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주해탈 장자를 찾다

14. 주해탈 장자를 찾다

그 때에 선재동자는 일심으로 저 보살의 훌륭한 변재와 장엄한 법문을 생각하고, 일심으로 저 보살의 말과 교법을 생각하고, 일심으로 저 보살의 세밀한 방편을 생각하고, 일심으로 저 보살의 깨끗한 해탈을 생각하고, 일심으로 저 보살의 선근 광명을 생각하고, 일심으로 저 보살의 청정하고 공교함을 생각하고, 일심으로 저 보살의 중생을 거두어 주는 지혜를 생각하고, 일심으로 저 보살의 넓고 큰 지혜 힘을 생각하고, 일심으로 저 보살의 용맹하여 물러가지 않음을 생각하고, 일심으로 저 보살의 훌륭한 뜻을 생각하고, 일심으로 저 보살의 한량없는 공덕을 생각하고, 일심으로 저 보살의 걸림없는 법문을 생각하였다.

이렇게 생각하고 큰 서원이 견고하여서 용맹하게 정진하는 것으로 갑주(甲)를 삼고, 옳게 믿는 힘으로 스스로 장엄하고, 바른 법을 부지런히 구하여 고달픈 생각이 없고, 지원(志願)이 견고하여 금강이나 나라연과 같아서 깨뜨릴 이가 없고, 모든 선지식이 가르친 것을 받들어 행하여 끊어짐이 없으며, 모든 경계에 마음이 물들지 아니하며, 여러 가지 묘한 행이 모두 앞에 나타나며, 널리 보는 눈의 지혜 빛으로 여러 법의 바다를 비추며, 여러 지위의 다라니문을 원만하였고, 시방을 분명하게 보아 법의 끝까지를 알고, 걸림없는 지혜로 두루 장엄하고, 깨끗하여 의지함이 없는 법의 성품을 증득하여 알고, 상대가 없고 둘이 없는 법문을 나타내어 보이고, 가장 훌륭한 저 언덕에 뛰어났으며, 깨끗한 지혜에 들어가 모든 생각을 영원히 여의고, 모든 법의 진실한 짬을 자세히 관찰하며, 삼세의 차별한 법문을 다 알고, 시방의 차별한 세계에 다 이르고 시방의 차별한 부처님 몸을 다 보고 시방의 차별한 시간에 다 들어가고 시방의 차별한 업의 성품을 두루 관찰하고 시방의 차별한 법의 수레를 다 운전하며, 넓은 지혜의 삼매로 마음을 밝게 비추며 마음이 항상 평등한 경계에 들어가며, 여래의 지혜 광명이 그 몸을 비추며, 일체지의 흐름이 계속하고 끊이지 아니하며, 몸이나 마음의 세력이 자재하며, 모든 부처님 법을 여의지 아니하고, 깊이 믿는 힘으로 부처님들의 위신으로 가피함을 얻으며, 깨끗한 지혜의 힘과 부처님들의 광명으로 비춤을 입으며, 서원의 힘으로 몸이 모든 세계에 가득 차며, 모든 법계가 그 몸에 들어갔었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12년 동안을 가다가 주림성(住林城)에 이르러 여러 모로 해탈 장자를 찾았다. 만나서는 오체로 땅에 엎드려 두 발에 절하고 일어서서 합장하고 여쭈었다.

“거룩하신 이여, 제가 지금 선지식을 만났으니, 저는 크고 넓은 이익을 얻었나이다. 왜냐 하면 선지식은 나타나시기 어렵고, 이름을 듣기 어렵고, 만나기 어렵고, 가까이 하기 어렵고, 받들어 뵈옵기 어렵고, 함께 있기 어렵고, 받들어 섬기기 어렵고, 기쁘게 하기 어렵고, 일러주심을 받기 어렵고, 따라다니기 어려운 것이온데 저는 지금 진정한 선지식을 만났사오니 이것이 제가 어려운 중에도 더욱 어려운 가장 좋은 이익을 얻었다는 것이옵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으니, 모든 부처님께서 나심을 만나기 위하여, 모든 부처님의 이름을 듣기 위하여, 모든 부처님의 몸을 뵈옵기 위하여, 모든 부처님 세계에 나아가기 위하여, 모든 부처님의 회상에 들어가기 위하여, 모든 부처님의 경계를 관찰하기 위하여, 모든 부처님의 뜻을 알기 위하여, 모든 부처님의 수기를 받기 위하여, 모든 부처님의 힘을 받들기 위하여, 모든 부처님을 받들어 섬기기 위하여, 모든 부처님의 법을 증득하여 깨닫기 위하여, 모든 부처님의 마음을 순종하기 위하여, 모든 부처님의 서원을 만족하기 위하여, 모든 삼매를 얻기 위하여, 모든 부처님의 지혜를 밝게 비치기 위하여, 모든 부처님의 회상을 장엄하기 위하여, 모든 부처님의 본생의 수행을 두루 닦기 위하여, 모든 부처님의 신통을 분명히 보기 위하여, 모든 부처님의 지혜 힘을 갖추 증득하기 위하여, 모든 부처님의 두려움 없음을 깨끗이 하기 위하여, 모든 부처님의 법을 듣기 위하여, 모든 부처님의 법 수레를 받아 지니기 위하여, 모든 부처님의 법을 분별하여 해석하기 위하여, 모든 부처님의 교법 바다를 머물러 가지기 위하여, 모든 부처님의 법성을 수호하기 위하여, 모든 부처님의 깨달으신 법을 관찰하기 위하여, 모든 부처님의 증득하신 법을 이해하여 깨닫기 위하여, 모든 부처님의 아시는 법에 깊이 들어가기 위하여, 모든 부처님의 법이 그 몸에서 생겨남을 보기 위하여, 모든 보살과 더불어 자체가 같기 위하여, 모든 보살과 더불어 동류가 되기 위하여, 모든 보살의 선근과 평등하기 위하여, 모든 보살의 배우는 것을 보기 위하여, 모든 보살의 깨끗한 행과 같기 위하여, 모든 보살의 닦는 것을 성취하기 위하여, 모든 보살의 바라밀을 만족하기 위하여, 모든 보살의 깨끗한 서원을 내기 위하여, 모든 보살의 큰 서원 바다에 들어가기 위하여, 모든 보살의 불쌍히 여기는 힘을 갖추기 위하여, 모든 보살의 끝간 곳에 이르기 위하여, 모든 부처님과 보살의 차별한 신통 광을 얻기 위하여, 모든 보살의 지혜 광명의 무진장을 얻기 위하여, 모든 보살의 넓고 큰 공덕과 삼매의 광을 얻기 위하여, 모든 보살의 한량없는 위력 광을 얻기 위하여, 모든 보살을 한량없는 신통 광을 얻기 위하여, 모든 보살의 그지없는 큰 신통 변화 광을 얻기 위하여, 모든 보살의 큰 자재 광이 항상 앞에 나타남을 얻기 위하여, 모든 보살의 깨끗하고 묘한 빛의 광을 얻어 장엄하기 위하여, 모든 보살의 큰 자비 광을 얻어 중생을 교화하여 모두 끝끝내 저 언덕에 도달케 하기 위한 까닭입니다.

거룩하신 이여, 내가 지금 이같은 마음, 이같은 뜻, 이같은 희망, 이같은 욕구로 이같이 생각하고, 이같이 앙모하고, 이같이 존중하며, 이같은 방편과 이같은 용맹과 이같은 철저함과 이같은 겸손을 가지고 거룩한 선지식 계신 데를 찾아왔나이다.

듣사온즉 거룩하신 이께서 모든 보살들을 잘 가르치셔서, 좋은 방편으로 부처님 경계를 열으시고, 그 길을 보이며, 그 나루를 지시하며, 다리를 주며, 배와 떼를 지어서 모든 이들로 하여금 어리석은 그물을 찢고 뒤바뀐 장애를 없애고, 의혹의 살을 뽑아 번뇌의 때를 씻고 마음의 숲을 비추고 아득한 고집을 깨뜨리어, 마음이 결백하게 하고 아첨과 굽은 마음을 바로잡고 번뇌를 덜고 마음이 서늘하게 하여, 나고 죽음의 내를 돌리어 열반 바다로 가게 하여, 여러 가지 견고한 지옥을 여의게 하며, 탐욕의 속박을 벗어나게 하며, 애욕에 물드는 곳에서 마음이 돌아서서 일체지의 성품에 들어가게 하며, 넓고 큰 법성에 빨리 이르러 위없이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견고하게 하고, 끝까지 사랑하는 마음에 머물고, 모든 보살의 행을 일으키고, 모든 삼매의 문을 닦아 익히고, 성인의 증득한 지위에 들어가게 하고, 법의 근본 성품을 살펴 보게 하고, 보현의 서원 힘을 늘게 하고, 모든 중생에게 마음이 평등하시다 하오니, 바라옵건대 자비를 드리우사 나에게 말씀하여 주옵소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고,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으며, 수습하는 대로 빨리 청정하게 되고 빨리 분명히 알게 되어 구족하고 원만하겠나이까?”

이 때에 해탈 장자가 지난 세상에서 모은 선근의 힘과 부처님의 위신의 힘과 문수사리동자의 생각하는 힘과, 시방에 있는 여러 선지식의 행과 서원의 힘이 가피(加被)한 까닭으로 즉시 보살의 훌륭한 삼매문에 들었으니, 그 삼매의 이름은 그지없는 모든 부처님 세계를 모두 거두어들이는 선다라니[普攝無邊一切佛刹旋陀羅尼]였다. 삼매에 든 뒤에는 몸에 깨끗한 광명이 사무쳐 비치며, 그 몸 가운데 시방으로 각각 열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같은 부처님과 부처님 세계의 청정한 장엄과 도량에 모인 대중과 광명을 나타내고, 또 부처님들이 지나간 세상에 함께 수행하던 보살 대중과 지난 세상에 나타내던 신통 변화와 지난 세상에 세우던 광대한 서원과 지난 세상에 닦던 도를 돕는 법과 지난 세상에 깨끗이 한 생사에서 뛰어나는 도와 지난 세상에 가졌던 청정한 장엄과 지난 세상에 닦은 보살의 행을 나타내며, 또 저 부처님들이 정각을 이루고 법 수레를 운전하여 중생을 교화하던 일을 보게 되어, 이런 모든 일들이 그 몸에 분명하게 나타나서 걸림이 없으며, 또 몸 속에 나타난 모든 세계마다 그 몸을 나타내어 두루하지 아니한 데가 없어 몸과 세계가 서로 들어가고 서로 거두어들이되 조금도 장애되지 아니하며, 가지가지 모양과 빛깔이 가지도 오지도 아니하고, 낱낱이 차별한 것들이 차례차례 머물러 있으면서 복잡하거나 착란하지 아니하였으니, 이른바 가지가지 부처 세계를 각각 다르게 장엄하고, 가지가지 대중 회상에 권속이 원만하고, 가지가지 위의로 공경하며 공양하고, 가지가지 도량을 각각 아름답게 꾸미고 그 가운데서 모든 부처님이 가지가지 유희와 신통을 나타내고, 가지가지 차별한 불법 길을 세우고, 가지가지의 크고 넓은 서원문을 나타내어 보이고, 가지가지 신통의 힘을 두루 장엄하는 것이었다.

어떤 세계에서는 도솔천궁에 나시어서 불사를 짓는 것을 보이고, 어떤 세계에서는 도솔천으로부터 왕궁에 내려와서 불사를 짓고, 혹은 태 속에 들어가서 가지가지 신통 변화를 나타내고, 혹은 탄생하는 가지가지 상서를 나타내고, 혹은 어린 아기로서 가지가지 유희를 나타내고, 혹은 동자로서 대궐에 있음을 나타내고, 혹은 출가하여 고행하는 것을 나타내고, 혹은 보리 나무 아래서 도량에 앉음을 나타내고, 혹은 신통으로 마군중을 파함을 나타내고, 혹은 자재하게 위없는 도를 이룸을 나타내고, 혹은 임금들이 법문 말씀하기를 권청하는 것을 나타내고, 혹은 권청을 받고 묘한 법 수레를 운전함을 나타내고, 혹은 하늘과 용과 건달바들이 공경하고 들러 있어 항상 보호함을 나타내고, 혹은 그 몸이 여러 갈래에 들어감을 나타내고, 혹은 일체 중생들이 있는 곳에 가는 것을 나타내고, 어떤 때에는 중생 제도를 마치고 열반에 들어 세간 사람들로 하여금 더욱 사모함을 나타내고, 혹은 전신이 그대로 사리[全身舍利]거나 한 몸이 여러 개로 나누인 사리[碎身舍利]를 인간과 천상에 갈라 주어 복을 짓게 함을 나타내고, 혹은 인간과 천상에 두루하게 큰 탑을 만들어 나라 강토를 장엄하고 중생을 이익케 하기도 하는 것이다.

저 여래들께서 가지가지 세계와 가지가지 갈래 중생과 가지가지 종류와 가지가지 대중 회상과 가지가지 성격과 가지가지 욕망과 가지가지 짓는 일과 가지가지 믿고 아는 것과 가지가지 근성과 가지가지 익힘과 가지가지 행과 서원과 가지가지 깨달음과 가지가지 번뇌에 따르는 습기를 가진, 이러한 중생 바다에서 부처님 위력으로 신통을 많이 나타내어 모든 곳에서 불사를 짓나니, 혹은 티끌만한 도량에 있으며, 혹은 끝없이 넓고 큰 도량에 있으며, 혹은 10유순 되는 도량에 있으며, 내지 혹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같이 많은 세계 바다와 그 분량이 같은 대중이 모인 도량에 있으면서, 가지가지 신통과 가지가지 음성과 가지가지 말과 가지가지 변재와 가지가지 해석으로써 모든 부처님의 거룩한 이치[聖諦] 바다에서, 가지가지 두려움 없는 사자후를 하여, 일체 중생에게 가지가지 수다라(修多羅)를 연설하며, 다라니문을 열어 보이며, 여래의 법 수레를 운전하며, 모든 보살에게 수기를 주기도 하였다.

저 부처님들의 말씀하는 법문에서 나오는 음성을 선재동자가 모두 듣고 기억하여 잊지 아니하며, 생각하고 관찰하며, 또 부처님들과 보살들의 헤아릴 수 없는 모든 삼매문과 자재한 신통 변화를 보기도 하였다.

이 때에 해탈 장자는 이러한 모양을 나타내고 삼매에서 슬그머니 일어나서 선재동자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이 깊고 걸림없는 장엄 해탈문에 자재하게 드나드노라. 선남자여, 내가 이 해탈문에 머물렀을 적에, 동방 염부단금 광명 세계의 용자재왕(龍自在王) 여래·응·정등각께서 도량에 모인 대중에게 둘러싸여 계셨는데, 비로자나장(毗盧遮那藏)보살이 상수가 되었음을 보았고, 또 남방 속질구족제력(速疾具足諸力) 세계의 변부보향왕(?覆普寶香王) 여래·응·정등각께서 도량에 모인 대중에게 둘러싸여 계셨는데, 사유심왕(思惟心王)보살이 상수가 되었음을 보았고, 또 서방 구족일체향원만광(具足一切香圓滿光) 세계의 수미등왕(須彌燈王) 여래·응·정등각께서 도량에 모인 대중에게 둘러싸여 계셨는데, 무애심(無碍心)보살이 상수가 되었음을 보았고, 또 북방 가사당(袈裟幢) 세계의 금강견고(金剛堅固) 여래·응·정등각께서 도량에 모인 대중에게 둘러싸여 계셨는데, 금강유보용맹행(金剛遊步勇猛行)보살이 상수가 되었음을 보았고, 또 동북방 일체수승묘보(一切殊勝妙寶) 세계의 무소득경계안(無所得境界眼)비로자나 여래·응·정등각께서 도량에 모인 대중에게 둘러싸여 계셨는데, 무소득묘변화보살이 상수가 되었음을 보았고, 또 동남방 자재향염광음(自在香焰光音) 세계의 향염왕(香王) 여래·응·정등각께서 도량에 모인 재중에게 둘러싸여 계셨는데, 금강염혜자재묘인왕(金剛焰慧自在妙因王)보살이 상수가 되었음을 보았고, 또 서남방 지일염보광명(智日焰普光明) 세계의 비로자나보지성(毗盧遮那普智聲) 여래·응·정등각께서 도량에 모인 대중에게 둘러싸여 계셨는데, 보염수계변현향화광(普焰垂?變現香華光)보살이 상수가 되었음을 보았고, 또 서북방 보청정묘향장엄장(普淸淨妙香莊嚴藏) 세계의 무량공덕해당원만광(無量功德海幢圓滿光) 여래·응·정등각께서 도량에 모인 대중에게 둘러싸여 계셨는데, 무애위력신지당왕(無碍威力身智幢王)보살이 상수가 되었음을 보았고, 또 하방 사자등염해탈광명(師子騰焰解脫光明) 세계의 무애법계당구족지혜염광(無碍法界幢具足智慧焰光) 여래·응·정등각께서 도량에 모인 대중에게 둘러싸여 계셨는데, 법계지염광명변조세계당(法界智焰光明?照世界幢)보살이 상수가 되었음을 보았고, 또 상방 광명변조차제출현무진불(光明?照次第出現無盡佛) 세계의 명칭무변무애지혜원만광당왕(名稱無邊無碍智慧圓滿光幢王) 여래·응·정등각께서 도량에 모인 대중에게 둘러싸여 계셨는데, 무애정진력법계지당왕(無碍精進力法界智幢王)보살이 상수가 되었음을 보았다.

선남자여, 내가 보니 이러한 열 부처님 세존이 으뜸이 되어, 내지 시방으로 각각 열 세계 티끌 수의 모든 여래·응·정등각께서 도량에 모인 대중에게 둘러싸여 계셨는데, 낱낱이 으뜸가는 보살과 권속들이 분명히 나타남을 보았으나, 모든 세계의 부처님이 이 곳에 오시지 아니하고, 나도 저 세계에 가지 아니하였다.

선남자여, 내가 만일 극락세계의 무량수여래를 뵈오려 하면 뜻을 따라 나타나고, 내가 만일 백전단향 세계의 월지(月智)여래나 묘향 세계의 보광명(寶光明)여래나 연화 세계의 보련화광명(寶蓮華光明)여래나 묘금광(妙金光) 세계의 적정광(寂靜光)여래나 묘희(妙喜) 세계의 부동(不動)여래나 선주(善住) 세계의 사자상(師子相)여래나 경광명(鏡光明) 세계의 월각(月覺)여래나 길상사자보장엄(吉祥師子寶莊嚴) 세계의 비로자나여래나, 이와 같이 시방의 온갖 세계에 계시는 부처님을 내가 만일 뵈오려 하면 따라 보게 되지마는, 저 부처님이 이 곳에 오시지도 아니하고, 내가 저 세계에 가지도 아니하는 것이다.

선남자여, 내가 만일 끝없는 지나간 세상에 나셨던 부처님들이나 그 부처 세계의 가지가지 장엄과 도량에 모인 대중이나 신통 변화로 중생을 조복하는 일을 보려 하거나 끝없는 오는 세상에 나시는 여래들이나 모든 보살이나, 장엄한 국토와 도량에 모인 대중과 중생을 조복하는 신통 변화를 보려 하면 이러한 모든 것을 생각대로 보지마는 저 여래들이나 저 세상의 모든 부처 세계나 모든 장엄의 가지가지 차별한 것이, 지금에 오지도 아니하고 내 마음도 저 지나간 세상에나 오는 세상에 들어간 것도 아니지마는, 그 보는 것은 모두 지금 세상과 같은 것이다.

선남자여, 내가 능히 시방 삼세의 모든 여래와 보살들과 국토의 장엄과 신통한 일들을 보지마는 좇아온 데도 없고 가는 데도 없고 행하는 곳도 없고, 머무르는 곳도 없으며, 또 나의 몸도 가는 것도 없고 오는 것도 없고 행하는 곳도 머무르는 곳도 없음을 아나니, 그것은 모든 부처님이나 나의 마음이 모두 꿈과 같음을 아는 까닭이다. 꿈속에서 보는 것이 모두 분별로부터 나는 것처럼 모든 부처님을 보는 것도 자기의 마음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또 자기의 마음은 그릇 안의 물과 같고, 모든 법을 아는 것은 물에 비친 그림자와 같은 줄을 알며, 또 자기의 마음은 환술과 같고, 모든 법은 환술로 만든 것과 같은 줄을 알며, 또 자기의 마음과 부처님과 보살이 모두 메아리와 같은 줄을 아나니, 마치 빈 골짜기가 소리를 따라 메아리를 내듯이, 자기의 마음이 생각함을 따라 부처님을 보는 줄을 아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부처님을 보는 것이 모두 자기의 마음으로 말미암는 것인 줄을 알고 생각한다.

선남자여, 보살이 부처님의 법을 닦고 부처님 세계를 깨끗이 하고 묘한 수행을 쌓고 중생을 조복하는 것이라든가, 큰 서원을 세우고 일체지에 들어가 자재하게 유희하는 헤아릴 수 없는 해탈 법문이라든가, 부처님의 보리를 얻고 큰 신통을 나타내어 시방의 온 법계에 들어가는 것이라든가, 미세한 지혜로 모든 겁에 들어가는 따위의 모든 부처나 보살의 법이 모두 자기의 마음으로 말미암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선남자여, 모든 업으로 허망하게 쌓아 모인 것을 마음이라 하거니와, 말나식(末那識)은 생각하여 요량하고, 뜻[意識]은 분별하고, 눈·귀·코·혀·몸의 다섯 알음알이[五識]는 바깥 경계를 아는 것이 같지 않으며, 어리석은 범부들은 능히 깨닫지 못하여서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을 무서워하고, 열반에 들어가기를 구하여도 나고 죽는 것과 열반을 모두 알지 못하고, 온갖 경계에 허망하게 분별을 일으키는 것이다. 또 오는 세상에서 5근(根)과 다섯 경계가 없어짐으로 말미암아 어리석은 사람들은 열반이라 하거니와, 부처님과 보살들은 스스로 증득할 적에 아뢰야식(阿賴耶識)을 돌이키어 본각의 지혜를 얻는 것이다.

선남자여, 모든 범부들은 부처님의 방편임을 몰라서 삼승법이 있다고 고집하며, 삼계가 모두 마음으로 생긴 것임을 알지 못하며, 삼세의 모든 부처님 법이 자기 마음으로 나타나는 것인 줄을 알지 못하고, 밖에 있는 다섯 경계 [五塵]를 보고 참으로 있는 것이라 고집하나니, 마치 소와 양들이 깨달을 줄을 알지 못하여 나고 죽는 데서 헤매면서 벗어날 수 없는 것과 같다.

선남자여, 부처님께서 말씀하기를 모든 법은 나는 것도 아니고 없어지는 것도 아니며, 삼세도 없다 하셨으니, 왜냐 하면 자기의 마음으로 다섯 경계를 나타내는 것이어서 본래 있는 것이 아닌 까닭이며, 있는 법이나 없는 법이 본래 난 것이 아니므로 토끼의 뿔과 같은 것이니, 성현들의 깨달은 경계가 이러한 것이어늘, 선남자여, 어리석은 범부들은 허망하게 분별을 일으키어 없는 데서 있다고 고집하고 있는 데서 없다고 고집하며, 아뢰야식의 가지가지 작용을 고집하여 난다 없어진다 하는 두 가지 소견에 떨어지고, 자기의 마음이 분별을 일으킨 것인 줄 알지 못하는 것이다.

선남자여, 자기의 마음이 곧 모든 부처님과 보살들의 법인 줄을 알아야 하나니, 자기의 마음이 곧 부처님의 법인 줄을 알므로 모든 세계를 깨끗이 하기도 하고 모든 겁에 들어가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마땅히 선한 법으로 자기 마음을 도울 것이며, 불법의 비로 자기 마음을 축일 것이며, 묘한 법으로 자기 마음을 깨끗이 할 것이며, 꾸준히 나아감으로 자기 마음을 견고하게 할 것이며, 욕됨을 참음으로 자기 마음을 낮출 것이며, 선정을 닦아서 자기 마음을 깨끗이 할 것이며, 지혜로써 자기 마음을 밝게 할 것이며, 부처님의 공덕으로 자기 마음을 일으킬 것이며, 평등한 것으로 자기 마음을 넓힐 것이며, 십력과 사무소외로 자기 마음을 비출 것이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여래의 깊고 걸림이 없는 장엄해탈 법문에서 자재하게 드나들 뿐이니, 저 보살마하살들의 걸림없는 지혜에 머물러 걸림없는 행을 실행하며, 모든 경계에 통달하지 못함이 없으며, 지금 눈앞에 모든 부처님의 넓고 큰 삼매를 얻으며, 모든 부처님의 열반이 없는 데서 정각을 이루는 문에 머물며, 모든 삼매 바다에 있는 경계를 두루 알며, 삼세의 모든 법이 모두 평등한 것을 따라서 관찰하며, 몸을 나누어 모든 세계에 두루 이르러 부처님들의 분별이 없는 곳에 들어가며, 모든 경계가 모두 앞에 나타나 항상 모든 법을 관찰하며, 원만한 지혜로 모든 보살의 공덕과 행과 원을 말하고 실행하며, 그 몸 안에 온갖 세계가 이루어지고 파괴하는 모양을 나타내며, 자기의 몸과 세계에 대하여 둘이란 생각을 내지 아니하는, 이러한 미묘한 행이야 내가 어떻게 능히 알고 능히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으로 가면 염부제 가[畔]에 변무구(?無垢)라는 곳이 있고, 거기에 해당(海幢) 비구가 있으니, 그대는 거기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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