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은 모두가 환상같다
석존께서 사밧티국의 기원정사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하고 계셨을 때의 일이다.
어느 곳에 마법사가 있었다. 그는 부처님을 신앙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어느 날 주암산(晝闇山)에 있는 여러 스님을 공양하려고 식사 자리를 마련한 다음, 치타라 나무로 아름다운 여인상(女人像)을 만들고 여러 스님 앞에서 그 여자를 끼어 안고 입을 맞추고 하면서 음란한 행동을 해 보였다.
이 광경을 본 스님들은 모두 노엽게 생각하며 말했다.
『이 파렴치(破廉恥)한 놈아, 사람들이 보는 데에서 그 따위 짓을 하다니! 너 같은 놈의 공양을 안받겠다.』
마법사는 스님들의 책망을 듣더니 이번에는 칼을 빼 들고 그 여자를 베어 죽였다. 양손과 양다리는 잘리 우고 눈은 도려내고 코도 잘리워서 보기에도 참혹한 난도질이었다.
이것을 본 스님들은 더욱 노여워했다.
『독약을 먹으면 먹었지 이런 악인의 공양은 받지 않는다.』
라고 제각기 욕을 퍼 부었다. 마법사는 스님들의 욕설을 들으면서도 조용히 의젓하게 말했다.
『당신네들은 제가 음탕한 짓을 했다고 화를 내고 또 그 여자를 죽였다고 무척 책망을 하는데 대체 내가 어떻게 하면 여러 분을 공양할 수 있습니까?』
그의 말을 들은 스님들이 이렇다 저렇다 하고 각각 떠들어 댔다.
스님들의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마법사는 침착한 태도로 산산조각이 난 치타라 나무를 손에 들고 스님들에게 보이고 합장하면서 말했다.
『내가 아까 음탕한 흉내를 낸 것은 보시는 바와 같이 이 나무입니다. 죽이고 뭐고가 있을 리 없습니다. 나는 여러분들의 몸을 편안히 해 드리고 싶어서 음식을 공양하였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의 마음을 편안히 해 드리고 싶어서 환술(幻術)을 행한 것입니다. 나의 말을 귀담아 들어 주십시오.
세존 부처님은 경전(經典)에서 일체의 법(法)은 모두가 환상 같다고 가르치고 계십니다. 나는 이 부처님의 말씀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환화(幻化)를 행한 것입니다. 이런 환상에는 수명이란 것이 없습니다.
마법사는 능히 이런 것에 통달하여, 기관을 운전하고, 기거동작, 뒤돌아 보는 것, 걷는 것, 멈추는 것, 또는 이야기하며, 또는 웃기기도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이 몸은 진실무아(眞實無我)하다는 것을 아는 것입니다.』
마법사의 이러한 설법을 달은 스님들은 제법이 모두 환상 같은 것이라는 진리를 터득하게 되었다고 한다.
<大莊嚴論經 第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