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색가(好色家) 묘우꼬우왕(王) 대왕이 총애하는 세이꼬우

호색가(好色家) 묘우꼬우왕(王)대왕이 총애하는 세이꼬우

당시 이 온세이니 국(國)의 이웃에 캇샤라는 나라가 있었다.

해 왔으므로 왕은 드디어 죠우요우대신(죠우쵸우)에게 명해서 이 나라를 토벌할 계획을 세웠다.

죠우요우는 대군을 거느리고 쳐들어갔다. 곧 적국을 항복시키고 많은 보물을 획득했다. 야외에 주둔하여 곧 입성하려는 찰나였다. 묘우꼬우왕은 죠우요우의 승전과 개선을 보고 받고 매우 기뻐했다. 스스로 적국의 성내까지 가서 그를 환영했다.

그런데 죠우요우는 전신에 옴이 올라서 흉칙한 한 갓샤의 소녀를 체포해왔다.

『죠우요우, 우리 군병들 가운데 그 따위 옴 앓는 소녀와 동침한 자라도 있더란 말인가?』

『추잡한 잡병(雜兵)들은 이 소녀와 함께 자는 것을 좋아할 뿐 아니라 심지에 제 등에 올려놓고 마치 말처럼 기어다니는 자도 있다 하옵니다.』

『아무리 군중이 여색에 굶주렸기로 그와 같이 소녀를 안는다는 것이 있을 수 없다.』

『그러면 대왕께서 스스로 시험해 보시옵소서.』

그 뒤 죠우요으는 소녀가 앓는 옴을 양의에게 보여 치료했다. 병이 고쳐짐에 따라 소녀가 원하는 대로 의복과 식사를 주었다. 이 소녀의 얼굴 생김은 본시 매우 아름다웠었다. 옥을 갈은 듯이 나날이 아름답고 요염한 태도가 더 해갔다.

그리하여 죠우요우는 그에게 세이꼬우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세이꼬우야, 내가 근간 우리집에 대왕을 왕림케 할테니 그때 너는 되도록 아름답게 화장을 하고 대왕을 접대하도록 해라.』

『네, 알아 모셨습니다.』

어느날, 죠우요우는 왕궁에 참배했다. 대왕을 알현하고,

『대왕전하, 누추하오나 저희 집에 일차 왕림하시길 바랍니다.』

라고 여쭈어 보았다.

대왕은 쾌히 승낙하고 죠우요우의 집에 가기로 했다.

대왕과 죠우요우가 한창 이야기에 꽃을 피우고 있었다.

이때 세이꼬우는 장막 저쪽에서 공을 집어 던지고, 장막을 사르르 밀치며 고개를 갸웃이 내밀고 말했다.

『아버님, 제 공이 잘못되어 그리로 굴러갔어요.』

하면서 눈부시게 성장을 한 아름다운 매무새를 과시하는 듯 대왕 앞으로 나타났다.

『죄송하옵니다. 아무쪼록 용서하옵소서.』

죠우요우는 연실 대왕에게 사과하는 척 했다.

이때 대왕은 세상에도 드물게 보이는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에 심신이 황홀했다. 홀연히 그 본성대로 호색하는 마음이 싹트기 시작했다.

죠우요우가 사과하는 말 따위는 귀에 들리지도 않았다. 오직 실신한 듯이 그녀의 아름다운 용모에 홀려 바라보고만 있었다.

『저 소녀는 누구의 딸인가?』

『네, 변변치 못한 것이오나 제 여식이옵니다.』

『흠, 매우 아름답구나. 누구와 혼약이라도 했는가?』

『아니옵니다. 아직…….』

『나에게 주지 않으려는가?』

『네? 대왕전하의 마음에 드셨다면 언제라도 데려가소서.』

『그러면 고맙겠군.』

그날 대왕은 더 없이 만족한 마음으로 궁성에 돌아갔다.

죠우요우는 길일을 택해서 절차를 밟고 성대한 잔치를 베풀어 세이꼬우를 묘우꼬우왕의 후궁으로 들여보냈다.

새로운 것을 좇아 낡은 것을 버리는 것이 인간의 상정이다. 대왕도 또한 세이꼬우의 자색에 탐닉하여 다른 부인들은 돌보지 않게 되었다. 죠우요우가 대왕의 이러한 모습을 보고 세이꼬우가 마침내 대왕의 등을 타고 앉아 왕으로 하여금 말처럼 기어가게 할 것도 멀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런 어느 날이었다. 죠우요우는 세이꼬우에게 물었다.

『너는 대왕의 등을 타고 앉아 대왕으로 하여금 말처럼 기어다니게 할 수 있는가?』

『그것은 아직 잠시동안 제 기량에 맡겨두도록 해 주세요.』

그녀에겐 이미 무엇인가 내심 계획한 것이 있는 듯 이렇게 대답했다.

그리고 나서 며칠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그녀는 아름다운 영락(瓔珞)으로 장식한 화려한 의복을 벗고 때묻고 낡은 옷으로 바꿔 입었다. 그리고 허름하고 누추한 침상에 엎드려 있었다.

거기에 대왕이 와서 애첩의 이러한 남루한 모습을 보자,

『여보, 왜 이러는 거요?』

하고 의아해서 물었다.

그녀는 너무나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대왕전하, 저는 천벌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라고 대답하며 눈물을 흘렸다.

『아니 그대가 하늘의 노여움을 샀다니, 무슨 일로 그렇게 된 거요?』

『그것은 일찍이 제 아버지가 캇샤국(國)을 토벌했을 때, 저는 하늘을 향해 맹세했었습니다. 만약 제 아버지가 적국을 무찔러 항복 받고 개가를 홀리며 귀국했을 때는 저는 남편을 맞을 때 반드시 그 남 편의 등을 올라타고 말처럼 기어다니게 하겠습니다. 하고 진심으로 기원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오늘날 다행히 대왕의 은총을 일신에 받자옵고, 무엇 하나 부족한 것 없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오나 오직 그 맹세했던 숙원을 이루지 못하와 이토록 홀로 고민하고 있는 것입니다.』

『만약 그대의 원이 진실로 그러하다면, 그리 탄식할 것은 없느니라. 그 숙원을 내가 이루어주리라.』

『……』

『왜 그대는 잠자코 있는가. 또 그밖에 다른 기원이 있단 말인가?』

『별다른 기원은 없사오나 그 당시 이런 것도 마음으로 생각했었습니다. 말처럼 기어다니게 할 때는 바라문 대신으로 하여금 주문을 외우게 하고 악사들에게 비파(琵琶)를 타게 하겠다구 말입니다.』

『그것도 할 수 있지. 바라문 대신은 내 신하니까 용이한 일이고, 또 악사라 할지라도 왕명으로 시킨다 면 용이하게 얻을 수 있으리라. 너무 심려하지 말라.』

『대왕전하, 황공 감사하옵니다. 그러면 비파사를 찾도록 하옵지요.』

이때 켄다라국(國)에 한 상인(商人)이 있었다. 그는 많은 상품을 싣고 이 온세이니국에 장사하러 왔었다. 그러나 이 나라의 매음녀와 정이 통해 상품도 금전도 모두 그 매음녀의 색향에 빠져 날려 버렸다. 그리하여 이제는 맨 몸의 알거지가 되어 길거리를 흐르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돈이 있는 동안은 지극히 환대하던 창녀도 그에게 돈이 떨어지자 곧 매정하고 독살스런 여인으로 변했다.

『이것 보세요? 당신이 알다시피 나는 재산이라고는 없는 여자예요. 오죽해서 몸을 팔아 생활하겠어요? 당신이 재산이 있으면 가지고 와서 더 살겠거니와 그렇지 않으면 당장 내 집에서 나가줘요. 또 그 다음 손님을 맞아야 하잖아요?』

『나는 이제 너도 알다시피 빈털터리야. 그것도 애당초 너로 인해서 거지가 되었으니 너무 그렇게 매 정하게 굴지 말고 여기에 좀 있게 해다오?』

『그럼, 당신이 내맘대로 한다면 당분간 있게 하지요.』

『그래, 무슨 짓이라도 할게.』

그러나 그 매음녀는 애당초 그를 축출할 작정이었다. 그녀는 대변 위에 대추씨를 뿌려놓고

『그럼, 이 대추씨를 이빨로 물어 올려요.』

라고 모멸에 찬 눈으로 흘기며 말했다. 그녀의 사랑에 빠진 탓도 있고 또한 생활에 위협을 느낀 그는 너무나 억울했지만, 그것을 이빨로 물어 올렸다.

그러자 그녀는 발로 그 사나이의 허리와 등을 세게 걷어차며 소리쳤다.

『이 가난뱅이, 쓸개빠진 새끼. 어쩌면 그따위 추접스런 짓까지 해. 그따위 불결한 사내는 잠시도 볼 수 없어. 썩 여기서 나가, 나가지 못해…』

마침내 그 사나이는 쫓겨나고 말았다. 고혈을 빨아올린 뒤 이렇게 모욕하다니……. 그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지로 누르며 거리를 방황하게 되었다. 이 사나이는 일찍이 비파에 다소의 경험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반쯤 으스러진 비파를 퉁기며 온세이니 성(城)을 걸식하면서 전전하고 있었다.

『죠우요우, 그대의 딸 세이꼬우는 바라문 대신의 주문과 비파사의 탄주를 하늘에 기원했다고 하는데, 대신은 내 신하 중에 있거니와 비파사는어디에 있을까?』

왕은 세이꼬우의 농염한 자태에 매혹된 나머지 어느날 이렇게 그에게 물었다.

『있습니다. 켄다라국 사나이로서 비파를 잘 타기로 천하에 이름난 사람입니다. 그 자를 천으로 눈을 가리워 궁중으로 데려 오도록 하겠습니다.』

『음, 좋도록 하오.』

이렇게 명령한 왕은 다른 대신들과 더불어 일곱층 고루(高樓)에 올라가 있었다. 거기에 수건을 눈을 가린 비파사가 손을 이끌리며 죠우요우와 함께 고루에 올라왔다.

그때 세이꼬우는 순백색 의복을 입고, 대왕의 등에 올라탔다. 그러자 바라문 대신은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비파사는 이에 탄주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세이꼬우를 등에 태우고 기어가기 시작한 묘우꼬우 왕이 갑자기 「히힝」하고 말울음 소리를 냈다.

지금까지 눈을 가리워져서 열심히 탄주하던 비파사는 이 느닷없는 말 울음 소리에 깜짝 놀랐다.

『이 칠층이나 되는 높은 다락에 말이 있을 수 있는가. 여기엔 무슨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가. 아마도 내가 눈을 가리운 채 여인들에게 조롱을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이 미친 비파사는 갑자기 마음이 서글퍼졌다.

『부귀와 영화는 모두 여색(女色)의 바다로 흩어져가고 더러운 대추씨를 입에 물었던 서러운 행동에 비슷하구나.』

라고 비파사는 노래했다.

이 노래의 뜻을 이해할 수 없었던 대왕은 그것을 그에게 캐물었다. 비파사는 자신이 매음녀에게 홀려 그 색향에 탐닉했다가 보니 재산을 탕진하고 마침내 낙오한 인간이 된 쓰디쓴 경험을 말했다. 그러나 그는 대왕의 소행은 전연 알지 못했으므로 다만 자신의 과거에 색정에 빠졌던 오욕된 기억을 노래로 읊는데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대왕은,

『이 사나이는 아마도 내가 세이꼬우에게 현혹된 소행을 눈치채고 이렇게 노래하는 것이리라.』

라고 생각했다. 이 사나이를 그대로 여기에 두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 왕은 그에게 보수로서 오백금(五百金)을 주어 타국으로 추방해 버렸다.

대국의 군주로서 있을 수 없는 이 추태를 목격한 대신들은 왕의 어전에 나가 간언했다.

『대왕전하, 일국 일성(一城)의 대주이신 대왕께서 다만 일개 여성의 색향에 빠져 그것에 우롱되는 일 이 있어서는 아니 되옵니다. 군주는 모름지기 군주다운 성덕을 갖추어야 하오며 그것을 욕되게 할 수 는 없습니다. 대왕께옵서는 삼가 이에 고념하시기 바랍니다.』

대왕도 이런 충직한 간언에는 할 말이 없었다. 그러나 그녀의 미모에 깊이 빠져버린 대왕은 이 간언에 내심으로는 분노하고 있었다.

이런 간언을 한 대신을 밉게 보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바라문 대신을 차츰 증오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대왕은 죠우요우에게 말했다.

『저 바라문 대신은 나를 모함한 자이다. 그대에게는 그 자의 아내로 하여금 그의 두발(頭髮)을 삭발시킬 수 있는가?』

대왕의 자문을 받은 그는 그대로 왕궁을 퇴거하여 어떻게 하면 이 왕의 소망을 달성해 드릴 수 있을까 그 묘계에 부심하게 되었다.

그는 자기 처소로 돌아가자 부인을 향해 앉아,

『대왕께서 바라문 대신의 직간(直諫)을 매우 분격하시어 그 원한을 푸시고자 대신의 아내로 하여금 남편의 두발을 삭발하게 하도록 소망하고 계신데, 그 방법과 수단을 나에게 하명하셨으니 어떻게 하 면 좋을까?』

라고 의논해 보았다.

간사스런 남편을 가진 그 아내도 역시 간특한 지혜에 뛰어나는 법이다. 그의 아내는,

『그야 뭐 어려울 것 없지요? 제 지략을 한 번 시험해 보세요.』

라고 이 난사를 쾌락하고 떠맡았다.

그런 뒤, 죠우요우의 아내는 목적하는 바라문 대신의 아내와 급격히 친교를 믿는데 힘썼다. 차츰 두 부인들은 사이가 가까워지고 서로 자주 왕래하게 되었다.

어느 날 죠우요우의 아내는,

『이것 보세요 부인, 우리 영감님은 어쩐지 요사이 더욱 저를 사랑해 주셔서 어떤 무리한 처이라도 척 척 받아주지 뭡니까?』

라고 말하자 바라문의 아내도 지지 않겠다는 듯이,

『댁에도 그러시군요. 우리 주인도 역시 제 뜻이라면 무엇이든 자유롭게 들어 주셔요. 호호.』

『어머, 그러세요. 그토록 자신이 있으시면 부인께서 주인 어른 두발을 깎으실 수도 있을까요? 호호. 하지만 그것은 차마 안되겠지요? 호호……』

『글쎄요? 아무튼 두고 보세요.』

죠우요우의 아내가 꾸민 잔꾀에 넘어간 바라문의 아내는 다만 지기 싫다는 일념으로 선뜻 대답은 했으나 그것은 참으로 용이한 일이 아님을 생각했다. 그러나 그대로 있을 수는 없었다. 또다시 그 부인의 조롱을 받을 생각을 하니 그도 역시 고통스러웠다. 그리하여 그녀는 날마다 생각에 잠겼다.

궁하면 통한다는 것은 세상의 상사인가, 어느 날 그의 아내는 일부러 떨어진 옷을 입고 힘없이 침상에 누워 있었다.

대신은 그 아내의 그러한 모습을 보고 걱정스럽게 물었다.

『여보, 왜 그래? 그런 곳에 누워서 어디가 아픈가?』

『아니예요, 저는 신의 노여움을 샀어요.』

『그렇다면 재물이라도 바치고 신의 노여움이 풀리도록 빌지 그래? 그러면 고통도 없어질 것 아냐?』

『그까짓 것으로 용서받을 수 있으면 뭐가 걱정이에요?』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지?』

『정말은 당신이 처음 궁성으로 왕명을 받들어 가실 때에 저는 당신이 행여나 엄벌을 받지나 않으실까 하고 걱정한 나머지, 만약 당신이 무사히 귀가하실 수 있으면 당신의 두발을 삭발해서 신 앞에 제공 하겠다고 맹세했었답니다. 그 기원의 효과가 있어서 당신은 무사히 돌아오시고 또한 그 위에 뜻밖에 도 대신이란 높은 지위까지 올라가시게 되셨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아직까지 신에게 그 약속을 지켜 드리지 못하고 있어서 그래요.』

『음, 그대가 진실로 나를 위해서 그렇게 신에게 기도해 주었다면, 한 번 대왕께 그 연유를 말씀드려서 그대의 기원을 성취시키도록 하리라.』

남편이 이렇게 말하자 그 아내는 비로소 안도했다.

『약속한대로 근간에 당신 머리를 삭발해 주시겠지요?』

『그렇게 해 봅시다.』

바라문 대신의 아내는 죠우요우의 아내에게 이것을 편지로 써 보냈다.

『안녕하시겠지요. 제 남편은 근간 삭발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제 손으로 두발을 깎아서 부인께 보여 드리겠습니다.』

이 편지를 본 죠우요우의 아내는 자신의 책략이 성공한 것을 남편 죠우요우에게 알렸다. 죠우요우는 이것을 곧 대왕에게 아뢰었다.

이렇게 계획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삭발공작을 알 턱이 없는 바라문 대신은 대왕을 배알하고,

『신은 이번에 기원이 있어서 천신(天神)께 기도드리는 형편상 육개월 동안 외출하지 못하오니 황송하오나 그 동안 휴가를 주시기 삼가 바라나이다.』

하고 말씀드렸다.

왕은 속으로 빙그레 웃으며 쾌히 승낙했다. 그는 집으로 돌아오자 곧 아내로 하여금 자기 머리를 깎게 하였다. 이제야 목적을 달성한 그의 아내는 죠우요우의 아내에게 행한 약속대로 그의 삭발한 두발을 싸들고 죠우요우의 아내에게 보고할 겸 보여주었다. 그것은 곧 죠우요우의 아내에게서 남편에게 남편에게서 대왕 앞으로 보고 되었다.

대왕은 크게 기뻐했다. 대왕은 삭발한 바라문의 기묘한 모습을 보리라 생각했다. 왕명을 받은 사자를 일부러 칩거중인 바라문 대신의 집으로 보내 그를 궁중으로 소환했다.

이때 죠우요우는 일찍이 총알 던지기의 신기한 재주를 지닌 두 소년을 자기 집에 기식시키고 있었다. 그는 이 두 소년에게 다음과 같은 노래를 지어 부르게 했다.

『보세요, 아름다운 여자의 매력,

칠층 높은 다락 국왕마마께

말처럼 기게 하고 말 울음 울렸네.

보세요, 아내 힘이 얼마나 위대한가,

아내의 속임수에 홀딱 빠져서

머리를 삭발한 대신이 있다.』

이 가사(歌詞)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전연 알 수 없는 두 소년은 주인이 시키는 대로 암송해서 노래했다.

여섯 달 동안 외출하지 않으리라고 각오를 정하고 머리를 깍은 바라문 대신은 자신의 흉한 모습을 남의 눈에 보이는 것은 죽기보다 고통스러웠지만, 급한 대왕의 소명이니 거역할 수도 없었다. 할 수 없이 머리에 모자를 깊숙이 눌러 쓰고 왕궁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창문 저쪽에서 노래가 흘러 나왔다.

『보세요, 아름다운 여자의 매력,

칠층 높은 다락 국왕마마께

말처럼 기게 하고 말 울음 울렸네.

보세요, 아내 힘이 얼마나 위대한가,

아내의 속임수에 홀딱 빠져서

머리를 삭발한 대신이 있다네.』

바라문 대신은 이상한 생각이 들어 고개를 갸웃이 돌리고 미간을 찡그리고 있는데 한 소년이 그의 앞으로 오더니 다짜고짜로 그가 쓴 모자를 벗겨들고 달아나 버렸다.

거기에 열석해 있던 대신들은 그의 이상스런 모습을 보고 모두들 손뼉을 치며 크게 웃었다. 이 예기치 않은 일에 바라문 대신은 당황했다. 그는 이 모멸을 감당할 수 없어 도망치듯 집으로 돌아오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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