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사자빈신 비구니를 찾다

33. 사자빈신 비구니를 찾다

그 때에 선재동자는 차츰차츰 앞으로 나아가 가없는 강 나라의 갈릉가숲에 이르러 두루 다니며 사자빈신 비구니를 물었다. 여러 사람들은 대답했다.

“선남자여, 그 비구니는 승광(勝光) 임금이 보시한 햇빛 동산에서 법문을 말하여 그지없는 중생을 이익케 하고 있습니다.”

선재동자는 이 말을 듣고 기뻐 뛰면서 그 동산에 나아가 살펴보았다. 동산 가운데 큰 나무가 있으니 이름은 보름달[滿月]이요, 모양은 누각 같고 드높고 크고 장엄하였으며, 큰 광명이 나와 한 유순까지 비치었다. 또 잎새 나무가 있으니 이름이 두루 덮음[普覆]이라, 모양은 일산 같고 검푸른 광명이 두루 비치었고, 또 꽃 나무가 있으니 이름이 화장(華藏)이라, 모양이 높고 깨끗하여 설산과 같으며, 모든 꽃 비를 내려 흐르는 향물처럼 향기를 두루 풍기어 다함이 없는 것이 마치 도리천의 기쁜 동산에 있는 파리질다라 나무와 같고, 또 과일 나무가 있으니 이름이 늘 익음[常熱]이라 모양은 금산 같고, 맛은 감로 같아서 만만하고 향기롭고 아름다우며 항상 광명을 놓고 많은 과일들이 구비되었으며, 또 마니보배 나무가 있으니 이름이 비로자나장(毘盧遮那藏)이라, 모양이 비길 데 없음이 묘고산 같고, 심왕 마니보배가 가장 위에 있으며, 아승기 빛깔 마니보배가 두루 장엄하고 전단 마니로 과일이 되었는데 여러 가지 진주 그물이 위에 덮었으며, 또 화만 나무가 있으니 이름이 하늘 보배[天寶]라, 항상 보배 영락과 화만이 나오며 여의주꽃이 피어 빛나고 마니보배 노다지가 그 밑에 쌓여 뿌리가 되었으며, 또 의복 나무가 있으니 이름이 깨끗케 함[能淸淨]이라, 항상 여러 가지 빛 보배 옷을 내어 나뭇가지에 드리워 아름답게 꾸몄다.

또 노래 나무가 있으니 이름이 기쁨[歡喜]이라, 아름다운 음악이 나와 하늘 풍류보다 지나가며, 또 향 나무가 있으니 이름이 두루 장엄[?莊嚴]이라, 항상 묘한 향기를 풍겨 온 동산에 가득하며, 또 가지가지 못이 있으니 모두 칠보로 장엄하고, 들어가는 길목은 여러 보배로 꾸미었고 각색 마니로 난간이 되었으며, 전단향 가루가 가운데 가득하고, 아름다운 금모래가 바닥에 깔렸고 팔공덕수가 맑게 넘쳐 흐르며, 우발라화·파두마화·구물두화·분타리화들이 위에 덮이고 첨박가꽃·아제목다가꽃·파리사가꽃·만다라꽃·마하만다라꽃 따위의 여러 가지 꽃이 언덕에 줄지어 심어졌으며, 여러 새들이 번갈아 노래하는데 그 소리가 화평하고 아름다왔다.

또 가지가지 하늘 보배로 아름답게 장엄한 나무가 동산 안에 간 데마다 줄지어 섰고, 그 나무 아래는 각각 보배로 된 사자좌가 놓였는데 헤아릴 수 없는 가지가지 훌륭한 보배로 장엄하고, 하늘 옷을 깔고 좋은 향을 풍기고 비단 깃발을 달고 보배 휘장을 두르고 염부단금 그물로 위에 덮었는데, 보배 풍경이 바람에 흔들려 좋은 소리를 내고 있었다. 어떤 나무 아래는 연화장 사자좌를 놓고 어떤 나무 아래는 향왕마니장 사자좌를 놓고, 어떤 나무 아래는 용과 코끼리로 장엄한 마니왕장 사자좌를 놓고, 어떤 나무 아래는 보배 사자로 이루어진 마니왕장 사자좌를 놓고, 어떤 나무 아래는 비로자나 마니왕장 사자좌를 놓고, 어떤 나무 아래는 시방 비로자나 마니왕장 사자좌를 놓고, 어떤 나무 아래는 인다라 마니금강왕장 사자좌를 놓고, 어떤 나무 아래는 중생의 형상으로 된 비로자나 마니왕장 사자좌를 놓고, 어떤 나무 아래는 여의 마니왕장 사자좌를 놓고, 어떤 나무 아래는 흰 빛 광명 마니왕장 사자좌를 놓았는데, 낱낱 사자좌에 제각기 보배로운 백천 사자좌가 둘려 놓였으니, 낱낱 사자좌가 모두 한량없는 장엄을 갖추고 있었다.

이 큰 동산 안에는 모든 보배가 가득한 것이 마치 보배섬 같으며, 보배 옷이 땅에 깔리어 장엄하였으니, 부드럽고 아름답기가 가린가(迦隣迦) 옷과 같아 밟으면 발이 잠기었다가 발을 들면 도로 올라오며, 오리·기러기 원앙·두루미·공작·구지라 따위의 이상한 새들이 자재로이 날아다니며 서로 보고 화평하게 노래하며, 전단 나무들이 대문 곁에 섰는데, 잎이 무성하고 줄기가 높이 솟아 그림자가 녹음을 이루고 가지각색으로 장엄하였으며, 가지가지 꽃 나무에서는 항상 아름다운 꽃이 내리어 제석천왕의 꽃동산보다 더하였다. 그리고 비길 데 없는 향기가 여러 곳에 풍기며, 바람을 타고 사방으로 흘러가 천상과 인간에 널리 퍼지며, 모든 누각들을 보배로 장엄하였는데, 훌륭한 꽃으로 아름답게 장식하여 제석천궁의 선법당보다 지나갔다. 모든 노래 나무에서는 하늘 음악을 잡히고 가지가지 악기가 가지마다 달렸으니, 피리·저·공후·비파·퉁소·거문고 따위들이 타지 아니하여도 저절로 소리가 나서, 듣는 이가 기뻐하여 모든 애착을 여의게 되며, 다라 나무에는 좋은 풍경을 달아 바람이 불 적마다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것이, 마치 자재천의 선구(善口)천녀 같으며, 여의 나무에서는 많은 보배 옷을 내는데, 천상의 겁파(劫波) 옷 같은 것이 갈피갈피 드리워 아름답게 꾸몄으매 한량없는 빛이 바다와 같으며, 백천 누각에는 여러 보배로 장엄한 것이 도리천의 제석궁전과 방불하고, 보배 일산으로 덮은 것은 묘고산과 같고 범천왕의 궁전과 같아서 현란한 광채가 널리 비치었다.

이 때에 선재동자는 이 동산을 보니 한량없는 공덕과 가지가지 장엄이 모두 이 보살의 헤아릴 수 없는 업으로 이루어지고 세상에서 뛰어난 선근으로 성취된 것이며, 모든 부처님께 공양한 공덕으로 생긴 것이며, 청정한 업을 많이 닦았으므로 깨뜨릴 이가 없고 모든 세간에서 이와 같을 것이 없었다. 이러한 모든 것이 사자빈신 비구니가 법이 환술 같음을 알면서도 하염있는 것을 버리지 아니하고, 크고 넓은 선한 업을 쌓음으로써 이루어진 것이므로, 성문이나 벽지불로는 함께 할 수 없는 것이며, 외도의 잘못된 논리로는 기울어뜨릴 수 없으며, 모든 마군들로는 대적할 수 없으며, 범부의 얕은 지혜로는 생각도 할 수 없는 것이지마는, 삼천대천세계의 하늘 사람·용왕·팔부귀중과, 한량없는 중생들이 자기가 지은 선근으로 제도를 받을 만한 이들은 모두 이 동산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조금도 비좁거나 착박하지 아니하였으니, 그 이유는 이 비구니의 헤아릴 수 없는 위력과 신통의 힘으로 된 까닭이었다.

선재동자는 이 비구니가 모든 보배 나무 아래 큰 사자좌에 두루두루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몸매는 단정하고 위의는 고요하며, 평등한 법에 머물렀으므로 동작이 부드러우며, 모든 감관이 화순함이 큰 코끼리 같고, 마음에 때가 없는 것은 깨끗한 호수와 같고, 구하는 대로 건져 주는 것은 여의주와 같고, 세상 일에 물들지 않는 것은 연꽃과 같고, 마음에 두려움 없기는 사자와 같고, 깨끗한 계행을 잘 가지어서 움직일 수 없음은 수미산과 같으며,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이 시원케 함은 묘향산과 같고, 중생의 뜨거운 번뇌를 없애는 것은 설산의 전단향과 같고, 중생의 보는 이가 고통이 소멸함은 묘견약(妙見藥)과 같고, 보는 이로 하여금 소원이 헛되지 않게 함은 바루나(婆樓那) 하늘과 같고 욕심을 영원히 여읜 것은 대범천왕 같고, 중생의 마음을 깨끗하게 함은 물 맑히는 구슬과 같고, 모든 선한 것을 자라게 함은 좋은 밭과 같고, 삼업이 자재하기는 여래와 같았다.

비구니가 앉은 낱낱의 사자좌마다 모인 대중이 같지 아니하고, 연설하는 법문도 제각기 달랐다, 어떤 사자좌에는 정거천 대중이 둘러 앉았는데 마혜수라천왕이 으뜸이 되고,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그지없는 법[無盡法相] 해탈이요, 어떤 사자좌에는 범천 대중이 둘러 앉았는데 묘광명 범왕이 으뜸이 되고,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여러 가지 차별한 깨끗한 음성 바퀴[普門差別淸淨言音輪]요, 어떤 사자좌에는 타화자재천의 천자·천녀들이 둘러 앉았는데 자재전천왕(自在轉天王)이 으뜸이 되고,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보살의 깨끗한 마음으로 자재하게 장엄함[菩薩淸淨心自在莊嚴]이요, 어떤 사자좌에는 묘변화천의 천자·천녀들이 둘러 앉았는데 낙변화천왕이 으뜸이 되고,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묘한 법으로 깨끗이 장엄하는 문[妙法淸淨莊嚴門]이요, 어떤 사자좌에는 도솔타천의 천자·천녀들이 둘러 앉았는데 도솔타천왕이 으뜸이 되고,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자기 마음 광이 도는 것 [自心藏旋轉]이요, 어떤 사자좌에는 수야마천의 천자·천녀들이 둘러 앉았는데 수야마천왕이 으뜸이 되고,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두루 장엄함[普?莊嚴]이요, 어떤 사자좌에는 33천의 천자·천녀들이 둘러 앉았는데 제석천왕이 으뜸이 되고,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싫증나서 떠남[厭離門]이었다.

어떤 사자좌에는 백광명용왕·난타용왕·우바난타용왕·마나사용왕·이라발타용왕·아나바달다용왕 들의 용자와 용녀들이 둘러 앉았는데 사가라용왕이 으뜸이 되고,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부처님 경계의 광명으로 장엄함[佛境界光明莊嚴]이요, 어떤 사자좌에는 야차 무리의 동남·동녀들이 둘러 앉았는데 비사문천왕이 으뜸이 되고,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중생을 구호하는 광[救護衆生藏]이요, 어떤 사자좌에는 건달바 무리의 남녀 권속이 둘러 앉았는데 지국(持國) 건달바왕이 으뜸이 되고,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그지없는 즐거운 법비를 내림[雨無盡大歡喜法雨]이요, 어떤 사자좌에는 아수라 무리의 남녀 권속이 둘러 앉았는데 라후 아수라왕이 으뜸이 되고,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법계를 빨리 장엄하는 지혜문[速病莊嚴法界智門]이요, 어떤 사자좌에는 가루라 무리의 남녀 권속이 둘러 앉았는데 대력용지(大力勇持) 가루라왕이 으뜸이 되고,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삼계의 바다를 놀라게 함[怖動諸有海]이요, 어떤 사자좌에는 긴나라 무리의 남녀 권속들이 둘러 앉았는데 대수(大樹) 긴나라왕이 으뜸이 되고,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부처님의 행인 광명문[佛行光明門]이요, 어떤 사자좌에는 마후라가 무리의 남녀 권속들이 둘러 앉았는데 암라림분노(菴羅林忿怒) 마후라가왕이 으뜸이 되고,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부처님 뵈옵고 즐거운 마음 내는 것[出生見佛歡喜心]이요, 어떤 사자좌에는 무수한 백천 남자·여인·총각·아가씨들이 둘러 앉았는데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훌륭한 행동[殊勝行]이요, 어떤 사자좌에는 나찰 무리의 남녀 권속들이 둘러 앉았는데 정기를 빨아먹는 대수(大樹) 나찰왕이 으뜸이 되고,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자비심을 냄[發生慈悲心]이었다.

또 어떤 사자좌에는 성문법을 좋아하는 중생들이 둘러 앉았는데 이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훌륭한 지혜의 위력 큰 광명[勝智威力大光明]이요, 어떤 사자좌에는 독각법을 좋아하는 중생들이 둘러 앉았는데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부처님의 공덕 넓고 큰 광명[佛功德廣大光明]이요, 어떤 사자좌에는 대승을 좋아하는 중생들이 둘러 앉았는데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넓은 문 삼매의 지혜 광명[普門三昧智光明]이요, 어떤 사자좌에는 초지(初地) 보살들이 둘러 앉았는데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모든 부처님의 원력더미 삼매[一切諸佛大願聚三昧]요, 어떤 사자좌에는 이지 보살들이 둘러 앉았는데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때 없는 바퀴 삼매[無垢輪三昧]요, 어떤 사자좌에는 삼지 보살들이 둘러 앉았는데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크게 고요한 장엄 삼매[大寂靜莊嚴三昧]요, 어떤 사자좌에는 사지 보살들이 둘러 앉았는데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모든 지혜를 빨리 내게 하는 경계 삼매[速疾出生一切智境界三昧]요, 어떤 사자좌에는 오지 보살이 둘러 앉았는데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묘한 화장 삼매[妙華藏三昧]요, 어떤 사자좌에는 육지 보살들이 둘러 앉았는데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비로자나장 삼매(毘盧遮那藏三昧)요, 어떤 사자좌에는 칠지 보살들이 둘러 앉았는데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두루 장엄한 땅 삼매[普?莊嚴地三昧]요, 어떤 사자좌에는 팔지 보살들이 둘러 앉았는데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법계의 경계에 아득하게 몸을 나타내는 삼매[普?法界境界化現身三昧]요, 어떤 사자좌에는 구지 보살들이 둘러 앉았는데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얻는 것 없는 지혜로 장엄한 삼매[無所得力智莊嚴三昧]요, 어떤 사자좌에는 십지 보살들이 둘러 앉았는데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걸림없는 바퀴 삼매[無障?輪三昧]요, 어떤 사자좌에는 금강저 쥔 보살들이 둘러 앉았는데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금강 지혜 나라연으로 장엄한 삼매[金剛智那羅延莊嚴三昧]였다.

이 때에 선재동자는 이런 대중들이 가지가지로 태어나고, 가지가지 사는 곳에서 가지가지 몸매와 가지가지 권속들로서 이미 성숙하고 이미 조복되어, 법그릇 될 만한 이들이 모두 이 동산에 들어와서 제각기 나무 아래에 둘러 앉았을 때, 사자빈신 비구니가 그들에게 마땅한 가지가지 마음·가지가지 욕망·가지가지 믿음대로 그 낫고 못한 차별을 따라 알맞는 법문을 말하여, 그들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가지 않게 함을 보았다.

왜냐하면 이 비구니가 넓은 눈을 벌려서 얻은 반야바라밀문과 모든 불법을 연설하는 반야바라밀문과 법계의 차별한 짬 반야바라밀문과 모든 장애를 부수는 수레 반야바라밀문과 모든 중생의 선한 마음을 자라게 하는 반야바라밀문과 훌륭하게 장엄하는 반야바라밀문과 걸림없는 진실한 광 반야바라밀문과 법계가 원만한 반야바라밀문과 깨끗한 마음 광반야바라밀문과 가지가지 말을 두루두루 내는 신통장 반야바라밀문 등을 얻었기 때문이며, 이 열 가지 반야바라밀문이 으뜸이 되어, 이러한 무수 백만 아승기 반야바라밀문에 들어갔으며, 이 햇빛 동산에 있는 모든 보살과 중생들의 보는 경계와 듣는 법문이 제각기 다르고 깨달아 아는 것이 같지 않지만, 모두 이 사자빈신 비구니가 처음부터 마음을 내도록 권하고 법문을 말하여 교화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게 한 것이었다.

이 때에 선재동자는 사자빈신 비구니의 이러한 동산과 숲·이러한 사자좌·이렇게 거닐음·이러한 대중·이러한 위의·이렇게 자재함·이러한 여러 몸·이렇게 두려움 없음·이러한 신통의 힘·이러한 변재·이러한 장엄을 보았고, 또 이렇게 헤아릴 수 없는 광대한 법문을 듣고는, 몸과 마음이 부드러워져서 오체(五體)를 땅에 엎드리고 공경하여 예배하고 합장하고 생각하기를 ‘내가 이 비구니를 오른쪽으로 수없이 백천만 번을 돌겠다’ 하였더니, 그 때에 비구니가 광명을 놓아 동산과 여러 대중에게 비추었다.

선재동자는 자기 몸이 온갖 곳 낱낱 사자좌에 앉은 비구니에게 두루 이르러 낱낱이 백천만 번을 도는 것을 보았다. 다 돌고 나서 합장하고 서서 이렇게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아야 할 줄을 알지 못하옵니다. 듣사온즉 거룩하신 이께서 잘 가르쳐 지도하신다 하오니, 바라건대 저에게 말씀하여 주소서.”

비구니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해탈을 얻었으니 이름이 모든 미세한 분별을 없애 버리는 문[滅除一切微細分別門]이로다.”

선재가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어째서 모든 미세한 분별을 없애 버리는 문이라 이름합니까?” “선남자여, 이 해탈문은 잠깐 동안에 삼세의 온갖 법을 두루 비추며, 근본 성품의 지혜 광명을 나타내는 것이니라.” “거룩하신 이여, 이 지혜 광명의 경계는 어떠합니까?” “선남자여, 나는 이 지혜 광명문에 들어갔을 적에 자재하게 모든 법을 내는 삼매왕을 얻었으며, 이 삼매왕을 얻은 까닭으로 뜻대로 태어나는 몸을 나타내어, 시방 여러 세계의 도솔타천궁에 계시는 일생보처 보살들께 나아가며, 낱낱 보살의 앞에서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몸을 나타내고, 낱낱 몸으로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가장 훌륭한 공양을 지었노라. 이른바 천왕의 몸, 용왕의 몸, 야차왕의 몸으로 내지 인간 왕의 몸을 나타내고, 제각기 손마다 가지각색 꽃 구름·가지각색 화만 구름·사르는 향·바르는 향·가루 향과 의복·영락·짐대·깃발·비단 일산·보배 그물·보배 휘장·보배 광·보배 등과 내지 모든 장엄거리 구름을 받들어 공양하며, 도솔타천궁에 계시는 일생보처 보살께 가까이 모시고 받들어 섬기고 가지가지로 공양하듯이, 그와 같이 염부제로 내려오시고, 태중에 들고, 태중에 머무르고, 태에서 탄생하고, 집에 계시고, 집을 떠나고, 도량에 나아가고, 정각을 이루고 법 수레를 운전하고, 열반에 들며, 또 그러하는 중간에 천궁에 계시거나, 용궁에 계시거나 내지 사람인 듯 아닌 듯한 것들의 궁전에 계시거나 저러한 모든 부처님 계시는 데서 모두 그렇게 공양하였노라. 만일 어떤 중생이나 내가 이렇게 부처님을 뵈옵고 법문을 듣고 가까이 모시고 공양하는 줄을 아는 이는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아니할 것이며, 어떤 중생이나 나에게 오면, 내가 모두 가르쳐 지도하고 반야바라밀 법문을 말하여 주리라.

선남자여, 나는 모든 중생을 볼 적에 중생이란 모양을 분별하지 아니하나니 지혜 눈으로 밝게 보는 까닭이며, 말을 들을 적에 말의 모양을 분별하지 아니하나니 마음에 고집이 없는 까닭이며, 모든 여래를 뵈올 적에 여래이란 모양을 분별하지 아니하나니 지혜로 법신을 아는 까닭이며, 모든 여래의 법 수레를 맡아 가지지마는 법 수레란 모양을 분별하지 아니하나니 법의 성품을 깨달은 까닭이며, 잠깐 동안에 온갖 법을 두루 알지마는 법이란 모양을 분별하지 아니하나니 법이 환술과 같음을 아는 까닭이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모든 미세한 분별을 없애 버리는 것만을 알고, 일체지인 보살의 해탈문을 성취하였을 뿐이노라. 저 보살마하살의 분별 없는 마음으로 온갖 법을 모두 알고, 단정히 앉은 한 몸이 법계에 가득하며, 한 몸 안에 모든 부처 세계를 거두어 가짐을 나타내고, 모든 부처님 계신 데 두루 나아가며, 한 몸 안에 모든 부처님의 신통을 나타내고, 한 터럭으로 말할 수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를 모두 들며, 자기의 한 털구멍 속에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세계가 생기고 부서지는 것을 나타내고, 잠깐 동안에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중생들과 함께 있고, 잠깐 동안에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모든 겁에 들어가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어떻게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

선잠자여, 여기서 남쪽으로 가면 한 마을이 있으니 이름이 험난(險難)이요, 그 마을에 보장엄성(寶莊嚴城)이 있고, 그 성에 아씨가 있으니 이름은 벌소밀다(代蘇蜜多)이다.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선재동자는 그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은근하게 우러르면서 하직하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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