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보장경(雜寶藏經) 제04권
040. 가난한 사람이 보리떡을 보시하여 갚음을 얻은 인연
옛날 어떤 사람이 집이 가난하여 품을 팔아 보릿가루 여섯 되[升]를 얻었다. 그것을 가지고 집에 돌아와 처자를 먹이려 하였다.
돌아오는 도중에 마침 어떤 도인이 바리를 들고 지팡이를 짚고 걸식하러 다니는 것을 보았다.
‘저 사문은 용모가 단정하고 위의가 조용하여 매우 공경할 만하구나. 한 끼를 보시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였다.
그 때 도인은 그의 생각을 알고 그를 따라 어떤 물가에 이르렀다. 가난한 사람이 도인에게 말하였다.
“내게 지금 보릿가루가 있어 보시하고자 하는데 혹 자시겠습니까?”
도인은 대답하였다.
“그렇게 합시다.”
그는 물가에다 옷을 펴고 도인을 앉힌 뒤에, 한 되 보릿가루를 물에 타서 한 덩이를 만들어 도인에게 주면서 이렇게 발원하였다.
‘만일 이 도인이 깨끗이 계율을 가지고 도를 얻은 사람이라면, 나로 하여금 현재에 한 작은 나라의 왕이 되게 하소서.’
도인은 그 떡을 얻고 가난한 이에게 말하였다.
“어찌 이리 적은가? 어찌 이리 작은가?”
그는 이 도인은 많이 먹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다시 한 되를 물에 타서 한 덩이를 만들어 주면서 발원하였다.
‘만일 이 도인이 깨끗이 계율을 가지고 도를 얻은 사람이라면, 나로 하여금 두 개의 작은 나라 왕이 되게 하소서.’
도인이 다시 말하였다.
“어찌 이리 적은가? 어찌 이리 작은가?”
그 가난한 이는 생각하였다.
‘아마 이 도인은 아주 많이 먹는 사람인 것 같다. 그만큼 떡을 주어도 적다고 불평하는구나. 그러나 나는 이미 청하였으니까 대어 주어야 한다.’
다시 두 되를 물에 타서 한 덩이를 만들어 주면서 발원하였다.
‘만일 이 도인이 깨끗이 계율을 가지고 도를 얻은 사람이라면, 나로 하여금 현재에 네 개의 작은 나라를 거느리는 왕이 되게 하소서.’
도인은 다시 말하였다.
“어찌 이리 적은가? 어찌 이리 작은가?”
그래서 그는 나머지 두 되를 마저 덩이를 만들어 도인에게 주면서 발원하였다.
‘지금 이 사문이 만일 깨끗이 계율을 가지는 도인이라면, 나로 하여금 바라내(波羅)의 국왕이 되어 네 개의 작은 나라를 거느리며, 또 도를 보는 자리를 얻게 하소서.’
도인은 그 떡을 받고도 그래도 적다고 불평하였다. 가난한 이는 도인에게 말하였다.
“우선 자십시오. 만일 그것으로도 부족하시다면, 내 옷을 벗어 음식과 바꾸어 와서라도 대어 드리겠습니다.”
도인은 떡을 먹었다. 그러나 한 되만 먹고 나머지는 주인에게 돌려 주었다. 가난한 이는 물었다.
“존자가 아까는 떡이 너무 적다고 불평하시더니 지금은 왜 다 자시지 않습니까?”
도인이 대답하였다.
“그대가 처음에 내게 한 덩이 떡을 줄 때에는 바로 한 작은 나라의 왕이 되기를 원하였소. 그래서 나는 그대 마음의 원이 작다고 말한 것이오. 둘째 번의 떡덩이에서는 두 개의 작은 나라 왕이 되기를 원하였소. 그래서 그대의 원이 작다고 말한 것이오. 셋째 번의 떡덩이에서는 네 개의 작은 나라 왕이 되기를 원하였소. 그래서 나는 그대의 원이 작다고 말한 것이오.
그리고 넷째 번의 떡덩이에서는 바로 바라내의 국왕이 되어 네 개의 작은 나라를 거느리기를 원하였고, ‘나로 하여금 도를 보는 자리를 얻게 하라’고 하였소. 그래서 나는 그대 원이 작다고 한 것이지, 음식이 부족하여 적다고 불평한 것은 아니오.”
그 때 가난한 이는 의심이 생겼다.
‘나로 하여금 현재의 다섯 나라의 왕이 되게 하는 것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아마 거짓이리라.’
그러다가 다시 생각하였다.
‘내 마음을 능히 아는 것을 보면 반드시 성인일 것이다. 이런 큰 복밭은 나를 속이지 않을 것이다.’
도인은 그의 생각을 알고, 곧 바리를 던져 허공에 두고 그 뒤를 따라 날아 올라가서, 큰 몸으로 변하여 허공에 가득 찼다가 다시 작은 몸으로 화하자 마치 가는 티끌과 같았다. 한 몸으로써 한량없는 몸이 되기도 하고 한량없는 몸을 합하여 한 몸이 되기도 하였다.
또 몸 위에서는 물을 내고 몸 아래에서는 불을 내었다. 물을 땅처럼 밟기도 하고 땅을 물처럼 밟기도 하였다.
이렇게 열여덟 가지 신통을 나타내고는 가난한 이에게 말하였다.
“즐겨 큰 원을 내고 조금도 의심하지 말라.”
이렇게 말하고 그는 곧 몸을 숨기고 떠났다.
그 때 그 가난한 사람은 바라내성으로 향하여 가다가 도중에서 어떤 재상을 만났다.
재상은 그를 만나자 그 형상을 자세히 보고는 말하였다.
“너는 아무개의 아들이 아닌가?”
“그렇습니다.”
“왜 그처럼 남루하게 되었는가?”
“어려서 부모를 잃은 뒤에 집이 망하고, 돌보아 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곤궁하여 이처럼 남루하게 되었습니다.”
재상은 곧 바라내 왕에게 아뢰었다.
“왕의 친하신 아무개의 아들이 지금 문 밖에 있는데 매우 곤궁합니다.”
왕은 곧 분부하여 그를 데리고 앞에 오게 하여, 자세한 사정을 묻고 그 친한 이임을 알았다. 그래서 왕은 말하였다.
“즐겨 나를 친근히 하고 부디 멀리 떠나지 말라.”
이레 뒤에 왕은 병으로 목숨을 마쳤다. 신하들은 서로 의논하였다.
“왕에게는 뒤를 이을 이가 없고, 오직 빈궁한 아들이 있을 뿐이다. 저 이는 왕과 친하다. 우리 함께 추대하여 바라내의 왕을 삼아 네 나라를 거느리게 하자.”
그러나 그는 그 뒤에 사나워졌다.
전날의 그 도인은 왕의 궁전 앞의 허공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말하였다.
“너는 옛날 발원하여 도를 보는 자리를 얻기를 구하더니, 지금은 어찌하여 온갖 악을 지으면서 본래와 다른가?”
그는 다시 왕을 위하여 갖가지 법을 연설하였다. 왕은 그 법을 듣고는 먼저 지은 악을 뉘우쳤다.
그리고 허물을 고치고 부끄러워하면서 알뜰히 도를 행하여 수다원(須?洹)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