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4. 바라내국(波羅國)의 어떤 장자의 아들이 천신(天神)과 함께 왕을 감동시켜 효도를 행한 인연

014. 바라내국(波羅國)의 어떤 장자의 아들이 천신(天神)과 함께 왕을 감동시켜 효도를 행한 인연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에 계시면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사람이 자기 집에 범천이 있게 하고 싶거든 부모에게 효도하라. 범천은 곧 그 집에 있을 것이다. 제석천을 자기 집에 있게 하고 싶거든 부모에게 효도하라. 제석천은 곧 그 집에 있을 것이다. 모든 천신을 자기 집에 있게 하고 싶거든 부모를 공양하라. 모든 천신은 그 집에 있을 것이다.

화상(和尙)을 자기 집에 있게 하고 싶거든 부모를 공양하라. 화상이 그 집에 있을 것이다. 아사리(阿?梨)를 자기 집에 있게 하고 싶거든 부모를 공양하라. 아사리는 곧 그 집에 있을 것이요, 만일 여러 성현들과 부처님을 공양하고 싶거든 부모를 공양하라. 여러 성현들과 부처님이 곧 그 집에 있을 것이다.”

비구들은 말하였다.

“여래·세존께서는 부모를 공경하심이 매우 희유(希有)하십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오늘만 부모를 공경하는 것이 희유한 것이 아니었다. 지나간 세상에서도 부모를 공경한 것이 희유하였느니라.”

비구들이 여쭈었다.

“과거에 공경한 그 일은 어떠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옛날 바라내국에 어떤 가난한 사람이 외아들을 두었다. 그런데 그 외아들은 많은 자식들이 있었고, 그 집은 빈궁하였다.

그 때 마침 흉년이 들자 그 외아들은 부모를 산 채로 땅 속에 묻음으로써 자식들을 먹여 살렸다. 그 이웃 사람이 물었다.

‘너의 부모는 지금 어디 있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우리 부모는 나이 늙어 곧 죽게 되었으므로, 나는 그들을 땅에 묻고, 부모의 먹을 몫으로 아이들을 먹여 기르려 합니다.’

다음 집에서 그 말을 듣고 ‘그것은 이치에 맞는 일이다’고 하였다. 이렇게 서로 전하여, 온 바라내국에서는 그렇게 함으로써 법을 삼았다.

어떤 장자가 아들을 낳아 길렀다. 그 아들은 이 말을 듣고, 그것은 도리가 아니라 하여, ‘어떤 방법을 써야 이 나쁜 법을 없앨 수 있을까’ 하고 늘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드디어 그 아버지에게 아뢰었다.

‘지금 아버지는 멀리 떠나 경론(經論)을 공부하십시오.’

아버지는 곧 떠나 어느 정도 공부한 뒤에 집으로 돌아왔다.

아버지 나이가 더욱 늙어가자, 아들은 그를 위해 땅을 파고 좋은 집을 만들어, 아버지를 그 속에 모셔 두고 좋은 음식을 드리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누가 나와 함께 이 나쁜 법을 없앨 것인가?’

그 때 천신이 몸을 나타내어 그에게 말하였다.

‘내가 이제 너를 위해 짝이 되어 주리니, 천신의 상소 종이[紙]에 네 가지 일을 써서 왕에게 물어 보되, 만일 이 상소하는 일을 해답하면 왕을 보호하겠지만, 해답하지 못하면 지금부터 이레 뒤에는 왕의 머리를 부수어 일곱 조각을 내겠다.’

네 가지 물음이란, 첫째는 어떤 것이 으뜸가는 재물인가? 둘째는 어떤 것이 가장 즐거운가? 셋째는 어떤 맛이 가장 훌륭한가? 넷째는 어떤 것이 가장 오래 사는가? 였다.

그는 이것을 써서 왕궁의 문 위에 붙였다. 왕은 그것을 보고 온 나라에 영을 내려 물었다.

‘이것을 아는 이에게는 무엇을 요구하든지 그의 소원대로 하여 주리라.’

장자의 아들은 그 글을 가져다 그 뜻을 풀이하였다.

‘믿음이 으뜸 가는 재물이고, 바른 법이 가장 즐거우며, 진실한 말이 제일 맛이 좋고, 지혜의 목숨이 제일 길다.’

그는 그 뜻을 이렇게 풀이한 뒤에 도로 왕의 문 위에 붙였다.

천신은 그것을 보고 매우 기뻐하였고, 왕도 또한 매우 기뻐하였다. 왕은 그 장자의 아들에게 물었다.

‘누가 그 말을 너에게 가르쳐 주었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저의 아버지가 제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네 아버지는 지금 어디 있는가?’

‘원컨대 왕은 저에게 두려움이 없게 하소서. 진실로 저의 아버지는 늙었습니다. 그래서 국법을 어기게 되기 때문에 땅 속에 감추어 두었습니다. 저의 말을 들어 보소서.

부모의 은혜가 무겁기는 천지와 같습니다. 태 안에서 열 달을 안고 있다가 낳아서는 마른 자리 진 자리를 가리면서 길렀고, 사람의 자격을 갖추게 되었으니, 이것은 다 부모 때문이고, 해와 달을 보게 되고 음식을 먹고 살아 가게 되는 것도 모두 부모의 힘입니다.

가령 왼쪽 어깨에 아버지를 얹고 오른 어깨에 어머니를 얹고, 백년 동안 다니면서 갖가지로 공양하더라도 부모의 은혜는 갚지 못할 것입니다.’

그 때 왕은 물었다.

‘너는 무엇을 구하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아무 것도 구하는 것이 없습니다. 원컨대 대왕께서는 그 나쁜 법을 버리도록 하여 주소서.’

왕은 그 말을 옳다 하고 온 나라에 ‘만일 부모에게 불효하는 자는 그 죄를 엄중히 다스리라’고 영을 내렸다.

비구들이여, 알고 싶은가? 그 때 장자의 아들은 바로 지금의 내 몸이다. 나는 그 때에도 한 나라를 위해 나쁜 법을 없애고 효순하는 법을 성취하였으니, 그 인연으로 부처가 되었다. 그러므로 오늘도 또한 효순하는 법을 찬탄하는 것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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