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견수
석존께서 사밧티국의 기원정사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하고 걔셨을 때의 일이다.
어느 곳에 호견(好堅)이라는 나무가 있었다. 이 나무는 지상으로 나오기까지 백년이란 오랜 동안을 땅 속에 있으면서도 가지와 잎이 훌륭히 무성하고 시기를 보았다가 지상으로 모습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리고 일단 지상에 나오면 하루 동안에 천 자만한 거목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호견수 자신은 자기는 막 태어난 갓난아기라고 생각하여, 어디에 큰 나무가 있으면 그 나무를 의지하여 당분간은 스승이나 부모같이 섬기려고 여기저기를 훑어 보았지만 그 근처의 나무는 어느 것이나 작아서 도저히 몸을 의탁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지상의 나무에 깊이 실망을 하고 있었는데 산림의 신(神)이 나타나서 하는 말이,
『호견수여, 무엇을 그렇게 우울해 하고 있는가? 이 세상에 그대보다 더 큰 나무는 도대체 없는 것이다. 이 숲속의 모든 수목은 그대의 그늘 밑으로 들어가 버린다. 그대는 그만큼 큰 갓난아기인 것이다.』
부처님도 이와 같다. 무한한 긴 세월 동안 보살의 자리에 계시면서 충분한 수행(修行)의 공덕을 쌓고 이 세상에 나타나시어 잠시 동안 보리수(普리樹)밑 금강좌(金剛座)에 좌정(座定)하시고 일체 제법의 진상(眞相)에 통달하시어 「깨달음」을 여신 것이다.
그때 부처님은 스스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스승으로 모실만한 분은 없을까? 만약 계시다면 공양 공경(供養恭敬)을 다 하고 싶다.』
이것을 들은 대범천왕(大梵天王) 등의 제천(諸天)은,
『세존님, 세존님께서는 이 세상에서 가장 높으신 스승님이십니다. 세존님 이상으로 존귀한 분은 이 세상에는 안계십니다.』
이렇게 말씀을 올렸다.
부처님은 호견수이고 제천은 산림의 수목이다.
<大智度論 第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