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수긴나라왕소문경(大樹緊那羅王所問經) 제3권
그 때에 부처님께서 긴나라왕의 여러 아들이 마음으로 바라는 것을 알고 일곱 다라수(多羅樹) 높이의 허공에 올라 큰 광명을 놓으시니, 그 광명은 삼천대천세계를 다 비추고, 욕계(欲界) 하늘의 모든 악기와 건달바·긴나라 등이 소유한 모든 악기는 치지 않아도 스스로 울어 미묘한 소리를 내고, 향산(香山)의 갖가지 나무들도 다 미묘한 소리를 내었다.
그 때에 부처님께서는 또 그 몸의 털구멍에서 한량없는 만억 광명을 놓으시니 낱낱 광명 끝에는 각각 연꽃이 있고 그 낱낱 꽃 속에는 보살들이 32상으로 장엄하고 그 꽃받침에 앉아 있었다.
그 때에 부처님께서 신통의 힘으로 그 음악 소리들로 하여금 지혜로운 게송을 읊어 의심되는 것을 묻게 하고, 그 꽃받침에 있는 보살들로 하여금 낱낱 게송으로 그 물음에 대답하게 하셨다.
어떻게 하면 그 위없는
보리의 마음을 내어
마침내 이 마음 버리지 않고
끝내 그 보리 깨닫게 되는가.
오로지 지극한 마음을 성취하고
저 여러 중생을 위해
큰 자비를 일으켜 장엄하면
보리의 마음을 잃지 않으리.
그는 어떤 뜻 지니고 있으며
또 그는 어떻게 행해야 하며
말한 바 큰 자비스런 마음은
어떻게 그것을 일으키는가.
그 뜻에는 아첨이나 거짓이 없고
그 수행에는 간사함이 없으며
중생의 열반 위해 살아가나니
그 큰 자비는 이러하니라.
어떻게 하면 보시 행하되
행한 뒤에는 집착 없으며
또 그 갚음을 바라지 않고
저 보리로 회향할 수 있는가.
모두를 버려 다 보시하되
보시한 뒤에는 후회함 없이
보리의 길로 나아가나니
이것이 그 갚음을 바라지 않는 것이다.
어떻게 계율에 머물되
계율에 교만한 마음을 내지 않으며
계율을 깨뜨린 이를 구제하여
위없는 대승법을 구하게 하겠는가.
계율이 곧 보리의 마음이며
공(空)하여 일어날 교만함도 없으니
크게 자비스런 마음을 내면
계율을 깨뜨린 이들 구제하리라.
어떻게 하면 저 중생들의
욕설과 꾸짖음을 잘 참아
마침내 성내는 마음을 내지 않고
몇 배나 더욱 기뻐할 수 있는가.
내가 중생들의 의사가 되어
그 온갖 병을 고친다 생각하면
혹 그들의 나쁜 말 듣더라도
성내는 마음 일으키지 않으리.
어떻게 하면 정진을 행하고
어떻게 하면 그것을 닦아 익히며
어떻게 하면 게으른 마음 없어
보리의 행을 닦을 수 있을까.
정진으로 중생들 보호하고
항상 정진해 그 법을 보호하여
선근을 모두 충족히 갖추면
그 마음에 게으름이 없으리.
어떻게 하면 정념(正念)을 닦되
용맹스럽고 수승하게 나아가 행하며
어떻게 하면 선정을 닦아
그 마음 산란하지 않을 수 있는가.
그 생각 흩어져 달리지 않고
그 지혜에 아첨이나 거짓 없으며
방편으로 그 선정 행하면
그 마음에 산란함 없으리.
어떻게 하면 지혜를 얻고
어떻게 하면 견해가 바르며
어떻게 하면 결정을 짓고
어떻게 하면 그 법을 분별하리.
수행과 다문(多聞)으로 지혜 늘리고
본래부터 정직한 마음을 익히며
결정코 그 법의 보시 행하고
이치를 닦고 행하라.
어떻게 그는 들으려고 하고
어떻게 많이 들을 수 있고
어떻게 하여 들은 대로 말하며
대인(大人)은 어떻게 살아가는가.
공경하기 때문에 들으려 하고
많이 아는 이를 가까이 하여 익히며
재물의 이익 위해 말하지 않나니
대인은 이렇게 살아가느니라.
어떻게 그는 자애로움을 행하고
또 어떻게 대비(大悲)를 행하여
기꺼이 하는 보시 다 성취하고
어떻게 깨끗한 도에 머무는가.
자비[慈]로운 마음은 모두에 평등하고
대비(大悲)로 아무 게으름 없으며
따라 기뻐하는 것 희사(喜捨)라 하나니
그리하면 깨끗한 도에 이를 수 있으리.
어떻게 그는 부처를 보고
부처를 보고는 신심을 내며
어떻게 그는 법을 들으며
어떻게 의심을 끊어 버리는가.
부처를 생각하는 그 행을 닦아
이 세상의 스승 보아
믿는 마음을 두루 갖추면
법을 듣고는 의심 없으리.
그는 어떻게 복으로 장엄하고
또 어떻게 지혜로 장엄하며
혹은 선정과 지혜로
어떻게 장엄하는가.
복으로 장엄하되 만족할 줄 모르고
학문으로써 지혜를 장엄한다.
마음이 고요하면 그것이 선정이요
법을 알면 그것은 지혜이니라.
그는 무엇을 수행하며
어떤 모양에 머무는가
그의 수행처는 무엇이며
그는 어떻게 수행하는가.
그는 제법(諸法)이 공(空)함을 수행하며
피안(彼岸)이라는 말을 버린다.
그는 4선(禪)에 머물러 수행하며
수행하여 중생을 해탈시킨다.
악마의 법은 어떤 것이며
부처의 바른 업은 어떤 것인가.
어떠한 업을 지어야
보리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가.
소승을 악마의 업이라 하고
대승을 뛰어난 법이라 한다.
일체의 악을 다 버려야
보리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어떻게 좋은 벗을 가까이 하고
나쁜 벗은 어떤 모양을 가졌는가.
어떻게 평등하게 살아가야
삿된 견해를 버릴 수 있는가.
만일 보리의 도를 칭찬하면
좋은 벗을 가까이 하는 것이며
보리의 마음을 청정히 하면
나쁜 벗을 멀리하는 것이다.
갖가지 업을 다 알고는
바른 견해를 닦아 행하고
삿된 것과 상응하는 것을 떠나면
그는 바른 견해를 잃지 않으리.
어떻게 바른 법 보호하여
저 중생들 교화시키며
또 어떠한 방편으로
보리를 잘 이룰 수 있는가.
정진하여 바른 법 보호하고
방편으로써 잘 교화하며
2변(邊)의 법을 버리면
훌륭한 보리를 얻을 수 있으리.
어떻게 하면 지혜의 업을 짓고
어떻게 하면 의업(意業)에 적절하며
어떻게 하면 빨리 가르침 받아
항상 공경하고 오른쪽으로 돌까.
다툼 없음이 지혜의 업으로서
다툼을 일으키지 않고
입으로 부드럽고 좋은 말하면
공경하고 오른쪽으로 돌 수 있으리.
도란 그 모양 어떠하며
어떤 것을 도 아닌 것이라 하는가.
어떻게 그들을 편안히 하여
많은 중생 그 도에 머물 수 있을까.
여섯 바라밀[六度]이 바른 도이며
소승은 바른 도 아니라 한다.
방편의 지혜를 다 배우면
중생들을 그 도에 머물게 하리.
어떻게 하면 큰 부자 되고
어떻게 하면 큰 이익 얻으며
보배 창고는 어디에 있고
어떻게 중생을 만족시킬까.
7재(財)를 큰 부자라 하고
적정(寂靜)을 큰 이익이라 하며
다라니(陀羅尼)를 보배 창고라 하고
변설(辯說)로 중생을 만족시킨다.
그 부모는 누구며
그 친속은 어떠한 모양이며
시종은 또 어떠한 모양으로
지혜로운 사람을 장엄하게 꾸미는가.
지혜의 어머니는 바라밀다요
조도법(助道法)은 그 친족이며
모든 선근(善根)이 그 시종 되어
지혜로운 사람을 장엄한다.
제법(諸法)이 무아(無我)임을 알면
인자한 마음으로 세상을 두루 덮으리
무아와 인자한 마음
그 뜻은 무엇인가.
만일 그 공(空)의 이치를 알면
그는 자신이 무아임을 깨달으리
이것이 최상의 자비이며
지금 세상이 공한 것임을 아는 것이리.
미래도 그 미래가 없는 것이며
모든 현상의 성질이 다 그러하며
업보도 이와 같다면
어떻게 이 생(生)이 있는가.
제1의(第一義)에는 시비가 없고
또 가는 것 없지만
세제도(世諦道)에 들어오므로
업과 그 과보 말하느니라.
만일 그 공(空)과 무상(無相)과
또 무원(無願) 해탈 등
1상(相)이 무상(無相)과 같다면
어떻게 그 도에 날 수 있을까.
공이 바로 무상이요
무상이므로 얻고
1상과 같은 뜻이니
그러므로 해탈의 문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어떻게 공(空)을 보아야 하고
어떻게 중생을 관찰하는가.
공과 또 그 중생은
어떻게 하여 나게 되는가.
지혜로 그 공을 보고
방편으로 중생을 관찰하여
큰 자비로 그들을 교화하여
저 열반으로 향하게 한다.
생(生)함도 없고 멸(滅)함도 없다.
일체의 법이 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모든 현상이 생기는가.
이 이치를 알아야 하리.
생함이나 멸함이 없다는 것은
그것은 지혜로 수행한 경지다.
수행은 서원에서 생긴 것으로
방편으로서 세워진 것이니라.
어떻게 하면 수기를 받고
어떻게 하면 물러나지 않으며
어떻게 하면 법인(法忍)의 인연으로
어떻게 하여 결정 얻는가.
평등에 머물면 수기를 받아
그 법계에서 물러나지 않으며
생사 없는 것 법인의 인연이요
그 법을 알면 결정 얻는다.
도량이란 그 어떤 장소며
보리는 그 모양 어떠한가.
누구를 일러 여래라 하고
어떻게 부처는 밝음을 얻었는가.
허공을 일러 도량이라 하고
그 보리는 허공의 모양이다.
몸에도 마음에도 의지하지 않고
여여(如如)한 것을 여래(如來)라 한다.
그 때에 대수긴나라왕의 아들들은 이 설법을 듣고 유순법인(柔順法忍)을 얻어 모두 몸에 찼던 영락(瓔珞)을 풀어 부처님께 올리면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나오셨기 때문에 저희들은 이처럼 깊고 깊은 법을 들을 수 있습니다. 희귀한 일입니다. 세존께서는 온갖 음악 소리에서 게송으로 의심되는 것을 묻게 하고 보살들을 시켜 그 물음에 답하게 함으로써 일체 모든 대중의 의심을 끊어 주셨습니다. 저희들은 이 설법을 듣고 큰 법의 광명을 얻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이것은 누가 가졌던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여러분은 알아야 한다. 이것은 다 여래의 힘으로서 부처의 힘은 이처럼 불가사의한 것이다.”
그들은 또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일체 모든 중생들도 다 이러한 힘을 얻게 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 때에 대수긴나라왕과 그 부인·채녀들 8만 4천 인은 각각 진주 꾸러미를 들고 부처님께 나아가 부처님 발 아래 3배하고 그 진주 꾸러미를 흩어 공양하였다.
그 때 부처님께선 신통의 힘으로 허공에다 8만 4천의 큰 진주 누대(樓臺)를 만드셨다. 사방의 네 기둥은 장식이 분명하고 그 누대 안에는 평상과 온갖 보배로 된 영락과 백천의 하늘 옷이 있었다. 그 자리마다 부처님께서 가부하고 앉으셨는데 32상과 80가지 모습으로 장엄하셨다.
그 때에 긴나라왕과 8만 4천 부인은 부처님의 신통의 힘을 보고 기뻐 뛰며 희귀한 일이라 생각하고, 다 깊은 마음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어 불퇴전(不退轉)을 얻었다. 그들은 발심하고 기뻐 뛰며 모두 같은 소리로 게송을 읊어 부처님을 찬탄하였다.
가장 뛰어나 위없고 마땅히 공양 받아야 할 분
그의 주신 이익은 생각하거나 말하기 어려워라.
마음을 제어하는 이로운 법을 잘 배웠나니
지금 우리는 훌륭한 어른의 발 아래 예배합니다.
탐욕·성냄·어리석음과 아첨과 거짓 버리고
번뇌를 떠나 두려움 없는 소리 닦아 익히고
큰 보배 창고에서 법을 열어 보이셨나니
욕심을 떠난 어른께 머리 조아려 찬탄하고 예배합니다.
5안(眼)이 청정하여 번뇌가 없고
모든 원수와 도적을 잘 항복 받으며
마치 연꽃처럼 삼계(三界)에 물들지 않고
저 언덕에 이른 이께 머리 조아려 예배합니다.
세간에 지혜의 눈을 밝히시니
해와 달 등의 모든 광명을 덮고
전륜성왕(轉輪聖王)의 종족으로 출생하시어
윤상(輪相)을 지니신 이를 우리는 찬탄하고 예배합니다.
그 마음 언제나 어떤 모양에도 물들지 않나니
도사께선 의지할 곳이 되고 모두를 구호하시네.
이와 대등할 이도 없거니 하물며 뛰어난 이 있겠는가.
묘한 음성으로 연설하시는 이께 우리는 예배합니다.
이롭거나 이롭지 않거나 다 같이 집착함 없고
일체 세상 법을 다 아시어
애욕의 그물에 걸린 이를 다 벗겨 주시나니
도사이신 세존을 우리는 찬탄하고 예배합니다.
언제나 마음을 조복하여 선정에 머물고
온갖 번뇌를 불살라 시방(十方)에 머무시며
음식의 보시 아니고 법을 연설해 보시하나니
위없는 복밭에 우리는 머리 조아려 예배합니다.
그 설법은 미묘하고 온갖 상호(相好) 갖추었으며
그릇된 도를 버려 그것을 멀리 떠나고
말소리는 부드러우면서 천둥소리 같나니
삼계를 뛰어넘으신 이께 머리 조아립니다.
거룩하신 어른들은 타는 듯한 번뇌를 이미 떠나
신통으로 한량없는 세계에 노니시며
튼튼한 배를 만들어 세상 사람들 다 건네 주시나니
우리는 머리 조아려 부처님께 예배하고 찬탄합니다.
부처님께선 믿음과 정진을 연설하시어
세간의 모든 결박과 장애를 구제하시고
성문들이 가진 여섯 가지 신통을 부리시나니
6도(道)를 떠나신 이께 머리 조아려 찬탄합니다.
우리는 지금 금산(金山) 같은 모습에 머리를 조아리고
감관을 잘 억제해 고요한 이께 머리를 조아리며
우리는 지금 보름달 같은 얼굴에 머리를 조아리고
그 덕이 인간에서 최상이신 이께 머리 조아립니다.
일체 중생들의 번뇌를 꺾어 항복 받고
4류(流)의 건너기 어려운 강을 건너셨으니
지금 이 어른께 귀명(歸命)하오며
감관을 조절한 세존께 우리는 경례합니다.
세존께선 전생에 큰 보시 행하여
구걸하는 이에게 보시하되 마음으로 기뻐하고
가장 묘하고 진귀하며 사랑스러운 것들을 다 보시했나니
굳건히 보시하시는 선서(善逝)께 우리는 예배합니다.
우치와 교만에 취한 모든 중생들을 보시고
그들의 지은 인(因)을 다 아시며
도를 얻어 가장 뛰어난 위없는 분이거니
중생들을 잘 이끌어 여기서 편안하게 하시네.
5음(陰)과 18계(界)의 본성은 언제나 비고 고요하며
모든 번뇌도 알맹이 없고 거짓으로 있는 것
도사께선 세상의 온갖 의심과 회한을 끊으셨나니
때를 알아 말씀하시는 세존께 우리는 찬탄하고 예배합니다.
언제나 진실한 법의 모든 삼매에 머무시고
법에 자재하여 저쪽 언덕에 이르렀으며
모든 것 지혜로 다루시는 가장 훌륭한 어른이거니
큰 상주(商主)께 우리는 머리 조아려 예배합니다.
온갖 거짓과 속임 등을 다 떠나고
큰 힘으로 모든 악마의 군사들을 항복시키며
밝은 지혜로 잘 지도하여 인간의 최상이시니
마치 아무 걸림과 집착이 없는 사나운 바람과 같네.
온갖 번뇌의 흐름을 아주 없애고 저 언덕에 이르렀나니
인자하신 세존의 보배 창고는 다함이 없네.
항하(恒河)의 모래알 같은 모든 부처님과
거룩한 어른의 전생에 행한 일에 늘 공양합니다.
세상의 어느 것에도 흔들리지 않으며
애욕의 우환을 떠나 저쪽 언덕에 이르렀으며
모든 부처님을 가까이 하여 좋은 곳에 머무나니
그러므로 인간에서 최상이신 이께 예배합니다.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두려움을 버리고
천억의 전생에 났던 곳을 다 기억하며
아주 큰 애욕의 그물을 매우 두려워하여
지혜의 해를 비추어 모두 말려버리셨네.
도사께선 홀로 모든 법을 깨닫고
손과 발에는 상서로운 바퀴 모양 있으며
부드러운 길상초(吉祥草)를 받으셨나니
길상(吉祥)스러운 세존께 우리는 예배합니다.
자재하고 뛰어난 다라니로써
항상 재물 보시가 아닌 법을 보시하시네.
어진 세존께선 큰 법의 북을 두드리시나니
법의 왕 세존을 우리는 찬탄하고 예배합니다.
석씨왕(釋氏王)의 종족(種族)에 태어나시어
모든 감관 고요하고 마음도 고요하며
삼계의 도사는 언제나 고요하시나니
마음이 고요한 이를 우리는 찬탄하고 예배합니다.
악마의 왕은 예리한 칼을 들고 왔으며
온갖 악마 무리들도 나무 밑에 왔지만
거룩한 이의 털 하나도 서게 하지 못했나니
산처럼 움직이지 않는 이께 머리 조아려 찬탄합니다.
인간에 높으신 이 정진의 저 언덕에 이르러
중생들 위해 괴로움을 걸머지고 참으셨으며
생사가 아주 없어져 어떤 존재도 받지 않으셨나니
참음을 말씀하시는 세존을 우리는 찬탄하고 예배합니다.
큰 세력 얻어 기울거나 흔들리지 않고
두려움 없음에 잘 머물러 아무 데고 계셨으며
한량없는 중생을 편안히 하고 보리에 머무나니
잘 머무시는 세존을 우리는 찬탄하고 예배합니다.
모든 존재는 견고하지 않음을 잘 알고
그 권속들 버리고 출가하여
삼계에서 위없이 가장 훌륭한 것 아셨나니
지혜로 저 언덕에 이르신 이를 우리는 찬탄하고 예배합니다.
중생들을 고뇌에서 구제할 이 없을 때
3보(寶)의 법으로 그들을 만족시켜
어려움이 없는 길에 두고 편히 머물게 하셨나니
진실로 구제하시는 세존께 우리는 예배합니다.
세존께서는 지혜를 닦으신 힘으로 모든 근기를 아시고
악마와 그 군사들을 다 쳐부수고
설법하는 음성은 가장 거룩하고 묘하셨나니
모든 감관을 잘 닦으신 이를 우리는 찬탄하고 예배합니다.
바른 법을 들으려는 욕심으로 근본을 삼고
다시 그 욕심으로 보리를 얻으려 하며
평등하게 두루 보호해 친한 이만 가리지 않으셨나니
진실로 세상을 감싸시는 이를 우리는 찬탄하고 예배합니다.
선서(善逝)께서는 스스로 깨달아 모든 법 알고
위없는 거룩한 법바퀴를 스스로 굴리시며
모든 현상은 마치 꿈과 같음을 잘 아시고
중생들로 하여금 진실을 다 알게 하셨네.
그 때에 대수긴나라왕 부인들은 이렇게 게송으로 부처님을 찬탄하고 다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다 위없는 도의 마음을 내었습니다. 그러하오나 이 여자의 몸으로 마침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지 못할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을 위해 알맞는 법을 말씀하시어 저희들이 여자의 몸을 버리고 남자의 몸을 얻어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를 빨리 얻게 해 주소서.”
부처님께서 긴나라왕 부인들에게 말씀하셨다.
“부인들이여, 자세히 듣고 잘 기억하라. 내가 너희들이 여자의 몸을 버리고 남자의 몸을 얻어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를 빨리 얻게 함을 말하리라.” “예, 세존이시여, 가르침을 받아 듣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부인들이여, 여자는 한 가지 법을 성취하여 수행하면 여자의 몸을 버리고 남자의 몸을 얻어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를 빨리 얻는 것이다. 그 한 가지가 곧 보리의 마음이니, 일체 지혜의 마음은 한 마음과 같아 일체 삼계의 가장 훌륭한 마음으로서 모든 선근의 장엄함을 잃지 않는다. 부인들이여, 이것이 여자가 한 가지 법을 성취하여 여자의 몸을 버리고 남자의 몸을 얻어 위없는 참된 도를 빨리 얻는다는 것이다.
또 부인들이여, 여자는 두 가지 법을 성취하여, 여자의 몸을 버리고 남자의 몸을 얻어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를 빨리 이룬다. 그 두 가지란, 이른바 부처님을 가까이 하고 다른 하늘을 섬기지 않으며, 삿된 견해를 버리는 것이다. 이것이 그 두 가지로서 여자의 몸을 버리고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를 빨리 이룬다는 것이다.
또 부인들이여, 여자는 세 가지 법을 성취하여 여자의 몸을 버리고 남자의 몸을 얻는다. 무엇이 세 가지인가. 신계(身戒)·구계(口戒)·의계(意戒) 등의 계율이니 이것이 그 세 가지다.
또 부인들이여, 여자는 네 가지 법을 성취하여 여자의 몸을 버리고 남자의 몸을 얻는다. 무엇이 네 가지인가. 함이 없는 마음으로 보시를 행하고, 거짓으로 계율을 닦아 지니지 않으며, 공경하는 마음으로 성현에게 나아가며, 바른 법을 들어 수지하는 것이니, 이것이 그 네 가지다.
또 부인들이여, 여자는 다섯 가지 법을 성취하여 여자의 몸을 버리고 남자의 몸을 얻는다. 무엇이 다섯 가지인가. 법을 사랑하고 법을 즐기며, 법을 원하며 법을 들으며, 그 법을 듣고 정념(正念)으로 관찰하고, 여자의 몸을 더럽게 여겨 항상 남자가 되려 하는 것이니, 이것이 그 다섯 가지이다.
또 부인들이여, 여자는 여섯 가지 법을 성취하여 여자의 몸을 버리고 남자의 몸을 얻는다. 무엇이 여섯 가지인가. 예민하고 부드러우며, 질박하고 곧으며, 거짓이 없으며, 변화가 없고, 간사함이 없는 정직한 마음이니, 이것이 그 여섯 가지이다.
또 부인들이여, 여자는 일곱 가지 법을 성취하여 여자의 몸을 버리고 남자의 몸을 얻는다. 무엇이 일곱 가지인가. 부처의 몸[佛身]을 얻기 위해 부처를 생각하고, 부처의 법[佛法]을 얻기 위해 항상 바른 법[正法]을 생각하며, 스스로 승(僧)이 되기 위해 항상 승을 생각하고, 서원(誓願)을 깨끗이 하기 위해 늘 계율을 생각하며, 번뇌를 버리기 위해 언제나 버리기(捨)를 생각하고, 보리의 마음을 밝게 알기 위해 늘 하늘을 생각하고, 환희심을 위해 중생들을 관찰하는 것이니, 이것이 그 일곱 가지이다.
또 부인들이여, 여자는 여덟 가지 법을 성취하여 여자의 몸을 버리고 남자의 몸이 된다. 무엇이 여덟 가지인가. 음식을 탐해 집착하지 않고, 먹고 마시는 잔치를 탐하지 않으며, 장부(丈夫)를 탐하지 않고, 가루향이나 바르는 향을 탐하지 않으며, 동산에서 놀기를 탐하지 않으며, 희소(戱笑)를 탐하지 않으며, 노래와 음악을 탐하지 않고, 춤놀이를 탐하지 않으며, 술자리의 즐거움을 탐하지 않는 것이니, 이것이 그 여덟 가지이다.
부인들이여, 여자는 아홉 가지 법을 성취하여 여자의 몸을 버리고 남자의 몸을 얻는다. 무엇이 아홉 가지인가. 나가 있다고 말하지 않고, 중생이 있다고 말하지 않으며, 수명과 사람이 있다고 말하지 않고, 단견(斷見)을 말하지 않으며, 상견(常見)도 말하지 않고, 있다는 견해에 집착하지 않으며, 없다는 견해에도 집착하지 않고, 인연법을 잘 이해하는 것이니, 이것이 그 아홉 가지이다.
또 부인들이여, 여자는 열 가지 법을 성취하여 여자의 몸을 버리고 남자의 몸을 얻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빨리 얻는다. 무엇이 열 가지인가. 중생들에게 자비로운 마음을 행하고, 남의 재물을 탐하지 않으며, 다른 남자를 생각하지 않고, 죽더라도 거짓말하지 않으며, 두 가지 말을 하지 않고, 추악한 말을 하지 않으며, 뜻이 없는 말을 하지 않고, 무명을 일으키지 않으며, 분노에 끌리지 않고, 바른 견해를 가져 업보에 의지하는 것이니 부인들이여, 이것이 여자가 열 가지 법을 성취하여, 여자의 몸을 버리고 남자의 몸을 얻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빨리 얻는다는 것이다.
또 부인들이여, 여자는 법을 깊이 관찰해야 한다. 즉 물질[色]을 물거품처럼 보아 물질에 취하지 않고, 느낌[受]을 물거품처럼 보아 즐거운 감각에도 탐착하지 않고 괴로운 감각도 버리지 않으며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감각에도 어리석은 번뇌를 내지 않는다. 또 생각[想]을 불꽃처럼 보아 거기서 남자라거나 여자라는 생각을 내지 않고, 또 지어감[行]을 파초처럼 보아 모든 행은 견실함이 없음을 본다. 이렇게 보고는 어떤 법에 머무르지 않고 집착하는 생각을 일으키지 않는다. 또 의식[識]을 환영처럼 보아 심식은 환영으로 된 사람이 온 것과 같음을 알고, 이렇게 알고는 어떤 법에도 전연 물들지 않는다.
또 이 몸은 지수화풍(地水火風)의 네 가지 요소가 모여 된 것을 관찰해 안다. 이러한 요소들로 이루어진 몸은 마치 초목과 담장의 벽과 기와와 자갈로 된 것과 같다. 이 몸은 그림자와 같아서 나도 없고 중생도 없으며 수명도 없고 사람도 없으며 장부도 없다. 그것은 업으로 이루어져 스스로 회전하는 것이다.
또 모든 경계에 대한 망상은 마치 허공과 같다. 이 눈을 여실히 관찰하면 그것은 살덩이로서 그 성질은 공적(空寂)한 것이니, 이렇게 귀·코·혀·몸·뜻 등의 성질도 공적한 것이라고 바로 생각한다. 몸은 거울 속의 형상과 같음을 알고 말은 메아리 같음을 알며 마음은 환영과 같다고 본다.
부인들이여, 여자는 이렇게 모든 현상을 관찰하여 여자의 몸을 버리고 남자의 몸을 얻어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를 빨리 얻는다.”
그 때 대수긴나라왕의 부인과 궁녀들은 여자의 몸을 바꾸는 부처님의 이 설법을 듣고 뛸 듯이 기뻐하며 희귀한 일이라 생각하고는,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지극한 마음으로 일어날 줄을 몰랐다.
그 때에 부처님께서는 긴나라왕 부인들의 마음을 알고 빙그레 웃으셨다. 부처님의 떳떳한 법에는 부처님께서 웃으실 때 여러 가지 백천의 파랑·노랑·빨강·하양·붉은 색·자주색 등의 광명이 면문(面門)에서 나와 무량무변한 세계를 두루 비추되, 위로 범천세계에 이르러 해와 달의 광명을 덮고 다시 돌아와서는 부처님 앞에 머물렀다가 부처님을 세 번 돌고는 정수리로 들어갔다.
그 때에 대덕(大德) 아난이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바로 하고는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어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해 게송으로 말하였다.
저는 여쭙니다. 번뇌가 없고 뵙기 좋은 얼굴을 가지신 이여
저는 여쭙니다. 번뇌가 없고 그 위덕이 뛰어나신 이여
저는 여쭙니다. 모든 의심을 잘 끊으신 이여
어떤 연고로 그 웃음을 보이십니까?
저는 여쭙니다. 깨끗하고 가장 묘한 몸을 가지신 이여
저는 여쭙니다. 이 세상을 이롭게 하시는 이여
저는 여쭙니다. 인간과 천상에서 최고이신 이여
누구를 가엾이 여기시어 그 웃음을 보이십니까?
저는 여쭙니다. 보시하기를 즐기시고 잘 단련하신 이여
저는 여쭙니다. 청정한 계율을 즐겨 지니시는 이여
저는 여쭙니다. 즐겨 참고, 참는 힘을 얻으신 이여
어떤 이익을 위해 그 웃음을 보이십니까?
저는 여쭙니다. 정진의 힘에 머무시는 이여
저는 여쭙니다. 선정에 머물고 신통을 갖추신 이여
저는 여쭙니다. 그 지혜가 허공과 같으신 이여
어떤 인연으로 그 웃음을 보이십니까?
저는 여쭙니다. 크고 인자한 마음 가진 선서(善逝)시여
저는 여쭙니다. 큰 슬픔으로 세상을 가엾이 여기시는 이여
저는 여쭙니다. 즐겨 기뻐하고 큰 버림을 가지신 이여
무슨 인연으로 그 웃음을 보이십니까?
저는 여쭙니다. 세 가지 번뇌를 해탈하신 이여
저는 여쭙니다. 번뇌가 없고 세 가지 눈이 깨끗하신 이여
저는 여쭙니다. 세 가지 해탈문을 항상 즐기시는 이여
무슨 인연으로 그 웃음을 보이십니까?
저는 여쭙니다. 다른 무리를 잘 꺾어 항복 받으시는 이여
저는 여쭙니다. 감로(甘露)의 법을 잘 말씀하시는 이여
저는 여쭙니다. 모든 악마를 덮어 가리시는 이여
그 웃으신 인연을 큰 자비로 말씀해 주십시오.
저는 여쭙니다. 뛰어난 열 가지 힘을 가지신 이여
저는 여쭙니다. 금산(金山)과 같은 몸을 가지신 이여
저는 여쭙니다. 공덕의 꼭대기에 오르신 이여
어떤 이익을 위해 그 웃음을 보이십니까?
그 때에 부처님께서 대덕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대수긴나라왕의 부인들을 보는가? 그들은 지금 내 앞에서 선근을 심어 지성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고, 여자의 몸을 버리고 남자의 몸을 얻기 위해 내 발에 예배한 것이다.”
아난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보았습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긴나라왕의 부인들은 지성으로 이 선근을 심었기 때문에, 여기서 목숨을 마치면 여자의 몸을 버리고 남자의 몸을 얻어 도솔천에 나서는 미륵 보살과함께, 내가 한량없는 이승기겁 동안 모은 바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를 수호하고 미륵이 부처가 되면 또 그를 공양할 것이다.
이렇게 차례로 현겁(賢劫)의 일천 부처를 다 공양하여 차츰 원만히 보리 돕는 법을 구족할 것이다. 그리하여 대수긴나라왕이 성불할 때에는 이 여자들이 그곳에 태어날 것이요, 그 부처는 이 여자들에게 수기(授記)할 것이다.”
이 때 대수긴나라왕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지금 세존께서는 저희들을 위해 큰 불사(佛事)를 지으셨습니다. 그리하여 나쁜 길을 없애고 깨끗하고 좋은 길에 편안히 머물도록 저희들에게 보리의 도를 보여 주셨습니다. 지혜의 큰 보배 창고에 계시면서 출세간의 선근을 모두 이루시고 바라밀의 벗의 성취함을 말씀으로 도우시고는 좋은 방편을 보여 보리의 마음을 얻도록 권하셨습니다.
저희들은 이 법을 충분히 듣고 그 보이시고 가르치시고 이익되게 하시고 기쁘게 함을 얻었으며, 깊이 법을 좋아하여 모두 물러나지 않는 자리에 편히 머물게 되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지금 이 은혜를 모르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지금 저희들은 살과 피와 골수와 뇌로도 오히려 그 은혜를 다 갚을 수 없겠거늘 하물며 그 밖의 보배이겠습니까?”
그 때에 그 모임의 다른 보살들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대수긴나라왕은 언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인가? 또 그가 성불하면 그 이름은 무엇이라 하고 그 세계의 장엄은 어떠하며, 그 보살들은 무엇으로 장엄하고 또 수용하는 물건은 다시 어떤 모양의 종류일까?’
그 때에 부처님께서는 보살들의 생각을 아시고 빙그레 웃으셨다. 한량없는 백천 빛깔의 광명이 면문에서 나와 시방세계 항하(恒河)의 모래알 수 같은 부처님 세계를 두루 비추어 중생들의 고통을 쉬게 하고는 천상 세계로 두루 갔다가 다시 돌아와 부처님을 천 번 돈 뒤에 정수리로 들어갔다.
그 때에 아난이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예배한 뒤에 오른쪽으로 일곱 번 돌고 부처님 앞에 나아가 합장하고 서서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저는 부처님께 예배를 드립니다.
그렇게 웃으심을 처음 보았습니다.
그 광명은 한량없는 억 세계를 두루 비추시나니
그 세계는 저 항하(恒河)의 모래알 수 같습니다.
인간에 가장 높으신 이의 그 광명은
제석천왕·범천왕·사천왕 등과
해·달·진주·불·별 등의 광명을 모두 덮으시나니
무슨 인연으로 웃으시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3악의 모든 괴로움을 모두 없애 버리어
중생들 번뇌를 떠나 기쁨 얻으며
사람과 하늘들 즐거움 얻고 중생들 모두 청정해지나니
무슨 인연으로 웃으십니까?
어떤 사람이나 하늘이 대승(大乘)에 머물고
누가 장차 깨달아 법바퀴를 돌릴 것이며
누가 최상의 보리를 원만히 얻어
용감하고 굳세게 이런 깨끗하고 묘한 광명을 놓을 것입니까?
법왕(法王)께선 이제 의심을 끊어주고
다른 여러 하늘들도 의심이 없게 하소서.
이 대중은 기뻐하며 듣기를 원하나니
누구를 위해 그 웃음을 보이십니까?
아난이 이렇게 게송으로 부처님께 여쭌 뒤에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본 자리로 돌아갔다.
그 때에 부처님께서는 큰 용처럼 시방을 돌아보고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너는 지금 긴나라왕이 여래에게 풍성하게 공양하는 것을 보았는가?”
아난이 답하였다.
“예, 보았습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대수긴나라왕은 지금부터 68백천억 겁을 지나면 부처가 되어 그 이름은 공덕왕광명(功德王光明) 여래·응공·정변지·명행족·선서·세간해·무상사·조어장부·천인사·불세존이라 하고, 나라 이름은 무구월(無垢月)이라 하며 겁의 이름은 유보(有寶)라 할 것이다.
아난아, 그 무구월세계의 땅은 손바닥처럼 평평하고 흰 유리로 되어 아주 깨끗한 달빛처럼 흐림이 없으며, 가시덤불과 기왓장과 자갈과 모래 등이 없고 묘한 보배 누대가 허공에 있으며 보살들이 땅에서 거닐 것이다.”
그 때에 그 양쪽에서 공덕왕광명여래의 형상이 나타나면 그 보살들은 그것을 보고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모든 현상[法]은 다 저 형상과 같다.’
만일 어떤 중생이 법에 대해 의심이 있어 그 부처님 형상에 묻고 불상에 물은 다음 그 법을 받들어 지니면, 그는 생사가 없는 법인(法忍)을 얻을 것이다. 그 중생들은 모두 허공에 있는 보배 누대에 머물고 그 세계는 여자라는 이름도 없으며, 그 나라 중생들은 모두 화생(化生)하고 또 음식도 없어 순전히 법의 기쁨을 먹고 살며, 또 거기는 다른 법이 없고 순전히 대승법(大乘法)만 있으므로 그 중생들은 모두 대승만 공부할 것이다. 그리고 그 중생들은 계율이나 위의를 깨뜨리지 않고 바른 견해를 깨뜨리는 사람이 없어 일체 중생이 부처님 법을 이룰 것이다.
그 부처님 세계에는 악마와 대마왕(大魔王)이 사는 마천(摩天)과 외도의 니건(尼乾) 등 모든 다른 외도들이 없다. 그들은 어떤 견해에도 집착하지 않으므로 좋은 견(見)에도 집착하지 않는다. 그들은 다 깊이 수행하여 공의 인(印)이 찍혔으므로 사람과 하늘의 차별이 없어 그 수용하는 물건도 다 동등할 것이다.
그 공덕왕광명여래는 10중겁(中劫)을 사는 동안에 하늘과 사람들을 많이 이롭게 하고 안락하게 할 것이요, 한량없이 많은 보살 권속들은 모두 물러나지 않는 자리[不退轉地]를 얻을 것이다.
그 공덕왕광명여래가 열반하려 할 때에는 상정진(上精進)보살에게 이렇게수기할 것이다. ‘이 상정진보살은 내 다음에 부처가 되어 그 이름을 대장엄여래(大莊嚴如來) 내지 불세존(佛世尊)이라 할 것이다.
그 겁이 계속하는 동안에는 불보·법보·승보의 3보가 끊어지지 않기 때문에 그 겁 이름을 유보(有寶)라 하는 것이다.’
그 때에 대수긴나라왕은 자기가 수기를 받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 뛸 듯이 기뻐하며 희귀한 일이라 생각하고 큰 보살의 선근에 의한 신통의 힘으로 대중이 기쁜 마음으로 선근을 더욱 늘이도록 하기 위해, 일곱 다라수 높이의 허공에 올라 부처님의 신력과 자신의 언변으로 다음 게송으로 읊었다.
실성(實性)은 모든 현상을 포섭하나니
실성은 허공과 같아 더러움 없다.
만일 이러한 묘한 도를 알면
그는 모든 부처의 큰 아들이다.
마치 꿈 속에서 보는 것 같아
진실로는 보는 것 없어 다 허망한 것이다.
만일 모든 현상이 꿈과 같음을 알면
그는 어떤 현상에도 근심 없으리.
마치 환화(幻化)처럼 나타나는
코끼리·말·수레·보병 등처럼
가장 수승한 도리 속에는 알맹이 없나니
이 5음은 환영과 같아 견실함 없네.
물질의 체성(體性)은 물방울 같고
모든 느낌은 마치 생기는 물거품과 같으며
그 생각은 더울 때의 아지랑이와 같고
모든 행(行)도 알맹이 없어 파초와 같네.
3유(有)와 심(心)과 의(意)와 식(識)
이것들은 환화(幻化)와 같다고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네.
5음의 본성은 공하여 있는 바가 없음을 알면
모든 현상 가운데서 피로하거나 싫어함이 없으며
4대(大)와 18경계는 법계(法界)와 같고
열두 가지 감관과 대상은 빈 촌락 같나니
모든 현상이 이런 줄 다 알고 나면
모든 부처의 공법장(空法藏)을 지닐 수 있으리.
재물의 보시로 자신을 잘 제어하고
비고 깨끗한 계율로 자신을 다 제어하며
인욕의 성질은 언제나 없는 것으로 그 모양도 없고
정진은 뛰어나고 묘하여 언제나 공적하며
선정은 적정(寂靜)하여 희론(戱論)이 없으며
지혜 또한 공적하여 희론이 없으니
만일 누구나 이런 법에 들어가면
그것 일러 저쪽 언덕에 이르렀다 하리라.
인자한 마음에는 나도 없고 중생도 없으며
큰 슬픔은 청정하여 저 허공과 같으며
큰 기쁨과 큰 버림은 모두 공적하나니
깨끗한 이런 도는 언제나 가장 뛰어나리라.
4섭법(攝法)은 가장 훌륭하나니
부처님을 말하여 그것을 잘 포섭하신다 하네.
이 포섭하는 법에 포섭되어 길이 해탈하면
그는 포섭하는 법의 저쪽 언덕에 이르렀다 하리.
중생에는 나도 없고 중생도 없고
수명도 사람도 얻을 수 없으며
여섯 가지 감관은 언제나 적정한 모양이거니
이런 줄 아는 이를 보살이라 하네.
보살도 없고 중생도 없으며
생기는 것도 없고 나라는 아만도 없으며
둘도 떠나고 집착도 없고 희론도 없으면
그를 일러 집착 없는 참 보살이라 하네.
모든 현상은 실제가 없으니 마치 뜬 구름 같아
오는 것도 없고 또 가는 것도 없으며
그 본체는 언제나 법계(法界)의 성품에 머무나니
부처님께서는 진실 그대로 그것을 깨달으셨네.
모든 현상은 있는 것도 아니요 없는 것도 아니며
인연으로 말미암아 모든 현상 있으니
번개처럼 잠깐 나타났다 이내 사라지니
이와 같이 보면 그 마음 항상 즐거우리.
마음 작용은 물질이 아니라 붙잡을 수 없는 것처럼
이 세상도 그와 같아 붙잡을 수 없으니
만일 마음의 본성은 본래 청정한 것임을 알면
어떤 번뇌도 어떤 어둠도 있을 수 없으리.
이 몸은 나무와 같고 담장의 벽과 같으며
우치하고 주인 없으며 기왓장이나 자갈과 같다 말하였나니
만일 그 본성이 이런 줄 안다면
다시는 마음이 몸을 의지하지 않으리.
말소리는 청정하여 바람과 같고
또 저 산골짜기의 메아리 소리 같나니
만일 모든 음성이 그런 줄 알면
어떤 음성에도 집착하지 않으리.
허공에 있어도 떨어지지도 않고
또 허공은 머묾도 없고 그 장소도 없나니
모든 현상이 허공 같은 것임을 알면
그런 중생은 진여에 머무를 수 있으리.
허공은 본래 생기거나 불에 탐도 없으며
천만억 겁을 지나도 불에 탐이 없나니
만일 모든 현상이 허공과 같은 것임을 알면
그는 백천 세계에 가더라도 불에 타지 않으리.
수미산과 그 밖의 모든 산과
큰 성·마을·초목 등
이런 것이 다 허공 같은 줄 알면
그는 신통으로 천억 세계에까지 멀리 가리.
땅·물·불·바람
이 네 가지 요소는 허공 같나니
그것들이 다 평등한 것임을 알면
그는 용감하고 씩씩하게 허공을 타고 천억 세계로 가리.
삼계에 있는 모든 소리와
뛰어나고 묘하며 상·중·하의 차별이 있는
한량없는 천억 겁 동안의 말들
그것들의 본성은 어디 있는지 알지 못하네.
그는 뛰어나 여러 가지 모양 없나니
그것을 알지마는 마음에 깨달을 수 없네.
그 마음이나 뜻이 다 같이 적정함에 들어가므로
모든 여래는 다 저 법과 같네.
백천만 겁 동안 선근을 닦고
본래 보살로서 수행할 때에
보리가 일체의 법과 같음을 알았나니
그러므로 그는 수기와 큰 명예를 얻었네.
모든 법의 경계는 그 성질이 본래 깨끗하고
여래의 경계 또한 한량없나니
이렇게 그것이 평등한 것임을 알고
그 지닌 공덕으로 이렇게 수기를 받네.
지금 내게는 몸과 감각이 없고
생각과 의지도 그러하나니
보리를 알아 수기를 받음으로써
5음의 수기와 18계·12입의 수기를 받지 않네.
그 깨달은 바 법인(法忍)은 본래 공적하여
법인과 또 다함은 평등해 둘이 없다.
이 한량없음을 일러 생사가 없는 법인이라 하나니
그러므로 나는 이 수기 받게 되었네.
다함 없음에 다할 수 없지만
일어나지 않는 일체의 현상을 다 물어
법인을 모두 환히 알아 수기를 받았으니
문구(文句)도 들어갈 문구[入句]도 없어 그 모양 없네.
실제로는 수(數)도 없고 2변(邊)도 없으며
다른 지음도 지어야 할 진실도 없네.
이러하므로 부처님께서는 수기를 주셨나니
지금 내 성품은 일체의 법과 다르지 않네.
자신의 성품에 '나'란 없으니 허공의 성품과 같고
보리의 성품이 허공 같아
만일 이렇게 수기를 얻는다면
그것은 삿된 행이요 바른 행이 아니네.
만일 마음과 뜻으로 행을 닦고
평등한 법 안에서 훌륭한 행을 행하면
이것은 다 땅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나는 지금 허공에 올라가 머물러 있으니
저 땅에 머무르는 이와 같지 않아
삼계에 집착하지 않고 지혜 더욱 늘리나니
그러므로 위없는 수기를 받는 것이다.
그 때에 대수긴나라왕은 이 게송을 읊은 뒤에 허공에서 내려와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는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해 이렇게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과거에 불사를 지었으므로 부처님께서는 제게 위없는 도의 수기를 만족하게 주셨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과거에 수행한 모든 행업은 헛되지 않았고 저는 그 모든 인위적인 현상에 속지 않았습니다.”
그 때에 거기 있던 보살마하살들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대수긴나라왕은 맨 처음 어떤 부처님 앞에서 온갖 선근을 심었으며 그 부처님의 명호는 무엇일까?’
이 때에 천관보살이 보살들의 생각을 알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대수긴나라왕은 어떤 부처님 밑에서 처음으로 선근을 심어 보리의 마음을 내었으며, 그 부처님의 이름은 무엇이었습니까?”
부처님께서 천관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과거세 무량무변한 아승기겁에서, 또 무량무변한 아승기겁을 지나 그 때에 부처님께서 계셨으니 그 이름을 보취(寶聚) 여래·응공·정등각 내지 불세존이라 하였다. 그 부처님 세계의 이름은 정장엄(淨莊嚴)이요, 겁의 이름은 정결(淨潔)이었다. 그 부처님께는 60억 보살이 있었는데 그들은 다 한량없이 정진하여 다라니를 얻고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그 부처님의 수명은 60억 세요, 그 세계에서 수용하는 물건은 다 구족하여 유리로 되었고, 도솔천처럼 음식이 풍족하였으며, 거기는 다른 법은 없고 순일한 대승뿐이었다.
그 때에 있던 니민타라(尼泯陀羅)라는 전륜왕은 사방 경계에 자유로이 놀았고 4만 부인과 천 명의 아들을 두었는데, 그들은 다 용감하고 건장하며 묘한 몸을 가져 다른 무리들에게 다 항복 받았었다.
그 때에 니민타라왕은 보취여래와 보살들을 청하여 1억 년 동안 갖가지 편리한 의복·음식·평상·약품 등과 일체의 즐거운 도구 등 이런 한량없는 공양으로 그 여래를 공양하여 선근을 심었고, 4만 부인과 천 명 아들과 또 8만 4천 중생들도 다 같이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의 마음을 내었고, 그 도의 마음을 낸 뒤에 다시 1억 년 동안 온갖 즐거운 도구로 항상 보취여래를 공양하였다.
그 뒤에 왕은 정계(淨戒)라는 맏아들에게 왕위와 나라를 물려주고 자신은 불법 안에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믿음으로 출가하였다. 이렇게 그 천 명 아들도 서로 왕위를 물려주고는 각각 집을 떠났다. 그런데 각비(覺悲)라는 제일 작은 왕자는 바른 법으로 나라를 다스려 무기를 쓰지 않고도 자유로이 나라를 통솔하였다.
선남자여, 그 때에 집을 나온 니민타라왕과 그 아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보취여래가 설법한 것을 다 받들어 지녔었다.
선남자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들이 다른 사람인가 의심하지 말라. 그 전륜왕 니민타라왕은 바로 지금의 대수긴나라왕이요, 그 아들은 보살의 도를 수행하는 이 선남자들이다. 이 대수긴나라왕은 그 보취여래의 법안에서 처음으로 위없는 보리의 마음을 낸 뒤로는 언제나 부처님을 뵙고 법을 들으며 스님들을 공양하고 중생을 교화하면서 위없는 참된 도를 빨리 취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내가 위없는 도의 수기를 주되 장차 공덕왕광명여래가 될 것이라 한 것이다.”
이 때 천관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일찍이 없었던 일입니다. 부처님 지혜는 불가사의하여 그처럼 오랜 일을 잘 아십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선남자여, 그대가 말한 바와 같이 여래의 지견(知見)은 무량무변하다. 왜냐 하면 선남자여, 과거의 무량한 중생들의 마음을 여래는 다 잘 안다. 이와 같이 시방세계의 여러 곳과 중생들의 행동과 선·악·무기 등 이런 일체의 마음의 작용을 여래는 다 안다. 혹은 현재의 일어나는 마음 즉 선·악·무기 등의 마음과 이와 같이 시방세계의 여러 곳과 중생들의 행동을 여래는 다 안다. 또 여래·응공·정변지가 지닌 지견은 이렇게 걸림이 없어 혹은 오는 세상의 일체 중생들이 일으킬 마음을 여래는 다 안다.”
이렇게 여래의 걸림 없는 지혜를 말씀하셨을 때 3만 2천 대중은 본래 내지 못했던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지금 비로소 은근하고 신중하게 내었다.
그 때에 대수긴나라왕은 부처님과 보살·성문대중을 청하여 이레 밤 동안 공양한 뒤에 다시 필요한, 좋아하는 도구와 궁전·동산·숲 등의 장소를 모두 보시하면서 이렇게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을 가엾이 여겨 자주 왕림하시면 저희는 큰 안락을 얻을 것이요, 모든 건달바·긴나라·마후라가 등도 큰 이익을 얻을 것입니다.”
그 때에 대수긴나라 왕자 무구안(無垢眼)은 보배 진주 그물을 부처님께 바치면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 긴나라들은 꽃과 향에 취하고 노래와 춤에 취하며 환희로움에 취해 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에게 법에 들어가는 문을 말씀하시어 저희들이 헛되이 취함을 떠나 보리의 도를 돕는 법을 닦아 익히게 하소서.”
그 때에 부처님께서 긴나라왕자 무구안에게 말씀하셨다.
“현사(賢士)여, 나는 지금부터 너를 보호해 그 악기가 64가지 소리를 내어 보리의 묘한 법의 소리를 돕게 하리라.
그 64가지 소리란 무엇인가. 보시의 소리·계율의 소리·인욕의 소리·정진의 소리·선정의 소리, 지혜의 소리·자(慈)의 소리·비(悲)의 소리·희(喜)의 소리·사(捨)의 소리·4섭법의 소리·위없는 보리의 마음을 잃지 않는 소리·생사를 싫어하지 않는 소리, 선근을 모으는 소리·부처의 소리·법의 소리·비구의 소리·염처(念處)의 소리·정단(正斷)의 소리·신족(神足)의 소리·근(根)의 소리·역(力)의 소리·깨달음의 소리·도의 소리·정(定)의 소리·혜(慧)의 소리·무상의 소리·괴로움의 소리·무아(無我)의 소리·적멸의 소리·무행(無行)의 소리·고요함의 소리·무생(無生)의 소리·일어남이 없는 소리·진여의 소리·법성(法性)의 소리·실제(實際)의 소리 등이다.
또 무아의 소리·중생이 없는 소리·수명이 없다는 소리·장부가 없다는 소리·사람이 없다는 소리·옴이 없다는 소리·감도 없다는 소리·곳이 없다는 소리·머묾이 없다는 소리·공(空)의 소리·무상(無相)의 소리·무원(無願)의 소리·떠났다는 소리·멸했다는 소리·아무 것도 없다는 소리·인연이라는 소리·물건이 없다는 소리·취(聚)가 없다는 소리·의지함이 없다는 소리·바른 법을 보호한다는 소리·악마를 항복 받는다는 소리·좋은 방편의 소리·중생을 교화한다는 소리·모든 것은 환과 같고 화(化)와 같고 번개와 물 속의 달과 꿈과 메아리 등과 같다는 소리·법계는 파괴하기 어렵다는 소리·말과 행동이 같다는 소리·온갖 선근을 모아 잃지 않고 방일함이 없다는 소리 등이니, 현사여, 너희들의 악기에서 보리의 도를 돕는 이런 64가지 법의 소리를 내게 하여 너희들이 방종하지 않고 보리의 법을 원만히 돕게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