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7 장
01. 열여섯 가지 기억 형식
왕은 물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기억은 몇 가지 방법에 의하여 일어납니까.
대왕이여, 기억은 열여섯 가지 방법에 의하여 일어납니다.
첫째 기억은 자각적 회상에 의하여 일어나며,
둘째, 외부로부터 조성에 의하여 일어나며,
셋째, 어느기회에 주어진 강한 인상에 의하여 일어나며,
넷째, 이익을 식별하는 데서 일어나며,
다섯째, 이익 아님을 식별하는 데서 일어나며,
여섯째, 서로 비슷한 것(相)으로부터 일어나며,
일곱째, 서로 다른 것(相)으로부터 일어나며,
여덟째, 담화한 지식으로부터 일어나며,
아홉째, 특징으로부터 일어나며,
열째, 상기로부터 일어나며,
열 한째, 기호로부터 일어나며,
열 두째, 셈하는 것으로부터 일어나며,
열 셋째, 암송(暗誦)으로부터 일어나며,
열 넷째, 수행(修行)으로부터 일어나며,
열 다섯째, 서적을 참고하는 데서 일어나며,
열여섯째, 저당물(抵當物)로부터 일어납니다.
어찌하여 기억은 자각적 회상으로부터 일어납니까.
아아난다는 부인 신도 쿠줏타라아든 다른 어떤 사람이든 전생을 상기하는 사람들이 전생을 회상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와 같이 기억은 자각적 회상으로부터 일어납니다.
어찌하여 외부로부터의 조성에서 일어납니까.
본래 잊어버리기 쉬운 사람에게 딴 사람이 그에게 상기시키기 위하여 반복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와 같이 기억은 외부로부터의 조성에서 일어납니다.
어찌하여 기억은 어느 기회에 주어진 강한 인상으로부터 일어납니까.
이를테면 왕위에 오르는 대관식을 했을때나 성자(聖者)의 경지에 도달한 자로서의 과보(果報)를 얻었을 때 처럼, 기억은 어느 기회에 주어진 강한 인상에 의하여 일어납니다.
어찌하여 기억은 이익을 식별하는 데서 일어납니까.
이를테면 어떤 일에서 행복을 얻은 사람이 이러한 일에서 이러한 행복을 얻었다고 상기하는 것처럼, 기억은 이익을 식별하는 데서 일어납니다.
어찌하여 기억은 이익 아님을 식별하는 데서 일어납니까.
이를테면 어떤 일에서 고통을 받은 사람이 이러한 일에서 고통을 받았다고 상기하는 것처럼, 기억은 불이익 아님을 식별하는 데서 일어납니다.
어찌하여 기억은 서로 비슷한 것으로부터 일어납니까.
이를테면 비슷한 사람을 보고 어머니나 아버지나 형제나 자매를 상기하는 것과 같고, 또 낙타나 숫소나 노새를 보고 그와 비슷한 낙타나 숫소나 노새를 상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어찌하여 기억은 서로 다른 것으로부터 일어납니까.
이를테면 어떤 것에 대하여 모양은 이러하고, 소리는 이러하고, 향기는 이러하고, 맛은 이러하고, 만지면 이러하다고 상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어찌하여 기억은 담화한 지식으로 부터 일어납니까.
이를테면 본래 잊어버리기 쉬운 사람이 있을 때, 딴 사람이 상기하게 하여 상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어찌하여 기억은 특징으로부터 일어납니까.
이를테면 소를, 찍힌 도장에 의하여 알아보고 특징에 의하여 알아보는 것과 같습니다.
어찌하여 기억은 상기로부터 일어납니까.
이를테면 본래 건망증이 있는 사람에게 상기하라, 상기하라고 되풀이하여 상기시키는 것과 같습니다.
어찌하여 기억은 기호(記號)로부터 일어납니까.
이를테면 서예(書藝)를 배운 사람이 이 글자 다음에는 저 글자를 써야 한다는 것을 아는 것과 같습니다.
어찌하여 기억은 셈하는 것으로부터 일어납니까.
이를테면 산술을 배움으로서 계산하는 사람이 큰 수도 셈하는 것과 같습니다.
어찌하여 기억은 암송으로부터 일어납니까.
이를테면 암송하기를 배운 사람이 많은 것도 암송하는 것과 같습니다.
어찌하여 기억은 수행으로부터 일어납니까.
이를테면 한 생존, 두 생존이라고 하는 것처럼 전생의 생존을 그 모습과 특징에 의하여 상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어찌하여 기억은 서적을 참고하는 데서 일어납니까.
이를테면 왕이 이전의 명령을 상기할 때 책을 가져오라고 함으로써 그 서적에 의하여 상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어찌하여 기억은 저당물로부터 일어납니까.
이를테면 저당한 물건을 보고서 그것이 저당된 사정을 상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어찌하여 기억은 경험한 일로부터 일어납니까.
이를테면 전에 보았으므로 모양을 상기하고, 전에 들었으므로 소리를 상기하고, 전에 냄새 맡았으므로 냄새를 상기하고, 전에 맛보았으므로 맛을 상기하고, 전에 만져 보았으므로 만진 것을 상기하고, 전에 식별했으므로 사상(法)을 상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02. 염불로써 구하는 것
왕은 물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그대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
백년 동안 악행을 했더라도 죽을 때 한 번만 부처님을 생각한다면 그 사람은 천상(天上)에 태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나는 그것을 믿지 않습니다. 또 그대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한 번 살생(殺生)을 했더라도 지옥에 태어날 것이라’고.
나는 그런 것을 믿지 않습니다.
대왕이여, 그대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조그마한 돌이라도 배에 싣지 않고 물 위에 뜰 수 있습니까. 그럴 수 없습니다.
대왕이여, 백 개의 수레에 실을 만한 바위라도 배에 싣는다면 물 위에 뜰 수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물 위에 뜰 수 있습니다.
대왕이여, 선업(善業)은 마치 그 배와 같이 볼 것입니다.
잘 알겠습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03. 수행(修行)의 목적
왕은 물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그대들은 과거의 괴로움을 버리기 위하여 노력합니까.
아닙니다.
그러면 미래의 괴로움을 버리기 위하여 노력합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면 현재의 괴로움을 버리기 위하여 노력합니까.
그렇지도 않습니다.
만일 그대들이 과거의 괴로움이나 미래의 괴로움이나 또 현재의 괴로움을 버리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이 아니 무엇 때문에 그처럼 노력합니까.
하면 장로는 대답했다.
대왕이여, 우리들은 ‘이 괴로움은 사라지고 저 괴로움은 생기지 말아 주기를 바라는 소원 때문에 노력합니다.
존자여, 미래의 괴로움은 있습니까. 없습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그대들은 지금 있지도 않는 괴로움을 버리기 위하여 노력한다고 하니 지나치게 슬기롭습니다.
대왕이여, 그대는 전에 어떤 적국의 왕이 원수나 대항자로서 맞선 일이 있었습니까. 있었습니다.
그대는, 그때에야 비로소 참호를 파고, 보루(堡壘)를 쌓고, 성문을 달고 망탑을 세우고, 양곡을 실어 오게 하였습니다.
아닙니다. 그것들은 모두 미리 미리 준비해 두었습니다.
그대는 그때에야 비로소 상술을 익히고, 마술을 연습하고, 차술을 훈련하고 궁술을 수련하게 하였습니다.
아닙니다. 존자여, 그것들을 미리부터 익혀 두게 하였습니다.
어떤 목적 때문에 그러했습니까.
장차의 위험을 막기 위해서였습니다.
대왕이여, 미래의 위험이 지금 존재합니까. 존재 안합니다.
대왕이여, 그대는 지금 존재하지도 않는 미래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하여 그런 일을 한다니 지나치게 슬기롭습니다.
비유를 들어주십시오.
대왕이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대는 목이 말랐을때 비로소 물을 마시고 싶다고 하여 우물을 파고 저수지를 만듭니까.
존자여,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 일은 모두 미리부터 준비해 둡니다.
무엇 때문에 그럽니까.
장차 목마름에 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렇다면, 미래의 목마름은 지금 존재합니까.
존재 안합니다.
대왕이여, 그대는 지금 존재하지도 않는 미래의 목마름에 대비한다니 지나치게 슬기롭습니다.
다시 한번 비유를 들어주십시오.
대왕이여,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대는 배가 고팠을 때 비로소 무엇이 먹고 싶다고 하여 밭을 갈고 곡식을 심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 일을 미리부터 준비합니다.
무엇 때문에 그럽니까.
미래의 공복(空腹)을 막기 위하여 준비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미래의 배고픔은 지금 존재합니까.
아닙니다.
대왕이여, 그대는 지금 존재하지도 않은 미래의 공복에 대비한다니 지나치게 슬기롭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04. 신통력(神通力)을 갖는 자
왕은 물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범천계(梵天界)는 여기서 얼마나 떨어져 있습니까.
여기서 참으로 멉니다. 대궐만큼 큰 바위가 그곳에서부터 떨어진다면, 일주야에 4만 8천 요자나씩 떨어져 넉 달만에 비로소 땅위에 닿습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그대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힘센 사람이 구부러진 팔을 펴고 또는 펴진 팔을 구부리는 것처럼, 신통력이 있어 마음이 자재(自在)롭게 된 수행승은 잠부디이바에서 살아지면 범천계에 나타날 것이라’고.
나는 그런 말을 믿지 않습니다.
이와같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빨리 몇 백 요자나까지도 다달을 수 있습니다.
장로는 대답했다. 그대의 출생지는 어딥니까.
알라산다라는 섬에서 태어났습니다.
알라산다는 여기서 얼마나 떨어져 있습니까. 2백 요자나입니다.
그대는 전에 거기에서 어떤 일을 치렀는지 지금 그것을 상기할 수 있습니까.
할 수 있습니다.
대왕이여, 그대는 2백 요자나를 아주 쉽게 갔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05. 사후(死後) 다시 태어나기까지의 시간
왕은 물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여기(이 세상)서 죽어 범천계에 태어나는 사람과 여기서 죽어 카슈미일(迦濕彌羅 인도의 한 지방)에 태어나는 사람과 어느 쪽이 먼저 도착합니까.
둘 다 동시에 도착합니다.
비유를 들어주십시오.
대왕은 어느 도시에서 태어났습니까.
칼라시라는 마을이 있습니다. 거기서 태어났습니다.
칼라시는 여기서 얼마나 멉니까.
약 2백 요자나입니다.
카슈미일은 여기서 얼마나 멉니까.
12 요자나입니다.
대왕이여, 자아, 칼라시를 생각하시오. 생각했습니다.
자아, 카슈미일을 생각하시오. 생각했습니다.
어느쪽이 더 빨리 생각했습니까. 어느 쪽이나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대왕이여, 마찬가지로 여기서 죽어 범천계에 태어나는 것이나, 여기서 죽어 카슈미일에 태어나는 것이나 동시입니다. 빠르고 늦은 것이 없습니다.
대왕이여, 말씀해 보십시오. 두 마리 새가 공중을 날고 있었는데, 한 마리는 높은 나무에 앉고 또 한 마리는 낮은 나무에 앉았다고 합시다.
두 마리가 동시에 내려 앉았다면 어느 쪽 그림자가 먼저 땅에 비치겠습니까.
두 마리 그림자가 동시에 땅에 비치겠습니다.
대왕이여, 그대가 말한 경우도 꼭 이와 같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06. 깨달음에 이르는 일곱 가지 지혜(七覺支)
왕은 물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깨달음에 이르는 데 몇 가지 지혜가 있습니까.
대왕이여, 일곱 가지 있습니다.
몇 가지 지혜에 의하여 깨치게 됩니까.
한 가지 지혜 즉 ‘진리의 추구’라는 지혜에 의합니다.
그렇다면 왜 일곱 가지 있다고 하였습니까.
대왕이여, 말씀해 보십시오. 칼이 칼집에 들어 있고 손에 쥐어져 있지 않다고 합시다.
베고 싶던 것을 벨수 있습니까. 벨 수 없습니다.
대왕이여, 마찬가지로 진리의 추구라는 한 가지 지혜가 없으면, 그 밖의 여섯 가지 지혜에 의하여 깨달음에 이를 수(覺證) 없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07. 공덕(功德)을 증대시킴으로서 얻는 것
왕은 물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선행의 과보로서 얻는) 공덕(福)과 (악행의 과보로서 얻는) 죄과(非福)는 어느 쪽이 더 큽니까.
공덕 즉, 복이 더 큽니다.
어째서 그러합니까.
대왕이여, 죄과를 짓는 사람은 자기의 악행을 알아차리고 후회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죄과는 증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공덕(복)을 짓는 사람은 후회하는 일이 없으며 자기에게 기쁨이 생기고, 환희가 생기며, 몸이 편안해지고, 안락감을 가지며, 그 사람의 마음은 통일 평정되어 사물을 있는 그대로 여실하게 봅니다.
그러므로 공덕(복)은 증대하는 것입니다.
대왕이여, 예를 들면 죄를 짓고 손발을 잘린 사람이라도 한 묶음의 연꽃을 부처님께 바친다면 91 겁(劫)동안 지옥에 떨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대왕이여, 이것이 내가 ‘공덕은 죄과보다 더 크다’고 한 이유입니다.
잘 알겠습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08. 모르고 짓는 악행은 죄과(非福)가 더 크다
왕은 물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알면서 악행을 짓는 사람과 몰라서 악행을 짓는 사람은, 누가 더 화가 큽니까.
대왕이여, 몰라서 악행을 짓는 사람이 화가 더 큽니다.
존자여, 그렇다면 우리 왕자나 대신들이 모르고 잘못을 범한다면 그에게 갑절의 벌을 내려야 하겠습니다.
대왕이여, 그대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이글 이글 불에 단 쇳덩이를, 한 사람은 모르고 붙잡았고, 한 사람은 알고 붙잡았다면 어느 쪽이 더 심하게 데겠습니까.
모르고 붙잡은 사람이 더 심하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모르고 악행을 짓는 사람이 더 화가 큽니다.
잘 알겠습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09. 신통력(神通力)과 마음의 자재력(自在力)
왕은 물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이 육신을 가진 채로 웃타라쿠루(북방의 이상경)나 범천계나 딴 대륙으로 갈 수 있는 자가 있습니까. 있습니다.
어떻게 하여 갈 수 있습니까.
대왕이여, 그대는 전에 지상에서 반 길이나 한 길을 건너뛴 것을 기억합니까.
그렇습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나는 8 라디니를 건너 뛸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하여 그렇게 뛸 수 있었습니까.
나는 뛰겠다 마음먹고 결심한 순간 내 몸이 가벼워지는 것 같았습니다.
대왕이여, 마찬가지로 신통력이 있고 마음의 자재력을 가진 수행자(比丘)는 어떤 경우, 자기가 뛰어 오르겠다고 마음 먹는다면 마음의 힘에 의하여 공중을 날라갑니다.
잘 알겠습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10. 장장 7백 마일의 뼈
왕은 물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그대 비구들은 백 요자나나 되는 긴 뼈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나무도 백 요자나 되는 것이 없는데 어떻게 하여 그렇게 긴 뼈가 있을 수 있습니까.
대왕이여, 말씀해 보십시오. 바다에 5백 요자나나 긴 고기가 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들은 적이 있습니다.
만일, 그런 고기가 있다면 그 고기는 백 요자나 되는 뼈를 가질 수 있지 않겠습니까.
잘 알겠습니다.나아가세나 존자여.
11. 초인적인 생리 현상(生理現象)
왕은 물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비구들은 들이마시는 숨과 내 쉬는 숨을 멈출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멈출(止滅)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여 멈출 수 있습니까.
대왕이여, 말씀해 보십시오. 그대는 어떤 사람이 코고는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까.
있습니다.
그런데 그 소리는 몸을 구부리면 그치지 않습니까.
그칩니다.
코 고는 소리는 몸과 행위(戒律)와 마음과 지혜의 수련이 없는 사람도 몸을 구부리므로 멈출 수 있습니다.
하물며, 모든 방면의 수련을 거쳐 제 4선(第四禪)의 경지에 이른 사람이겠습니까.
잘 알겠습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12. 대양(大洋)에 관한 논의
왕은 물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바다)란 말(表現)이 있습니다. 어째서 그 물을 바다라고 부릅니까.
장로는 대답했다.
대왕이여, 물 만큼 많은 소금이 있고, 소금만큼 많은 물이 있기 때문에 바다라고 부릅니다.
왕은 물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어째서 대양은 한결같이 짠 맛을 가지고 있습니까.
대왕이여, 물이 영원히 있기 때문에 바다는 한결같이 짠 맛을 갖고 있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13. 지혜는 가장 미세(微細)한 것을 절단(切斷)한다
왕은 물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극히 미세한 것도 쪼갤 수 있습니까.
존자여, 만물 중에서 가장 미세한 것은 무엇입니까.
대왕이여, 가장 미세하고 미묘한 것은 진리(法)입니다. 그러나, 모든 사물(諸法 즉 모든 現象)이 다 미세한 것은 아닙니다.
모든 법은 어떤 것은 미세하고 어떤 것은 조대(粗大)합니다. 쪼갤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지혜(般若)로써 쪼갤 수 있으며, 지혜를 쪼갤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14. 영혼과 정신 작용의 구별
왕은 물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식별(識)과 지혜(慧)와 생명체의 정신(命, 즉 정신적 자아 또는 영혼)등 세 가지는 본질(義)과 말(語)이 각기 다른 것입니까, 아니면 본질은 같고 말만이 다릅니까.
대왕이여, 식별은 분별해 아는 지각을 특징으로 하고, 지혜는 이성으로 식별해 아는 것을 특징으로 하지만, 생명체의 정신 같은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만일 정신과 같은 것이 없다면, 무엇이 눈으로 형상을 보고, 귀로 소리를 듣고, 코로 냄새를 맡고, 혀로 맛을 보고, 몸으로 촉감을 느끼고, 마음(意)으로 사물(法)을 식별합니까.
만일 정신 같은 것이 있어서,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감촉하고, 식별한다면, 눈의 문이 제거될때 정신(個我)은 머리를 밖으로 뻗고 더 큰 공간을 통하여 전보다 훨씬 더 똑똑하게 형상을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또 귀나 코나 혀나 피부가 제거될 때에도 마찬가지로, 그 전보다 훨씬 더 똑똑하게 소리를 듣고, 냄새를 맡고, 맛을 알고, 감촉을 느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존자여,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육신 안에 정신 같은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15. 뛰어난 심리 현상의 분석
장로는 말했다.
대왕이여, 세존께서는 이러한 말을 하셨습니다.
세존께서는 하나의 감관 대상에 대하여 작용하는 물질적이 아닌 것, 즉 마음이나 마음의 작용인 사상(諸法)의 구별을 말씀하셨습니다. 그것은 곧 접촉(觸)이오, 감수(受)요, 표상(態)이오, 의사(意思)요, 마음(心)이라고 하셨습니다.
비유를 들어주십시오.
대왕이여, 어떤 사람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손 주걱으로 바다 물을 떠서 맛본다고 합시다.
그 사람은 이것은 간지스 강 물이다, 이것은 줌나 강 물이다, 이것은 아키바티이 강 물이다, 이것은 사라부우 강 물이다, 이것은 마히이 강 으로부터 흘러 내려온 물이라고 구별할 수 있겠습니까.
존자여, 구별할 수 없습니다.
대왕이여, 그보다도 더 어려운 일을 세존은 치렀습니다. 즉 하나의 감관 대상에 대하여 작용하는 물질적이 아닌것.
즉 마음이나 마음의 작용인 사상(諸法)의 구별을 말씀하셨습니다. 그것은 곧 접촉이오, 감수요, 표상이오, 의사요, 마음이라고 하셨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16. 대론(對論)을 끝내며
장로는 물었다.
대왕이여, 지금 몇 시인지 아십니까.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초저녁(初更)이 지나고 밤중(中更)으로 접어들었을 뿐입니다. 등불용 횃불이 켜져 있습니다.
네 개의 기가 세워지고 선물이 그대를 위하여 창고로부터 운반되고 있습니다.
요나카 인들은 왕에게 이렇게 말했다.
대왕이여, 참으로 이 수도승은 현자입니다.
정말 그렇다. 장로는 현자이다. 그 분과 같은 스승이 있고, 나와 같은 제자가 있다면, 현자는 진리를 깨우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장로의 해답에 만족한 왕은 나아가세나 장로에게 10만금의 값어치가 있는 모직 옷을 선사하고 이렇게 말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오늘(사흘 째)로부터 8백일 동안 나는 그대에게 식사 공양을 드리겠습니다.
궁정에 있는 것 중에서 그대에게 알맞은 것은 무엇이든 바치겠습니다.
대왕이여, 그만 하십시오. 나는 생활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그대가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대 자신을 옹호하고 또 나를 옹호해 주십시오, 즉 ‘나아가세나 존자는 밀린다왕에게 청정한 신앙을 불러 일으켰지만, 아무 것도 얻지 못했다’고 하는 세평이 닥쳐올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러한 선물을 받음으로 그대 자신을 옹호하십시오.
또 ‘밀린다 왕은 청정한 신앙을 얻었지만, 그러한 신앙을 얻었다는 표시를 하지 않았다’는 세평이 빗발 칠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러한 선물을 받으심으로 나를 옹호해 주십시오.
그렇다면, 그렇게 하십시오.
존자여, 사자왕은 금궤에 들어가더라도 얼굴을 밖으로 향합니다. 마찬가지로, 나는 속가(在家) 생활을 하더라도 출가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얼굴을 밖으로 향하겠습니다.
그러나, 내가 집을 버리고 출가하더라도 출가 생활을 오래 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출가하려고 생각하자 나의 적은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그때, 나아가세아존자는 밀린다 왕과의 문답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승방으로 돌아갔다.
나아가세나 존자가 돌아간 뒤 얼마 안되어 밀린다 왕은 ‘나는 무엇을 물었던가, 존자는 무엇을 대답했던가’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밀린다 왕은 ‘나는 모든 것을 똑바로 질문했고 존자는 모든 것을 정확하게 대답했다’고 결론지었다.
승방에 돌아온 나아가세나 존자도 역시 ‘밀린다 왕은 무엇을 물었던가, 나는 무엇을 대답했던가’고 생각했다.
그리고 존자는 ‘밀린다 왕은 똑바로 질문했고, 나는 정확하게 대답했다’고 결론지었다.
나아가세나 존자는 밤을 새우고 다음 날 아침 옷을 입고 바루(鉢)와 가사를 들고 밀린다 왕의 궁정으로 갔다.
자리에 앉자 밀린다 왕은 나아가세나 존자에게 인사 드리고 한 편으로 앉았다.
그리고 밀린다 왕은 나아가세나 존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그대는 어떻게 생각 하지는 마십시오.
즉 ‘나는 나아가세나에게 질문했다는 즐거움 때문에 밤새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존자여, 나는 밤새도록 생각에 잠겼습니다. 다시 말하면 ‘나는 무엇을 질문했는가, 존자는 무엇을 바르게 대답하셨는가’라고. 또 ‘나는 모든 것을 똑바로 질문하고 존자는 모든 것을 바르게 해답하셨다’고 생각했습니다.
장로는 또 이렇게 말했다.
대왕이여, 아무쪼록 이렇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즉 ‘존자는 밀린다 왕의 질문에 대답했다는 즐거움 때문에 뜬 눈으로 새웠다’고 대왕이여, 나는 밤새도록 생각에 잠겨 있었습니다. 즉 ‘밀린다 왕은 무슨 질문을 했던가 나는 무슨 해답을 주었던가’고.
또 ‘밀린다 왕은 모든 것을 똑바로 질문하고 나는 모든 것을 바르게 해답했다’고.
이리하여 두 현자는 서로 올바르게 말한 일을 만족하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