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 가난한 여자가 두 냥을 보시하고 갚음을 얻은 인연

041. 가난한 여자가 두 냥을 보시하고 갚음을 얻은 인연

옛날 주암산(晝闇山)에 여러 성현들과 숨어 사는 스님들이 많았다. 여러 나라에서 그 산의 명성을 듣고 거기에 공양하는 이가 많았는데 그 가운데 어떤 장자가 여러 권속들과 함께 공양을 가지고 가려 하였다.

어떤 빈궁한 거지 여자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여러 장자들이 산으로 공양을 보내는 것은 반드시 어떤 모임을 가지려는 것이다. 나는 가서 걸식을 해야겠다.’

그리고는 산으로 향하여 갔다.

산에 이르러 아까 그 장자가 갖가지 음식을 차려 여러 스님들을 공양하는 것을 보고 혼자 가만히 생각하였다.

‘저 사람은 전생의 복을 닦아 오늘에 부귀한데, 지금 다시 공덕을 지으면 장차 더욱 훌륭하게 될 것이다. 나는 전생에 복을 짓지 못하여 금생에 빈곤하다. 만일 지금 복을 짓지 않으면 미래에는 더욱 빈곤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눈물을 흘리면서 울다가 또 생각하였다.

‘나는 전에 똥 속에서 돈 두 냥을 주워 항상 아끼면서 구걸이 뜻같이 되지 않을 때에는 이것으로 음식과 바꾸어 스스로 살아 가리라고 생각한 일이 있다. 지금 그것을 여러 스님들에게 보시하자. 하루 이틀쯤 음식을 얻지 못하더라도 죽지는 않을 테니까.’

그리하여 스님들의 공양이 끝나는 것을 엿보아 그 돈 두 냥을 보시하였다.

그 때 스님들 법에는 어떤 사람이 보시하면 유나(維那)가 앞에 서서 축원을 하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 때에는 상좌(上座)가 유나의 축원을 허락하지 않고 자기가 스스로 축원하였으므로, 여러 하좌(下坐)들은 매우 못마땅한 마음으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저 거지 여자의 돈 두 냥을 얻어, 상좌가 가벼이 그를 위하여 스스로 축원하는데, 보통 돈을 보면 어떻게 그렇지 않겠는가?’

그 때 상좌는 곧 자기가 먹을 밥의 반을 갈라 두었다가 그 여자에게 주었다. 사람들은 상좌가 여자에게 밥을 많이 주는 것을 보고, 그들도 그 여자에게 밥을 많이 주었다.

그 때 여자는 묵직한 양의 음식을 얻어 가지고 매우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나는 마침 보시하여 지금 그 갚음을 얻었다.”

그는 그 음식을 가지고 도로 산을 내려가다가 어떤 나무 밑에 이르러 누워 잤다.

마침 그 때 왕의 큰 부인이 죽은 지 이레가 되었다. 왕은 사자를 보내어 온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누가 복덕이 있어서 왕의 부인이 될 만한지 찾게 하였다.

관상쟁이는 점을 치고 말하였다.

“저 누런 구름 밑에는 반드시 현인이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사자는 그를 데리고 그 나무 밑에 가서 여자를 보았다. 얼굴빛은 윤택하여 복덕의 상이 있고, 나무는 구부려 그 위에 그늘을 지어 빛이 이르지 않도록 하였다.

관상쟁이는 말하였다.

“이 여자의 복덕은 부인이 될 만합니다.”

사자는 그녀를 향탕(香湯)에 목욕시키고, 그녀에게 부인의 의복을 주니,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아 몸에 꼭 맞았다.

1천 수레와 1만 기병이 좌우를 호위하여, 그녀를 데리고 왕궁에 이르렀다. 왕은 그녀를 보고 매우 기뻐하고 공경하며 존중하였다.

이렇게 며칠을 지내다가 여자는 가만히 생각하였다.

‘내가 이런 부와 복의 인연을 얻은 것은 그 돈을 보시하였기 때문이다. 지금 저 스님들은 내게 크고 무거운 은혜가 있다.’

그 여자는 왕에게 아뢰었다.

“저는 전에 몹시 빈천하였는데 왕에게 뽑히어 지금은 사람답게 살게 되었습니다. 제게 저 스님들의 은혜를 갚게 하여 주소서.”

왕은 말하였다.

“그대 마음대로 하오.”

부인은 음식과 보물을 수레에 싣고 산으로 가서 스님들에게 보시하였다. 그러나 그 상좌는 일어나지 않고 유나스님을 보내어 축원하면서 자기는 나와 축원하지 않았다.

왕의 부인은 말하였다.

“제가 옛날 두 돈을 보시하였을 때에는 저를 위해 축원하더니, 지금은 수레에 보배를 실었는데도 왜 저를 위해 축원하시지 않습니까?”

또 여러 젊은 비구들도 모두 말하였다.

“저 상좌는 전에 가난한 여자가 두 돈을 보시할 때에는 그녀를 위해 축원하더니, 지금은 왕이 부인이 수레에 보물을 싣고 왔어도 축원하지 않는구나. 늙어 망령들었는가?”

그 때 상좌는 왕의 부인을 위하여 바른 법을 연설하고는 말하였다.

“부인이여, ‘전에 두 돈을 보시할 때에는 저를 위해 축원하더니, 지금은 수레에 보물을 실었어도 축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내게 불평하십니까?

우리 불법에서는 보물을 귀하게 여기지 않고, 오직 착한 마음을 귀하게 여길 뿐입니다. 부인이 전에 두 돈을 보시할 때에는 착한 마음으로 가득하였는데, 지금 보물을 보시함에 내노라고 뽐내는구료. 그래서 나는 지금 당신을 위해 축원하지 않는 것이요.

또 젊은 도인들도 내게 불평하지 마시오. 당신들은 집을 떠난 뜻을 깊이 알아야 하오.”

여러 젊은 도인들은 각기 부끄러워하고 모두 수다원의 도를 얻었고, 왕의 부인도 법을 듣고는 부끄러워하고 기뻐하면서 또 수다원의 도를 얻었다.

그리고 법을 듣고는 예배하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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