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불모보덕장반야바라밀경(佛說佛母寶德藏般若波羅蜜經) 03. 하권
23. 법왕품(法王品)
해가 솟아 밝은 빛이 세간을 비추면
구름과 아지랑이가 흩어지고 어둠이 사라지며
세상에 있는 모든 반딧불과 많은 별,
보름달에 이르기까지 모든 빛이 가려 덮이듯
보살이 공하여 상(相)도 없고 원(願)도 없는 경지에 머물러
더없이 훌륭하고 큰 지혜행을 행하면
아라한과 연각이 증득한 경지를 모두 뛰어넘어
모든 삿된 견해를 일시에 부수네.
비유하면 왕자가 재물과 보배를 보시하고
자재하게 모든 중생을 이롭게 하면
중생들이 기뻐하여 모두 순순히 따르며
마땅히 왕의 지위를 물려받음에 의심이 없는 것과 같이
보살이 큰 지혜행을 부지런히 행하고
감로법을 베풀어 많은 중생들을 이롭게 하면
모든 사람과 천인들이 모두 사랑하고 좋아하며
결정코 반드시 법왕(法王)의 지위를 증득하리.
24. 아품(我品)
마군은 보살이 법왕의 지위를 증득할까 두려워
비록 천궁(天宮)에 있더라도 항상 근심하고 괴로워하며
불을 놓거나 번개를 치거나 온갖 모습을 나타내어
보살에게 물러나려는 마음과 두려운 마음을 일으키려 하나니
큰 지혜를 이룬 보살이 마음에 동요가 없어
밤낮으로 항상 반야의 뜻을 관하여
마치 새가 허공을 나는 것처럼 마음이 태연하면
어떠한 마군도 해를 입히지 못하네.
보살이 만약 성내고 화내는 마음을 일으키거나
밤낮으로 혹 싸움이나 언쟁(言諍)을 하면
그 때 마군은 기뻐하여 더욱 애쓰나니
이 때문에 보살은 부처님의 지혜에서 멀어지네.
보살이 언쟁을 하거나 성내거나 화를 내면
비사좌(毗舍左) 귀신이 그 기회를 얻어
그 보살의 몸과 마음에 들어가 보리에서 물러나게 하나니
이것이 마군의 소행이네.
수기를 받았거나 받지 않은 보살이
혹 화를 내거나 싸우고 언쟁하거나
마음속의 생각이 모두 잘못되기에 이르더라도
이를 알고 나면 다시 배로 애써 수행하여야 하나니
보살이 모든 부처님께서 모두 인욕(忍辱)에서
보리를 증득하셨음을 생각하고
참회하며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정행(正行)을 지키면
이것이 부처님의 법대로 닦고 배우는 것이네.
25. 계품(戒品)
만약 계법(戒法)을 배우면서 배웠다는 상[作相]이 있으면
계법을 제대로 잘 배우는 것이 아니며
계와 계 아닌 것이 두 가지 상이 아님을 알면
이와 같아야 부처님 법을 배운다고 하네.
만약 어떤 보살이 상이 없음에 머물러
계를 받아 지니고 여의지 않으면 계를 지킨다고 하며
불법을 배우고 기쁜 마음으로 받들어 섬기면
일컬어 제대로 배워 집착이 없다고 하네.
이것이 큰 지혜를 이룬 이며 이와 같이 배워야
마음에 영원히 불선법(不善法)이 일어나지 않나니
마치 태양이 허공을 오가며
백천 가닥의 빛을 내어 어둠을 쳐부수는 듯하네.
만약 반야를 배워 무위(無爲)에 머물면
모든 바라밀을 포섭하고
육십이견(六十二見), 신견(身見)까지도 포섭하나니
반야가 포섭하여 받아들임 또한 이러하네.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모든 근을 두루 갖추어도
명근(命根)이 소멸하기 때문에 모든 근이 소멸되듯
모든 보살이 큰 지혜행을 행하면
또한 모든 바라밀을 행하는 것이네.
성문과 연각의 모든 공덕을
큰 지혜를 이룬 보살은 모두 배우지만
비록 배우더라도 그에 머물지 않으며 배우기를 구하지도 않나니
배워야 할 것을 배운다는 것이 이러한 뜻이네.
26. 환화품(幻化品)
만약 지성스런 마음을 내어 수희(隨喜)하면서
더없이 훌륭한 보리에서 물러나지 않고 수행하면
삼천대천(三千大千)세계의 수미산의 무게가 한량이 없으나
선법(善法)을 수회하는 무게는 그것보다 크네.
중생이 해탈법(解脫法)을 구하기 위하여
모든 것에 수회하여 복의 공덕[福蘊]을 짓고
부처님의 공덕법(功德法)을 지어도 회시(廻施)하나니
마땅히 세간을 위하여 모든 괴로움을 없애려 함이네.
보살은 모든 법이 공함에 집착하지 않고
상(相)이 없음을 분명히 알아 막히거나 걸림이 없으며
마음속으로도 또한 지혜 깨닫기를 구하지 않나니
이것이 더없이 훌륭한 바라밀을 행하는 것이네.
마치 허공계에 장애가 없고 얻을 것이 없으므로
있는 것이 아닌 것과 같이
큰 지혜를 이룬 보살 또한 그러하여
적정에 머물러 허공과 같이 행하네.
마치 마술사가 마술로 거짓 사람을 만들면
많은 사람이 거짓 사람을 보고 모두 기뻐하나니
거짓 사람이 비록 갖가지의 모습을 나타내어도
이름과 몸과 마음이 모두 실제가 아니듯
반야행을 행하는 것 또한 그러하여
세간을 위하여 보리를 증득하도록 하는 말이나
갖가지로 하는 일까지도 마치 마술사가
나타내 보이는 것처럼 집착할 것이 없네.
부처님마다 변화로 몸을 나투시어 모든 불사를 이루시더라도
하시는 일에 모두 저 아상(我相)이 없듯
보살의 큰 지혜행 또한 그러하여
모든 나타내 보이는 행이 허깨비와 같네.
마치 솜씨 좋은 목수가 재주가 훌륭하여
하나의 나무로 갖가지의 모습을 만들어내듯
보살의 큰 지혜도 또한 그러하여
집착이 없는 지혜로 모든 행을 행하네.
27. 묘의품(妙義品)
큰 지혜를 이룬 보살이 이와 같이 행하면
천인이 합장하고 공경히 예를 올리며
시방의 모든 불찰(佛刹)에 있는 중생까지도
또한 공덕을 얻으려 화만(華鬘)을 공양하네.
설령 항하의 모래 수와 같은 불찰에 있는
모든 중생이 모두 마군이 되어
하나하나의 털을 모두 변화시켜 가이없는 모습을 나타내더라도
보살을 어지럽히지 못하네.
큰 지혜를 이룬 보살은 네 가지 힘[四力]을 지니고 있어
저 네 마군[四魔]이 동요를 일으키지 못하며
공행(空行)을 행하면서도 또한 중생을 버리지 않나니
보살의 자비가 있는 곳엔 이익과 안락이 있네.
부처님의 어머니인 반야바라밀을
보살은 분명하게 알아 깊이 믿고 존중하며
마음속까지 진실하게 받들어 행하나니
이것이 일체지(一切智)를 행하는 것임을 반드시 알아야 하네.
법계는 여실(如實)하나 얻을 것이 없고
허공과 같아1) 머물 곳도 없으나
마치 천궁(天宮)에 태어나기를 생각하듯 해야 하며
또한 나는 새가 과일 나무를 생각하듯 하여야 하네.
큰 지혜를 이룬 보살이 이와 같이 행하고
저 적정행의 공덕에 머물러 있어도
법은 볼 수도 없고 또한 말할 수도 없으며
보리는 얻을 만한 것은 아니고 얻지 못할 것도 아니네.
세상에 있는 성문과 연각이
적정(寂靜)한 삼마지를 수행하고
적정을 사랑하고 좋아하여 해탈을 얻으나
오직 부처님이라야 모든 것을 뛰어 넘으시네.
보살은 선정에 의지하여 피안에 이르러도
적정에 머물지 않고 허공과 같이 행하나니
마치 새가 날아올라 땅에 떨어지지 않는 듯하고
마치 물고기가 물 속에서 자재하게 움직이는 듯하네.
보살이 모든 중생을 위하려면
반드시 일찍이 없었던 부처님의 지혜를 구하고
더없이 훌륭한 최고의 법을 베풀어야 하나니
이것을 더없이 훌륭한 행의 수행자라 이름하네.
28. 산화품(散華品)
여래께서 말씀하신 계바라밀(戒波羅蜜)은
모든 계 가운데 으뜸이니
지혜로운 이가 모든 계를 받들어 행하려 하면
반드시 부처님의 계바라밀을 배워야 하네.
지금 이 법장(法藏)은 모든 부처님의 어머니이며
가장 으뜸가는 쾌적한 곳이어서
과거ㆍ현재ㆍ미래, 시방의 부처님께서
이 법계에 태어나심이 끝이 없네.
모든 나무ㆍ숲ㆍ꽃ㆍ과실 등이 모두
대지(大地)에서 생겨나 자라지만
대지는 싫어하지도 않고 또한 집착하지도 않으며
줄어들지도 않고 늘어나지도 않으며 또한 게으르지도 않네.
부처님ㆍ성문ㆍ연각 등과 천상세계(天上世界)와
세간의 몸과 마음이 편안한 법이
모두 반야에서 생겨났으나
반야는 늘어남도 없고 또한 줄어듦도 없네.
세간의 상ㆍ중ㆍ하의 근기(根機)를 가진 중생이
모두 무명(無明)에서 생겨나
인연(因緣)의 화합으로 몸을 바꾸며 괴로움을 겪으나
무명은 늘어남도 없고 또한 줄어듦도 없듯
방편의 모든 법문(法門)까지도
모두 반야에서 생겨나
저 방편법이 인연 따라 바뀌어도
반야는 늘어남도 없고 또한 줄어듦도 없네.
보살이 십이인연(十二因緣)과 반야가
늘어남도 줄어듦도 없는 것임을 분명하게 알면
마치 태양이 구름 속에서 밝은 빛을 내듯
무명의 장애를 부수어 없애고 보리를 증득하리.
29. 취집품(聚集品)
대보살이 네 가지 선정(禪定)을 닦아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에 머물지 않으면
혹 다시 네 가지 선정에 머물지 않더라도
반드시 더없이 훌륭한 보리를 얻으리.
가장 훌륭한 반야를 얻어 선정과
사무색(四無色)과 삼마지에 머물면
가장 훌륭하고 큰 선정을 얻은 것이니
다시 배우지 않아도 모든 번뇌가 다 없어지리.
이 공덕장(功德藏)은 이제껏 없던 것으로서
삼마지를 행하여 상(相)이 없더라도
나라는 견해를 부수지 않은 채 머물러
마음에 사유가 있으면 욕계(欲界)에 태어나리.
비유하면 남염부제(南閻浮提)에 사는 사람이
어떠한 천상세계에도 태어나지 못하고 북구로주[北洲]에 태어나
그 경계를 보고 천상세계에 태어나기를 구하여도
그 곳에 머문 후에는 다시 돌아오는 것과 같네.
보살이 닦은 공덕이
삼마지행(三摩地行)과 상응하면
비록 범부와 같이 욕계에 머물러 있어도
마치2) 연꽃이 물에 젖지 않는 것과 같네.
보살이 중생을 생사에서 건져내어
원만하게 정토에 이르도록[波羅蜜] 하고도
무색계(無色界)에 태어나기를 바라지 않고
보리의 피안에 이르기를 구하네.
비유하면 천인(天人)이 창고에 가득 찬 보배를 얻어
사랑하고 좋아하는 마음을 내지 않더라도
혹시 천인이기 때문에 그러한 마음을 일으킨다고 말하면
그 보배를 거두고 싶어도 거둘 수 없는 것과 같네.
큰 지혜를 이룬 보살은 네 가지 선정과 적정과
삼마지에 머무는 것을 즐거워하지 않고
저 적정과 삼마지를 떠나서
욕계(欲界)로 들어가나니 세간을 위함이네.
만약 보살이 삼마지를 행하더라도
아라한과 연각과 산란(散亂)하고
흉악(凶惡)한 마음까지도 좋아하지 않으면
미혹(迷惑)과 산란함을 알지 못해 공덕이 없네.
색(色)ㆍ성(聲)ㆍ향(香)ㆍ미(味)ㆍ촉(觸)과
오욕(五欲)ㆍ연각ㆍ성문 등
이러한 법을 모두 멀리 벗어나면
등인(等引)3)이 보리심을 떠나지 않네.
보살은 한결같이 중생을 위하여
정진바라밀(精進波羅蜜)을 수행하나니
마치 노복(奴僕)이 그 주인을 섬기듯
중생을 이롭게 함이 또한 이와 같네.
마치 노복이 주인을 섬김에 마음을 오롯이 하여
주인이 화를 내거나 욕을 하여도 대꾸함이 없이
모든 움직임과 그침이 항상 마음속에 있어
다만 그 주인이 자신의 허물을 책망할까 걱정하듯
보살은 불보리를 구하기 위하여
노복이 주인을 섬기듯 중생을 이롭게 하며
위없는 보리를 구한 후에도 중생을 이롭게 하나니
불로 풀과 나무를 태우듯 남김이 없네.
밤낮으로 다른 이를 이롭게 하는 행을 힘써 행하고
자신을 이롭게 하고도 마음속에 아상(我相)이 없나니
마치 어머니가 자녀를 사랑하여 항상 돌보고 보살핌에
추위와 더위가 괴롭히더라도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과 같네.
30. 상환희품(常歡喜品)
보살은 사랑하고 아끼는 중생을 위하여 수행으로
불찰을 청정하게 하고 행을 청정하게 하나니
항상 정진바라밀을 수행함에
티끌만큼도 물러나거나 싫은 마음이 없네.
큰 지혜를 이룬 보살이 구지겁 동안
오래도록 고행(苦行)을 닦는 것은 보리를 구하기 위함이니
정진바라밀을 벗어나지 않으면
게으르고 나태함이 없이 마침내 증득하게 되리.
보리를 구하려고 처음 발심할 때부터
적정을 증득할 때까지
항상 밤낮으로 정진을 행하나니
큰 지혜를 이룬 보살은 마땅히 이와 같이 행하네.
누군가 말하기를 수미산을 부술 수 있어야
비로소 위없는 보리과(菩提果)를 얻을 수 있다 하니
이 말을 듣고 나서 수행할 마음이 없어지고
물러날 마음이 생기면 이것은 그 보살의 잘못이네.
큰 지혜를 이룬 보살은 이런 말을 듣고
수미산[須彌盧]은 아주 작으니
잠깐 사이에 부술 만하다고 생각하며
또한 불보리를 증득함에 머물지도 않네.
몸과 마음과 말로 정진을 행하고
세간의 중생을 생사에서 건져내어 크나큰 이익을 주었더라도
혹시 아상(我相)에 집착하거나 게으르고 나태한 마음을 내면
불보리를 증득할 수 없으리.
몸이라는 상(相)도, 마음이라는 상도, 중생이라는 상도 없이
모든 상을 벗어나서 둘이 아닌 법[無二法]에 머물러
위없는 불보리를 구하면
이것이 정진바라밀을 행하는 것이네.
큰 지혜를 이룬 보살은 이익과 안락을 주는 행을 행하며
말을 하여 사람들이 듣고 모두 기뻐하게 하나니
법을 말할 때 말한다는 생각도, 듣는 사람이라는 생각도 없어야
일컬어 더없이 훌륭한 인바라밀(忍波羅蜜)이라 하네.
비유하면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한 보배를
부처님과 연각과 아라한에게 보시하더라도
법인(法忍)을 아는 공덕과 같지 못하나니
백천만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네.
법인을 지닌 보살이 청정함과
삼십이상(三十二相)을 얻어 피안에 다다르면
모든 중생이 모두 사랑하고 존경하며
법을 듣고 굳게 받아 지니며 조복하나니
혹 전단향(栴檀香)으로 보살의 몸을 칠하여
공양하는 중생이 있거나
혹 불을 두루 지펴 태우는 중생이 있더라도
평등을 행하여 마음에 성냄도 기쁨도 없네.
큰 지혜를 이룬 보살은
이러한 인욕(忍辱)을 지니고 있더라도
연각과 성문, 나아가 세간의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모두 불보리에 회향하나니
비유하면 세간의 중생이 오욕(五欲)을 탐하여
삼도의 가이없는 괴로움을 달게 받는 것처럼
보살은 불보리를 구하기 위함이니
이제 어찌 인욕을 지킴에 힘쓰지 않겠는가?
머리와 다리가 잘리거나 귀와 코가 베이거나
갇히고 묶이거나 곤장을 맞거나 온갖 잔인한 형벌을 받거나
이와 같은 괴로움을 모두 참을 수 있어야
이것이 인욕바라밀에 머무는 것이네.
31. 출법품(出法品)
계를 지키면 마땅히 높은 명성을 얻고
또한 다시 삼마지를 증득하나
계를 지켜 모든 중생을 이롭게 하여야
나중에 반드시 불보리를 증득하리.
마음으로 연각과 성문을 중히 여기되
계를 어기는 것을 보고 다른 사람의 잘못을 이야기하면
비록 진실로 보리를 구하기 위하여 계를 지키더라도
이것은 계를 지켜 오욕락을 행하는 것이라 일컫네.
보리의 공덕법을 증득하려 하면 계를 지킴에
모자람이 없어야 하며 이익과 안락을 주어야 하나니
만약 계[尸羅]를 비방하고 어기면
이것은 곧 보리를 부수어 없애는 것이네.
보살이 비록 오욕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였더라도
부처님과 법과 스님들[聖衆]께 귀명(歸命)하고 '나는 반드시 일체지를 증득하리라'고 다짐하면
이것이 지계바라밀[尸羅波羅蜜]에 머무는 것이네.
보살이 구지겁 동안 십선법(十善法)을 받들어 행함에
잠시도 쉬거나 끊어짐이 없더라도
마음으로 연각과 아라한법을 즐거이 구하면
이것은 바라이(波羅夷)의 무거운 죄를 범하는 것이네.
계를 지켜 불보리에 회향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구하려 생각하지 않고
다만 다른 모든 중생들을 이롭게 하려고 생각하면
이것이 곧 지계바라밀이네.
보살이 만약 모든 불도(佛道)를 행하고
중생에 대한 갖가지의 상을 벗어나서
계를 어기는 것과 어떠한 잘못도 보지 않으면
이것이 더없이 훌륭하게 계를 지키는 것이네.
보살은 반드시 모든 상을 벗어나야 하나니
아상(我相)도 없고 인상(人相)도 없고 수자상(壽者相)도 없고
계를 지킨다는 상[戒相]과 행한다는 상[行相]에 집착하지 않으면
이것이 곧 계를 지키는 것 중에 가장 훌륭한 것이네.
이와 같이 모자람 없이 계를 지키고
모든 것에 걸림이 없고 분별도 없어지면
머리ㆍ눈ㆍ손과 발을 베풀어도 아까운 생각이 없으며
모든 사랑하는 것에 대한 집착도 없어지네.
법이 본래 공하여 '나'라고 할 것이 없음을 분명히 알면
자신의 몸에 대한 사랑과 집착이 없어지나니
하물며 몸 이외의 재물을 버리지 않겠으며
적당하지 않은 곳[非處]에 대하여 질투하는 마음이 있겠는가?
몸과 몸 이외의 재물을 보시한 후에 아만(我慢)이 일어나면
이것은 보살의 병이요, 보시가 아니니
질투하는 마음이 일어나면 귀신세계[鬼趣]에 태어나며
혹 사람이 되더라도 가난하고 비천하게 살게 되리.
저 중생이 가난하고 비천한 원인을 알아
보살은 마음을 내어 항상 보시하되
네 주(洲)에 있는 풀과 나무의 수만큼 보시하나니
이와 같이 광대한 보시를 행하고도 또한 행했다는 상이 없네.
큰 지혜를 이룬 보살은 보시를 행하고 나서
다시 삼유(三有)의 모든 중생을 마음에 담아두며
보살은 또 저 중생들을 위하여
모든 것을 보리에 회향(廻向)하네.
이와 같이 보시를 행하고도 집착이 없고
또한 다시 과보를 구하지도 않는 것을
큰 지혜를 이룬 이가 모든 중생을 위한다고 일컫나니
비록 보시한 인(因)은 적더라도 과보는 한량이 없어
삼유에 있는 모든 중생들까지도
모두가 존중하고 보시하나니
마치 부처님과 보살님ㆍ연각과
성문의 공덕에 공양하듯 하네.
큰 지혜를 이룬 보살은 방편으로
저 보시한 복을 회향하여
반드시 모든 종류의 중생들이 모두
무상각(無上覺)을 증득하도록 하여야 하네.
가령 가짜 유리보(琉璃寶)를 아무리 많이 모아도
하나의 진짜 유리보에 미치지 못하는 것과 같이
세간의 모든 중생에게 회시하더라도
무상각에 회시하는 것에 미치지 못하네.
보살이 세간에 보시를 행하고도
아만을 내지 않고 애착도 없으면
수행이 더욱 커지고 자라날 것이니
달이 장애를 해치고 구름 속에서 나오는 것과 같네.
32. 선호품(善護品)
보살이 보시바라밀을 행하면 가난을 벗어나
부귀를 얻게 하고 괴로움에서 건져낸 과보로
아귀(餓鬼)의 세계가 영원히 소멸되며
또한 모든 번뇌가 끊어져 없어지네.
지계바라밀을 행하면 축생(畜生)의 세계를 멀리 벗어나
여덟 가지의 옳지 않은 생각을 버리고 바른 생각을 얻으며
인욕바라밀을 행하면 반드시 가장 훌륭한 모습을 얻을 것이니
금을 좋아하듯 세간 사람들이 모두 사랑하고 좋아하며
정진바라밀을 행하면 가이없는 선법을 얻어
공덕이 다함이 없으며
선정바라밀을 수행하면 오욕을 벗어나 등지(等持)에서
신령스러워 헤아리기 어려운 밝은 지혜[神通明]를 얻네.
지(智)로써 가이없는 부처님의 법장(法藏)을 얻고
혜(慧)로써 모든 법의 본래 인(因)을 분명하게 아나니
부처님께서 삼계에 있는 중생의 모든 허물과 죄를 아시고
법륜을 굴리시어 모든 괴로움을 소멸시켜 주시네.
보살이 이 법을 원만하게 이루면
불찰(佛刹)이 청정하고 중생도 청정하여
부처님의 씨앗[佛種]과 법의 씨앗[法種],
스님의 씨앗[聖衆種]과 모든 법을 받아 지니네.
세간의 병을 치료하는 더없이 훌륭한 스승께서
지혜로써 보리(菩提)의 처방을 말씀하신
보덕장(寶德藏)에는 갖가지의 약이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