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수긴나라왕소문경(大樹緊那羅王所問經) 제2권

대수긴나라왕소문경(大樹緊那羅王所問經) 제2권

그 때에 천관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일찍이 없었던 일입니다. 대수긴나라왕은 이런 불가사의한 법을 성취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는 이런 훌륭하고 묘한 신통의 힘을 성취하였고 또 매우 깊은 법인을 설명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이 긴나라왕은 몇 부처님의 처소에서 선근을 심어 이런 변재를 가졌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가령 항하(恒河)의 모래알 수와 같은 세계의 별은 셀 수 있어도 이 긴나라왕이 섬긴 여래·응공·정변각은 셀 수 없느니라. 선남자여, 이 사람은 그러한 부처님을 섬기면서 깨끗한 행을 닦고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를 이루었으므로 이런 변재를 얻었느니라.”

그 때에 천관보살이 긴나라왕에게 물었다.

“당신은 그처럼 한량없는 부처님을 섬기면서 무량무변한 선근을 심었는데, 왜 위없는 정각(正覺)을 이루지 못했습니까?”

이 때 대수긴나라왕이 천관보살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보살마하살에게는 열두 가지 만족함이 없는 법이 있다. 그 열두 가지란, 모든 부처님을 공양하고 섬기되 만족함이 없고, 온갖 선근을 모으되 만족함이 없으며, 법보(法寶)를 들어 모으되 만족함이 없고, 선정을 닦아 해탈하되 만족함이 없으며, 적멸한 법을 닦고 관(觀)하되 만족함이 없고, 법을 유통시켜 드러내되 만족함이 없으며, 중생을 교화하되 만족함이 없고, 바른 법을 지키되 만족함이 없으며, 한적한 아란야(阿蘭若)를 버리지 않되 만족함이 없고, 온갖 바라밀로 불국토를 장엄하되 만족함이 없으며, 복과 지혜를 닦아 모으되 만족함이 없고, 보리의 법을 모으되 만족함이 없는 것이니, 선남자여, 이것이 이른바 보살의 열두 가지의 만족함이 없는 법이다. 그러므로 보살은 선근의 장엄을 구하되 만족할 줄 모르느니라.”

이 때 대수긴나라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보살들은 보주(寶住)라는 삼매를 가졌는데 만일 보살로서 이 삼매를 얻으면 모든 법보(法寶)의 공덕은 저절로 얻어진다고 저는 들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이 보배주를 말씀해 주시면 보살은 그것을 듣고 모든 법에서 자재를 얻고 따라서 그 법이 더욱 늘어나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긴나라왕이여, 보주라는 삼매가 있다. 나는 지금 그 보살의 보주삼매를 말하리니, 그대는 잘 듣고 명심하라.” “예 세존이시여, 가르침을 받아 기꺼이 듣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보살로서 불보(佛寶) 종자의 성품을 끊어지지 않게 하고, 법보(法寶) 종자와 승보(僧寶) 종자를 끊어지지 않게 하려면 80가지 보배를 닦아 모으고 일으켜야 하느니라. 그 80가지란 무엇인가.

모든 지혜를 잊지 않는 마음과 굳센 뜻을 버리지 않는 마음, 온갖 선근 닦기를 버리지 않는 마음, 굳센 사람의 선정을 버리지 않는 마음과 보시하려는 마음을 모두 일으키되 갚음을 바라지 않는 청정한 마음이니 보리로 회향하기 때문이요, 몸을 장엄하려는 마음이니 세 가지 선(善)을 완성하기 때문이며, 입을 장엄하려는 마음이니 네 가지 허물을 떠나기 때문이요, 뜻을 장엄하려는 마음이니 무명과 애욕과 분노와 견해를 버리기 때문이다. 계율을 훼손하거나 구멍나게 하거나 깨뜨리거나 이지러지게 하지 않는 마음이니 구멍내거나 깨뜨리거나 이지러지거나 더러워지지 않는 계율을 장엄하기 때문이며, 괴롭히거나 해치려 함이 없는 마음이니 중생들에 대해 마음이 평등하기 때문이며, 부드럽고 참는 마음이니 어려운 일을 참기 때문이요, 신명을 걱정하지 않는 청정한 마음이니 보리를 깨끗이 하기 때문이며, 애욕과 분노가 없는 마음이니 높고 낮음이 없기 때문이요, 굳세고 튼튼하게 장엄한 마음이니 걱정이없기 때문이니라.

하는 일을 다 성취하려는 마음이니 교만과 느슨함이 없기 때문이요, 견고한 생각과 지혜로 나아가는 마음이니 보리의 법을 잘 닦아 모으고 돕기 때문이며, 선정의 해탈삼매를 일으키는 마음이니 마음이 자재하기 때문이요, 법을 모으려는 마음이니 자재한 재물을 모으기 때문이며, 바른 법을 듣고 잘 지니는 마음이니 두려움이 없기 때문이요, 법을 아끼지 않는 마음이니 아끼는 마음이 없기 때문이며, 이익을 위해 설법하지 않는 마음이니 나쁜 욕심을 버리고 갚음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바른 생각을 닦는 마음이니 바른 흐름으로 나아가기 때문이요, 들은 법 그대로 성취하려는 마음이니 들은 대로 행하기 때문이며, 지혜로 관찰하는 마음이니 항복 받은 지혜 때문이요, 크게 인자한 마음이니 중생을 교화하기 때문이며,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이니 중생을 관찰하기 때문이요, 크게 기뻐하는 마음이니 법을 좋아하기 때문이며, 크게 버리는 마음이니 모든 법이 고요하기 때문이요, 생사를 싫어하지 않는 마음이니 온갖 선근을 모았기 때문이다.

중생을 교화하려는 마음이니 자신의 즐거움에 머물지 않기 때문이요, 네 가지로 포섭하는 마음이니 법을 거두려 하기 때문이며, 신통을 일으키는 마음이니 일체 신통으로 변화를 나타내기 때문이요, 선지식의 마음이니 법을 듣기 때문이며, 나쁜 벗을 떠나려는 마음이니 선근을 모으기 때문이요, 일체 중생을 위해 바로 닦는 마음이니 열반에 가기 때문이며, 일체 번뇌의 병을 떠나려는 마음이니 중생들이 뜻하는 바를 알기 때문이요, 모든 법에 대해 즐거운 생각을 내는 마음이니 모든 병이 없기 때문이다.

잘 수행하고 배워 익히되 교만함이 없는 마음이니 대인(大人)의 법을 알기 때문이요, 교만을 없앤 마음이니 중생들에게 겸손하기 때문이며, 거짓이 없는 마음이니 아첨이나 속임이 없기 때문이요, 화합하고 공경하는 마음이니 법을 오래 머물게 하려 하기 때문이며, 법을 보호하는 마음이니 과거·현재·미래의 모든 부처님의 은혜를 갚으려 하기 때문이며, 은혜를 알고 은혜를 갚으려 하는 마음이니 벗을 끝까지 친하기 때문이며, 갚음을 바라지 않는 마음이니 친함이 없기 때문이다.

항상 집을 떠나려는 마음이니 할 일을 잊지 않기 때문이요, 사랑하고 즐거워하는 마음이니 희고 깨끗함을 보호하기 때문이며, 좋은 종족에 대한 욕심이 적어 만족할 줄 아는 마음이니 계율을 지니기 때문이요, 일체 두타의 공덕을 장엄하려는 마음이니 중생들에 대해 허물이 없기 때문이며, 욕심이 적어 만족할 줄 아는 마음이니 지혜에 만족이 없기 때문이다.

혼자 살고자 하는 마음이니 몸과 마음이 적정하기 때문이요, 법 구하기를 싫어하지 않는 마음이니 상호(相好)가 만족하기 때문이요, 모은 지혜를 장엄함에 싫어함이 없는 마음이니 일체 중생들의 의심을 끊으려 하기 때문이며, 부처를 생각하는 마음이니 언제나 부처를 보기 때문이요, 법을 생각하는 마음이니 언제나 법을 듣기 때문이며, 승(僧)을 생각하는 마음이니 보살승에서 물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계율을 생각하는 마음이니 보리의 마음을 버리지 않기 때문이요, 버림을 생각하는 마음이니 번뇌를 버리려 하기 때문이며, 하늘을 생각하는 마음이니 일생보처(一生補處)보살의 지위에 매어 있기 때문이요, 이치로 변론하는 마음이니 일체 이치를 깨달았기 때문이며, 법으로 분별하고 변론하는 마음이니 모든 소리를 깨닫기 때문이다.

변설을 즐기는 마음이니 중생들을 기쁘게 하기 때문이요, 다라니를 얻는 마음이니 들은 법을 잊지 않기 때문이며, 도리를 의지하는 마음이니 문자(文字)의 실제 성품을 알기 때문이요, 지혜를 의지하는 마음이니 지식은 환영과 같음을 알기 때문이며, 『요의경(了義經)』을 의지하는 마음이니 『요의경』에는 그르거나 다툼이 없기 때문이요, 법을 의지하는 마음이니 사람의 실제 성품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일체의 행은 무상하다고 보는 마음이니 일체 삼계 안에 머물지 않기 때문이요, 제법무아임을 관하는 마음이니 나와 중생은 다 나가 없기 때문이며, 고요한 열반을 관하는 마음이니 구경적정(究竟寂靜)하기 때문이요, 공·무상·무원의 해탈문을 관하는 마음이니 감로(甘露)의 문에 들어갔기 때문이며, 모든 법은 남[生]이 없다고 보는 마음이니 생사가 없는 법인을 얻었기 때문이요, 모든 법은 환영과 같고 꿈·불꽃·그림자·메아리·물 속의 달 등과 같다고 보는 마음이니 어떤 견해에도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인연법에 순응하는 마음이니 단견(斷見)과 상견(常見)을 떠났기 때문이요, 어느 한 편에 치우친 모든 견해[邊見]의 번뇌를 떠난 마음이니 두 가지 치우친 견해를 떠났기 때문이며, 둘이 아닌 법문에 들어간 마음이니 하나의 도를 깨달았기 때문이요, 일체의 행을 떠난 마음이니 바른 자리에 이르렀기 때문이며, 법의 자리를 바로 보는 마음이니 모든 법은 평등하기 때문이요, 보리의 법을 다 모은 마음이니 모든 불법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긴나라왕이여, 만일 어떤 이가 이런 법을 닦아 모아서 잘 닦고 바로 머물고 획득하여 그 말대로 수행하면 이것을 보살의 보주삼매라 한다. 만일 이렇게 할 수 있으면 그는 보주삼매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보살로서 이 보주삼매를 얻고도 세간의 보배와 출세간의 보배가 없으면 그 보살은 자재를 얻지 못할 것이다.

긴나라왕이여, 세간의 보배는 무엇이며, 출세간의 보배란 어떤 것인가. 긴나라왕이여, 세간의 보배란 존귀한 사람이나 하늘로서 존귀한 제석천·범천·사천왕 등과 존귀한 전륜왕·거사·바라문·장자·찰제리 등이다. 이런 존귀한 사람이나 하늘이 되었더라도 방종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니, 방종하지 않으면 일체 보리의 법을 다 모을 수 있다. 이것을 세간의 보배라 한다.

출세간의 보배란 거룩한 지혜로서 이것은 세간을 뛰어넘은 것이다. 왜냐 하면 지혜는 출세간의 법을 다 포섭하기 때문이니, 그러므로 지혜의 문에 들어간 것을 출세간이라 한다.

긴나라왕이여, 그것은 큰 바다가 모든 물의 주인이 되는 것과 같고, 수미산이 모든 산의 왕이 되는 것과 같으며, 모든 별에서 달이 그 으뜸이 되는 것과 같고, 약초화주(藥草火珠)의 광명에서 해가 최상인 것과 같으며, 모든 짐승에서 사자가 제일인 것과 같고, 일체 서민에서 왕이 최상인 것과 같으며, 삼십삼천에서 제석천이 최상인 것과 같고 모든 범천에서 범왕이 최상인 것과 같다.

이와 같이 긴나라왕이여, 모든 출세간 법에서 지혜가 그 우두머리가 된다. 그러므로 『반야경』을 모든 경의 으뜸이라 하는 것이니, 그것은 모든 무리를 제도하여 도에 편안히 이르게 하기 때문이니라.

이것을 횃불이라 하는 것은 번뇌의 어둠을 비추기 때문이요, 용맹하고 씩씩하다 하는 것은 온갖 원한을 제거하기 때문이며, 의왕(醫王)이라 하는 것은 온갖 약을 조화시키기 때문이요, 스승이라 하는 것은 온갖 글을 알기 때문이며, 활이라 하는 것은 번뇌의 과녁을 쏘기 때문이요, 이것을 힘이라 하는 것은 번뇌를 철저히 풀기 때문이며 큰 코끼리라 하는 것은 번뇌의 나무를 뽑아내기 때문이요, 거스리거나 다툼이 없다고 하는 것은 모두에 평등하기 때문이며, 다툼이 없다고 하는 것은 소송이 없기 때문이요, 거스리지 않는다 하는 것은 잘 수순하기 때문이며, 분노가 없다고 하는 것은 분노가 아주 다했기 때문이다.

잘 안다 하는 것은 네 가지 진리를 알기 때문이요, 생각한다 하는 것은 바로 생각하는 곳이기 때문이며, 바르다 하는 것은 바로 끊기 때문이요, 나타내 보인다 하는 것은 신족의 힘이 있기 때문이며, 계율이라 하는 것은 모든 감관을 막기 때문이요, 항복 받는다 하는 것은 큰 힘이 있기 때문이며, 깨달음이라 하는 것은 잘 깨달아 알기 때문이요, 열어 보인다 하는 것은 바른 길을 보이기 때문이며, 고요하다 하는 것은 고요한 선정이기 때문이요, 밝다고 하는 것은 지혜가 밝기 때문이다.

밝게 한다 하는 것은 가려 막음을 떠났기 때문이요, 바른 것에 이른다 하는 것은 비추어 밝게 하기 때문이며, 버린다 하는 것은 번뇌를 버리기 때문이요, 물결이 없다고 하는 것은 모든 흐름을 건넜기 때문이며, 볼 수 없다고 하는 것은 경계를 지났기 때문이요, 경계가 없다는 것은 안팎을 떠났기 때문이요, 공(空)이라 하는 것은 견해의 언덕을 떠났기 때문이며, 무상(無相)이라고 하는 것은 각관(覺觀)을 떠났기 때문이요, 무원(無願)이라고 하는 것은 삼계의 모양을 떠났기 때문이며, 한 모양[一相]이라 하는 것은 모양이 없기 때문이요, 공의 모양[空相]의 모양이라 하는 것은 같은 모양이 없기 때문이며, 애욕과 교만을 부순다는 것은 악마의 업을 떠났기 때문이다.

보시하되 망상이 없으며, 계율을 의지하지 않으며, 인욕에 머물지 않고, 정진을 일으키지 않으며, 선정에 집착하지 않는다. 말의 문이 없을 뿐 아니라 일체의 문이 없고, 방편을 스스로 지으며 나도 없고 중생도 없어 저쪽 언덕에 이르렀으며, 온갖 선근을 모으되 지을 것도 없고 짓는 이도 없으므로 온갖 유위(有爲)의 도를 넘어선 것이다.

긴나라왕이여, 이것이 출세간의 보배로서 지혜의 보배라 한다. 이 지혜의 보배는 곧 보주삼매의 본체이니, 만일 보살로서 이 보주삼매를 얻으면 모든 보배가 다 모여 올 것이다. 마치 큰 바다가 모든 흐름의 주인이 되어 온갖 보배를 모을 때 그것들이 다 돌아와 바다가 온갖 보배를 내는 것처럼, 이와 같이 긴나라왕이여, 보살로서 이 보주삼매를 얻으면 일체 중생의 주인이 되어 온갖 보배를 모으면 모든 법의 보배가 다 돌아오느니라.

긴나라왕이여, 보주삼매는 모든 법의 보배를 모으므로 거기서는 3보의 종자가 끊어지지 않는다. 이 보주삼매를 모든 법을 모으는 보배라고도 하느니라.”

그 때에 천관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대수긴나라왕은 그 보주삼매를 얻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그대가 직접 긴나라에게 물어 보라. 그가 네게 말해 줄 것이다.”

천관보살이 긴나라왕에게 물었다.

“긴나라왕이여, 당신은 그 보살의 보주삼매를 얻었습니까?”

긴나라왕이 답하였다.

“선남자여, 이 삼매는 머무를 곳도 없고 얻을 것도 없으며 얻는 이도 없습니다. 이 삼매는 물질도 감각도 생각도 지어감도 의식도 아니어서 빛깔로도 볼 수 없고 소리로도 들을 수 없습니다. 그것은 머무는 모양도 아니요, 사라지는 모양도 아니며 모양이 있는 곳도 없습니다. 그러나 모양이 없는 것도 아니요 한 가지 모양도 아닙니다.

이른바 그 모양이란 전연 모양이 없는 것이요 작용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삼매의 모양이란 스스로 모양이 없는 것이요 또한 모양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이것이 삼매의 모양이니 그런 줄 알고 수행해야 하는 것입니다.
선남자여, 이 삼매는 일체의 법과 같은 것입니다. 모든 법과 같다면 그것은 나와 같은 것이요, 나와 같은 것이면 또 일체 중생들과도 같은 것입니다. 왜냐 하면 일체 중생은 곧 공(空)의 모양이니 공의 모양이 바로 삼매의 모양이며, 일체 중생은 곧 모양이 없는 모양이요, 모양이 없는 모양은 바로 삼매의 모양이며, 일체 중생은 곧 무원(無願)의 모양이요, 무원의 모양은 바로 삼매의 모양이며, 일체 중생과 일체 법은 곧 적정(寂靜)의 모양이요, 적정의 모양은 바로 삼매의 모양이며, 일체 중생은 곧 나가 없는 모양이요, 나가 없는 모양은 바로 삼매의 모양이기 때문입니다.

삼매의 모양은 몸으로도 닿을 수 없으며, 마음으로도 닿을 수 없습니다. 무릇 닿을 수 있는 법은 평등하거나 평등하지 않거나 그것을 다 억제하기 위해 연설하는 것입니다.”

그 때 천관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희귀한 일입니다. 이 대수긴나라왕은 이런 방일한 가운데 있으면서 이렇게 매우 깊고 묘한 법을 잘 연설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보살은 지혜의 방편에서 일체의 활동을 나타내 보이면서도 그 활동에 더러워지지 않는다. 선남자여, 이 대수긴나라왕은 거문고와 퉁소·젓대 등의 소리와 또 묘한 노랫소리로 70억 긴나라 무리를 다루어 보리에 머물게 하고 30억 건달바를 조복시켜 위없는 도를 얻게 했으며, 그 안 권속 8만 4천을 일체지(一切智)에 머물게 하였으니, 그는 이런 큰 방편의 지혜가 있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이렇게 외친다. 즉 이 보살들이 사는 곳은 바로 열반의 곳이므로 그들은 모든 곳에서 많은 중생을 이롭게 하는 것이다. 선남자여, 마치 섶이 없으면 불이 붙지 않은 것처럼, 그와 같이 선남자여, 보살도 고요한 곳에서만 있으면 중생들을 활발하게 교도(敎導)할 수 없는 것이다. 선남자여, 큰 섶무더기가 있으면 불이 왕성하게 타는 것처럼 보살도 그와 같아서 많은 대중 속에 있어야 활발하게 교도할 수 있느니라. 그러므로 보살은 가장 존귀한 곳에 있으면서도 그 머무르는 곳을 따라 많은 중생들을 이롭게 하느니라.”

천관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 대수긴나라왕은 어떻게 거문고와 묘한 노랫소리와 갖가지 음악소리로 중생들을 교화할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천관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긴나라·건달바·마후라가 등의 무리는 음악을 좋아한다. 이 긴나라왕이 거문고를 잘 다루어 다른 음악과 조화시키면 이 긴나라·건달바·마후라 등의 무리는 음악을 사랑하고 믿고 이해하며 공경하여 그 악기에서 갖가지 소리를 낸다.

즉 그 소리란 부처[佛]의 소리·법(法)의 소리·승(僧)의 소리·보리의 마음을 잊지 않는 소리·보시의 소리·계율의 소리·인욕의 소리·정진의 소리·선정의 소리·지혜의 소리·사랑[慈]의 소리·연민[悲]의 소리·기쁨[喜]의 소리·평등[捨]의 소리·4념처(念處)의 소리·4정단(正斷)의 소리·4신족(神足)의 소리·5근(根)의 소리·5력(力)의 소리·8각지(覺支)의 소리·8정도(正道)의 소리·8정(定)의 소리·지혜의 소리·선정해탈삼매의 소리·무상(無常)의 소리·고통의 소리·무아(無我)의 소리·적정(寂靜)의 소리·공(空)의 소리·무상(無相)의 소리·무원(無願)의 소리·무생(無生)의 소리·무기(無起)의 소리·무행(無行)의 소리, 보살의 법장(法藏)에 포섭되는 법의 소리, 다라니금강구삼매(陀羅尼金剛句三昧)가 가득한 소리, 물러나지 않는 법륜(法輪)의 소리, 일체를 결정하는 법왕의 소리 등이니라.

또 대해장엄삼매(大海莊嚴三昧)의 소리·일체법유입평등삼매(一切法流入平等三昧)의 소리·등일체법자재삼매(等一切法自在三昧)의 소리·장엄지혜삼매의 소리·보주삼매의 소리·보유삼매(寶有三昧)의 소리·보항복삼매(寶降伏三昧)의 소리·보거삼매(寶炬三昧)의 소리·오락삼매(娛樂三昧)의 소리·연화장엄삼매의 소리·과연화삼매(過蓮花三昧)의 소리·변일체처삼매(遍一切處三昧)의 소리·일체법백련화삼매(一切法白蓮花三昧)의 소리·증익삼매(增益三昧)의 소리·대분신삼매(大奮迅三昧)의 소리·사자분신삼매(師子奮迅三昧)의 소리·일등삼매(日燈三昧)의 소리·무량선삼매(無量旋三昧)의 소리·전진삼매(前進三昧)의 소리·금강장삼매(金剛場三昧)의 소리·금강당삼매(金剛幢三昧)의 소리·금강불괴삼매(金剛不壞三昧)의 소리·지지삼매(地持三昧)의 소리·산등삼매(山燈三昧)의 소리·산당삼매(山幢三昧)의 소리·보장삼매(寶藏三昧)의 소리·보화삼매(寶華三昧)의 소리·보심자재삼매(寶心自在三昧)의 소리·관일체중생심삼매(觀一切衆生心三昧)의 소리·출증장일체행삼매(出增長一切行三昧)의 소리·수심견삼매(修深堅三昧)의 소리 등이니라.

또 웅변삼매(雄辯三昧)의 소리·무관삼매(無觀三昧)의 소리·관일체중생삼매(觀一切衆生三昧)의 소리·유희삼매(遊戱三昧)의 소리·출일체신통경계삼매(出一切神通境界三昧)의 소리·항마계삼매(降魔界三昧)의 소리 ·현일체색삼매(現一切色三昧)의 소리·입일체삼매(入一切三昧)의 소리·분일체신삼매(分一切身三昧)의 소리·주일체행삼매(住一切行三昧)의 소리·혜등삼매(慧燈三昧)소리·수등삼매(手燈三昧)의 소리·관보리삼매(觀菩提三昧)의 소리·과락변삼매(過樂辯三昧)의 소리·작입일체공덕삼매(作入一切功德三昧)의 소리 등이니라.

선남자여, 이 거문고와 노랫소리와 갖가지 음악소리는 이런 삼매의 소리를 내어 중생들이 교화를 받게 한다. 보살마하살은 이런 희귀한 법을 성취하였다.”

이 대수긴나라왕이 공덕의 행과 신력을 말씀하셨을 때 부처님의 힘에 의해 하늘에 있던 만다라화를 대중들로 하여금 대수긴나라왕에게 흩뿌리게 하였다. 긴나라왕이 신통의 힘으로 오른손으로 그것을 받아지니자 그 꽃은 하나도 땅에 떨어지지 않고 모두 손에 있었다.
그 때에 긴나라왕이 그것을 부처님 위에 흩뿌려 공양하였다. 그 꽃을 흩뿌릴 때 부처님의 신력으로 그 꽃들은 하나의 보배 일산이 되어 천 세계를 모두 덮었다. 그 보배일산은 한량없는 천만억의 진주 고리를 드리웠는데, 그 낱낱 고리는 한량없는 백천억 광명을 내었고, 그 낱낱 광명은 보배 연꽃을 내었다. 그 꽃들은 온갖 빛깔이 좋고 묘한 향기는 마음에 들었다. 그 꽃받침은 다 가부하고 앉은 석가모니의 불상을 나타내어 그 부처들은 이 대수긴나라왕을 칭찬하였다.

“장하다. 긴나라왕이여, 그대는 한량없는 중생을 잘 교화하는구나. 보살은 으레 이렇게 해야 한다. 즉 이미 세간을 벗어났으나 이 세상에 다시 나와서 중생을 교화하고 생사는 없어졌으되 다시 와서 생(生)을 받고, 열반의 자리를 얻었으나 다시 삼계에 노닐면서 중생들을 교화해야 하느니라.”

그 때 긴나라왕이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지금 보배 일산을 만들어 저 낱낱 부처님께 씌우리라.’

그리하여 긴나라왕은 곧 장엄보개(莊嚴寶蓋)라는 삼매에 들었다. 그 삼매에 들었을 때 묘한 보배 일산이 생겨 그 부처님들을 모두 덮었고 대중들도 오른손으로 보배 일산을 받들고 모두 부처님께 공양하였다.

그 때에 긴나라왕이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석가모니 부처님과 보살·성문들과 일체 대중을 청하여 향산(香山)의 내 궁전으로 가서, 무량무변한 하늘·용·야차·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 등을 모아 다 법을 듣게 하고는, 부처님께 공양하고 그 시봉이 되어 저 중생들로 하여금 언제나 이롭고 편안하며 즐겁게 하리라.’

긴나라왕이 이렇게 생각하고는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합장하여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과 보살과 성문께서는 저희들을 가엾이 여겨 향산으로 오셔서 이레 동안 공양을 받고 한량없는 중생들로 하여금 그 선근이 늘어나게 해 주십시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그 심부름꾼이 되겠습니다. 저희들을 가엾이 여기시어 보살과 성문들도 향산으로 가시어 이레 동안 지내주십시오.”

그리하여 긴나라왕은 부처님께서 허락하심을 알고 기쁨이 온몸에 가득하여 그 부인과 남녀 권속을 데리고 온갖 음악으로 부처님께 공양한 뒤에 그 발에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대중을 떠나 향산으로 갔다.

그 때에 긴나라왕은 부처님께 공양하기 위해 향산의 자기 동산을 장엄하였다. 그 장엄한 묘한 땅은 주위가 500유순이요, 푸른 유리의 땅은 염부단금으로 섞어 꾸몄고 여러 보배의 온갖 빛깔은 서로 비추어 찬란하였다.

그리하여 그 마당에는 백천의 묘한 좌석을 만들고 그 사이사이에는 보배 연꽃으로 장엄하였고, 백천만억의 천의(天衣)를 깔았다. 또 그 마당에는 부처님을 위해 사자좌를 만들었으니 높이는 32유순이요, 온갖 보배로 장엄하였는데 갖가지 보배의 난간을 둘렀고, 당기·일산 등을 펼쳐 시설하였으며, 보배 번기를 세우고 무수한 향로에는 단단하고 검은 침수향(沈水香)을 피우고, 그 위에는 비단 포장을 쳐 먼지를 받았다. 그 주위에는 번기·일산·비단 등을 둘렀고 하늘 꽃을 흩으며 그 자리 사방에는 큰 보배 나무를 세웠는데, 갖가지 빛깔은 아름다웠다.

밖에서 오는 대중과 자기의 권속들이 모두 모였을 때 그는 다음 게송으로그들을 가르쳤다.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심 만나기 어렵기는
마치 우담바라꽃 피는 것과 같다.


거룩한 사람 이 세상에 나오셨으니
그를 공경하고 잘 공양하라.



교만과 게으름과 거짓 버리고
인색함과 탐욕, 환영 같은 의혹 버리고
온갖 실없는 일 다 버리고
저 이끄시는 스승을 잘 공경하라.



마음에 드는 갖가지 아름다운 꽃
천상의 뛰어난 꽃 향산의 꽃
그것 모두 다 모아 한곳에 두고
저 사람 신선님께 공양하여라.



마음에 드는 갖가지 묘한 향
단단하고 검은 침수향 또 전단향
그것을 모두 이 향산에서 피워
중생에서 뛰어난 이께 공양하라.



갖가지 음악 소리와 아름다운 노랫소리
저 긴나라 등의 좋아하는 소리
모두 그 음악 소리들 잘 조화해
저 장부의 신선님께 공양하여라.



당기·번기·보배 일산과 또 묘한 옷은
부드럽고 깨끗하여 하늘 뜻에 드나니
그런 것을 모두 마련해 부처님께 공양하라.


그는 비할 데 없이 만나 뵙기 어렵네.



부처님께 공양하면 좋은 곳에 이르러
제석천왕도 되고 사천왕도 되며
범천왕이나 혹은 자재천왕도 되며
언제나 인간·천상의 존엄한 왕이 되네.



형상과 위덕과 또 그 명예와
권속과 시종들과 또 그 보배와
그 말로 가르치심 다 수용하나니
부처님을 공양하면 이런 이익을 얻네.



모든 하늘에서 기뻐하고 인간에서 즐거워하며
생사에서 항상 즐거워하려 하고
언제나 즐거움과 즐거움의 도구를 얻으려 하나니
중생에서 뛰어난 이 분께 공양하여라.



연각과 성문의 법 얻으려 하고
또 최상의 훌륭하고 묘한 법 얻어
악마의 원한을 항복 받으려 하나니
언제나 공양으로 이 법왕(法王)께 공양하라.

그 때에 대수긴나라왕은 그 권속들을 이렇게 가르치고는 곧 모든 꽃의 화만과 바르는 향과 가루향을 모으고 온갖 맛난 음식을 마련한 뒤에 향산 남쪽에서, 온갖 음악을 울리고 다음 게송을 노래하면서 때가 이르렀다고 아뢰었다.

부처님께선 중생을 이롭게 하고 안락하게 하시며
평화로운 얼굴과 기쁜 웃음과 부드러운 말과 묘한 꽃으로
인간과 천상의 공양을 잘 받으시니
선서님, 지금 오십시오. 때가 되었습니다.



열 가지 힘으로 악마들의 힘을 항복 받고
다른 무리 항복 받아 세상을 이롭게 하며
온갖 번뇌 끊어버리고 다시 번뇌 없나니
이롭게 할 때가 왔습니다. 세존님 오십시오.



두타의 행을 즐기어 집착에 물듦이 없고
생각의 지혜를 훌륭하게 모아 견고하신 이
훌륭한 사람으로 이 세간을 넘어섰나니
기쁜 마음으로 오시어 이로운 일 하소서.



해와 달과 진주의 광명과
제석천·범천의 모든 광명을 억누르므로
그들은 모두 석가모니의 광명을 좋아하나니
그 광명 자재하여 모든 광명 얻으시네.



하늘·용·긴나라의 노랫소리들
그것은 번뇌만 늘리고 욕심은 없애지 못하나
부드러운 부처님 음성은 범천의 음성으로
모든 번뇌 없애고 안락을 주시네.



세상 의사는 시방으로 돌아다니나
이 세상 번뇌의 병은 다스리지 못하지만
열 가지 힘을 가진 의왕(醫王)은 묘한 음성으로
온갖 번뇌 없애고 안락을 주네.


큰 명예와 큰 위력은 홀로 뛰어나
견줄 데 없고 어긋남 없으며 또 흐린 말 없어
원수를 항복 받아 그것 없애고 또 그것 떠났나니
이로움을 주시는 세존님, 지금 곧 오십시오.



다루고 주고 지혜의 감로(甘露)를 베풀어 주며
계율을 지니고 계율을 행하는 가장 뛰어나신 이
잘 억제해 참으로 마음을 닦나니
존경하는 이여, 저를 생각해 빨리 오소서.



정진의 힘을 갖추어 법과 서로 알맞고
선정에 머물러 신통을 갖추었으며
지혜로 마음을 조복하고 부끄러워하는 덕을 갖추었나니
온갖 복의 모습을 지니신 이 빨리 오소서.



큰 자비로 그 마음 평등하시고
애욕과 허물 떠나 번뇌의 근심 없고
깨끗한 도를 잘 알아 부처님 도에 머무나니
즐거움을 주는 세존님, 곧 오십시오.

그 때에 부처님께서는 대수긴나라왕이 때가 되었음을 알리는 말을 듣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모두 가사와 발우를 갖고 일곱 밤의 청을 받으러 가자. 그리고 방 지킬 사람을 정해 두어라. 지금 대수긴나라왕이 때가 되었음을 알려 왔다.”

그 때에 천관보살이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신통으로 큰 보배 누대(樓臺)를 만들어 부처님과 보살·성문들을 그 누대의 연꽃으로 장엄한 자리에 편히 앉아 계시게 하고 그것을 오른 손바닥에 두고는 허공을 타고 향산으로 가리라.’

그는 이렇게 생각하고 곧 삼매에 들어 삼매의 힘으로 큰 보배 누대를 만들었다. 그것은 세로와 너비는 각기 10유순이요, 갖가지 빛깔은 매우 아름답고 사방 네 기둥은 차별을 두어 장엄하였다.

이 때에 그 보배 누대 안에서는 백천의 보배로 된 연꽃 좌석이 나왔고 다시 부처님을 위해서는 연꽃으로 된 사자좌(師子座)를 놓았는데 그 높이는 일곱 길이었다.

천관보살이 보배 누대와 연꽃 좌석을 만들고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보배 누대의 사자좌에 앉으십시오. 그리고 보살님들과 성문·대중 스님들도 저를 가엾이 여겨 주십시오. 그리고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이 보배 누대를 오른쪽 손바닥에 두고 저 향산으로 가겠습니다.”

그 때에 부처님께서는 천관보살을 가엾이 여겨 보배 누대의 사자좌에 앉으시고 보살과 성문들도 차례로 앉았다.

그리하여 천관보살은 곧 보배 누대를 받들어 오른쪽 손바닥 가운데 놓고 허공에 올라 향산을 향해 떠났다.

그 때에 욕계의 모든 하늘과 색계의 여러 하늘 무리들은 천관보살의 이 신통한 변화를 보고 뛸듯이 기뻐하며 희유한 마음을 내었다. 그리고 부처님과 천관보살을 공양하기 위해 꽃·향·화만·바르는 향·가루향 등을 지니고 갖가지 풍악을 울리면서 보배 누대로 오다가 허공에 머물러 부처님을 공양하고 향산으로 향하였다.

그 때에 대수긴나라왕은 부처님께서 보배 누대에 앉아 허공으로 오시는 것을 멀리서 보고 그 8만 4천 권속과 여러 긴나라들과 함께 향·화만·가루향·바르는 향 등을 지니고 8만 4천의 풍악을 울리며 맑고 아름다운 노래를 그 풍악 소리와 조화시켜 부처님을 마중 나갔다. 그리하여 그 권속들과 함께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가져간 온갖 꽃·향·화만·바르는 향·가루향 등으로 부처님께 공양하고 앞에서 인도했다.

그 때에 부처님께서 이미 거기에 도착된 것을 아시고 보살·성문·제석천·범천·사천왕 및 대중과 함께 대수긴나라왕의 장엄한 도량으로 가시어 준비된 좌석에 앉으셨다.

그 때에 대수긴나라왕은 제석천·범천·사천왕 및 여러 천자와 대덕 등에게 말하였다.

“모두 그 자리에 앉으십시오. 그리하여 부처님을 위해 준비한 음식을 같이 맛있게 드십시오.”

긴나라왕은 그 처자와 남녀의 권속들과 함께 공경하는 마음으로 손수 음식을 올렸다. 그것은 갖가지 맛난 맛을 갖춘 음식으로서 모두 보살의 선근에서 생긴 것이었다. 그리하여 부처님과 보살·성문 및 일체 대중은 다 충분히 공양하였다.

긴나라왕은 그 분들이 발우와 손을 다 씻으심을 알고 그 권속들과 부처님 앞에 차례로 앉아 설법을 듣고자 하였다.

그 때에 부처님께서도 긴나라왕과 모든 대중을 위해 묘한 법을 연설하여 가르쳐 보이고 이롭게 해 주고 기쁘게 하였다.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곧 이런 묘한 법을 연설하셨다.

“긴나라왕이여, 보살은 서른두 가지의 청정한 보시바라밀을 행한다. 그 서른두 가지란 무엇인가. 즉 긴나라왕이여, 보살은 보리의 마음을 잊지 않고 앞장서 보시를 행하고, 소승(小乘)을 칭찬하지 않고 보시를 행하며, 하려고 하는 이에게 상처나 헐뜯는 마음이 없이 보시를 행하고, 구하는 이가 오면 해치려는 마음이 없이 보시를 행하며, 청하는 이가 있으면 복밭이라는 생각을 일으켜 보시를 행하고, 모든 청하는 이가 있으면 스승이라는 생각과 선지식이라는 생각을 일으켜 보시를 행하며, 안으로 아까워하는 번뇌를 버리고 보시를 행하고, 탐하거나 애석해하는 마음 없이 뛸 듯이 기쁘게 보시를 행한다.

팔을 바로 펴 잘 주되 바라는 바가 없이 보시를 행하고, 작은 마음이 아니고 큰 마음을 내어 보시를 행하며, 나쁜 곳에 나지 않고 보시를 행하고, 좋은 과보나 바라는 것이 없이 보시를 행하며, 부처의 법을 위해 보시를 행하고, 마음에 심한 고뇌가 없이 보시를 행하며, 거두어들임을 으뜸으로 삼아 보시를 행하고, 중생을 가르쳐 이끌고 교화하기 위해 보시를 행하며, 법을 보호하기 위해 보시를 행하고, 부처의 가르침을 그대로 행하기 위해 보시를 행하며, 악마의 무리들을 항복 받기 위해 보시를 행한다.

또 보리를 바로 깨닫기 위해 보시를 행하고, 선남자의 업을 짓기 위해 보시를 행하며, 아귀의 나쁜 세계를 떠나기 위해 보시를 행하고, 평등의 마음의 인연을 모아 닦기 위해 보시를 행하며, 큰 재물과 봉읍(封邑)을 얻어 남을 거두기 위해 보시를 행하고, 화합하고 공경하는 법을 행하기 위해 보시를 행하고, 선지식을 떠나지 않기 위해 보시를 행하며, 일체 중생을 성내는 눈으로 보지 않기 위해 보시를 행하고, 보시의 선근으로 위없는 도로 향하기 위해 보시를 행하며, 다른 보살에게 주기 위해 보시를 행하고, 상호(相好)를 장엄하기 위해 보시를 행하며, 부처 세계를 청정하게 하기 위해 보시를 행하는 것이니, 이것이 보살의 서른두 가지 깨끗한 보시 바라밀이니라.

긴나라왕이여, 또 보살은 서른두 가지의 청정한 계율 바라밀을 행한다. 즉 스스로 그 몸을 깨끗이 하는 계율이니 탐욕·분노·우치(愚癡) 등을 깨끗이 하기 위해서요, 스스로 그 입을 깨끗이 하는 계율로서 부처와 여러 하늘을 속이지 않는 것이니 허망한 모양이 없기 위해서이며, 스스로 그 마음을 깨끗이 하는 계율이니 무명·탐욕·분노·사견(邪見)을 떠나기 위해서요, 열 가지 선업을 깨끗이 하는 계율이니 인간이나 천상에 나기 위해서이며, 보리의 마음을 잊지 않는 계율이니 다른 법을 탐하지 않기 위해서요, 뜻이 깨끗한 계율이니 거짓을 버리기 위해서이니라.

성현을 칭찬하는 계율이니 성현이 아닌 이를 부지런히 포섭하기 위해서요, 인자한 마음을 으뜸으로 하는 계율이니 모든 중생들에 대해 마음을 평등히 하기 위해서이며,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닦는 계율이니 나아가 중생을 교화하기 위해서요, 고루 배우기를 좋아하는 계율이니 결국 결함이 없기 위해서이며, 부끄러워할 줄 아는 계율이니 악도(惡道)를 두려워하기 위해서요, 깨뜨림이 없는 계율이니 중도에 버리지 않기 위해서이며, 더러움이 없는 계율이니 청정한 법을 완성하기 위해서요, 자신이 자재한 계율이니 다른 부처 세계에 가기 위해서이니라.

또 호귀(豪貴)한 이를 존경하는 계율이니 지혜로운 이를 칭찬하기 위해서요, 허물을 뛰어넘는 계율이니 악도를 떠나기 위해서이며, 편히 머무는 계율이니 모든 안락을 다 갖추기 위해서요, 부처의 칭찬을 받는 계율이니 그것은 부처의 계율이기 때문이며, 게으르거나 이완되지 않는 계율이니 세간 사람을 견실히 구제하기 위해서요, 잘난 체하여 남을 헐뜯지 않는 계율이니 잘 버리기 위해서이며, 버리기를 수행하는 계율이니 번뇌를 떠나기 위해서요, 자기를 수행하는 계율이니 도를 돕는 보리의 법을 위해서이며, 기쁨에 머무는 계율이니 탐애(貪愛)를 떠나기 위해서요, 남을 잘 포섭하는 계율이니 그 말대로 따르게 하기 위해서이니라.

또 마음을 조복시켜 출가하는 계율이니 가정에 얽매임을 모두 떠나기 위해서요, 굳게 수행하려는 계율이니 법을 즐기기 위해서이며, 결정코 소욕(少欲)과 지족(知足)할 줄 아는 계율이니 거룩한 종자를 의지하기 위해서요, 두타행을 즐겨 닦는 계율이니 모든 악법을 버리기 위해서이며, 집착 없이 상응하는 계율이니 중생이 없음을 관하기 위해서요, 그대로 따라 어기지 않는 계율이니 인연법을 따르기 위해서이며, 일체 견해를 떠나는 계율이니 단견(斷見)과 상견(常見)의 견해를 떠나기 위해서이니, 긴나라왕이여, 이것이 보살의 서른두 가지 청정한 계율 바라밀이니라.

긴나라왕이여, 또 보살은 서른두 가지 깨끗한 인욕바라밀을 행한다. 그 서른두 가지란 무엇인가. 몸에 굳이 집착하지 않는 인욕이요, 수명에 집착하지 않는 인욕이며, 침해할 마음이 없는 인욕이요, 욕설을 참는 인욕이며, 못난 이를 가엾이 여기는 인욕이요, 후학(後學)을 경시하지 않는 인욕이며, 큰 세력이 있으면서 남을 괴롭히지 않는 인욕이요, 온 뼈마디를 다 잘라도 성내지 않는 인욕이니라.

거칢이 없는 인욕이요, 성냄으로 피해를 일으키지 않는 인욕이요, 말과 함께 하지 않음이 없는 인욕이요, 뜻을 지니고 있는 인욕이며, 흐린 마음이 없는 인욕이요, 어지러운 마음이 없는 인욕이며, 남의 마음을 보호하는 인욕이요, 재물의 이익에 대한 인욕이며, 큰 자비를 깨닫는 인욕이요, 교만을 없애는 인욕이며, 중생들에게 겸손하는 인욕이요, 욕심을 왕성하지 않게 하는 인욕이니라.

또 고요함을 즐기는 인욕이요, 한적하고 편안한 무위(無爲)의 인욕이며, 자신의 허물을 보는 인욕이요, 다른 사람에게 결점이 있어도 허물을 보지 않는 인욕이며, 법다운 재물과 봉읍(封邑)을 갖는 인욕이요, 신앙심이 있는 인욕이며, 마음에 고뇌가 없는 인욕이요, 안락을 생각하는 인욕이며, 앞서 문안하고 성내지 않는 인욕이요, 매우 깊은 법을 그대로 따르는 인욕이며, 세 가지 해탈의 문을 따르는 인욕이며, 남[生]이 없고 일어남이 없음을 이해하여 생사가 없는 법인(法忍)을 아는 인욕이니, 긴나라왕이여, 이것이 보살의 서른두 가지 깨끗한 인욕바라밀이니라.

긴나라왕이여, 또 서른두 가지 깨끗한 정진바라밀이 있다. 그 서른두 가지란 무엇인가. 긴나라왕이여, 보살은 부처 종자가 끊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정진바라밀을 행하고, 승(僧)의 종자가 끊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정진바라밀을 행하며, 한량없는 생사를 받으면서 정진바라밀을 행하고, 한량없는 선근을 모으기 위해 정진바라밀을 행하며, 한량없는 부처를 공양하고 섬기기 위해 정진바라밀을 행하고, 한량없는 지식을 가지기 위해 정진바라밀을 행하며, 한량없는 중생들을 가르치고 이끌기 위해 정진바라밀을 행한다.

또 묘한 설법으로 일체 중생을 기쁘게 하기 위해 정진바라밀을 행하고, 일체 중생들을 역류시키기 위해 정진바라밀을 행하며, 중생들을 위해 항상 무엇을 할까 하여 정진바라밀을 행하고, 가진 것을 모두 버리기 위해 정진바라밀을 행하며, 일체의 계율을 보호하여 훼손되거나 없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정진바라밀을 행하고, 모든 것에 부드럽고 참는 힘으로 성내지 않기 위해 정진바라밀을 행하며, 일체의 하는 일에서 뛰어나기 위해 정진바라밀을 행하고, 일체의 선정·해탈과 온갖 삼매를 일으키기 위해 정진바라밀을 행한다.

또 한량없는 지혜를 원만히 하기 위해 정진바라밀을 행하고, 모든 부처 세계의 온갖 장엄으로 부처 세계를 다 장엄하기 위해 정진바라밀을 행하며, 굳세고 큰 힘으로 저쪽 언덕에 건너가기 위해 정진바라밀을 행하고, 모든 악마를 항복시키기 위해 정진바라밀을 행하며, 외도의 주장들을 다 항복받기 위해 정진바라밀을 행하고, 부처의 열 가지 힘과 두려움이 없는 법을 갖추기 위해 정진바라밀을 행하며, 몸과 입과 뜻을 장엄하기 위해 정진바라밀을 행하고, 모든 일을 잘 마련하여 쉬지 않기 위해 정진바라밀을 행하느니라.

또 마음이 겁내거나 나약함이 없기 위해 정진바라밀을 행하고, 그 마음이 용기 있고 씩씩하기 위해 정진바라밀을 행하며, 모든 번뇌와 함께 있지 않기 위해 정진바라밀을 행하고, 일체 번뇌를 꺾어 굴복시키기 위해 정진바라밀을 행하며, 일체의 결박을 없애기 위해 정진바라밀을 행하고, 제류(諸流)를 건너기 위해 정진바라밀을 행하며, 해탈하지 못한 이를 해탈하게 하고 편하지 못한 이를 편하게 하며 건너지 못한 이를 건너게 하기 위해 정진바라밀을 행하고, 온갖 복덕을 모아 상호를 장엄하기 위해 정진바라밀을 행하느니라.

또 모든 부처의 바른 법을 수호하기 위해 정진바라밀을 행하고, 신통으로 모든 부처 세계에 가서 그 부처를 공양하고 예배하며 오른쪽으로 돌고 공경하기 위해 정진바라밀을 행한다.

이런 온갖 정진은 적정(寂靜)에서 생기므로 몸과 마음은 적정에 머물러 나가는 것도 없고 들어오는 것도 없으며 위도 없고 아래도 없다. 그것은 생기거나 일어남이 없는 것에 포섭되기 때문이다. 긴나라왕이여, 이것이 보살의 서른두 가지 깨끗한 정진바라밀이니라.

긴나라왕이여, 또 보살에게는 서른두 가지 깨끗한 선정바라밀이 있다. 그 서른두 가지란 무엇인가. 그것은 이른바 생각의 깨끗함, 지혜의 깨끗함, 정진의 깨끗함, 부끄러움의 깨끗함, 견실함의 깨끗함, 마음과 성품의 깨끗함, 보리의 마음을 잊지 않는 깨끗함, 공덕 뿌리의 깨끗함, 의지함이 없는 깨끗함, 나와 내 것[我所]의 깨끗함, 신통을 일으키는 깨끗함, 몸이 고요한 깨끗함, 마음을 다스리는 깨끗함, 안이 고요한 깨끗함, 바깥 위의의 깨끗함, 모든 견해에의 집착을 끊는 깨끗함, 나도 없고 중생도 없으며 사람도 없고 수명도 없으며 장부(丈夫)도 없음을 관찰하는 깨끗함이니라.

또 삼계에 머물지 않는 깨끗함, 보리를 돕는 법이 앞에 나타나는 깨끗함, 중생을 가엾이 보는 깨끗함, 지혜의 장애를 없애는 깨끗함, 지혜를 넘어선 깨끗함, 인과(因果)를 어기지 않는 깨끗함, 법인(法忍)을 결정하는 깨끗함, 무상·괴로움·공(空)의 법을 수행하는 깨끗함, 방편을 굴리는 깨끗함, 방편으로 포섭하는 깨끗함, 도량을 가까이 하는 깨끗함, 성문과 연각의 법을 바라지 않는 깨끗함, 번뇌가 아주 없어진 깨끗함, 마음이 산란하지 않아 부처의 선정을 얻은 깨끗함, 중생들의 마음을 관찰하여 거기에 맞게 설법하는 깨끗함 등이니, 긴나라왕이여, 이것이 보살의 서른두 가지 깨끗한 선정의 바라밀이니라.

긴나라왕이여, 보살에게는 또 서른두 가지의 청정한 지혜바라밀이 있다. 그 서른두 가지란 무엇인가. 많이 들음[多聞]을 구하되 만족할 줄 모르고, 모든 법을 잘 생각해 분별하며, 그 지혜로 모든 법을 깨달아 5음(陰)을 잘 분별하고, 18계(界)를 잘 분별하여 법계(法界)로 나아가는 것이니 16입(入)을 잘 분별해 알기 위해서이며, 인연의 법을 잘 알아 인연법에 머물기 위해서요, 네가지 진리를 알되 그 멸(滅)을 알기 위해서이다.

바른 자리를 아는 것이니 그 자리에 들어가지 않기 위해서요, 일어남이 없음을 관찰하는 것이니 제 마음을 일으키기 위해서이며, 모든 법은 생멸이 없음을 아는 것이니 본제(本際)가 깨끗하기 때문이요, 중생들의 나가 없음을 아는 것이니 뒤바뀐 견해를 떠났기 때문이며, 모든 법이 다 한 법인 줄 아는 것이니 본제는 욕심을 떠났기 때문이요, 모든 세계는 한 세계임을 아는 것이니 그것은 허공과 같기 때문이며, 모든 부처는 한 부처와 같음을 아는 것이니 불가사의한 법계에 들어갔기 때문이요, 모든 글귀를 잘 아는 것이니 글을 잘하기 때문이니라.

걸림 없는 변재로 널리 설법할 줄 아는 것이니 일체 중생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요, 다라니를 아는 것이니 잊음이 없기 때문이며, 악마의 업을 아는 것이니 그 악마들을 교화하여 보리로 향하게 하기 위해서요, 모든 법은 환영과 같음을 알아 분별에 머무는 것이니 차별이 있기 때문이며, 모든 법은 번개·물 속의 달·꿈·그림자·메아리 등과 같음을 아는 것이니 모든 법은 결국 성취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모든 중생들의 심성을 아는 것이니 본래 깨끗하기 때문이요, 생사와 열반을 잘 관찰해 분별하는 것이니 방편을 잘 배웠기 때문이며, 공·무상·무원을 잘 아는 것이니 해탈의 문을 보이기 위해서요, 모든 법의 본성은 본래 고요함을 아는 것이니 본래 얽매임이나 장애가 없기 때문이며, 모든 법은 장애를 떠남을 아는 것이니 밝음을 얻어 무명의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서요, 지혜를 잘 알아 지혜의 광명을 놓는 것이니 일체 중생을 해탈시키기 위해 설법하려 하기 때문이니라.

또 모든 법을 잘 아는 것이니 가고 옴이 없기 때문이요, 지은 업을 아는 것이니 어긋나지 않기 때문이요, 중생들에게 보일 줄 아는 것이니 생사를 보이기 위해서이며, 네 가지 변재를 얻어 이룬 것이니 이치와 법과 말과 즐겨 말하는 변을 알기 때문이요, 그 말은 틀림이 없고 법은 공(空)하며 자신을 고요하게 단련하고 진실로 열반을 알며, 그 지혜는 부처의 지혜로 나아가고 법의 성(城)을 수호하여 일체의 법을 지니며 수기를 받아 할 일을 완성하며, 다시는 물러나지 않는 보살 지위에 머물게 된다. 긴나라왕이여, 이것이 보살의서른두 가지 깨끗한 지혜바라밀이니라.

긴나라왕이여, 보살은 또 서른두 가지 깨끗한 방편 바라밀을 행한다. 그 서른두 가지란 무엇인가. 중생들에게는 아무 악도 없음을 관찰하고, 한량없는 복이 있으되 그치지 않으며, 만일 조그만 복이 있어도 또한 그치지 않고, 중생들을 교화하기 위하여 보시를 행하되 복을 구하지 않고, 중생들에 대해 복밭이라는 생각을 내면서 그 과보를 바라지 않으며, 못난 이를 교화하기 위해 못난 사람으로 나타나고, 중생들에게 구업(口業)을 단속하게 한다.

여자의 몸으로 나타나 젊은이들을 교화하고 소년으로 나타나 소녀들을 교화하며, 일체의 몸을 나타내되 중생들을 거스르지 않으며, 자신은 교만하지 않으나 교만한 태도를 나타내고, 교만한 중생을 교화하기 위해 광란함을 나타내 보이며, 중생들이 이해함에 따라 설법하고, 100년 동안 계율을 지니다가 한 사람을 교화하기 위하여 계를 버리고, 갖가지 오락하는 도구를 소유하여 모두 법에 들어오도록 하고, 스스로 두타의 행에 머물고 생명을 잃을까 두려워하는[不活畏] 중생을 위해 생명을 잃을까 두려워하는 모습을 나타내느니라.

일체 외도의 법을 나타내 보이되 출가(出家)의 행을 닦아 불법을 나무라지 않고, 음녀(淫女)로 나타나거나 혹은 왕궁(王宮)에 있어 아름다운 여자의 몸을 나타내는 것은 음욕에 집착하는 중생들을 교화하기 위해서이며, 대중이 모인 곳에서 온갖 재주를 보이되 퉁소·젓대를 불기도 하고 거문고나 비파를 타기도 하며 북을 치고 고둥을 불되 으뜸이 되고, 대중 앞에서 노래하고 춤추며 익살을 부리되 모든 법음을 내고 온갖 재주를 부려 중생들이 즐기는 것을 따르는 것은 그들을 교화하기 위해서이다. 신통을 부려 중생에게 재물을 보시한 뒤에 법을 설하고, 재물을 잃은 중생을 위해서는 보배 창고를 나타낸 뒤에 설법하며, 어떤 중생이 근기에 시달리면 거기에 맞는 법을 나타낸 뒤에 설법하느니라.

또 장자나 거사, 작은 왕의 궁녀나 부인들이 자식이 없어 걱정할 때는 그들을 교도하고 기쁘게 하기 위해 그 아들이 되어 나타나고, 대중 가운데서 그 우두머리가 되어 대중을 데리고 광야에 갔을 때 양식이 떨어져 구할 길이 없으면 신통의 힘으로 음식을 만들어 배부르게 한 뒤에 그들에게 알맞게 설법 하여 위없는 도에서 물러나지 않게 하느니라.

나면서 장님이 된 중생들이 떼를 지어 가는데 한 사람·두 사람·세 사람·네 사람·혹은 열 사람·백 사람·천 사람·2천 사람 내지 만 사람이 있을 때 장님으로 그들 앞에 나타나되 아주 빈궁한 이로 나타나 남에게서 구걸하여 그들에게 보시하고, 모두 눈을 얻어 모든 것을 보게 한 뒤에 그들에게 근기에 맞게 설법하여 위없는 도에서 물러나지 않게 하며, 또 많은 중생들이 죄를 지어 왕에게 잡혔으면 보살은 그 중생들을 감옥의 결박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죄인으로 나타나서는, 그들 가운데 들어가 신통의 힘으로 그들의 차꼬와 수갑을 모두 벗긴 뒤에 음식과 의복을 충분히 주고, 또 설법하여 위없는 도에서 물러나지 않게 하느니라.

또 어떤 중생이 죽을 죄를 범했으면 그들을 교화하기 위해 환영으로 만들어진 사람으로 변하여 그 죄인을 대신해 그 목숨을 살려 근심이 없게 하고, 위로하여 기뻐하게 하고는 설법하여 끝내는 위없는 도에 머물게 한다. 또 어떤 중생이 재물·종·짐승·집·논밭 등을 가지고 서로 치며 다투거나 소송하면 그는 방편의 힘으로 많은 재물을 나타내어 그들에게 주어 화합하게 한 뒤에 설법하여 보리의 행에 머물게 한다.

또 보살은 방편으로 자신의 좋은 형상을 버리고 귀머거리·장님·벙어리 등의 더러운 몸을 나타내어 그들과 같은 몸이 되는데 그것은 중생들을 교화하기 위해서이니라.

또 그 보살은 부처 종자가 끊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외도의 스승이 되어 멀리서 살면서도 3보를 찬탄한다. 또 그 보살은 방편으로 중생들을 교화하기 위해 갖가지 선정을 버리고 욕계에 태어난다. 또 그는 무식한 사람으로 나타나 무식한 이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열반을 나타내 모든 법을 더욱 부지런히 수행하여 정진하게 한다. 또 보살은 바른 지위를 얻지 못하고 열반에 들려는 이가 있으면 방편으로 그 앞에서 부처의 형상을 나타내는데, 그것은 그들을 보리에 머물게 하기 위해서이다. 긴나라왕이여, 이것이 이른바 보살이 서른두 가지 방편 바라밀을 갖추었다는 것이니라.”

이렇게 하여 여러 가지 바라밀을 말씀하셨을 때 대수긴나라왕의 권속 중에서 90만 6천 중생은 위없는 보리의 마음을 내었고, 부처님의 무리 중에 8천보살은 생사가 없는 법인[無生法忍]을 얻었으며, 대수긴나라왕은 지등삼매(智燈三昧)를 얻었다.

이 때에 긴나라왕은 부처님으로부터 보여 주고 가르쳐 주고 이익 되게 하고 기쁘게 하는 법을 듣고 뛸 듯이 기뻐하며 희귀한 일이라 생각하고 값으로 칠 수 없는 옷을 부처님께 바치고, 보살과 성문들도 제각기 옷을 바치고 그들의 동산에 있는 모든 것을 다 부처님께 공양하였다.

그 때에 긴나라왕의 아들 8천 인은 온갖 보배 꽃으로 장엄한 8천 개의 미묘한 일산을 부처님께 바쳤다. 그것을 바칠 때 부천님의 신력으로 그것들은 허공에서 하나의 일산이 되어 100유순을 덮었다. 그 긴나라왕의 8천 아들들은 부처님의 신력을 보고 뛸 듯이 기뻐하며 희귀하다 생각하면서 전일한 뜻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어 모두 물러나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들은 발심하고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에게 보리를 돕는 법을 말씀해 주십시오, 저희들은 그것을 듣고 그대로 수행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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