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최승 장자를 찾다
그 때에 선재동자는 모든 중생에게 큰 사랑이 두루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크게 불쌍히 여김으로 윤택하려는 마음을 일으켜 생각하는 일이 계속되어 끊어지지 아니하였다. 복덕과 지혜를 구족하게 장엄하였고, 바른 소견이 원만하여 때[垢] 여의었으며, 평등한 법을 증득하여 높다 낮다 하는 마음이 없어지고, 일체지에 깨달아 들어갔으며, 좋지 못한 가시를 뽑고 모든 장애를 소멸하였으며, 깊고 깊은 깨달은 법의 성품을 분명히 알고 굳건히 정진함으로 담과 해자를 삼았다. 헤아릴 수 없는 삼매로 동산을 삼고 지혜의 햇빛으로 무명의 어둠을 깨뜨리며, 방편의 바람으로 지혜의 꽃을 피게 하여 크고 넓은 서원이 법계에 가득하고 마음은 언제나 일체지의 성중에 들어가서 이렇게 보살의 도를 구하면서, 차츰차츰 나아가 낙영락성에 다다랐다.
그 성중에서 최승(最勝) 장자를 찾다가, 성의 동쪽 크게 장엄한 짐대 걱정 없는 숲[大莊嚴幢無憂林] 속에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한량없는 장사치와 백천의 장자들에게 호위되어, 인간의 가지가지 사무를 판단하고 세상에서 벗어나는 법을 말하여, 교만한 소견과 내라 내 것이라는 고집을 버리고, 쌓아 놓은 재물과 권속을 버리며, 간탐과 질투와 모든 의심을 없애고, 마음이 깨끗하여 흐리고 더러움이 없어졌고, 깨끗한 믿음을 얻어 부처님 뵈옵기를 좋아하며, 부처님의 법을 받아 가지고 보살의 힘을 내고, 보살의 행을 일으키며, 보살의 삼매에 들어가 보살의 지혜를 얻고, 보살의 바른 생각에 있으면서 보살의 즐거움을 늘리며, 위없는 보리의 마음을 일으키게 하고 있었다.
그 때에 선재동자가 그 앞에 나아가 몸을 땅에 엎드려 그의 발에 예배하고 얼마 뒤에 일어나 존중하는 마음으로 여쭈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선재올시다. 저는 선재올시다. 저는 보살의 훌륭한 행을 전력으로 구하옵나니,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으오리까? 닦고 배우는 시절을 따라 항상 모든 중생을 교화 제도하며, 항상 모든 부처님을 뵈오며, 항상 모든 부처님 법을 들으며, 항상 모든 부처님 법에 머물며, 항상 모든 법문에 들어가며, 온갖 세계에 들어가서 보살의 행을 배우며, 항상 오랜 세월에 있으면서 보살의 도를 닦아도 만족한 마음이 없으며, 모든 여래의 신력을 알며, 모든 여래의 호념함을 얻으며, 모든 여래의 지혜에 들어가오리까?”
때에 그 장자가 선재에게 말하였다.
“장하고 장하도다, 선남자여. 그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구려. 선남자여, 나는 이미 온갖 곳에서 보살의 행을 깨끗이 하는 법문과 자체도 없고 의지함도 없고 지음도 없고 머무름도 없는 신통의 힘을 성취하였노라. 선남자여, 무엇을 온갖 곳에서 보살의 행을 깨끗이 하는 법문이라 하는가. 선남자여, 나는 이 삼천대천세계의 욕계에 있는 모든 중생, 이른바 모든 33천, 모든 수야마천, 모든 도솔타천, 모든 낙변화천, 모든 타화자재천, 모든 마왕천과 다른 모든 욕계천에 사는 여러 종류의 권속인 하늘·용·야차·나찰·구반다·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사람과 사람 아닌 것 따위와 마을과 도시의 여러 곳에 있는 중생들 가운데서, 그들의 분수에 맞추어 법문을 말하여 주어, 법답지 아니한 것을 버리고 다툼을 쉬고 싸움을 없애고 분한 생각을 그치고 원한 맺힌 것을 깨뜨리고 속박된 것을 풀고, 감옥에서 나와서 공포를 면하며, 살생하는 일을 끊게 하며, 내지 잘못된 소견과 온갖 나쁜 짓과 하지 않아야 할 일을 모두 금지하고, 그들로 하여금 모든 착한 일을 따라 행하고, 하여야 할 일을 닦아 행하게 하며, 모든 기능과 예술을 배워서 모든 세간에서 이익을 짓게 하며, 그들을 위하여 가지가지 논란을 분별하여 그들의 마땅함을 따라서 즐거운 마음을 내고 점점 성숙하여 수순케 하고, 모든 외도들에게는 훌륭한 지혜를 말하여 주어 모든 소견을 끊어 버리고 부처님 법에 들어가게 하노라.
또 욕계에서 하는 것처럼 색계의 모든 범천에서도 이러한 법을 말하며, 이 삼천대천세계에서와 같이 내지 시방의 열 갑절 말할 수 없는 백천억 나유타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같이 많은 세계 가운데서도 그들을 위하여 바른 법을 말하노라. 곧 부처님 법·보살의 법·성문의 법·독각의 법을 말하기도 하며, 지옥 갈래를 말하고 지옥 중생들의 고통 받는 차별을 말하고 지옥으로 가는 길을 말하며, 축생 갈래를 말하고 축생들의 고통 받는 차별을 말하고 축생으로 가는 길을 말하며, 염라왕 세계를 말하고 염라왕 세계에서 고통 받는 차별을 말하고 염라왕 세계로 가는 길을 말하며, 천상 세계를 말하고 천상에서 쾌락 받는 차별을 말하고 천상에 가는 길을 말하며, 인간 세계를 말하고 인간에서 고통 받고 쾌락 받는 차별을 말하고 인간에 가는 길을 말하노라.
선남자여, 내가 이렇게 여러 세간의 모이고 흩어지고 더럽고 깨끗함을 말하는 것은, 보살의 공덕을 나타내려 함이며, 나고 죽고 하는 근심을 여의게 하려 함이며, 부처님들의 공덕을 알게 하려 함이며, 모든 갈래에 태어남을 알게 하려 함이며, 걸림없는 법을 알게 하려 함이며, 지혜의 광명을 드러내려 함이며, 고통과 쾌락이 생기는 원인을 보이려 함이며, 고집[相]이 없는 문에 들어감을 나타내려 함이며, 중생들로 하여금 모든 고집[想著]을 버리게 하려 함이며, 부처님의 의지할 데 없는 법을 증득케 하려 함이며, 번뇌와 업을 영원히 소멸케 하려 함이며, 부처님의 청정한 법 수레를 운전케 하려 함이므로, 내가 중생들에게 이런 법을 말하는 것이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온갖 곳에서 보살의 행을 깨끗이 하는 법문과 자체도 없고 의지함도 없고 지음도 없고 머무름도 없는 신통의 힘을 알았을 뿐이노라. 저 보살마하살의 자재한 모든 신통을 구족하여 모든 부처 세계로 두루 다니면서 보안(普眼)의 지위를 얻으며, 깨끗한 귀에 머물러 있으면서 온갖 음성과 말을 들으며, 널리 모든 법에 들어가 지혜가 자재하고 용맹하기 비길 데 없으며, 모든 다툼을 여의고 길고 넓은 혀로 평등한 소리를 내며, 몸매가 묘하고 훌륭하여 보살들과 같고 여래들과 더불어 필경에 다르지 아니하며, 지혜 몸이 넓고 커서 삼세에 두루 들어가되 경계가 끝이 없어 허공과 같은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어떻게 그의 공덕을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에 나라가 있으니 이름은 가없는 강[無邊際河]이요, 그 나라에 갈릉가숲이란 성이 있고 그 성에 사자빈신(師子頻申) 비구니가 있으니, 그대는 그이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그 때에 선재동자는 최승(最勝) 장자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공손히 우러르며 일심으로 그리워하면서 하직하고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