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이취육바라밀다경 권제6
안인바라밀다품 제7 (安忍波羅蜜多品 第七)
- <안인바라밀다를 수행하자면 어떻게 진구(進求)해야 원만하며 안인에는 또 몇 가지가 있으며 수행 공용(功用)은 어떠한가를 청문함>
그때에 박가범께서 이와 같이 정게바라밀다를 현설(顯說)하였을 때, 자씨보살이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 어깨를 드러내어 오른 무릎을 땅에 부치고, 부처님 발에 정례(頂禮)한 다음에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보살이 안인바라밀다를 수행함에는, 어떻게 진구(進求)하여야 원만함을 얻으며, 그리고 이 안인에는 또 몇 가지가 있으며, 만약 수행하면 공용(功用)은 어떻습니까? 오직 원하오니 개시(開示)하여 주옵소서, 우리들이 듣기를 원하옵니다.”
2.<부처님이 안인의 종류를 설함.>
그 때에 박가범께서 자씨보살마하살을 칭찬하여 말씀하셨다. “착하고 훌륭하다. 그대 이제 일체 중생을 이익하고 안락케 하고자 하기 위하여, 이러한 심히 깊은 뜻을 물었도다. 그대 이제 자세히 듣고 잘 이것을 생각할지어다. 내 이제 그대를 위하여 분별하여 해설하리라. 선남자여, 마땅히 알지니라. 생사와 열반이 모두다 평등하여서 분별이 없으므로 이것을 안인바라밀다라고 하며 또 만약 지극히 어리석고 광란한 중생이 와서, 욕설을 하면 안인하여 이를 받을 지니라. 비유하면 금제(禁制)하기 어려운 취한 코끼리는, 쇠갈구리로써 이를 조복(調伏)할 것이니, 진심의 취한 코끼리도 또한 이와 같이 인욕의 갈구리로써 이를 제어하여, 그것을 조복시키는 것을 안인바라밀다라고 하느니라. 또 만약 모든 유정이 저 삼십육 구치(俱 )의 천마 귀신 약차 나찰 들이 와서 침해할 때는, 보살은 오직 안인바라밀다로서 능히 그 마군을 파해야 하며, 내지 팔만사천의 번뇌의 원적을 부숴 항복 받고자 하려면, 또한 안인으로써 이를 멸하여 없애야 할 것이다. 오직 이러한 천마 대군과 번뇌 원적 뿐 아니라, 내지 극히 작은 원적도 또한 안인으로써 이를 조복할지니, 이것을 안인바라밀다라 하느니라. 또 비유하면 왕자가 좋은 왕법을 배워서, 부왕이 죽은 후에 왕위를 계승하면, 마땅히 정법으로써 사방에 반고(頒告)하고, 국내에 모두 다 다섯 가지 정법을 받들어 행하여 할지니, 무엇이 다섯인가 하면, 1은 생명을 끊지 않는 것이고, 2는 도적질하지 않는 것이며, 3은 사음을 여의는 것이며, 4는 거짓말 하지 않는 것이며, 5는 분외로 재물에 세금을 매지 말것이니, 만약 왕의 경내에서 살생을 범한 자가 있으면, 그 왕이 곧 육분일의 분죄(分罪)를 얻으며, 투도와 사행과 망어도 또한 이와 같을지니라. 무슨 까닭이냐 하면, 만약 법이든 법이 아니든 왕이 그 근본이 되므로, 죄에 있어서나 복에 있어서나 육분(六分)의 일분(一分)은 다 왕에게 속하기 때문이니라. 보살마하살도 또한 이와 같아서, 마음의 국토를 위하여 대비로써 왕이 되고, 오인(五忍)의 법으로써 경내(境內)에 선포할지니, 이른바 치고 욕하고 분노하고 원한 가지고 희롱하는 이러한 다섯 가지 법을 다 안인할 지니라. 만일 위범하면 큰 중죄를 얻으리라. 또 자씨여, 비유하면 농부가 씨를 심으려 할 때 물을 끌어오기 위하여 먼저 도랑을 파고 공사를 일으키는 도중에 산더미 같은 돌에 부딪혀서 파고 뚫을 길이 없어, 여기서 곧 정지하게 된다. 보살마하살은 이렇게 하지 말지니, 생사유전(生死流轉)의 큰 광야(曠野)에서 지혜의 도랑을 파고 감로의 물을 끌려고 이미 수습중에 진애의 돌에 부딪혀서 치워버릴 방도가 없을 때는 오직 안인이 있을 뿐이니라. 자세히 살펴서 이것을 뚫을 지니라. 또 일체 국왕 대신 장자 거사는 항상 영락(瓔珞)으로써 장엄을 하지마는, 모든 부처와 법왕과 대보살들은 항상 안인의 영락으로써 자기의 속몸을 장엄하고, 만약 중생이 비리(非理)로서 속이고 배반하면, 자비한 마음으로 안인하여 이를 구호하고, 또 이 안인을 필추(苾芻) 필추니(苾芻尼)에 주어서 사범(師範)이 되고, 신(信)·진(進)·염(念)·정(定)·혜(慧)로써 숲을 삼고,정계로써 지엽(枝葉)을 삼으며, 이 숲속에서 진심의 불길이 홀연히 일어나서 계(戒)의 지엽(枝葉)을 태워서, 끄고 잡을 수 없어도, 안인의 비(雨)로써 현재와 미래 일체의 고난을 멸하고 영원히 우환이 없을 것이다. 안인이 없으면 현세중에서 행주좌와에 안락이 없을 것인데, 미래에 어찌하여 낙이 있으랴 . 보살마하살은 안인의 힘으로써 갑옷을 삼을 지어다. 저 죄 짓는 사람을 도축자(屠畜者)로 여기라. 진애의 손으로써 망상의 활을 잡고, 악한 말의 화살을 쏘아 안인의 갑옷을 맞히고자 하더라도, 저 활과 화살이 저절로 부러지고, 안인의 갑옷은 하나도 뚫어지지 않고, 그 부러진 활과 화살이 변하여 연화가 될 것이다. 마땅히 알지니라. 보살이 이렇게 수행하는 것을 안인바라밀다라 하느니라. 또 비유하면 세간의 무병(無病) 불사약(不死藥)이 능히 자타일체의 모진 병을 낫게 함과 같이 보살도 또한 그러하다. 인욕의 불사약으로써 능히 자타일체의 진애와 번뇌의 독한 병을 고치므로 이를 안인바라밀다라 하느니라. 비유하면 세간의 명월보주(明月寶珠)를 상주(商主)가 가지고 가다가 모랫벌 큰 광야의 중간 물 없는 곳을 지날 때, 달밤에 보주를 가지고, 달을 향하여 그릇으로써 받으면, 물이 곧 따라서 나와, 상주(商主)가 그 물을 마시고 광야를 지나감과 같이, 보살도 또한 그러하다. 이 안인의 명월보주를 가지고, 생사광야의 모랫벌에 물 없는 번뇌의 곳을 지나매 불지(佛智)의 달에서 인욕의 보주를 가지고 불의 법수를 받아 보살은 이것을 마시고 생사를 벗어나서, 열반의 저 언덕에 이르느니라.”
3.<안인의 공덕을 설함>
또 자씨여, 비유하면 대지의 일체 초목이 땅에 의하여 나게되고, 일체 유정이 이에 의하여 사는 것과 같이, 안인도 또한 그렇다. 일체의 보살마하살이 십지(十地)-보살의 五十位中에 최후의 十位를 말함. 00000000-중에서 육바라밀다를 수습하여 이에 의하여 생장하며 이로 말미암아 주(住)한다. 또 지극히 높고 큰 사다리가 있어서 중생이 올라가서 곧 범천(梵天)에 이르는 것처럼, 안인의 사다리가 높고 큰 것도 또한 그러하여 보살이 올라가 천중(天中)의 천(天)에 이르느니라. 또 재주있는 화가(畵家)가 여러 가지 형상을 그리고 채색으로 장엄하게 함과 같이 안인의 화가도 또한 이와 같이, 장엄한 공덕을 원만하게 성취하느니라. 또 비유하면 허공에 큰 구름을 일으켜 큰 비를 내리고, 폭수(瀑水)가 넘쳐서 모든 초목과 화과를 띄워서 강물을 거쳐 다시 큰 바다에 이르는 것과 같이, 보살도 또한 그러하여, 마음이 허공과 같이 능히 일체의 대비의 구름을 일으켜서 큰 법우(法雨)를 내리고, 안인의 폭류가 일체 진애의 초목과 우치의 화과를 떠내려서, 지혜의 강에 흘러들어 다시 열반의 청정한 큰 바다에 이르느니라. 또 보살이 생사유전의 모든 고를 당한다 하드라도, 안인의 힘으로써 이것을 받고, 무량겁을 지내도 사양하지 않고, 염권(厭倦)해도 또한 버리고 열반을 취하지는 않는다. 또 보살마하살은 안인의 힘으로써 능히 일체의 머리와 눈과 뇌수와 살과 손발과 신명을 버리드라도 마음에 아까움이 없으나, 무지한 범부는 이 말을 듣고 놀래며 겁내고, 소름을 끼치는데 어찌 능히 이를 버리랴. 보살도 이와 같이 안인의 힘으로써 태어나는 곳마다 얼굴 모습이 단정하여, 일체 중생에게 즐겁게 보이고 대중이 모인 가운데서 항상 모든 부처님으로부터 칭탄함을 받게 되느니라.”
4.<안인을 진구(進求)하고 수행하는 법을 밝힘.>
“또 보살마하살은 안인의 힘에 편안하게 머물어서 견고하게 움직이지 않음이, 수미산을 회오리 바람이나 맹렬한 바람도 움직일 수 없는 것과 같이, 안인의 수미산도 또한 이러하여 진애의 맹렬한 바람도 움직일 수 없느니라 또 일체의 외도는 악지식에 인하여 사견의 마음을 일으켜서, 모든 고행을 닦고, 발가벗은 형상으로써 스스로 굶고, 오열(五熱)-五體를 불에 뜨겁게 굽는 것을 말함-로써 몸을 구어 바위에 던지고, 불에 뛰어들어 천상에 태어남을 얻는다고 하며 정법을 믿지 않는다. 보살은 이것을 보고 대비심을 일으켜서, 같이 고행을 해보여서 그에게 갑절을 더 할지니, 이로서 모든 외도들이 보살을 존경하여 스승을 삼을 것이다. 그러한 후에 이를 인도하여 정법을 보여주고 그 삿된 무리들을 정견(正見)에 머물게 할지니라. 또 외도들은 이런 말을 할 것이다. “이 몸에 아(我)가 있어서 마음 가운데 머물고 있으며, 엄지손가락과 같아서 장애됨이 없고, 또 형상도 없어서 오직 천안(天眼)이 있는 자 만이 이를 보게 되고, 이 안근(眼根)을 아(我)의 시자(侍者)로 삼아, 눈이 이미 얻어지면 아에게 안다고 가르쳐 주나니, 귀와 코와 혀와 몸과 뜻도 또한 이와 같은지라, 이런 인연으로써 중생이 나를 헐어 욕하는 자 있으면 사람들은 이것을 죽일지라도 천상에 남을 얻고, 욕함을 참고 받게되면 죽어서 삼도에 떨어지리라, 비유하면 많은 사람이 함께 한 장수(將帥)를 섬기는데 만약 우리 장수를 헐어 말하는 자가 있으면 뭇 사람이 함께 이를 죽일 것이다. 만약 죽이지 않으면 뭇 사람에게 죄가 있는 것과 같다.”고. 보살은 안인의 힘으로써 그 사견을 가엾게 여겨서 다 이를 참고 섭수하여, 온갖 방편으로써 그 사견을 없애나니, 비유하면 때맞추어 오는 비가 초목에 흡족히 내려 자라게 하고 성실하게 함과 같이, 보살의 안인도 또한 이와 같은 것이다. ” 그때에 박가범께서 게송을 설하여 말씀하시되
①비오려면 개미는 구멍을 나와 흙을 모아 봉하고 사는 것처럼 부모의 부정함이 모여 몸되고 망념에 집착하여 아라고 하네. ②상속하는 육체의 강함 믿으나 지자는 체관하고 환과 같다네 한 생각 동안에서 티끌이 되니 코끼리가 개미집 밟는 것 같네. ③찰나의 순간에도 생멸하여서 행주좌와 모두가 고통 뿐이라 썩신의 무상함을 깨닫게 되면 지자가 어찌 이에 탐착을 하랴. ④고행에 주해있는 모든 천에는 독사가 보더라도 해할 수 없고 상한다 할지라도 약이 있지만 무상한 독의 쏨을 누가 구하랴. ⑤선법 닦기 쉽지만 모두 버리고 욕락으로 무너질 고를 탐하네 지자는 이를 관해 탐착 없나니 헌옷을 울금으로 물드림 같네.
5.<무아로써 안인을 수행함.>
보살마하살은 마땅히 외도를 위하여 무아의 법을 설할지니라. “네가 집착하는 아는 안에 있다고 하느냐, 밖에 있다고 하느냐, 전제(前際)로부터 온 것인가, 후제(後際)로부터 간 것인가, 네가 있다고 하면 네가 명마칠 때에 능히 너를 구할것인데, 이미 구하지 못함을 분명히 알지 못하느냐, 아가 없는 것이라고. 비유하면 충신이 한마음으로 임금을 섬기는데, 만약 위난이 있을 때는 임금은 반드시 이를 구해줌과 같은 것이다. 그러나 이제 이미 그렇지 못하니 결정코 아가 없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만일 아가 있으면 마땅히 자재(自在)함을 얻어야 할 것인데, 어찌 무상에 무너짐을 입게 되는가? 그리하여 모든 중생은 무상한 귀신의 뭇 고통의 핍박함을 당하여 지절(肢節)이 늘어져서 엄연(奄然)하게 죽어가니, 만약 아가 있다면 이를 면해야 할 것이다. 이미 면하지 못하는 까닭에 아가 없음을 알것이니, 이런 인연으로써, 너희들 모든 외도는 무시 이래로 아에 봉사(奉事)하여 모든 악업을 짓고, 고(苦)받음이 한이 없으니, 마땅히 알지니라, 이 아는 자그만치의 은혜도 없으며, 네가 오래도록 그를 섬기드라도 너를 버리고 가버리며, 드디어 너의 몸을 모든 악한 짐승 시랑과 범 살쾡이에 뜯어 먹게한다. 그리고 그 아는 너를 버리고 다른 몸을 찾으며, 무시 이래로 너희들을 버렸다. 만약 그 수를 셀랴면 무량무변하며, 현재나 미래나 또한 이러할 것이다.
6.<아소(我所)를 없애고 안인을 수행함.>
“또 너는 말하리라. 마음은 곧 이것이 신아(神我)이며, 몸은 심부름꾼이라고 할 거이다. 마땅히 알지니라. 이 몸은 즉 이것이 아소(我所)이다. 무시 이래로 몸을 받은 것이 무량하여서 그 수를 알 수가 없는데, 이러한 모든 몸은 한아(一我)라 할 것이냐, 많은 아(多我)라 할 것이냐, 만약 다아라고 하면 곧 이는 무상한 것이요, 무상한 때문에 아의 뜻이 성립되지 않으며, 만약 아 이것이 하나라면 즉 상주(常住)하여 항상 일신을 수호하고, 옮겨 가지 않을 것인데, 머무르지 않으므로 하나(一)라는 것도 또한 성립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인연으로 말미암아 네 마땅히 생각해 볼 것이니, 많은 아(多我)와 한아(一我)의 의의가 아울러 성립되지 않으니, 마음은 이 아가 아님을 이로써 마땅히 알지니라. 또 마땅하 관찰할 지니라. 몸은 아소(我所)가 아니며, 또 심부름꾼도 아니다. 몸이 만약 아에 속했다면 행주좌와 생로병사에 아의 처분에 다 따르리라. 아가 아직 교칙하지 않아도 서로 뒤따르나니, 아에 속하지 않는 것이 분명한지라. 만약 아에 속했다하면 생(生)은 마땅히 상생(常生)이어야 하고, 늙고 죽지도 않고 행주좌와도 또한 이러하리라. 달라지고 바뀌어 진다면 상(相)이 아니며, 결코 아소(我所)도 아니니라. 이로써 아와 아소가 없는 것을 알것이니라. 또 마땅히 알지니, 집착하는 아는 너의 큰 원수니라. 무슨 까닭이냐 하면, 네가 전세에서 선근을 쌓아서 모았다 하더라도 오욕의 과보를 금세에 다 받고, 현재에 온갖 악업을 짓게되며, 업력 때문에 옥졸들에 맡기게 되는 것이라, 만약 아가 있으면 어찌 서로 구제하지 못하는가.” 보살마하살은 안인의 힘으로써 아와 아소의 악귀 중에서 유정을 구해내어, 정견처(正見處)에 두고 아와 아소를 여의계 하고, 일체법의 본성이 공적함을 보게할 것이니라. 이것을 보살이 안인바라밀다를 수습하는 것이라고 하느니라.
7.<안인의 진언으로 중생을 보호함.>
또 자씨여 사람이 오직 자식을 보호하기 위하여 주술(呪術)을 작하여, 모든 악귀로 하여금 침해를 못하게 함과 같이, 보살도 또한 그러니라. 안인의 주(呪)로써 모든 중생을 보호하여 성냄과 같은 원적이 손해를 입히지 않게 하느니라.
8.<원적을 해하지 말고 안인으로 자기를 보호하라.>
또 자씨여, 비유컨데 사람이 가시 때문에 발이 찔이므로, 모든 가죽으로써 두루 대지를 덮고 그 위를 다니면 걱정을 면하리라고 함과 같다. 지혜 있는 자가 묻기를 “그대가 구하는 가죽은 무엇하려 하는가” 하였다. 이 사람이 자세히 위와 같은 인연을 말한즉, 지자는 이를 꾸짖고 나무라기를 “어리석은 이 사람아, 그렇게 하지 말라. 다만 작은 가죽으로써 가죽신을 지어 신으면 될 것이고, 족히 행리(行李)할 수 있어 발도 손상함을 입지 않을 것인데, 어찌 많은 가죽으로써 대지를 덮으려는고?” 범부중생도 이와 같아서 널리 원해(怨害)를 만들고, 칼로써 대지의 원가(怨家)를 죽이고져 한다. 보살은 이를 보고 깊이 비민함을 일으킨다. 다만 안인으로써 가죽신을 삼아 너의 신심(身心)을 보호할 것이지, 어찌 중원(衆怨)을 칼로써 두루 해칠 것이냐. 이것을 안인 바라밀다라고 한다.
9.<이공(二空)을 관하고 안인을 수행함.>
이를테면 사람이 독하고 악한 말로써 온갖 욕하는 것을, 보살은 이를 듣고도 졸폭하게 진심을 일으키지 말고, 마땅히 이것을 관찰할지니, 이렇게 욕하는 자는 이것이 누구인가, 욕을 듣는자는 또 누구인가, 피차의 두 몸은 각각 십이처(十二處)-안이비설신의 六根과, 색성향미촉법의 六境이다.-가 있어서 눈은 색을 보고, 귀는 소리를 듣고, 코는 냄새를 맡고, 혀는 맛을 보고, 몸은 스침을 느끼고, 뜻은 법을 알지마는, 이 눈은 실상 아가 아닌지라, 만약 아가 아니라면 자타의 눈은 누구의 허물일 것인가, 만약 허물이 있으면 마땅히 벌(罰)로 다스려야 할지니라. 이렇게 관찰한다면 다같이 과실은 없는 것이라. 이미 과실이 없다면 누구가 받고, 누구가 욕하고 성낼것인가, 이렇게 관찰한다면 내지 법처(法處)에 까지도 또한 이러하여, 십이처(處)외에는 하나도 없고 욕하는 자와 욕먹는 자가 둘 다 함께 공(空)한 것이라. 이렇게 생각하면 진심이 돈연히 사라지리라. 만약 추어( 語)를 들으면 마땅히 자세히 관찰할지니, 이런 말을 하는데 있어서 어느 것이 추( )인가, 추어( 語)의 두 글자(二字)가 생(生)함은 동시가 아니라, 추( )의 시각은 어(語)가 아니며, 어(語)의 시각(時刻)에는 추( )가 아니어서 찰나에 생멸하여 각각 서로 기다리지 않으니, 두 글자 마저 없는 것인데 하물며 많은 욕이겠느냐. 이로써 관찰함에 백천겁 중에 이런 거치른 말을 하더라도 욕설이 되지 않는 것이다. 또 욕하는 사람과 욕하는 것을 관찰하메 두 가지가 함께 무상하여 찰나에도 머물지 않는데, 어찌 화를 낼것인가, 이로써 마땅히 알지니, 과거는 이미 멸하였고, 미래는 아직 이르지 않고, 현재는 머물지 않으니 욕하는 그것도, 이미 공했으며 내 몸도 또한 그러하여, 저 무상과 같이 생멸하여 머물지 않고, 머물지 않으므로써 일체는 다 공한 것이라. 이렇게 관을 할 때 무량한 원적이 일시에 소멸하느니라. 만일 이관을 여의고 상을 취하고 분별하면 다만 안인이라고 하고 바라밀다라고 부르지 않느니라. 오온(五蘊)의 무아 내지 십팔계 등도 다 모두 또한 무아로써 환화(幻化)와 같고, 헐고 칭찬함이 평등하여서, 본성이 공적(空寂)함도 또한 이와 같으니라.
10.<가엾게 생각하고 안인을 수행함.>
또 자씨보살마하살이여, 욕하는 자를 보거든 마땅히 가엾게 생각할지니라. 이런 사람은 진마(瞋魔)에 지배되고, 번뇌에 덮이어서 이렇게 헐고 욕을 한다. 내 이제 이 마(魔)를 물리쳐 없애버리기 위하여 마땅히 훌륭한 안인다라니를 닦고 배워서 진심과 원한을 일으키지 않고, 진애와 번뇌로서 중생을 해롭게 하는 일이 없게 하리라. 내가 만약 성내게 되는 것은 귀신이 나의 몸을 미혹케 하는 것이라. 이런 인연에서 저 욕하는 자에게 크게 가엾은 생각을 일으켜서 이를 안인할지니라. 능히 이렇게 한다할지라도 다만 안인이 될뿐이요. 만약 분별을 여의면 이는 곧 바라밀다라 하느니라.
11.<은덕으로 생각하여 공경하고 위로하며 안인을 수행함.>
또 다음에 자씨여 보살마하살이 안인을 행할 때 만약 사람이 잘드는 칼을 가지고 자기의 손발을 끊거든 마땅히 이 사람에게 즐겁게 위로하는 마음과 선지식이라는 생각을 일으킬 것이니라. 오직 사람이 보시하고 나서 즐거워하며, 내 이제 큰 복보를 얻었다고, 저 받은 자에게 항상 은덕을 생각하면, 곁에 사람들이 이것을 보고 다 따라서 기뻐할 것이다. 보살도 또한 그러하여 베고 끊는 자를 보거든 크게 기쁨을 일으키며 위로하라. 나의 죄업을 제멸하고 나의 법재를 배푸는 것이라. 나로 말미암아 악한 명칭을 받고, 인천 해탈의 낙을 잃어버리고 삼도(三途)의 고를 받으며, 이런 인연으로써 나의 선우가 되고, 나의 좋은 동무가 되어서 나의 안인바라밀다를 이루게 하였으니, 내 그 사람에게 마땅히 경중(敬重)한 마음을 일으키고 내지 보리에 이르기까지 은덕을 잊지 못할 것인데, 어찌 하물며 도로 성을 낼 것인가, 만약 진애를 일으키면 이는 은덕을 배반하는 것이라. 이런 인연으로 더욱더욱 공경심을 일으켜서 좋은 스승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능히 참기 어려움을 능히 참는다 하더라도, 자타에 있어 아직 분별을 없애지 못하였음으로 다만 안인이라고 하고, 바라밀다라고는 하지 않느니라.
12.<자기의 죄과를 뉘우치고 대비심을 일으켜서 안인을 수행함>
또 보살이 한적한 곳에 머물 때 어떤 사람이 와서 보살을 비방하기를 “네가 주지 않는 것을 취하여 음욕을 행하였으니 욕하고 벌주어 다스리겠다.”고 할 때, 보살마하살은 그래도 안인하여 이렇게 생각하라. ‘그 사람의 과실이 아니고, 이것은 내가 숙세에 일즉 남을 비방하고 욕하고 벌주어 다스렸으므로, 내가 그 재앙으로써 그의 가책을 자초(自招)한 것이라. 그가 나를 해함으로 말미암아 마땅히 악취에 떨어질 것이므로, 이 사람에게 크게 가엾은 생각을 일으키고, 또 스스로 생각할지니라. 내 이제 와서 이 마음이 극히 간사하여 지옥에 떨어질 것이 두려워서 안인의 마음을 내고, 또 자기의 안인바라밀을 성취하려고 베고 끊은 자로 하여금 삼도에 떨어지게 한다고. 이렇게 생각하고는 깊이 부끄러운 생각을 할지니라. 보살은 이때에 베고 끊은 자를 보고 부끄러운 마음과 선지식이란 생각으로 깊게 존중할지니라. 그러나 이것은 다만 안인이지 바라밀다는 아니니라. 무슨 까닭이냐하면, 자타에 분별이 있는 까닭이니라. 또 보살은 오온의 몸에 다섯 가지 허물을 관함에, 뭇 고통의 모이는 곳으로서 찰나에 무상하여 오종(五種)의 부정(不淨)-종자부정. 주처부정. 자상부정 자체부정 종경부정이다-한 것이 있고, 36물(物)-발 모 고 치 -에 아와 아소가 없어서 일체가 다 공한 것이다. 외도의 사견은 몸에 집착하여 안락하며 상주하여 변함이 없으며 이것이 청정한 법이며, 아와 아소가 있다고 한다. 보살이 이 다섯 가지 법을 관함과 같이 일체 유정을 관하는 것도 또한 이와 같다. 이미 이를 안 다음에는 욕을 들어도 성내지 않고 칭찬해도 기뻐하지 않으나, 다만 안인이라 할 뿐이지, 바라밀다는 아니니라.
13.<서른 두 가지의 안인을 설함.>
또 자씨여 대략 보살 안인의 서른 두 가지를 설하리라.
①탐욕 없음이 이것이 안인이오 ②남을 해하지 않는 이것이 안인이며 ③열뇌(熱惱) 없음이 이것이 안인이요 ④원한(怨恨) 없음이 안인이며 ⑤분노(忿怒)가 없는 이것이 안인이요 ⑥다툼이 없는 것이 안인이며 ⑦오욕의 경계에 물들지 않는 이것이 안인이요 ⑧능히 자신과 남을 보호하는 것이 안인이며 ⑨보리심에 수순하는 것이 안인이요 ⑩분별하는 마음이 없는 것이 안인이며 ⑪생사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 안인이요 ⑫업 인과에 수순하는 것이 안인이며 ⑬몸이 청정한 것이 안인이요 ⑭입과 뜻이 청정한 것이 안인이며 ⑮견고하여 퇴전하지 않는 것이 안인이요 16.언설(言說)이 자재한 것이 안인이며 17.망령스러운 마음으로 두루 모든 법을 계교하지 않음이 안인이요 18.스스로 성현의 지혜를 깨닫는 것이 안인이며 19.남의 뜻을 잘 보호하는 것이 안인이요 20.자(慈) 비(悲) 희(喜) 사(捨)를 수행하고 선(禪)으로 생활하지 않는 것이 안인이며 21.인천(人天)의 낙(樂)에서 자재를 얻는 것이 안인이요 22.상호원만(相好圓滿)한 것이 안인이며 23.범음(梵音)이 심묘(深妙)한 것이 안인이며 24.모든 악을 없애는 것이 안인이며 25.간탐하는 대(垢)를 멀리 여의는 것이 안인이요 26.질투를 끊어버리는 것이 안인이며 27.모든 원적(怨賊)을 버리는 것이 안인이요 28.보리분(菩提分)에 가까워 지는 것이 안인이며 29.모든 착하지 않는 것을 여의는 것이 안인이요 30.거처함에 적정(寂靜)을 즐기는 것이 안인이며 31.남을 비방하지 않는 것이 안인이요 32.모든 불법을 보호하는 것이 안인이니라. 자씨여, 이와 같은 삼십이종의 안인바라밀다를 보살이 수행하면, 능히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어서, 속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리라.
- <열두 가지 관법으로 안인을 수행함>
또 자씨여, 무엇을 안인바라밀다라고 하는가하면 1)만약 사람이 욕설하면 마땅히 이 소리를 메아리라고 관할지며 2)만약 남이 구타할 때는 마땅히 이몸은 거울에 비춘 형상같다고 관할지며 3)만약 진애를 받을 때는 이 마음은 환화(幻化)같다고 관할지며 4)만약 분노함을 당하면 마땅히 이 마음의 본성은 시끄러움으로 움직임이 없다고 관할지며 5)만약 이양(利養)을 얻을 때는 마땅히 이 마음을 관하여서 자성을 조복(調伏)하고, 환희심을 내지말며 6)만약 이양을 잃으면 마땅히 이 마음을 관하여 선묘적정(善妙寂靜)하여서 진애심을 내지 말며 7)만약 희방함을 입을 때는 마땅히 이몸은 오직 허공과 같다고 관하여서 보복하지 말것이며 8)만약 칭찬하드라도 마땅히 자신의 본성은 아만이 없다고 관하여서 고거(高擧)하지 말것이며 9)만약 칭탄(稱歎)함을 받을 때는 마땅히 심성은 본래부터 공적하다고 관하여서, 기뻐하지 말것이며 10)만일 흉보고 싫어 할 때는 본심의 체성을 관해서 두려움을 여의고 근심을 하지말며 11)만약 고를 만날 때는 마땅히 법성은 본래부터 핍밖(逼迫)이 없다고 관하여서 고상으로 보지말며 12)만약 낙을 받을때는 마땅히 실상의 체성은 상주 불변하여서 고락의 상이 없다고 관할지니라. 보살마하살이 안인에 머물 때는 이와 같이 팔풍이 능히 움지기지 못하리라. 무슨 까닭이냐 하면, 보리심으로써 진실한 상에 주하여, 피아(彼我)를 여의고 법신을 보게되는 까닭이며 또 불안한 일이 있으면 다 이를 참고 받을지니, 모든 마원을 항복받고져하는 까닭이며, 마땅히 일체의 난행고행을 행할것이니, 외도의 모든 사견을 조복하기 위한 까닭이니라. 자씨여 마땅히 알지니 내가 지금 간략하게 안인바라밀다를 설하였다.
〈구경(究竟)의 안인이 아닌 것을 설함〉
또 자씨여, 만약 무상을 관하여 저와 나의 상을 여의고, 마음에 얼음은 진실한 인(忍)이 아니며 만약 모든 법의 착하고 못한 상을 여의고, 마음에 안인을 얻음은 진실한 안인(忍)이 아니며 만약 다시 십이처인(十二處忍)을 제관(諦觀)하고, 모든 육근에서 성내어 욕하는 상을 여의고 안인을 얻는 것은 진실한 인(忍)이 아니며 만약 애마( 魔)를 관하고 전도(顚倒)라 하고, 인(忍)을 진정이라 하여 사정(邪正)의 생각을 말함은 진실한 인(忍)이 아니며 또 인은 이치가 진애는 이치가 없다고 보고 이 상을 취하는 인은 진실한 인(忍)이 아니며 또 팔정도(八正道)에 주하여 팔사인(八邪忍)과 도(道)와 비도인(非道忍)을 여읨은 진실한 인(忍)이 아니며 또 모든 법의 무상(無常)과 무아(無我)와 부정(不淨)과 고인(苦忍)을 관하지 않고, 오직 제법의 상(常) 락(樂) 아(我) 정(淨) 무생법인(無生法忍)을 관하는 이러한 어긋나는 인은 참다운 인(忍)이 아니며 또 공법(空法)에서만 참고, 제견(諸見)에 있어서는 참지 못하고, 무상(無常)의 법에 있어서는 참고, 유상에는 참지 못하며, 무원(無願)의 법에는 참고 유원(有願)에는 참지 못하며, 무행(無行)의 법에는 참고, 유행(有行)에는 참지 못하며, 무번뇌의 법에는 참고 유번뇌에는 참지 못하며, 모든 선법에는 참고, 선이 아닌것에는 참지 못하며, 출세의 법에는 참고 세간 법에는 참지 못하며, 무과(無過) 법에는 참고 유과(有過)에는 참지 못하며, 무루(無漏)법에는 참고 유루(有漏)에는 참지 못하며, 열반의 법에는 참고 생사에는 참지 못하는 이러한 모든 인(忍)은 이것이 대치인(對治忍)- 迷悟의 對立에서 正法의 힘에 依하여 迷를 對治하는 것을 말함-이요 구경인(究竟忍)은 아니니라.」
〈부처님이 구경인(究竟忍)을 설함〉
그때 자씨보살마하살이 부처님에게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은 인(忍)은 이미 구경(究竟)이 아니면, 어떠한 것을 구경인이라고 하겠습니까. 오직 원하옵건데 여래께서는 분별하여 해설하옵소서」 그때 박가범부처님께서 자씨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진실한 인은 바른지혜로써 일체 법의 본성이 다공함을 깨치는 것이니, 즉 이 공성은 일체 법의 본성이 다 공함을 깨치는 것이니, 즉 이 공성은 일체의 법과 함께 본성엔 둘이 없는 까닭에, 일체의 법성(法性)과 공성(空性)과 정지(正智)와는 본성이 청정하여 무이(無二) 무이분(無二分) 무별(無別) 무단(無斷)인 까닭에, 이로서 마땅히 알지니, 세간에 법은 즉 이것이 공이며, 공은 곧 이것이 세간법이니라. 두법의 본성은 서로 여일수 없는 때문이니, 이러한 인(忍)만을 구경인(究竟忍)이라 하느니라. 또 정지혜로써, 일체의 법성은 즉 무상성(無相性)이며 무상성이 즉 일체법임을 알지니라. 본성이 둘이 아니므로 일체의 법성과 본무상성(本無相性)과 정지(正智)와는 본성이 청정하여 무이(無二) 무이분(無二分) 무별(無別) 무단(無斷)이므로, 이것으로써 마땅히 알지니, 일체의 법은 즉 무상(相)이며 무상은 즉 일체법이니라. 두법의 본성은 서로 여의지 못함이라. 이와 같은 인(忍)만을 구경인(究竟忍)이라고 하느니라. 또 다음은 정지혜로써, 일체의 법성은 즉 무원(無願)의 성(性)이고, 무원의 성은 즉 일체의 법성임을 알지니, 본성이 둘이 아니므로, 무원(無願)의 성(性)과 일체의 법성과 정지(正智)와는 본성이 청정하여 무이(無二)이며 무이분(無二分)이며 무별(無別)이며 무단(無斷)이므로, 이로써 마땅히 알지니, 일체의 법은 즉 무원이며 무원은 즉 일체법이니라. 두법의 본성이 서로 여의지 못하는 고로, 이와 같은 인(忍)을 구경인이라 하느니라. 또 정지혜(正智慧)로써 일체의 행성(行性)은 즉 무행(無行)의 성임을 알지어다. 이 무행의 성과 일체의 행과는 본성이 둘 아닌 까닭에 일체의 행성과 무행성과 정지와 본성은 청정하여 무이며 무이분이며 무별이며 무단이므로, 내지 이와 같은 인은 이것이 구경인이니라. 또 정지로써 번뇌가 즉 무번뇌성이며 무번뇌성이 즉 번뇌성임을 알지어다. 본성이 둘이 아니므로 번뇌성과 무번뇌성과 정지와는 본성이 청정하여서 무이이며 무이분이며 무별이며 무단이므로 내지 이러한 인은 이것이 구경인이니라. 또 정지혜로써, 일체의 선성(善性)이 즉 불선성(不善性)이며 불선성이 즉 일체 선성임을 알지어다. 본성이 둘이 아니므로, 선성과 불선성과 정지와는 본성이 청정하여 무이며 무이분이며 무별이며 무단이므로, 내지 이러한 인은 이것이 구경인이니라. 또 정지혜로써, 출세의 법성이 즉 세간의 법성이며, 세간의 법성이 즉 출세간의 법성임을 알지어다. 본성이 둘이 아니므로 출세의 법성과 세간의 법성과 정지와는 본성이 청정하여 무이며 무이분이며 무별이며 무단이므로 내지 이러한 인은 이것이 구경인이니라. 또 정지혜로서, 무과실성(無過失性)은 과실성(過失性)이며, 과실성은 즉 무과실성임을 알지어다. 본성이 둘이 아니므로, 무과실성과 과실성과 정지와는 본성이 청정하여서 무이며 무이분이며 무별이며 무단이므로 내지 이와 같은 인은 이것이 구경인이니라. 또 정지혜로써, 무루(無漏)의 법성은 즉 유루의 법성이며, 유루의 법성은 즉 무루의 법성임을 알지어다. 본성은 둘이 아니므로, 무루의 법성과 유루의 법성과 정지와는 본성이 청정하여 무이며 무이분이며 무별이며 무단이므로, 내지 이러한 인은 이것이 구경인이니라. 또 정지혜로써, 열반성(涅槃性)이 즉 생사성(生死性)이요. 생사성이 즉 열반성임을 알지어다. 본성이 둘이 아니므로, 열반성과 생사성과 정지와는 본성이 청정하여서, 무이며 무이분이며 무별이며 무단이므로, 내지 이러한 인은 이것이 구경인이니라.〕 부처님께서 자씨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이와 같은 진실구경의 안인은, 일체의 법에 있어서 자(自)도 아니며, 타(他)도 아니며, 유도 아니며, 무도 아니며, 생도 아니며, 불생도 아니며, 멸도 아니며, 불멸도 아니니, 이 인을 얻어서야만, 참으로 구경의 무생법인(無生法忍)이라고 하고, 이것을 안인바라밀다라고 하느리라.〕
<부처님을 찬탄하고 공양함>
부처님께서 이 안인바라밀다를 설하였을 때, 자씨보살을 상수로 하여 무량한 모든 대보살마하살중과 이 대회중과 함께, 이구동음으로 박가범 부처임을 찬탄하여서 말씀하시기를 “거룩하고 훌륭하시며 드무십니다. 선서이시여, 심히 기이한 세존이시여!”하고 곧 무량한 진묘(珍妙)의 공구(供具)로써 공양했다. 이를테면 여러 가지의 묘향(妙香)·첨복화향(瞻蔔華香)·소향(燒香)·도향(塗香)·말향(末香)과 여러 가지의 화만(華 )과 의복·비단·당번(幢 )·보개(寶蓋)를 허공 중에 던져서 공양하고, 온갖 음악으로서 오락하고, 온갖 노래와 게송으로써 여래를 찬탄하였다. 이 모든 중생이 부처님의 이 안인바라밀다를 설하심을 듣고, 놀라지도 않고, 겁내지도 않고, 떨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고, 다 여래의 진실한 법인(法忍)을 얻어서 흩는 향화(香華)와 온갖 공양이 허공중에 있어서, 삼천대천 세계에 두루 찼다.
18.<자씨보살이 색신삼매(色身三昧)에 들어서 신통변화의 경계를 나타냄.>
그때 박가범 부처님께서 자씨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그대는 마땅히 이와 같은 온갖 향화와 의복과 내지 번개를 안치할지니라.”하시니 그때에 자씨보살마하살이 부처님께 여쭙기를 “세존이시여, 내 이미 이러한 행화와 온갖 의복을 안치하고, 각각 모든 보살들과 천룡들의 모임에 두었으며, 본신(本身)중(中)을 처소로 하였습니다.” 그때에 자씨보살이 이 말씀을 설하고 곧 일체 색신삼매에 들었다. 이 선정에 들자 모든 삼천대천세계의 허공에 두루 찬 가지가지의 향화 의복과 비단과 내지 번개( 蓋)가 선정의 힘으로써 모두다 자씨보살의 배꼽속에 들어가서 서로 장애되지 않고, 그리고 모든 공구(供具)도 또한 줄어 적어지지도 않고, 보살의 몸도 또한 넓고 커지지도 아니하였다. 그때에 무진장보살마하살이 자씨보살마하살에게 물었다. “선남자여 이 삼매의 이름이 무엇이기에, 이 선정 중에 주함에 능히 이런 모든 공양구를 모두 배꼽속에 들어 가게 하여도, 그대의 몸이 더 커지지도 않고, 온갖 물건도 줄지 않습니까?” 자씨보살이 말씀했다. “선남자여, 이 삼매를 보입일체색신삼매(普入一切色身三昧)라고 하오.” 무진장보살이 또 말씀했다. “대사(大士)여, 이 삼매의 신변경계란 그것이 무엇입니까” 자씨보살이 말씀했다. “인자여, 삼천대천세계의 일체 소유의 물건이 내 배꼽 속에 들어가더라도, 내 몸이 더 커지지도 않고, 저 형상도 줄지도 않고, 왜냐하면 법성은 이와 같은 때문입니다.” 그때 회중에 혹은 보살과 천룡과 귀신과 인비인 등이 있다가 가만히 이런 생각을 했다. ‘우리들이 이 삼매의 경계에 신통변화를 보고싶으나,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그때에 박가범 부처님께서 모든 보살과 천룡과 대중의 마음에 생각하는 바를 알고, 자씨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그대는 마땅히 이 삼매의 신통변화를 나타내어서 대중으로 하여금 함께 알도록 할지니라.” 이때에 자씨보살이 오래도록 이러한 삼매를 수습하여, 잘 순숙(純熟)함을 얻어 모든 장애가 없이 모든 보살과 다른 곳의 대중과 이 모임에 있던 모든 필추승과 불세존의 일체 모두를 자씨의 몸속에 들어가게 하고, 그러고도 모든 유정도 또한 놀라고 두려움이 없이, 일찍 없던 신심의 안락을 얻었다. 비유하면 동방에 무량아승기야(阿僧企耶)의 세계를 지나서 세계가 있는데, 보영락장엄(寶瓔珞莊嚴)이라, 그리고 그 중생들의 쓰는 물건은 다 온갖 희한한 보배로써 장엄하여 모든 쾌락을 받고, 몸속에 천인 대중이 받는 쾌락도 그 세계와 같이, 동등하여 다름이 없듯이, 이 모든 대회가 다 모두 자씨의 몸에 있어서, 도시 장애가 없는 것을 알게 했다.
19.<자씨보살이 본이(本爾)의 법성(法性)을 밝힘.>
그때에 자씨보살이 도로 신력으로써 모든 대중과 불세존이 각각 본자리에 돌아와서, 엄연히 주하게 하여도, 모든 대중과 일체의 유정이 모두 왕래가 있었음을 알지 못하였다. 그때 무진장보살이 자씨보살에게 말했다. “희한한 일입니다. 대사(大士)여, 이 삼마지의 신통변화는 일찍 없었던 것이요, 옛부터 아직 보지 못한 것입니다.” 자씨보살이 말했다. “인자여, 다만 이 모임의 일체의 대회(大會)가 내 몸속에 들어갈 뿐 아니라, 설령 삼천대천세계의 모든 묘고산과 십보산(十寶山) 대철위산(大鐵圍山)과 대해홍하(大海紅河)와 일월 성신과 천궁과 용궁의 제존의 신궁(神宮)과 오취사생(五趣四生)과 인 비인등을 다 모두 몸속에 넣더라도 또한 방애(妨 )가 없고, 내 몸도 더함이 없고, 그들도 또한 줄도 않고, 이 모든 중생도 또한 왕래가 서로 있었음을 알지 못합니다. 법성은 이와 같은데 하물며 이 모임이겠소.” 그때에 박가범부처님께서 이 안인바라밀다를 설하시고, 크게 신통변화를 나타내었을 때에 회중에 칠십육나유다의 인천이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일으키고, 삼만이천의 보살은 다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었다. 부처님께서 자씨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선남자 선여인이 잠깐이라도 이 안인바라밀다의 이름을 듣고 능히 신심을 일으키면, 이 사람을 결정코 지옥 아귀 축생에 떨어지지 않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영원히 퇴전함이 없을 것이다. 내 이제 이 안인바라밀다를 설하여 구경원만하고, 일체 중생을 이익하고 안락하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