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비슬지라 거사를 찾다
그 때에 선재동자는 벌소밀다 아씨의 탐욕의 짬을 떠난 해탈문을 듣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순종하여 생각하며 행을 닦으면서, 보살의 집착 없는 경계의 삼매를 관찰하며, 보살의 즐거운 삼매를 생각하며, 보살의 걸림없는 음성 삼매를 살펴보며, 보살의 모든 부처 세계를 따라가지 않는 데 없는 삼매를 행하며, 보살의 온갖 세간의 광명을 여의는 삼매를 기억하며, 보살의 고요하게 장엄한 삼매에 들어가며, 보살의 모든 외도들을 꺾어 굴복하는 삼매를 닦으며, 보살의 부처님 경계의 광명에 머무는 삼매를 살펴보며, 보살의 모든 중생을 거두어 항상 버리지 않는 삼매를 생각하며, 보살의 모든 중생의 복덕 광을 늘게 하는 삼매에 머무르고, 일체지를 생각하면서 점점 앞으로 나아가 저 언덕에 이르는 성에 다다랐다. 거사의 집에 가서 그의 발에 절하며 합장하고 서서 이렇게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 줄을 알지 못합니다. 듣사온즉, 거룩하신 이께서 잘 가르쳐 지도하신다 하오니 바라건대 저에게 말씀하여 주소서.”
거사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해탈을 얻었으니 이름이 열반에 들지 아니함[不般涅槃際]이오. 선남자여, 나는 여래가 이미 열반에 들었다거나, 여래가 지금 열반에 든다거나, 여래가 장차 열반에 들리라는 마음을 내지 아니하며, 나는 시방 모든 세계의 부처님 여래들이 끝끝내 열반에 들지 아니할 줄 알거니와, 다만 중생을 조복하기 위하여 일부러 하는 것만은 제외합니다. 선남자여, 나는 저 전단 사자좌 여래 탑문을 열 적에 삼매를 얻었으니 이름이 부처님의 내림이 그지없음[佛種無盡]이오. 나는 생각생각마다 이 삼매에 들며, 생각생각마다 모든 부처님의 훌륭한 일을 압니다.”
선재가 물었다.
“그 삼매의 경계는 어떠합니까?”
거사가 답하였다.
“선남자여, 내가 이 삼매에 들 때에 차례차례로 이 세계에서 여러 부처님들이 계속하여 나심을 보았으니, 곧 가섭불·구나함모니불·구류손불·비사부불·시기불·비바시불·제사불·불사불·명칭불·최승연화불 등 이런 부처님들을 으뜸으로 하여 잠깐 동안에 백 부처님을 뵈오며, 천 부처님을 뵈오며, 백천 부처님을 뵈오며, 억 부처님·백억 부처님·천억 부처님·백천억 부처님·아유다억 부처님·나유타억 부처님을 뵈오며, 내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세계의 티끌 수 부처님을 뵈오며, 이러한 여러 부처님들을 차례차례 모두 뵈오며, 또 저 부처님들이 처음 보리심을 내고 선근을 심고 신통을 얻고 큰 원을 이루고 묘한 행을 닦고 바라밀을 구족하고 보살의 지위에 들어가 청정한 법 지혜[忍]를 얻으며, 마군을 항복 받고 등정각을 이루어 세계가 깨끗하여지고 모인 대중으로 장엄하고, 큰 광명을 놓고 신통이 자재하고 사자의 외침으로 법 수레를 운전하며, 변화하여 나타냄이 가지가지로 다르며, 한량없는 방편으로 중생들을 성숙시키는 일을 모두 뵈옵고, 또 공교하게 연설하는 분별 없는 법문을 내가 모두 받아 가지며, 내가 모두 기억하며, 모두 관찰하며 분별하여 나타내며, 순종하여 알고 잊어 바리지 아니하고, 이와 같이 오는 세상의 미륵부처님 등 백 부처님 천 부처님·백천억 부처님으로부터 내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세계의 티끌 수 부처님들과 그 부처님들이 처음 보리심을 내고 계속하여 그치지 아니하면서 믿고 이해함이 점점 깊어지고, 부처님 되기를 부지런히 구하여 게으르지 아니하고, 꾸준하게 나아가는 세력이 빨리 늘어서, 모든 세간의 범부나 이승들이 움직일 수 없는 것을 뵈오며, 또 지금 계시는 비로자나부처님과 시방의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세계에 계시는 부처님들을 뵈옵는 일도 그와 같아서, 저렇게 많은 부처님들을 내가 모두 뵈옵고, 저러한 온갖 법문을 내가 모두 듣고, 기억하여 생각하고 받아 가지어 잊어 버리지 아니하며, 지혜의 힘으로 따라서 알고, 자비의 힘으로 연설하여 퍼뜨립니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이 얻는 열반에 들지 아니하는 해탈문을 알 뿐입니다. 저 보살마하살이 한 생각의 지혜로 삼세를 모두 알며, 한 생각에 모든 삼매에 들어가서, 부처님의 지혜가 항상 마음에 비치고 온갖 법에 분별이 없고, 모든 부처님이 모두 평등한 줄을 알며, 부처님과 나와 모든 중생이 평등하여 둘이 아닌 줄을 알며, 모든 법의 성품이 깨끗하여 광명이 널리 비치어 이르지 않는 데가 없는 줄을 알며, 생각도 없고 동작도 없으면서 모든 세간에 두루 들어가며, 모든 분별을 여의고 부처님의 법 지혜에 머물러 법계의 중생을 모두 깨닫게 하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어떻게 그 공덕의 행을 말할 수 있겠소.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으로 가면 보타락가산이 있고 거기 관자재보살이 계시니, 그대는 그 보살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시오.”
거사는 이렇게 가르치고 게송으로 노래하였다.
바다에 온갖 보배로 이루어진 산 있어
성인의 계신 데라 한없이 깨끗해 흐르는
물 구비구비 곱게 꾸미고 꽃 나무 과일
나무 무성하였네.
거룩하고 용맹하게 중생 건지는 관자재보살님이
거기 계시니 나아가서 부처님의 공덕 물으라
그대에게 자세하게 일러주시리.
선재동자는 거사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공손히 우러러보면서 하직하 고 물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