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관자재보살을 찾다
그 때에 선재동자는 거사의 가르침을 받고 순종하여 생각하며, 한결같은 마음과 올바른 생각으로 저 보살의 깊이 믿고 이해하는 광에 들었으며, 보살의 능히 따라 생각하는 힘을 얻었으며, 부처님들의 나타나는 차례를 기억하며, 부처님들의 등정각 이룸을 보며, 부처님들의 이름을 기억하여 가지며 부처님들의 증득한 법문을 관찰하며, 부처님들이 갖춘 장엄을 알며, 부처님들이 운전하는 법 수레를 믿으며, 부처님들의 지혜 빛이 비침을 생각하며, 부처님들의 평등한 삼매를 생각하며, 부처님들의 성품이 깨끗함을 알며, 부처님들의 분별 없는 법을 닦으며, 부처님들의 깊고 깊은 법인(法印)에 계합하며, 부처님들의 헤아릴 수 없는 업을 지으면서, 점점 나아가 그 산에 이르러 곳곳으로 다니며 이 대보살을 찾았다.
문득 바라보니 그 산의 서쪽 산골짜기에 시냇물이 졸졸 흐르고 나무 숲이 우거지고 부드러운 풀이 오른쪽으로 돌아 땅에 깔리고, 가지각색 아름다운 꽃이 찬란하게 장엄하였는데, 관자재보살이 깨끗한 금강석 위에 가부좌하고 앉아 계셨다. 수없는 보살들이 모두 보석 위에 앉아 공경하여 둘러 있고, 그들을 위하여 지혜 광명의 자비한 법문을 연설하여 모든 중생을 거두어들이도록 하고 있었다.
선재동자는 이것을 보고 기뻐 뛰면서 선지식에 대하여 사랑하고 소중한 생각을 가지고 합장하고 공경하면서 눈도 깜빡이지 않고 이런 생각을 하였다.
‘선지식은 곧 여래이며, 선지식은 모든 법 구름이며, 선지식은 모든 공덕 광이며, 선지식은 만나기 어려우며, 선지식은 십력의 근본이며, 선지식은 그지없는 지혜의 횃불이며, 선지식은 복과 덕의 뿌리와 싹이며, 선지식은 일체지의 문이며, 선지식은 지혜 바다의 길잡이이며, 선지식은 일체지를 모으는 데 근력하는 도구로구나.’
이렇게 생각하면서 보살에게로 나아가니, 관자재보살은 선재가 오는 것을 멀리서 보고 말하였다.
“착하고 착하구나, 동자여, 그대는 대승의 마음을 내어 중생들을 거두어들이며, 정직한 마음으로 부처님 법을 구하며, 깊고 깊은 자비심으로 모든 중생을 구호하며, 헤아릴 수 없이 훌륭한 행을 닦아 나고 죽는 수레바퀴에서 중생을 건져 내며, 세간에서 뛰어나 비길 데 없으며, 보현의 미묘한 행이 계속하여 앞에 나타나며, 큰 서원과 깊은 마음이 원만하고 청정하였으며, 부처님 법을 부지런히 구하여 모두 받아 지니며, 선근을 쌓아 만족한 줄 모르며, 선지식을 순종하여 가르침을 어기지 아니하며, 문수사리의 공덕 지혜 바다로부터 났으며, 마음이 벌써 성숙하여 부처님의 위력을 얻었으며, 넓고 큰 삼매의 광명을 얻고 깊고 묘한 법문을 일심으로 구하며, 항상 부처님을 뵈옵고 크게 기꺼운 생각을 내며, 지혜가 깨끗하여 허공과 같으며, 자기가 먼저 분명히 알고 또 남에게 이야기하며, 여래의 지혜 광명에 편안히 머물렀으며, 모든 부처님 법을 닦아 행하며, 복과 지혜의 보배 광이 저절로 오며, 일체지의 도가 속히 앞에 나타나며, 중생을 널리 살피는 마음이 게으를 줄 모르며, 대비심이 견고하여 금강과 같도다.”
선재동자는 보살의 앞에 나아가 보살의 발에 예배하고 수없이 돌고 합장하고 서서 이렇게 여쭈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알지 못하나이다. 듣사온즉, 거룩하신 이께서 잘 가르쳐 주신다 하오니 바라건대 저에게 말씀하여 주소서.”
이 때에 관자재보살마하살이 염부단금의 묘한 광명을 놓으사 한량없는 빛을 가진 빛난 보배 불꽃과 용의 자재한 장엄 구름을 일으켜 선재에게 비추고, 오른손을 펴서 선재동자의 정수리를 만지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장하고 장하도다 선남자여. 그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구나.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불쌍히 여기는 큰 마음으로 빨리 행하는 해탈문[大悲速疾行解脫門]을 성취하였노라. 선남자여, 나는 이 보살의 불쌍히 여기는 행으로 평등하게 중생들을 교화하며, 거두어주고 조복하기를 끊이지 아니하노라. 선남자여, 나는 항상 불쌍히 여기는 행에 머물러 있으면서, 모든 여래 계신 데도 늘 있고, 모든 중생의 앞에도 늘 나타나서 교화할 수있는 대로 이익을 주는데, 혹은 보시로 중생을 거두어 주며, 혹은 사랑하는 말[愛語]로 중생들을 거두어 주며, 혹은 이익한 행동[利行]을 하여 중생을 거두어 주며, 혹은 같은 일을 하면서[同事] 중생을 거두어 주며, 가지가지 신기한 몸을 나타내어 중생을 거두어 주기도 하며, 가지가지 헤아릴 수 없는 빛깔과 깨끗한 광명을 나타내어 중생을 거두어 주기도 하며, 혹은 공교한 음성과 말로써 하기도 하고, 혹은 위의와 훌륭한 방편으로 하기도 하고, 혹은 법문을 말하고, 혹은 신통 변화를 나타내어 그들로 하여금 깨닫고 성취하게도 하며, 혹은 가지가지 몸매와 가지가지 문벌과 가지가지 태어나는 곳과 같은 종류의 형상을 나타내어 그들과 함께 있으면서 성숙케 하노라.
선남자여, 나는 이 크게 불쌍히 여기는 행을 닦아서 모든 중생을 구호하여 모든 공포를 여의게 하려 하노니, 이른바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험난한데서 공포를 여의게 하며, 극심한 고통에서 공포를 여의게 하며, 미혹 속에서 공포를 여의게 하며, 속박되는 공포를 여의게 하며, 죽게 되는 공포를 여의게 하며, 임금과 관리에 대한 공포를 여의게 하며, 가난한 공포를 여의게 하며, 못살게 되는 공포를 여의게 하며, 나쁜 이름들에 대한 공포를 여의게 하며, 죽음의 공포를 여의게 하며, 병나는 공포를 여의게 하며, 게을러지는 공포를 여의게 하며, 캄캄한 데의 공포를 여의게 하며, 변천되는 공포를 여의게 하며, 사랑하는 이와 이별하는 공포를 여의게 하며, 원수와 만나는 공포를 여의게 하며, 몸을 핍박하는 공포를 여의게 하며, 마음을 핍박하는 공포를 여의게 하며, 근심하고 걱정하는 공포를 여의게 하며, 구하는 것을 얻지 못하게 되는 공포를 여의게 하며, 대중의 위엄에 대한 공포를 여의게 하며, 나쁜 갈래에 헤매는 공포를 여의게 하기를 원하며, 또 이 원으로 모든 중생들이 나를 생각하거나 내 이름을 일컫거나 내 몸을 보는 이는 모두 온갖 공포를 여의며, 장난을 소멸하고 바른 생각이 앞에 나타나기를 원하노라.
선남자여, 나는 이러한 가지가지 방편으로써 중생들로 하여금 모든 공포를 여의고 바른 생각에 머물게 하고, 또 교화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어서 물러나지 않게 하노라.”
관자재보살마하살은 이 해탈문의 뜻을 다시 밝히려고 게송으로 노래하였다.
잘 왔도다 몸과 마음 조복 받은 이 예배하고
칭찬하고 나를 도나니 나는 항상 이 산중에
살고 있으며 자비한 마음으로 자재하노라.
내가 여기 살고 있는 금강굴에는 가지각색
마니보배로 장엄하였고 용맹하고 자유로운
이 마음으로 나는 항상 연화좌에 앉아
있노라.
하늘들과 용왕이며 아수라 대중 긴나라와
가루라왕 나찰 무리들 이러한 권속들에
둘러싸이어 내가 항상 자비 법문 연설하나니
그대가 같을 이 없는 마음을 내고 나를
보기 위해서 찾아왔으며지성으로 공덕 바다
얻기 위하여 공덕 쌓은 나의 발에 예배하고녀
나한테서 보살행을 배우려 하고 보현보살
참된 행원 얻으려 하니 나는 원래 용맹한
관자재로서 청정하고 깊은 자비 일으켰노라.
그물처럼 얽힌 광명 멀리 뻗치니 넓고
넓어 허공같이 맑고 깨끗해 때가 없고
둥근 팔을 드리우노니 온갖 복 묘한 모양
곱게 꾸몄네.
신심 깊은 선재동자 머리 만지며 너를
위해 일러주는 보리 법문은 한맛이요 한모양인
해탈문이니 불자여 알라, 이런 법을 내가
얻은 줄.
이 해탈문 이름은 부처님들의 불쌍하게
여기는 큰 구름이며 비밀한 지혜로써 장엄한
고방 내가 항상 부지런히 구호하노니
여러 가지 큰 서원을 항상 일으켜 중생들을
거두어서 사랑하기를 내 몸이나 다름없이
딱하게 알고 넓은 문을 항상 따라 마음
쓰노라.
그지없는 모든 고통 액난 중에서 내가
항상 중생들을 구호하므로 내 이름을 일컬으며
예배하면은 온갖 고통 한꺼번에 벗어나리라.
감옥 속에 갇히거나 오라지거나 고랑차고
붙들려서 원수 만날 때 지성으로 내 이름을
일컬으면은 모든 액난 한꺼번에 소멸되리라.
나라 법에 죄를 지어 사형하려고 날쌘
칼날 독한 화살 몸에 닿을 때 내 이름을
일컬으면 가피를 얻어 칼도 살도 이내
몸을 상치 못하리.
재물에나 명예에나 시비가 생겨 재판소에
나아가서 송사할 때에 정성으로 내 이름을
일컫는 이는 재판에서 늘 이기고 명예
높으리.
어쩌다가 일가 친척 동리 사람과 친구간에
틈이 나서 원수 되어도 내 이름을 지성으로
일컫는 이는 모든 원한 풀어지고 화목하리라.
산골이나 숲 속이나 험악한 길에 도둑이나
짐승 만나 위급할 적에 내 이름을 지성으로
일컬으면은 나쁜 마음 절로 쉬어 무사하리라.
어떤 원수 악독한 마음을 품고 절벽에서
나를 밀어 떨어뜨려도 내 이름을 지성으로
일컬으면은 허공중에 둥둥 떠서 상치 않으리.
어떤 원수 악독한 마음을 먹고 강물에나
불구렁에 나를 밀쳐도 내 이름만 지성으로
부를 때에는 불과 물도 이내 몸을 상치
못하리.
어떤 중생 뜻밖에 액난을 만나 모든 고통
이내 몸에 닥쳐올 때에 내 이름만 지성으로
부르게 되면 온갖 위험 벗어나서 걱정
없으리.
애매하게 남들한테 비방을 받고 없는 허물
찾아내어 원망하여도 내 이름을 지성으로
부르게 되면 이런 원한 저절로 쉬어지리라.
귀신이나 도깨비의 핍박을 받아 정신이
황홀하고 헛소리 할 때 내 이름을 지성으로
일컬으면은 씻은 듯이 소멸되고 걱정 없으리.
독한 용과 귀신이나 허깨비에게 홀리어서
제 정신을 못차리어도 내 이름을 지성으로
일컬으면은 꿈에라도 그런 것이 안 보이리라.
앉은뱅이 귀머거리 모든 불구들 단정하고
좋은 몸매 얻으려거든 내 이름을 지성으로
많이 불러라. 모든 소원 원만하게 이루어지리.
어떤 사람 부모에게 효성이 있어 뜻과
말씀 순종하여 어기지 않고 안락 태평
부귀 영화 누리고 싶고 갖은 보물 노다지가
그지없으며
온 집안과 이웃끼리 화목하여서 옳다 글다
시비 다툼 없으려거든 지성으로 내 이름을
많이 불러라. 모든 소원 원만하게 이루어지리.
어떤 사람 이 목숨이 마친 뒤에는 삼도
팔난 나쁜 곳에 다시 안 나고 천상에나
사람 갈래 늘 태어나서 보리도를 깨끗하게
행하려거나
이 목숨이 끝난 뒤엔 정토에 나서 여러
세계 부처님을 두루 뵈옵고 시방세계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깨끗하온 보살행을 닦으려거나
시방세계 부처님을 찾아다니며훌륭하고 묘한
법문 들으려거든 지성으로 내 이름을 자꾸
불러라 모든 소원 원만하게 이루어지리.
어쩌다가 액난 만나 걱정될 적에 밤낮으로
내 이름을 일컬으면은 내가 즉시 그 사람의
앞에 나타나 가장 좋은 의지할 곳 되어
주리라.
그 사람이 내 세계에 와서 태어나 나와
함께 보살행을 닦으려 하면 대자대비 자재하게
보는 힘으로 그네들의 모든 소원 이루어
주리.
깨끗한 정성으로 공양하거나 보배 일산
바치거나 향 사르거나 훌륭한 꽃 나의
몸에 뿌리는 이는 내 세계에 와서 나서
공양케 되리.
오탁악세(五濁惡世) 태어나서 자비심 없고
심술궂고 나쁜 업에 얽히어져서 가지각색
험한 고통 뿌리박히며 백번 천번 갖은
속박 끊임없을 때
그 중생이 온갖 고통 이기지 못해 내
이름을 칭찬하고 생각하면은 대자대비 자재하게
보는 힘으로 그네들의 모든 업장 소멸되오리.
세상 인연 다한 중생 죽게 될 적에 험악스런
죽는 모양 앞에 나타나 여러 가지 나쁜
꼴을 낱낱이 보고 정신이 황겁하여 의지
없거든
지성으로 내 이름을 자꾸 불러라. 여러
가지 험악한 꼴 다 없어지고 대자대비
자재하게 보는 힘으로 천상에나 인간 갈래
나게 되리라.
이런 일은 지난 세상 행을 닦을 때 많은
중생 건지려는 큰 서원으로 꾸준하게 나아가고
그침없기에 그들의 온갖 소원 이루어 주네.
어떤 중생 원을 세워 내 몸 보려면 그
마음에 맞추어서 보게 해 주고 나의 법문
들을 생각 간절한 이는 그지없는 묘한
법을 듣게 되나니
모든 세계 많은 중생 마음과 행동 성품
따라 각각 차별 수가 없건만 나의 수단
가지가지 방편으로써 모두들 보고 듣고
굴복케 하네.
대자대비 해탈문을 내가 얻은 일 시방세계
부처님이 증명커니와 그 나머지 한량없는
공덕 바다야 내 지혜론 알아 볼 수 없는
일이니
선재여 시방세계 두루 다니며 하고많은
선지식들 널리 섬기고 전심으로 부지런히
행을 닦아서 부처님들 법문 듣기 싫어
말아라.
네가 만일 법문 듣고 싫증 없으면 여러
세계 부처님들 뵈올 것이니 부처님을 뵈옵기에
싫증 없는 건 법문 듣고 만족한 맘 안
내는 까닭.
관자재보살은 이와 같은 게송을 읊어 마치고 선재동자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보살의 크게 불쌍히 여기는 빠른 행 해탈문을 얻었지만, 저 보살마하살들은 보현의 모든 서원을 깨끗이 하였고 보현의 온갖 행에 머물렀느니라. 모든 착한 법을 항상 행하고, 온갖 삼매에 항상 들어 있고, 끝없는 겁에 항상 살았고, 끝없는 세계에 항상 이르고, 모든 여래를 항상 관찰하고, 온갖 삼세의 법들을 항상 들었고, 중생들의 모든 나쁜 짓을 쉬었고, 중생들의 모든 선근을 자라게 하고 중생들의 나고 죽는 일을 항상 끊었고, 여래의 바른 법에 늘 들어가는 것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 공덕의 행을 말 하겠는가.”
이 때에 선재동자는 관자재보살마하살이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읊은 게송을 듣고 즐거운 마음이 몸에 가득하여, 존경하는 마음을 내고 믿는 마음이 늘고 깨끗한 마음을 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깃을 여미고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보살의 발에 절하고 꿇어앉아 합장하고 보살의 앞에서 한결같은 마음으로 우러러보면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천상 인간 대중들과 아수라들과 그 밖에도
하고많은 보살님들이 대성인의 깊은 지혜
바다 같다고 아름다운 음성으로 칭찬합니다.
보살님은 여러 중생 많은 가운데 불쌍하게
여기시는 평등한 마음 한 지혜로 반연하여
구제하시니 가지가지 고통 액난 스러집니다.
보살님의 훌륭하신 신통의 힘은 땅덩어리
들고 놓기 어렵지 않고 바닷물을 한꺼번에
말릴 수 있고 큰 산을 뒤흔들어 진동케
하니
거룩하신 보살님의 크오신 이름 대자대비
관자재보살이시니 보잘것 아주 없는 나의
지혜로 어떻게 크신 공덕 찬탄하리까.
듣사온즉 보살님의 많으신 공덕 끊임없고
다함 없는 자비하신 문이 문으로 청정한
맘 일으키시어 나의 지혜 나의 변재 내게
하시네.
내가 지금 이 대중에 참여하여서 크고
넓은 용맹으로 관찰하옵고 보살님의 묘한
장엄 찬탄하오며 지성으로 공경하여 마지않노라.
대범천왕 범천중에 앉아 계실 때 거룩한
빛 모든 범천 가리우듯이 보살님의 훌륭하고
묘하신 몸매 대중 중에 계시올 제 짝할
이 없네.
보살님의 돌아보심 소와도 같고 묘한 빛깔
찬란하심 금산 같으사 크고 넓은 보리원을
구족하시고 천상 인간 사람들을 이익케
하네.
가지가지 화만으로 몸을 꾸미고 머리 위엔
황금으로 만드신 보관 깨끗하고 묘한 광명
하늘을 덮어높은 위덕 이 세상을 뛰어나신
님
둥근 광명 무지개가 둘린 듯하고 찬란하온
겉 모양은 보름달 같고 정수리의 우뚝하심
수미산인 듯 단정하게 앉은 모습 일출과
같네.
허리에 띠신 옥대(玉帶) 찬란도 하고
훌륭한 몸매로서 광명을 놓고 이니연 사슴처럼
두루신 치마 보는 이로 기쁜 마음 내게
하시네.
좋은 몸에 가지가지 꾸미신 모양 여러
보배 모이어 된 수미산 같고 허리 위에
드리우신 아름다운 옷 여러 빛깔 자아내는
구름결인 듯
세 갈래로 드리워진 진주 영락은 임금님이
찬란하게 몸을 꾸민 듯 깨끗하온 광명으로
환히 비치니 밝은 해가 허공중에 떠다니는
듯
붉은 살빛 깨끗하기 금산과 같고 첨박가(瞻博迦)
꽃이 한데 모인 듯 흰 진주 영락으로
곱게 꾸민 것 방불할사 흰 용왕이 몸에
서린 듯
님의 손에 묘한 연꽃 들고 계시니 고운
광채 진금으로 모이어 된 듯 보배로운
유리로써 줄기가 되고 자비하신 위력으로
꽃이 피었네.
하늘 사람 연꽃보다 더 훌륭하여 찬란하게
뻗는 광명 아침 햇빛이 뚜렷하게 수미산에
나타나듯이 맑은 향기 시방으로 풍기고
있네.
나쁜 귀신 부다와 야차들이나 검은 독사
못된 사자 취한 코끼리 독한 기운 자비심을
가려 버리며 가지가지 위험하고 괴로운
일들
갖은 고통 몸에 얽혀 핍박하올 제 온갖
공포 의지할 데 없사올 적에 우리 님의
한결같은 자비심으로 평등하게 저 중생들
구해 주시네.
아름다운 금강석은 평상이 되고 엄청나게
큰 연꽃이 받들었으며 백천 가지 복덕으로
이루어진 것 가지각색 연꽃들이 둘러쌌으니
미묘한 몸의 광명 깨끗한 빛은 진실한
이치로써 이루어진 것 하늘 사람 가지가지
공양을 올려 보살님의 큰 공덕을 기리옵니다.
높은 님께 깨끗한 뜻 내게 되면은 모든
근심 두려운 맘 빨리 여의고 권속들이
쾌락하고 함께 즐기며 여러 가지 묘한
과보 원만하오리.
큰 바다의 큰 용왕이 용궁에 있고 여러
곳에 살고 있는 모든 용들이 가루라란
큰 새에게 채이어 가서 잡혀먹는 많은
고통 두려워하며
어떤 중생 큰 바다에 들어갔다가 별안간에
태산 같은 풍랑 만나서 고래 떼가 몰려와서
삼키려 하면 놀랍고 무서워서 피할 길
몰라
술에 취한 코끼리 달려드는 일 가지가지
액난을 만났을 적에 지성으로 대비 관음
생각하오면 걱정 말라, 이런 근심 소멸되리라.
바위로 된 험한 산에 석굴이 있고 그
굴 속이 깊고 깊어 끝이 없거든 나라
법을 범한 죄인 몸을 결박코 고랑채우고
수갑 채워 굴에 넣어도
그런 고통 받게 되는 모든 중생들 지성으로
대비관음 생각하오면 오라줄은 끊어지고
결박 풀리어 모든 근심 없어지고 안락하리라.
보살님이 자비하고 고운 손으로 염불하는
여러 중생 거둬들이어 여러 가지 액난에서
벗어나와서 근심 없이 즐거움을 얻게 하시다.
천상 인간 법왕이고 위덕 높으신 보살님을
내가 지금 찬탄합니다.
세 가지 독한 번뇌 다 소멸되고 복과
지혜 바다처럼 가이없으리.
중생들을 조복하기 게으르지 않고 원수거나
친한 이를 모두 이롭게 보살님이 계시옵는
자금산에서 훌륭한 복과 덕을 이뤄지이다.
시방 법계 많은 세계 여러 중생의 잘못되고
사특한 맘 모두 없애고 부처님의 위없는
몸 어서 얻어서 너도 나도 보리도를 증득하고저.
이 때에 정성무이행(正性無異行)보살이
동방 허공으로부터 이 세계에 와서 철위산
꼭대기에서 발가락으로 땅을 누르니, 이
세계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면서 변화하여
여러 가지 보배로 장엄하게 되었고, 몸으로는
어마어마한 광명을 놓아 제석천왕·범천왕·사천왕과
용왕 따위의 팔부 신중과 해와 달과 별들의
빛을 가리어 그믐밤이 되게 하고, 그
광명이 지옥 갈래·아귀 갈래·축생 갈래·염라왕
세계와 여러 가지 고통 받는 중생을 비추니,
죄업은 소멸되고 몸과 마음이 깨끗하여졌으며,
또 여러 부처님 세계에서 모든 공양거리
구름을 일으키어 가지각색 꽃과 향과 영락과
의복과 짐대와 일산 따위를 내리며, 이러한
여러 가지 장엄거리로 부처님께 공양하고,
또 신통의 힘으로 중생들의 좋아하는 마음을
따라 여러 궁전에서 몸을 나타내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모두 즐겁게 하였다.
그러한 뒤에 관자재보살 계신 데 이르니 관자재보살은 선재동자에게 이렇게 물었다.
“선남자여, 그대는 이 정성무이행보살이 대중이 모인 이 도량에 오신 것을 보았는가?” “보았나이다.” “선남자여, 그대는 그 보살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으리까고 물으라.”
선재동자는 관자재보살에게 깊고 깊은 지혜를 얻고 불쌍히 여기는 문에 들어갔으며, 간절한 마음으로 순종하고 관찰하여 고달픈 마음이 없었고, 한결같은 정성으로 관자재보살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공경하여 가르침을 받들고 하직하고 물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