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1. 부처님께서 보리수 밑에 계실 때 마왕(魔王) 파순(波旬)이 부처님을 괴롭힌 인연
옛날 부처님께서 보리수 밑에 계실 때 악마 파순(波旬)은 80억 무리를 거느리고 와서 부처님의 도를 부수려고 이렇게 말하였다.
“구담이여, 너는 왜 혼자 여기 앉아 있는가? 빨리 일어나 떠나라. 만일 떠나지 않으면 나는 네 다리를 잡아 바다 밖에 던져 버리리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세상을 보는데, 아무도 나를 바다 밖으로 던질 사람이 없다. 너는 전생에 절 하나를 짓고 하루 동안 여덟 가지 계율을 지키면서 벽지불에게 한 발우의 밥을 주었기 때문에 여섯째 하늘에 나서 큰 악마의 왕이 되었다.
그러나 나는 세 아승기 겁 동안 널리 공덕을 닦았다. 즉, 첫 아승기겁에서도 한량없는 부처님을 공양하였고, 둘째, 셋째 아승기겁에서도 그리하였다. 그리고 성문과 연각을 공양한 것은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다. 그러므로 이 온 땅덩이는 바늘만큼도 내 몸의 뼈가 아닌 것이 없느니라.”
악마는 말하였다.
“구담이여, 내가 옛날에 하루 동안 계율을 가지면서 벽지불에게 밥을 주었다는 네 말은 참말이다. 나도 그것을 안다. 너는 나를 아는구나. 그러나 네가 그렇게 말하지마는 그것을 누가 증명해 알겠는가?”
부처님께서는 곧 손으로 땅을 가리키면서 말씀하셨다.
“이 땅이 나를 증명할 것이다.”
이렇게 말씀하실 때 온 땅덩이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지신(地神)이 금강제(金剛際)에서 나와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증명하겠습니다. 이 땅이 생길 때부터 저는 항상 그 속에 있었습니다. 부처님의 말씀은 진실이요, 거짓이 아닙니다.”
부처님께서는 파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먼저 이 물병을 움직여 보고 그 다음에 나를 바다 밖으로 던져라.”
그 때 파순과 80억 무리들은 아무리 하여도 그것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당황하여 어쩔 줄 모르다가 모두 무너져 별처럼 흩어졌다.
비구들은 아뢰었다.
“파순은 언제나 부처님을 괴롭히려 하지마는 이기지 못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것은 지금만이 아니라 과거에도 그러하였느니라.
옛날 가시국의 선인산에 5신통을 가진 선인이 있었는데, 바라내성 안의 젊은이들을 교화하여 모두 집을 나와 선인의 도를 닦게 하였다.
그 때 그 성의 신(神)이 매우 화를 내어 선인에게 말하였다.
‘만일 네가 또 성에 들어와 사람들을 제도하면, 나는 네 다리를 잡아 바다밖에 던져 버리리라.’
그 선인은 물병 하나를 들고 성의 신에게 말하였다.
‘먼저 이 물병을 움직여 본 뒤에 나를 던져라.’
그는 신력을 다했으나 움직여 보지 못하고 부끄러워하면서 항복하였다. 그 때의 그 선인은 바로 내 몸이요, 그 성의 신은 바로 파순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