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이 좋은 사나이

운이 좋은 사나이

석존께서 사밧티국의 기원정사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하고 계셨을 때의 일이다.

어느 곳에 대단히 음탕한 부인이 있었다. 그녀는 불의의 정욕에 사로잡힌 나머지 남편을 미워하며 어떻게든지 죽이려고 여러 가지로 궁리를 하고 있었다.

때마침 남편이 왕명으로 이웃 나라로 가게 되었는데 음부는 물실호기라고 회심의 미소를 짓고 독약을 남편 앞에 내 놓고 시치미를 떼고 이별의 눈물을 흘리면서,

『만리타국에 칙사로 떠나시니 얼마나 고생이 되시겠습니까? 제가 오백 개의 환희환(歡喜丸)이 라는 환약을 만들었습니다. 가지고 가셨다가 국경을 넘어서 굶주림과 피곤을 겪게 되시면 그때 이것을 잡수십시오.』

그는 아내의 따뜻한 정에 감격하면서 그것을 몸에 품고 길을 떠났다. 길을 재촉하여 국경을 넘었을 때, 하룻밤을 산속에서 보내게 되었다. 그는 맹수의 내습을 피하기 위하여 나무 위에서 자기로 하였는데 아내의 정성어린 환희환을 깜박 잊어버리고 밑에다 두었다. 그런데 그날 밤, 오백명의 도적 떼가 오백 마리의 말과 많은 보물을 훔쳐 가지고 그가 머물고 있는 나무 밑에 와서 휴식을 하게 되었다.

도적들은 모두 굶주리고 있었기 때문에 거기에 있던 환희환이 무서운 독약인 줄도 모르고 각각 한 개씩 먹어 버렸다.

물론 오백의 도적들은 한 사람 빼놓지 않고 모두 죽었다. 나무 위에서 공포에 떨며 하룻밤을 지새운 그는 날이 밝자 이 모양을 보고 하늘이 내려 주신 것이라고 크게 기뻐하며 가지고 있던 칼과 화살로 도적들의 시체에 상처를 내고 오백 마리의 말과 보물을 가지고 의기양양하게 발길을 옮겼다. 그 때 이웃 나라의 국왕은 도적의 뒤를 쫓아서 여러 부하를 거느리고 오고 있었는데 그는 도중에서 왕의 일행과 마주치게 되었다.

왕은 보지도 못한 사나이가 오백 마리의 말과 많은 보물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고 수상하게 생각하여 곧 심문하였다.

『너는 누구냐? 그 말들은 어디서 났느냐?』

『저는 이웃 나라 사람입니다. 지난 밤 산속에서 오백 명의 도적을 만났는데 전부 토벌해 버렸습니다. 도적들은 나무 밑에 나란히 죽어 있습니다. 저는 도적들을 해 치우고 이렇게 많은 말과 보물이 생겼으므로 이것을 임금님께 바치려고 왔습니다. 만약 저의 말을 못 믿으시겠다면 산속 나무 밑으로 가보셔서 제가 그들을 처치한 현장을 검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왕은 반신반의하며 신하를 시켜서 현장을 검증해 본 결과 과연 그의 말이 조금도 틀리지 않으므로 왕은 그를 영웅으로 대접하며 서울로 돌아가서 작록(爵綠)과 보물을 주고 높은 벼슬도 주었다. 그런데 왕의 구신(舊臣)들은 왕이 너무 그를 후하게 대접하는데 질투심을 품고 왕에게 불평을 호소했다.

『그는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이므로 심중을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런대도 과분한 대우를 해서 그 작록이 구신보다 더 함은 옳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이 말을 전해들은 그는 구신들에게 왕 앞에서 무술시합을 하자고 제의하였다. 구신들은 그가 앞서 오백 명의 도적들을 상대로 하여 티끌만한 상처도 안 입은 영웅이라고 믿고 있는지라 이 제의를 받고 몸과 입이 얼어붙고 말았다.

그 후, 이 나라의 광야에 도로를 파괴하고 사람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사자가 나타났는데 구신들은 서로 의논한 결과 그로 하여금 사자를 잡도록 왕에게 진언했다. 왕도 그의 무용을 믿고 있었으므로 즉시 여러 가지 무기를 주면서 사자를 잡아 오도록 명령하였다.

그는 왕명을 어길 수 없어서 드디어 마음을 굳게 먹고 사자가 있는 광야로 향하였다. 이윽고 나타난 무서운 사자는 그를 보더니 사납게 덤벼 들었다.

그는 너무나 무서워서 허겁지겁 옆에 있는 나무 위로 기어 올라갔다. 사자는 『어흥』하고 큰 입을 벌리고 한 입에 잡아먹을 기세였다. 나무 위에 있는 그는 무서움에 몸을 떨면서 가지고 있던 칼을 저도 모르게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 칼이 운 좋게도, 벌리고 있는 사자의 입 속으로 꽂혔기 때문에 그렇게 사납게 날뛰던 사자도 그 자리에 거꾸러지고 말았다. 나무 위에서 이젠 죽었다고 사시나무 떨 듯 떨고 있던 그는 사자가 죽은 것을 보고 용기백배하여 위풍 당당히 왕에게 퇴치의 복명을 하고 더욱 더욱 왕의 총애를 받았다고 한다.

<百喩經 第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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