게 하고 있지 않으면 비난을 받는다.』
니쿠다의 말을 들은 일동은 곧 물을 끼얹듯 조용해졌다. 그 때 산다나 거사는 외도의 집 문을 두들기며 말하였다.
『니쿠다, 나의 스승은 항상 한적(閑寂)한 곳을 좋아하시며 시끄러운 곳은 아주 싫어하신다. 그런데 자네들은 밤낮 여럿이 모여서 소리높이 토론만 하고 있다. 그리고 그 토론이라는 것도 아무 이익이 없는 내용을 가지고 논쟁만 하고 있다.』
『우리들이 토론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을 비난하지만 석가도 사람들과 토론할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석존이 대지혜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단 말인가? 자네 말을 들으면 석존은 늘 한적한 곳에서 홀로 있기를 좋아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마치 앞을 못보는 소가 풀을 뜯어 먹으면서 먼 곳에 있는 물건을 보려는 것과 같은 것이다.
자네의 스승이 아무리 대지혜자라 하더라도 사람이 없는 외딴 곳에서 혼자 있다면 아무 것도 손에 잡을 수 없을 것이다. 자네의 스승이 이곳에 온다면 장님 소라는 존칭(尊稱)을 드리겠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석인 석존을 꼼짝 못하게 해 주겠다. 활을 잘 쏘는 사람이 한 개의 화살로 짐승의 도피로(逃避路)를 막아버리듯이.』
칠엽궁 조용한 방에서 명상에 잠기고 계시던 석존은 신통력으로 외도와 거사가 주고 받는 말을 모두 들으시었다.
이윽고 명상에서 깨어나신 석존은 얼마 후 본시뇨 숲으로 발길을 옮기셨다.
니쿠다는 석존의 방문을 멀리서 보고 또 제자들에게 명령했다.
『너희들은 잠자코 조용히 하고 있어라. 지금 곧 석가가 이리로 올텐데, 아무도 일어서서 마중을 하거나 절을 해서는 안된다. 또 자리를 권해도 안된다. 그러면 석존은 할 수 없이 저 아랫쪽 빈자리에 앉을 것이다. 그 때 너희들은 이렇게 질문해라.』
『스님, 당신은 대체 어떠한 법을 써서 제자들을 교도하고 있읍니까?』
『이렇게 말이다. 알았지? 아까 말한 주의 사항을 잊어서는 안된다. 자 조용히 조용히.』
잠시후 석존께서는 본시뇨 숲에 당도하셨다. 그 때 니쿠타는 자신도 모르게 일어서더니 석존을 영접하는 것이었다.
『참 잘 오셨습니다. 찾아뵙지도 못하고 송구스럽습니다. 이제 건승하신 존안을 뵈오니 황송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무슨 특별한 볼 일이 계셔서 왕림하셨는지요? 하여튼 누추합니다만 여기 앉아 주십시요.』
석존께서는 외도가 권하는 상좌에 좌정하셨다.
그리고 시종 만면에 미소를 띄우시면서 심중으로는,
<어리석은 외도로다 제자들에게는 석가가 오더라도 서서 마중하지 말라, 말을 하지 말라, 자리를 권하지 말라고 해놓고는 자기는 언제 그랬더냐는 듯이 이게 무슨 일이람.>
하고 생각하시는 것이었다. 이것도 실은 석존의 위신력이 외도의 악심을 자연히 봉쇄(封鎖)해 버렸기 때문이다.
석존께서 자리에 앉으시니 산다나는 다시 한번 절을 하였다. 니쿠다 역시 석존께 정식으로 다시 한번 인사를 한 다음 질문의 화살을 던졌다.
『세존께서는 지금까지 어떠한 방법으로 제자들을 교도하고 계십니까?』
『어떠한 법이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불법이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다. 나는 불법을 가지고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 불법은 대단히 넓고 깊어서 도저히 그대들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니쿠다, 그대들의 도법에는 정(靜)도 있고 부정(不靜)도 있다. 나는 그것을 모두 풀이 할 수가 있는 것이다.』
니쿠다의 오백 명의 제자는 석존의 대답을 옆에서 듣고 우선 그 간단 명료한 응답(應答)에 감탄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더러들 속삭거리는 것이었다.
『용한데! 저 스님의 위세(威勢)나 신통력은 대단한 것이다. 질문의 핵심(核心)을 살짝 피해서 역습(逆襲)하는 솜씨는 매우 훌륭하지 않은가!』
니쿠다는 다시 질문하였다.
『세존님, 좀더 자세히 말씀하여 주십시요.』
『그렇다면 들려주겠다. 본래 그대의 수도는 모두가 저속하고 마음이 좁고 천한 것이었다. 옷을 벗고 알몸둥이로 있다던가, 직접 손바닥 위에 올려놓은 음식은 받지 않는다든가, 목발(木鉢)에 담은 음식은 받지 않는다던가, 임신부(姙娠婦)가 있는 집의 음식은 받지 않는다든가, 개가 문 옆에 있는 집의 음식은 받지 않는다든가, 파리가 많은 집의 음식은 받지 않는다든가, 그리고 고기는 안먹는다, 생선은 안먹는다, 술은 안마신다, 어떤 때는 하루에 한끼, 혹은 이틀에 한끼 또는 사흘, 나흘, 닷새, 엿새, 이렛만에 한 끼를 먹는다든가 또 때로는 나무의 열매를 먹기도 하고 곡식을 해치는 하구사를 먹기도 한다.
이 외에도 뜸물, 날쌀, 벼, 소똥, 사슴똥, 나무의 뿌리, 가지, 잎, 껍질 등을 먹을 것이다. 그리고 입는 것도 때로는 의복, 때로는 나무껍질, 혹은 풀, 혹은 사슴가죽 등 아무 것이나 몸에 걸친다. 그런가하면 공연히 머리를 길게 기르거나 털로 짠 것을 머리에 쓴다. 또 수련(修練)의 방법도 난잡(亂雜)하여서 어떤 자는 늘 손을 들고 있다. 어떤 자는 서서만 있다. 또 웅크리고 있는 자, 머리는 깎고 수염은 그대로 두는 자, 가시나무에 앉는 자, 나무 위에서 잠자는 자, 낮에 세 번 목욕하는 자가 있는가 하면 밤에 세 번 목욕하는 자도 있다. 이렇게 수없이 많은 수련을 하면서 자신의 몸을 괴롭히고 있지 않은가? 이러한 수련을 어떻게 고행(苦行)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어떤가?』
『물론 정법(淨法)입니다.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정법이라고 주장한다면 그렇다치고 그 정법에 있는 부정을 지적해 볼까?』
『정법에 부정이 있을 리가 없습니다. 만일 있다면 정법이 아닙니다. 그러나 굳이 정법속에 부정이 있다고 하신다면 들려 주십시요.』
『그렇다면 이야기 하겠다. 그들 고행자들이 자기의 수련은 공경과 존경을 받을 만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이것이 사도(邪道)가 아닌가? 또 고행자가 공양을 받게 되면 이에 집착하여 공양자로부터 떨어질 줄을 모른다.
그래서 결국 고(苦)에서 이탈할 수 없는 것은 사도가 아닌가? 또 고행자는 사람이 오는 것을 보면 점잖게 앉아서 참선을 하지만 사람이 안보면 몸을 함부로 갖는다. 이것도 사도가 아니겠는가?
그리고 그들은 정의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질문을 받아도 제대로 대답을 안한다. 스님이나 바라문에게 공양하는 것을 방해한다. 스님이나 바라문이 좀 색다른 것을 먹으면 힐책(詰責)을 한다.
고기같은 좋은 음식은 자기들끼리만 먹는다. 자기의 잘못은 숨기고 좋은 면만을 과장(誇張)하며 다른 사람의 결점은 어디까지나 파고든다. 살생(殺生), 도적질, 사음(邪淫), 욕설 망언(妄言), 질투(嫉妬), 사견(邪見)을 갖는다. 게을러서 명상에 잠기지도 않고 지혜도 저열해서 금수(禽獸)와 같다. 태도는 교만하고 신의가 없으며, 계율을 지키지 않고, 다른 사람의 충고는 받아 들이지를 않으며, 나쁜 사람끼리 모여서 좋지못한 행위만 일삼고 있다. 사람에게 노여움과 원한을 품고 남을 위할 줄 모른다.
자기만이 옳다고 주장하면서 남의 단점만 들추어 내려고 한다. 이것들이 다 사도가 아니고 무엇인가? 니쿠다, 이래도 그들 고행자가 청정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석존님, 그렇게 말씀을 하시면 부정합니다. 청정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그대의 법은 이와 같이 사도에 꽉 차 있지만 이번에는 그릇된 법 중에서 옳은 법을 지적해 볼까?』
『네 부탁합니다.』
『고행자가 자기의 수도는 공양과 존경을 받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이것은 고행무구법(苦行無垢法)이다. 이러한 이유로 먼저 말한 것들의 반대의 경우는 이 모든 고행을 그대로 청정리구법(淸淨離垢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니쿠다, 고행자가 스스로 살생을 끊고 사람들도 살생을 못하게 하고 자기가 도적질을 않고 남도 못하게 하며 자기 스스로 사음을 멀리하고 남도 사음하지 않도록 하고, 자기도 거짓말을 일체 하지 않아서 남도 거짓이 없게 하면서 자비심을 가지고 모든 것을 대하게 되면 그 수도는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 다시 한걸음 더 나아가 전세, 현세, 후세의 일을 알아서 과거에 있어서의 종족은 무엇, 성명은 무엇 음식은 무엇, 수명은 몇년이라는 것이 환하게 머리에 떠오르게 되면 고락선악의 인과 관계가 명확해지는 것이며, 다시 타인의 죽음과 죽은 후에 태어나는 곳을 정확히 알게 된다면 비로소 철저한 고행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니쿠다, 나는 이러한 법을 가지고 제자를 가르치고 있다. 또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수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니쿠다의 오백 명의 제자들은 귀를 세우고 경탄(驚嘆)해 마지않는 눈초리로 새삼스럽게 석존의 위대함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와 동시에 자기들의 스승인 니쿠다는 석존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때 산다나가 입을 열었다.
『니쿠다, 그대는 아까 「석존이 오시면 장님 소라고 말하겠다」고 핀잔을 하지 않았는가! 어째서 그렇게 말을 못하는가? 또 「한 마디로 석존을 침묵시키다. 명사수는 한 개의 화살로 짐승이 도망가는 길을 막는다.」고 하지 않았는가? 과연 그대의 한 마디로 석존님을 침묵시킬 수 있겠는가?』
『니쿠다, 정말 그렇게 말하였는가?』
『네, 분명히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대는 선배로부터 모든 부처님은 산중에 계시면서 정적(靜寂)한 곳을 좋아하신다는 것과 현재 나도 한적한 거처(居處)를 좋아한다는 것을 못들었는가? 모든 부처님의 불법은 소란(騷亂)한 곳에서 무익한 토론을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부처님은 깨달음의 길을 닦아서 스스로 득도하여 안락을 얻는 동시에 사람들도 안락을 얻게하며, 스스로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하는 동시에 사람들도 깨달음에 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니쿠다는 차츰 차츰 석존의 설법에 참뜻을 알게 되어 기쁨으로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꼈다. 그는 석존께 공손히 경배하며 부처님께 귀의할 뜻을 나타냈다.
『세존님, 과거에 저의 죄를 용서하여 주시고 이제부터는 세존님을 따를 것을 허락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그대의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귀의가 기쁘다. 그대는 내가 명예와 이익을 위하여 설법을 한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만일 나의 설법에 그런 것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을 모두 그대에게 주겠다. 나의 설법은 악을 멸하고 선을 모든 사람에게 심어주고 싶다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없는 것이다.』
석존께서는 차근 차근히 알아듣도록 올바른 길에 대하여 설법을 하시고 바른 신앙생활로 인도하셔서 설법은 언제 끝이 날지 몰랐다. 니쿠다는 물론 오백 명의 제자들은 모두 참되고 착한 마음으로 석존의 설법을 마음속 깊이 받아 들였다.
마왕 하즁은 니쿠다와 오백 명의 외도가 마음으로부터 부처님에게 귀의한 것을 대단히 노하여 오백 명의 외도가 사(邪)를 버리고 정도(正道)에 드는 것은 자기에게도 중대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외도의 신앙을 흐려뜨리려고 결심했다. 이러한 마왕의 힘으로 인하여 외도들의 불법에 대한 신념은 다시 흔들렸다. 이것을 알아차리신 석존은 산다나를 돌아보시고,
『오백 명의 외도들은 마음으로부터 나의 설법에 귀를 기울여 모처럼 신앙을 갖게 되었는데도 악마 하즁 때문에 다시 신앙심이 흐려지고 말았다. 오늘은 이쯤 돌아가려고 생각하니 모두 함께 돌아가도록 하자.』
석존은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오른 손을 내미시어 산다나를 손바닥에 올려 놓으시고 하늘 높이 솟아 올라 눈 깜짝할 사이에 칠엽굴로 돌아가셨다.
이 모양을 눈앞에 본 니쿠다와 오백 명의 제자들은 마왕의 유혹에서 깨어나서 마음으로부터 부처님께 귀의하였다고 한다.
<長阿含散陀郡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