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투속에 모신 지장보살의 광명
당나라에 별가(別駕) 벼슬을 한 건갈(健渴)에 대한 이야기다.
건갈은 신심이 돈독하였고 그의 일상수행은 매우 청정하였다.
항상 지장보살을 받들어 모시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전단향나무를 구하여 높이가 세 치되는 지장보살 존상을
조성하여 상투머리 속에 정중히 감추어 모셨다.
그러니 다닐 때나 머무를 때나 눕거나 앉거나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때나 생각에서 잊지 않았다. 가히 생각생각에 지장보살을 잊지
않고자 노력하였던 것이다.
그러던 중 장흥년(長興 서기930년)에 건갈은 새로운 관명을 띠고
부임하는 중이었다. 어느 후미진 냇가에 다다르자 이상한 느낌이
들어 건갈은 더욱 일심으로 지장보살을 생각하면서 다리를 건너
산 밑에 이르렀다.
그랬더니 어떤 사람이 바쁜 걸음으로 그를 부르며 따라오는 것이
아닌가. 그는 일찍이 그에게 깊은 원한을 가진 사람이었다.
건갈은 <이제 올 것이 왔구나>생각을 하였더니, 그 사나이의 태도는
사뭇 달랐다. 민망하리만치 정중한 태도였다.
그리고 그에게 말하는 것이었다.
“내가 이번에 당신이 이 길로 부임하는 것을 알고서 미리 다리 밑에
숨어 있었소. 멀리서 당신 혼자서 말타고 오는 것을 보았는데 다리
가까이 와서는 갑짜기 스님 한 분이 지나가실 뿐, 당신도 말도
보이지가 않았소.
이상한 일이다 생각하고 한참 지켜보았지만, 역시 당신은 보이지 않고
스님 한 분만이 다리를 건너가셨는데 다시 한참 있다 보니, 당신이
여전히 말을 타고 가는 것이 아니겠소
내가 가만히 생각하니 하잖은 일 가지고 당신과 원한을 맺고 원수를
갚으려 하였으니, 이것은 잘못되었다 생각하오. 당신은 분명히
부처님이 도우시는 사람같소. 이제 내가 과거 일을 다 풀어버리니
당신도 마음을 놓으시오.”
하는 것이었다. 건갈이 죽은 것은 청태(淸泰) 2년(서기935년), 그의
나이 78세 때인데 임종하면서 그는 단정히 앉아 합장하여 염불하고
있었다.
그의 상투에서는 유난히 밝은 광명이 퍼져 나와 그의 온몸을 감싸고
있었는데 그 사이에 그는 고요 속에 잠겨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