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 난타왕(難陀王)이 나가사나(那伽斯那)와 변론한 인연

111. 난타왕(難陀王)이 나가사나(那伽斯那)와 변론한 인연

옛날 난타왕(難陀王)은 총명하고 널리 통해 익숙하지 않은 일이 없었다. 그는 자기가 아는 것은 당할 이가 없으리라 생각하고, 신하들에게 물었다.

“혹 어떤 지혜롭고 총명한 사람이 있어서 의심되는 일을 물어 나를 당할 이가 있는가?”

그 때 어떤 신하는 일찍부터 한 늙은 비구를 집에서 공양하였다. 그 비구는 계행은 청정하였으나 널리 배우지 못하였는데 그가 왕과 변론하기로 하여 왕이 그에게 물었다.

“대개 도를 얻는 사람은 집에 있어서 도를 얻는가, 출가를 하여서 도를 얻는가?”

비구는 대답하였다.

“두 군데서 다 도를 얻을 수 있습니다.”

왕은 다시 물었다.

“만일 두 군데서 다 도를 얻는다면 무엇하러 출가를 하는가?”

비구가 그만 잠자코 무어라고 대답할 줄을 모르니, 난타왕은 더욱 교만해졌다. 그러자 신하들이 왕에게 아뢰었다.

“나가사나(那伽斯那)는 총명하여 지혜가 뛰어난데 지금 산에 있습니다.”

그 때 왕은 그를 시험하기 위하여 곧 사람을 시켜 병에 맑은 소(?)를 가득 채워 보내면서 생각하였다.

‘내 지혜가 원만한데 누가 능히 나보다 나을 것인가?’

나가사나는 소(?)를 받고는 그 뜻을 알아차리고 어떤 제자로 하여금 바늘 5백 개를 묶어 그 타락에 꽂게 하였다.

그러나 타락은 넘치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것을 곧 왕에게 돌려보내었다.

왕은 그것을 받자 그 뜻을 알고 사자를 보내어 나가사나를 청하였다. 나가사나는 왕의 명을 받고 떠났다.

나가사나는 제자들을 거느리고 갔는데, 몸이 장대하여 그들 중에서도 특히 뛰어났었다.

왕은 마음이 호탕하고 교만해져서 거짓으로 사냥을 핑계하고 나가 길에서 만났다. 왕은 나가사나의 아름답고 장대한 몸을 보자, 곧 손가락으로 멀리 다른 길을 가리키고 가면서 끝내 말하지 않고 침묵으로 누르려 하였는데, 여러 장자들은 아무도 그런 줄을 몰랐다.

그 때 나가사나는 자기 손가락으로 자기 가슴을 가리키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나만이 혼자 안다.”

난타왕은 나가사나를 궁중으로 맞아들일 때 조그만 집을 두드려 지게문을 아주 낮게 만들고, 나가사나가 몸을 구부리고 엎드려 들어오게 하려 하였다. 그러나 나가사나는 자기를 빠뜨리려고 하는 것임을 알고, 곧 스스로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왕은 그 굽힘을 받지 못하였다.

그 때 왕은 음식을 베풀면서 거친 음식 몇 가지를 내어 놓았다. 나가사나는 너댓 숟갈 먹고는 넉넉하다고 말하였다.

뒤에 또 맛난 음식을 내어 놓자 그제야 다시 먹었다.

왕은 물었다.

“아까 만족하다고 하였는데 지금 왜 다시 먹습니까?”

사나는 대답하였다.

“나는 아까는 거친 음식에는 만족하였지마는 맛난 음식에는 만족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어서 말하였다.

“지금 왕의 궁전 위에 가득 차도록 사람을 모이게 하십시오.”

왕은 곧 사람들을 불러 두루 가득 채워 다시 들일 곳이 없었다. 왕이 뒤에 와서 궁전에 오르려 하자, 사람들은 모두 두려워하여 엎드렸기 때문에 그 안이 자꾸 넓어져 많은 사람들을 들이게 되었다.

그 때 사나는 왕에게 말하였다.

“추한 음식은 백성과 같고 맛난 음식은 왕과 같습니다. 백성으로서 왕을 보고 누가 그 길을 피하지 않겠습니까?”

왕은 물었다.

“출가하는 것과 집에 있는 것과 어느 편이 도를 얻겠습니까?”

사나는 대답하였다.

“둘 다 도를 얻습니다.”

“만일 둘 다 도를 얻는다면 무엇하러 출가를 하겠습니까?”

사나는 대답하였다.

“비유하면 여기서 3천여 리의 길을 가는데, 젊고 건강한 사람을 시키되 말을 타고 양식을 싣고 무기를 들게 하였다면 빨리 도착할 수 있겠습니까?”

“있습니다.”

“만일 노인을 시키되 여윈 말을 타고 또 양식이 없다면 도착할 수 있겠습니까?”

“양식을 가지고도 도착하지 못할까 걱정인데, 하물며 양식이 없는 것이겠습니까?”

사나는 말하였다.

“출가하여 도를 얻는 일은 마치 저 젊은이와 같고 집에 있으면서 도를 얻는 것은 저 늙은이와 같습니다.”

왕은 다시 물었다.

“나는 지금 내 몸 안의 일을 묻고 싶습니다. 나의 항상되고 항상되지 않음이 내 마음대로 되는 것입니까?”

사나는 왕에게 반문하였다.

“왕의 궁중에 있는 암바라나무의 열매는 답니까, 씁니까?”

왕이 대답하였다.

“내 궁중에는 그 나무가 전연 없는데 어찌하여 내게 단 것, 쓴 것을 묻습니까?”

사나는 말하였다.

“나도 이제 그렇습니다. 모든 5음(陰)에는 이미 나[我]라고 할 만한 것이 없는데 어찌하여 내게 항상됨과 항상되지 않음을 묻습니까?”

왕은 다시 물었다.

“모든 지옥에서 칼로 사람 몸을 쪼개어 여러 군데 흩어져 있어도 그 목숨은 존재한다 하는데 사실 그렇습니까?”

사나는 대답하였다.

“비유하면 여인과 같나니, 여인이 떡과 고기와 오이와 나물을 먹으면 그 음식을 모두 소화하지만, 아기를 배어 가라라(歌羅羅) 쯤 되었을 때에는 오히려 그 크기가 마치 가는 티끌 만한데, 어떻게 그것은 점점 더 커지고, 소화되지 않습니까?”

“그것은 업의 힘입니다.”

사나는 대답하였다.

“그 지옥에서도 그 업의 힘으로 말미암아 목숨 뿌리는 존재하게 되는 것입니까?”

왕은 다시 물었다.

“해가 하늘에 있어서 그 몸은 하나인데, 왜 여름에는 아주 덥고, 겨울에는 아주 추우며, 여름에는 해가 길고, 겨울에는 해가 짧습니까?”

사나는 대답하였다.

“수미산에는 아래위에 두 길이 있습니다. 여름에는 해가 윗길을 다니므로 길이 멀고 걸음이 느리며 금산을 비추기 때문에 해가 길고 또 매우 덥습니다. 그리고 겨울에는 해가 아랫길을 다니므로 길도 가깝고 걸음도 빠르며 큰 바닷물을 비추기 때문에 해가 짧고 또 매우 춥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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