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고행과 보살의 고행
석존께서 라자가하성의 영취산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하고 계셨을 때의 일이다.
어느 날 석존께서 미륵 보살(彌勒普薩)에게 다음과 같은 설법을 하시었다.
『보살은 이 세상에서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이 고뇌를 구제하기 위하여 자기의 신명(身命)을 아껴서는 안 된다. 가령, 한 사람에 장자(長者)가 여기 있다 하자. 그에게는 미남자이고 효성이 지극한 외아들이 있었다. 가정은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아무런 근심 걱정이 없어서 그야말로 뭐 하나 부족한 것이 없는 평화스러운 집안이었다.
이렇게 평화스러운 가정에 갑자기 큰 불행이 밀어 닥쳤다. 그것은 아무 죄도 없는 장자와 그의 처자, 일가친척, 심지어 하인들까지 모두 체포되어 감옥에 갇히고 장자의 재산은 전부 국왕이 몰수해 버린 것이다.
어느 날 죄 없는 장자 일족을 갑자기 투옥한 국왕은 장자를 불러 놓고,
『이 왕성에서 약 천리 되는 곳에 아무개의 성이 있다. 만약 네가 칠일 동안에 그 성에 도착하고 또, 칠일 동안에 이곳으로 돌아올 수 있다면, 너의 생명은 물론 처자와 일족을도 모두 석방하고 몰수한 재산도 돌려주고 다시 후한 상을 주겠다. 그러나 그렇지 못하면 너는 물론 처자, 일가족들까지도 모두 죽일 것이고 너의 재산은 나라에서 몰수할 테니 빨리 갔다 오너라.』
이렇게 엄명했다.
이 때, 그 장자는 자신을 사랑하고, 외아들을 사랑하고, 처자, 일족, 재산을 아끼는 마음으로 온갖 힘을 다하여 문자 그대로 불면불휴, 숨이 끊어 질 때까지 다리가 움직이는 한 걸어서 천리길을 왕복해서 칠일이란 기한 내에 돌아온 것과 같은 것이다.
이 장자의 근행 정진(勤行精進)은 자기의 신명을 사랑한 결과이다. 그렇지만, 보살의 근행 정진 이라는 것은 그러한 불순한 정신은 추호도 없고, 다만 「삶」을 가진 모든 사람에게 「깨달음」을 열어 주어, 생사유전(生死流轉)에서 구제해 주어야겠다는 대자비심, 연민의 거룩한 정신에서 출발하여 대원성취를 위하여 먹지 않고, 마시지 않고, 자지 않고, 쉬지 않고 정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장자의 근행 정진은 보살의 근행 정진에 비하면 백천억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大寶積經第八十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