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보장경(雜寶藏經) 제03권
027. 두 형제가 함께 집을 떠난 인연
옛날 세상에 어떤 형제 두 사람이 마음으로 불법을 즐겨 집을 떠나 도를 배웠다.
그 형은 부지런히 힘써 온갖 선한 법을 쌓으면서 아련야행(阿練若行)을 닦은 지 오래지 않아 아라한의 도를 얻었다.
그리고 아우는 총명하고 학문이 박식하여 세 장경을 모두 외웠다.
뒤에 그 나라 재상은 그를 건축사(建築士)로 청하여 많은 재물을 주고 승방과 탑사(塔寺)를 잘 짓게 하였다.
그 때 삼장법사(三藏法師)는 그 재물을 받아 사람을 데리고 땅을 골라 탑사를 지었다. 그 절은 단엄하고 집들은 빛나고 아름다워, 그 구상과 솜씨가 절묘하였으므로, 재상은 그것을 보고 더욱 믿고 공경하여 무엇이나 모자람이 없이 주었다.
삼장 비구는 그의 마음이 좋은 것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제 이 절이 다 이루어졌으니 이 절에 스님들을 편안히 살게 하여야 한다. 그리고 재상에게 말하여 우리 형님을 청하게 하자.’
이렇게 생각하고 그는 그 재상에게 말하였다.
“내게 형님 한 분이 있어 저기 계시는데, 집을 버리고 출가하여 정성껏 노력하면서 아련야행을 닦고 있습니다. 시주님은 그를 청해 이 절에 머무르게 하여 주십시오.”
재상은 대답하였다.
“스승님의 청이시라면 보통 다른 비구라 하더라도 감히 거스리지 못하겠거늘, 하물며 스승님의 형으로서 아련야행을 닦는 분이겠습니까?”
그는 곧 사람을 보내어 간절히 청하였다. 그가 오자 재상은 그의 부지런히 수행하는 것을 보고 곱절이나 더 공양하였다.
그 뒤에 재상은 천만 냥 가치가 있는 훌륭한 비단천을 그 아련야 비구에게 주었다. 그러나 아련야 비구는 받으려 하지 않다가, 간곡히 또 억지로 준 뒤에야 그것을 받고는 ‘내 아우는 일을 경영하는 사람이니 재물이 필요하리라’ 생각하고, 곧 그것을 아우에게 주었다.
그 뒤에 재상은 또 거친 천을 삼장에게 주었다. 삼장은 그것을 받고 매우 원망하였다.
그 뒤에 재상은 다시 천만 냥의 가치가 있는 훌륭한 비단천 한 필을 그 형 아련야에게 주었다. 형은 그것을 받아 또 아우에게 주었다. 아우는 그것을 보고 더욱 질투하여 그 천을 가지고 재상이 가장 사랑하는 딸에게 가서 말하였다.
“당신 아버지는 전에는 나를 아주 후하게 대하였는데, 지금 저 비구가 여기 와서 있게 된 뒤로는 무엇으로 당신 아버지를 혹하게 하였는지 모르나, 나를 몹시 박하게 대합니다. 이제 이 천을 줄 것이니, 당신은 이것을 가지고 재상 앞에 가서 이것을 마름질하여 옷을 만드십시오. 그러다가 만일 묻거든 대답하십시오. ‘아버님이 사랑하고 존경하는 아련야가 나를 붙들고 이것을 내게 주었습니다’라고. 그리하면 아버지는 반드시 화를 내어, 다시는 저 이와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여자는 삼장에게 말하였다.
“지금 우리 아버지가 저 비구를 후대하고 공경하기는 마치 눈동자를 사랑하는 것 같고, 또 명주(明珠:摩尼珠)를 사랑하는 것과 같은데, 어떻게 갑자기 비방하고 헐뜯겠습니까?”
삼장은 다시 말하였다.
“만일 당신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나는 당신과 영원히 절교하리다.”
그 여자는 또 말하였다.
“왜 갑자기 그러십니까? 좋을 대로 하지요.”
그 여자는 인정상 할 수 없이, 그 천을 받아 가지고 아버지 앞에 가서 그것을 마름질하여 옷을 지었다.
그 때 재상은 그것을 보고는 곧 알아차리고 생각하였다.
‘저 비구는 아주 나쁜 사람이다. 내게 천을 얻어 저는 쓰지 않고 도로 이 어린 계집애를 유혹하는구나.’
그래서 그 뒤에 아련야가 왔지만, 그는 나가서 맞이하지도 않고 얼굴빛도 달랐다.
그 때 그 비구는 재상이 그렇게 하는 것을 보고 마음으로 생각하였다.
‘반드시 어떤 사람이 나를 비방하여 저이를 저렇게 만든 것이다.’
그는 곧 공중에 올라가 열여덟 가지 신변을 나타내었다. 재상은 그것을 보고는 매우 공경하여 조복하고는 곧 그 아내와 함께 그 발에 예배하여 참회하였으니, 공경하는 정이 보통 때보다 더욱 짙었다. 그리고 삼장과 그 딸을 모두 나라 밖으로 쫓아내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때의 삼장은 바로 이 몸으로서 남을 비방하였기 때문에 한량없는 겁 동안 큰 고통을 받았고, 지금에 와서도 저 손타리(孫他利)의 비방을 받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여자는 그 때 성현을 비방하였기 때문에 현재에도 쫓겨나 곤궁한 거지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세상 사람들은 모든 일에 있어서 밝게 살펴야 하고, 함부로 비방하여 형벌을 부르지 않아야 하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