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6. 두 내관(內官)이 도리를 다툰 인연
옛날 바사닉왕이 자고 있다가 두 내관이 서로 도리를 다투는 말을 들었다. 즉 첫째가 말하였다.
“나는 왕을 의지해 살아 가고 있다.”
이렇게 말하자, 둘째가 대답하였다.
“나는 의지하는 데가 없다. 내 업의 힘으로 살아 간다.”
왕은 이 말을 듣고 왕을 의지해 살아간다는 자에게 정이 가므로, 그에게 상을 주려고 곧 당직을 보내어 그 부인에게 말하였다.
“내가 지금 한 사람을 보낼 것이니 그에게 재물과 의복과 영락을 두둑히 주시오.”
그리고 왕을 의지해 살아 간다는 자를 불러 자기가 먹다 남은 술을 주어 부인에게 보냈다.
그 때 그는 그 술을 가지고 문을 나서자 코에서 피가 흘러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마침 제 업으로 살아 간다는 이를 만나 곧 그 술을 주어 부인에게 가져가게 하였다.
부인은 그를 보자 왕의 말을 생각하고, 재물과 의복과 영락을 그에게 주었다.
그가 왕에게로 돌아오자, 왕은 그를 보고 이상히 여겨, 그 왕을 의지해 살아 간다는 이를 불러 물었다.
“나는 너를 가라고 하였는데 왜 가지 않았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제가 막 문을 나서자 갑자기 코에서 피가 흘러 가지 못하겠기에, 그에게 청하여 저 대신 왕의 남은 술을 가져다 부인에게 드리게 하였습니다.”
그 때 왕은 탄식하면서 말하였다.
“나는 이제야 부처님이 ‘제가 그 업을 지어 제가 그 갚음을 받는다.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이치다’라고 하신 말씀이 진실임을 알았다.”
이로써 본다면 선악의 갚음은 그 행업이 불러 오는 것으로서, 그것은 하늘이나 왕이 주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